2024년 2월 21일부터 모잠비크에서는 근로자의 권리가 크게 강화된 노동법이 시행된다. 지난 8월, 모잠비크 노동법 개정안이 의회에서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최종 승인됐다. 2007년 노동법 제정 이후 첫 개정으로 노동계와 산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2007년에 제정된 모잠비크의 노동법은 지금의 변화된 노동 및 산업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안은 모잠비크 노동계 대표단체(OTM-Central Sindical)와 모잠비크 경제단체연합(CTA) 그리고 정부 간에 의견 수렴 및 협의를 거친 결과물이다.

이번에 승인된 노동법은 총 11장과 273개의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기존의 노동법에 새롭게 11개 조항이 추가됐고, 88개의 기존 조항이 개정됐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을 처벌하는 근거 마련, 원격 근무에 대한 명확한 근거 신설, 그리고 사업장 내에서의 직원 불법 감시를 금지하는 신규 조항의 도입 등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직장 내 괴롭힘, 직원 복지에 집중한 노동법 개정

새롭게 개정된 노동법은 근로자의 복지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언급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부터 출산, 육아 휴가 확대, 법정 근무 시간 지정 등에 관한 내용이 눈에 띈다. 개정안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직장 내 또는 직장 밖에서 직원에게 신체적, 정신적, 성적, 경제적 피해를 주거나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를 빈도와 상관없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간주하며, 가해자가 고용주, 직속 상사 또는 그 권한을 위임받은 자인 경우에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최저임금의 20배까지 배상 받을 수 있게 된다. 직장 내 괴롭힘에는 직원을 불안하게 하거나 존엄성을 훼손, 위협적이거나 적대적인 환경을 만드는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 직원에 대한 동의 없는 감시 금지

사업주는 앞으로 직원의 동의 없이 원격 감시 장치를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하기 위해서는 재산 보호, 안전, 업무상 필요성이 있어야 하며, 직원에게 사전 서면으로 안내해야 한다. 무단 감시를 통해 얻은 증거는 법적인 효력을 잃는다. 예를 들어, 직원에게 사전 서면 안내 없이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하여 직원을 감시하는 경우나 사무용 컴퓨터에 감시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직원의 PC 사용 정보를 기록하는 경우 감시 수단을 통해 직원의 업무 태만이나 위반 사항을 발견해도 해당 증거의 법적 효력은 없다는 의미다. 

[자료: pxhere]

▲ 임산부 근로자와 육아 근로자를 위한 개정

임산부 근로자 또는 출산 휴가가 끝난 후 최대 1년까지 해당 근로자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없게 된다. (해고 및 계약 기간 종료 제외) 또 임신 중인 근로자는 출산 예정일 20일 전부터 최대 90일의 출산 휴가를 쓸 수 있으며, 배우자가 자녀를 출산한 근로자는 육아 휴가로 7일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법정 육아 휴직제도는 아직 신설되지 않았다. 대신 직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사유에 따라 고용주의 재량으로 무급 휴가를 부여할 수 있다.

▲ 외국인 근로자 쿼터 제정

전문성(학력이나 전문 자격)을 갖춘 내국인이 부족한 경우 해당 자격을 가진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다. 채용 가능한 외국인 근로자 비율은 법으로 정해지며 아래 표와 같다. 단, 정부가 승인한 투자 프로젝트 중 ‘쿼터를 초과’해 외국인을 채용하고자 할 때는 담당 부처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

<회사 규모에 따른 외국인 채용 쿼터>

[자료: 개정 노동법]

▲ 장거리 출장 시 여비 지급

30km 이상 이동하거나 8시간 이상 출장하는 직원에게는 숙박비 등 여비를 지급해야 한다.

▲ 근로 가능 최소 연령

근로가 가능한 최소 연령은 18세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만 15세 이상의 미성년자도 법정 대리인의 허락이 있으면 고용될 수 있다.

▲ 주당 근무 시간

정상적인 근무 시간은 주당 48시간이며, 하루에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정해진 주휴일 외에 주당 반나절의 휴식을 제공하는 경우 하루의 근무 시간을 9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참고로 15~18세의 근로자는 주당 25시간, 하루에 5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근로자는 주당 8시간, 분기당 최대 96시간, 연간 200시간까지 초과 근무할 수 있다. 고용주는 초과 근무를 기록하는 시스템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 경조사 휴무

근로자는 법적으로 정해진 일수 동안 경조사 등의 이유로 결근할 수 있으며, 이는 급여나 연차 일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근로자 결혼 시 5일, 가족 사망 시(본인 또는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며느리, 사위, 계부모, 양자녀 등 포함) 5일, 그리고 기타 4촌 이내 혈족 사망 시 2일 동안은 근무하지 않아도 된다.

▲ 중소기업의 기간제 인력 채용 유연화

설립 후 8년 미만의 중소기업은 기간제 인력을 제한 없이 채용할 수 있게 된다. 기간제 계약 기간은 2년이며, 2회까지 연장할 수 있다.

▲ 신체검사 요구 가능, AIDS 검사 요구 불가

고용주는 근로자나 입사 지원자의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의료 검사나 테스트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근로 능력과 관련이 없는 정보, 특히 HIV/AIDS 검사는 요구할 수 없다. HIV 감염률이 높은 모잠비크는 감염자의 개인 정보 보호와 차별 방지를 위해 AIDS 검사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참고로, 모잠비크는 세계에서 HIV 감염률이 두 번째로 높은 국가이다. 약 220만 명의 모잠비크 국민(15세 이상 인구의 13.9%)이 에이즈 감염자이며, 매년 평균 9만 8천 명의 신규 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 징계 권한 및 종류

고용주는 재직 중인 근로자에 대한 징계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징계 조치를 할 수 있다. 징계권은 고용주가 직접 행사할 수도 있고, 해당 근로자의 상급자에게 위임할 수도 있다. 형사 범죄를 제외하고 징계 시효는 6개월로 짧은 것이 특징이다.

<징계 종류>

[자료: 개정 노동법]

근로자들의 요구가 명확한 모잠비크, 악용 사례 유의해야

모잠비크는 1인당 국민소득이 600달러(한화 약 81만 원)에 불과한 가난한 나라다. 이 나라는 산업화의 초기 단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법은 비교적 엄격한 편이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기업이 모잠비크에서 사업 활동을 성공적으로 전개하려면 내년에 변경될 노동법을 정확히 파악하고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신설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항 내용이 다소 모호해 괴롭힘의 구체적 판단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저임금의 20배에 해당하는 높은 배상금이 책정돼 있어 악용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직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건전하고 서로 존중하는 사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경우와 해당하지 않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도입 초기에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들을 방지할 수 있다. 교육 자료는 한국(2019년 도입)이나 포르투갈(2017년 도입, 직원 교육용)에서 만들어진 자료를 참조할 수 있다.

징계나 해고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노동법에서 명시하는 정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절차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징계 또는 해고 조치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모잠비크의 개정된 노동법은 2024년 2월 21일부터 시행된다. 이 시기를 우리나라의 모잠비크 진출기업들이 법률 리스크를 줄이고, 노사 상생을 통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기회로 활용한다면 현지 정부와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열릴 것이다.

자료: 개정 현지 노동법, KOTRA 마푸투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