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없는 화장품법(Toxic-Free Cosmetics Act)

미국 서부의 주요 경제 허브로 자리잡은 워싱턴 주는 2023년 한국과의 무역규모 사상 최고치를 달성하며 국내 기업들에게 미국 내 주요 수출 지역으로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워싱턴 주는 지난 2023년 5월, ‘워싱턴 주 독성 없는 화장품법’(Toxic-Free Cosmetics Act, TFCA)를 통과시키며 2025년 1월부터 시행을 공표하였다. ‘독성 없는 화장품법’은 화장품과 퍼스털 케어 제품 등에 포함된 독성 화학물질을 규제하는 미국 내 가장 강력한 법 중 하나로, 소비자의 안전과 환경 보호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아래 표의 9개 독성 및 화학 성분이 화장품에 포함된 경우 워싱턴 주 내에서 생산, 유통,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화학 물질은 과도하게 사용하면 인체 및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중금속으로 관리되는 성분도 있으나, 일부 성분은 화장품의 성능을 개선하는 각기 다른 기능을 하고 있어 대중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제한되는 9가지 화학 성분 및 기능>

[자료: Washington State Department of Ecology(2024), 실리콘밸리 무역관 정리]

위 성분들 중 가장 주의를 해야 할 것은 ‘납 및 납 화합물’ 이다. 의도적으로 첨가되었거나, 1ppm 이상 포함된 화장품을 제조, 판매, 판매 제의, 판매를 위해 유통할 수 없다고 발표하였는데, 함량 기준이 FDA 및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준보다 엄격하여 주의가 요구된다. FDA는 10ppm, 식약처는 20ppm 까지를 허용하나 이 법안은 1ppm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어느 국가들보다 강한 규제 수준으로, 한국소비자원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별 중금속 최대 허용기준은 아래와 같다.

<국가별 중금속 최대허용기준 비교 (단위 : ppm)>

[자료: 한국 소비자원 안전감시국(2020)]

국내 기준이 독일, 캐나다, 미국 등에 비해 높게 설정되어 있어 국내 화장품 기업 중 수출을 염두해 두는 기업이라면, 화장품 성분 상의 함유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 법안은 화장품 제조업자, 브랜드사, 유통사, 소매업자, 미용사, 미용실, 피부관리실, 네일샵 등에 적용되는 것으로 화장품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까지 준수해야 하는 것으로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여, 국내 화장품 기업 중 한인 소상공인에게 소량만 납품을 하고 있는 경우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국내 화장품 및 퍼스널케어 기업이 미국 시장 진출 시 고려할 규정 및 법안

사실 워싱턴 주의 이런 화장품 법 발의는 새롭거나 놀라운 내용은 아니다. 미국은 화장품에 있어서 인체 안전 및 환경 보호를 위해 여러가지 규제들을 시행하고 있으며,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2020년부터 ‘독성 없는 화장품법’을 적용하여 워싱턴주보다 많은 유해성분 24가지를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다. 미국 및 캘리포니아 주의 화장품 관련 주요 규제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FDA 규정

화장품의 성분과 안전성에 대해 연방차원의 규정은 FDA가 관리한다. 특정 유해 물질 포함 여부 및 함유량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으며, 화장품이 의약품의 효능을 주장하는 경우 FDA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화장품의 라벨링은 정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하는지를 확인하며, 성분 표시가 투명하고 정확한지를 감독한다.

- OTC 인증 (Over-the-Counter)

자외선 차단제, 비비크림, 주름 개선 크림, 여드름 치료제, 비듬 샴푸와 같은 제품들은 일부 화장품 및 퍼스널케어 제품은 일반 화장품과 달리 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OTC 제품으로 분류된다. OTC 제품은 FDA의 사전 승인과 성분 표기 검토, 안전성 평가를 받게 되며, 이 과정에서 FDA의 모노그래프(OTC에 대한 기준 문서)를 충족해야 하며,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판매가 불가능하다.

-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 MoCRA (Modernization of Cosmetics Regulation Act)

2022년 12월 통과된 MoCRA는 화장품에 대한 새로운 규제 체계로, 202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MoCRA의 주요 내용은 FDA 시설 및 제품을 등록 의무, 제품 안전성을 입증, 라벨링, 우수 제조 관행 가이드라인 표준화(GMP), 유해사례 보고 및 관리, 리콜 조치, 탈크 및 PFAS 규제 등이 있다.

위 세 가지 규정은 화장품을 수출하려는 기업이라면 필수적으로 지켜야 할 내용이며, 특히 규제가 엄격한 캘리포니아의 경우 추가적으로 다음과 같은 법률 준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 캘리포니아 안전 화장품법 (California Safe Cosmetics Act)

이 법은 화장품 제조업체가 유해 성분(포름알데히드, 파라벤, 프탈레이트 등)을 사용하는 경우, 이를 캘리포니아 주에 보고하고, 소비자에게 명시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발암성, 생식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포함된 화장품에 대한 경고 라벨을 부착해야 하며, 이 정보는 캘리포니아 공중 보건부에 제출해야 한다.

- Proposition 65

Prop65는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환경 법규로 캘리포니아 안전 화장품법과 유사하나, 900개 이상의 유해 화학물질이 규제 목록에 포함되어 있어, 주별 규제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법이다. 동 법안은 화장품 및 기타 제품이 이러한 화학물질을 포함할 경우 경고문 부착을 필수화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캘리포니아 주의 규제는 적용 범위와 경고문 부착 의무에서 더 광범위하고 강력한 측면이 있으나, 워싱턴 주는 특정 유해 물질의 경우 FDA보다 엄격한 함유량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과도하다는 반대 여론도 나오고 있다. 미국 퍼스널 케어 제품 협회(Personal Care Products Council)는 올 6월 납 함유량 규제에 대해 FDA 허용 기준이자 국제 관행상의 기준이기도 한 10ppm으로 조정해 줄 것을 워싱턴주 주지사에게 공식서한으로 요구한 바 있다.

국내기업 대응 전략

보다 엄격해지는 유해 성분에 대한 미국의 기준에 대응하여 국내 기업들은 '친환경'과 '유해 성분 무첨가' 제품 라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클린 뷰티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잡은 만큼, 자연 유래 성분 및 유해 화학물질 대체 성분에 대한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과거 국내 화장품 ODM 업체들에서 FDA 실사 후 기준에 미달하여 경고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제품 승인을 거부 받은 사례가 있어 제조 및 위탁 제조 업체들은 동일한 사례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내부적으로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추진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Washington State Department of Ecology, 한국 소비자원 안전감시국,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