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가치 하락 발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헝가리 금융 시장이 출렁거렸다. 3월 4일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헝가리 포린트의 대유로 환율은 386.54를 기록해 최근 1년간의 평균(358.69)보다 약 7.76% 상승했다. 이는 유로가 도입된 1999년 이래 최고치로, 포린트 가치가 역대 최저라는 의미다. 포린트 약세에 헝가리 국립은행(NBH)이 지난 3일 1주일 간의 금리 인상 조치를 감행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주요 일간지인 헝가리 투데이는 포린트 약세가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 기준 헝가리 물가 상승률은 7.9%로 1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7일 부다페스트 주가지수(BUX)는 전일 대비 5.41% 하락했다. 헝가리 내 주요 우량주로 평가되는 OTP(은행)는 8.11% 내려 낙폭을 키웠다. 리히터(제약), MOL(유류), Magyar Telekom(통신)도 각각 6.98%, 3.18%, 3.38% 하락했다.

<헝가리 주요 주가 현황>

유가와 가스 공급은 비교적 안정

반면 에너지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유가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헝가리 소매 유가는 고정돼 있다. 헝가리 정부는 지난 2월 28일부터 소매용 유가 상한제를 도입해 리터당 480포린트(약 1608원, 3월 7일 기준)로 유가를 제한하고 있다. 해당 조치는 유통업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이 국내 물류비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헝가리 주요 유류업체인 MOL은 지난 2일부터 1회당 주유량을 100리터로 제한하고 있다. 세계적인 유가 상승으로 인해 재판매에 따른 시장 교란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스의 경우 러시아와 장기 계약을 체결해 향후 15년간 연간 약 4만5000억 리터의 천연가스를 수입할 예정이다. 이는 헝가리 연간 가스 소비량의 절반 수준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EU의 제재에서 에너지 분야가 제외됐으므로 헝가리 에너지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자재 조달 어려움 

헝가리는 러시아로부터 구리, 니켈, 백금, 팔라듐, 티타늄 등을 수입하고 있다. 전자제품, 자동차 배터리 및 기타 부품의 핵심 원자재들이다. 헝가리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 다수는 자동차 2차 전지와 부품 제조업체다. 진출 기업들은 자재 조달에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 사바 킬리안 헝가리 자동차 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로부터 자재를 조달하는 기업은 이미 가격 상승에 따른 피해를 입고 있다"며 "중국 업체와 거래하는 경우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거쳐 육로로 자재를 조달하는 기업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는 원자재의 7%를 러시아에서, 8.4%를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고 있어 상황이 어렵다"며 "곧 관련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통경로 축소에 따라 물류비용은 증가할 전망

국외 운송비는 증가할 전망이다. 러시아 제재로 인해 TSR(시베리아횡단철도)을 사실상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TCR(중국횡단철도)과 해상운송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물동량 증가에 따른 각종 할증 요금 발생으로 물류비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사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무력 충돌로 인해 헝가리 금융시장은 불안정한 상황이며, 이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기업에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유류 및 가스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안정된 편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시 원자재 수급 및 물류비 상승 관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료: 유럽중앙은행(ECB), Hungary Today, Portfolio, Hungarian Central Statistical Office, Napi 등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