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가구의 구성원이 된 반려동물

최근 몇 년간 스페인 사회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펫아이(Perrhijo, 반려견 Perro와 자식을 뜻하는 Hijo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인간화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단순히 동물을 기르는 것을 넘어 건강, 정서적 안정, 훈련, 생활환경까지 세심하게 관리하며 책임지는 ‘펫 패어런팅(Pet Parenting, 반려동물 양육)’ 문화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고 있다.

스페인 내 개와 고양이의 수는 0~4세 영유아 수를 크게 웃돌고 있다. AMVAC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강아지는 1000만 마리, 고양이는 97만 마리에 달하며, 0~4세의 영유아는 179만 명에 불과하다. 스페인에서는 인구 기준 49%, 가구 기준 약 39%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으며, 이 중 80%는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이제 반려동물을 아이처럼 교감하고 돌봐야 할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과 가족 구조의 변화다. 청년층의 고용 불안정과 주거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독립이 늦어지면서 자녀 양육이 점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젊은이가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대신,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선택을 하고 있다.

<강아지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세트>

[자료: Patitas & co]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스페인 일상 모습

스페인에서는 반려견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길거리에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대도시나 대형 공원에는 반려견 전용 놀이터(Parque Canino)가 마련돼 있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대부분의 상점과 카페, 일부 대중교통에서도 반려견 출입이 허용돼 반려견과 함께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특히, 이러한 장소를 이용하는 반려견들은 잘 훈련돼 있어 주변에 불편을 끼치는 일이 드물며, 실외 배변 습관도 잘 갖춰져 있다. 이처럼 스페인에서는 반려견이 단순한 반려동물을 넘어 사회의 일원으로 존중받으며,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모습이 일상에 자리 잡고 있다.

<마드리드 Cerro del Aire 공원 내 마련된 강아지 놀이터>

[자료: 마드리드 Majadahonda 시청]

<스페인 시내 백화점, 지하철 등에서 볼 수 있는 강아지>

[자료: KOTRA 마드리드무역관]

급격히 성장하는 반려동물 산업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원이 되면서 관련 산업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반려동물의 사료와 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장난감, 의류, 호텔 등 다양한 분야에도 아낌없이 지출하고 있다. 미용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휴가 중에는 전용 호텔에 맡기는 등, 반려동물이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누리는 모습도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

AMVAC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에는 1만 개 이상의 반려동물 관련 기업과 7000여 개의 동물병원이 있으며, (소형)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2024년 기준 28억5300만 유로(한화 약 4조2800억 원)로, 전년 대비 9.2%, 2022년 대비 18% 성장했다. 2030년에는 시장규모가 38억4000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내에서 사료 부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2024년 기준 20억5900만 유로), 동물 건강·의약품(13억7000만 유로), 장난감 및 액세서리가 그 뒤를 잇는다. 다만 사료(HS Code 2309.10 기준) 및 동물용 의약품(HS Code 3004.10 기준) 시장은 수입제품의 경우 EU 제품에 대한 신뢰도와 선호도가 높고, 물류 비용 등 요인 때문에 비EU 수출기업에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스페인 반려동물 산업 최신 트렌드

스페인 반려동물용 사료 시장에서는 고단백 사료, 자연식, 곡물 무첨가(Grain-free) 등 건강을 중시한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소화 개선, 관절 건강 등을 위한 기능성 식품이 증가하는 가운데, 반려동물의 개별적인 특성을 고려한 저알레르기·유기농 사료, 생식, 맞춤형 영양식 등 프리미엄 사료의 수요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Iberzoo+Propet 2025 반려동물을 위한 건강제품관>

[자료: KOTRA 마드리드무역관]

놀이용 장난감과 간식 또한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3월에 열린 스페인 최대의 반려동물 산업 전시회 Iberzoo+Propet 2025에서는 올리브나무 막대나 코코넛 섬유 공처럼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 반려동물의 건강은 물론 환경까지 고려한 점이 특징이다.

반려견을 위한 무지방·무당 요거트, 펫 전용 아이스크림 등 건강 간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의 입맛과 건강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아이스크림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수 있는 영양 간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KIWOKO* 온라인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펫전용 아이스크림>

* 주: 스페인 최대 반려동물 용품 유통 체인 중 하나

[자료: KIWOKO]

반려견용 외투, 비옷, 스웨터, 하네스 등 의류와 패션용품에서도 변화가 보인다. 과거에는 기능성 위주였지만 이제는 디자인과 스타일을 중시해 계절별 컬렉션이 출시되기도 한다. 야외 활동 시 반려동물의 체온 유지를 위해 옷을 입히는 것이 꾸밈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소형견용 방한복 등도 잘 팔린다.

반려동물의 안전과 보호를 고려한 펫케어 제품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반려동물용 위생용품(샴푸, 향수 등)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가정을 위한 청소용품까지, 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둔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Zara, Zara Home의 반려동물 용품 카테고리>

[자료: Zara, Zara Home 홈페이지]

최신 스마트 기술이 접목된 혁신적인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원격 모니터링, GPS 실시간 위치 추적 등의 기능을 갖춘 스마트 목걸이는 반려동물의 ‘스마트 워치’라고 할 수 있다. Invoxia社의 Minitaiz는 실시간 위치 추적뿐만 아니라 강아지의 활동량과 건강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이상 신호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스마트 목걸이로, 이를 사용해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보다 체계적이고 스마트하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Invoxia社의 스마트목줄 Minitaiz>

[자료: Invoxia 홈페이지, Dog Gear Review]

한편, 스페인 스타트업 FIXY는 Iberzoo+Propet 2025에서 전통 리드줄(목줄)과 자동줄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리드줄을 내놓았다. 두꺼운 로프형태의 리드줄에 전용 손잡이를 부착해 자동줄의 편의성과 전통 리드줄의 훈련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자동줄은 항상 줄에 장력이 생겨 강아지가 계속 줄을 당기는 버릇이 생길 수 있는데, FIXY의 줄은 팽팽해지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으면서도 견주가 수동으로 여유줄을 컨트롤할 수 있어 효과적인 산책 훈련을 할 수 있게끔 한다. 이처럼 스마트 기술과 작은 아이디어를 결합한 제품들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면서 반려동물과 보호자 모두의 안전과 편의를 더욱 향상하고 있다.

<FIXY社의 리드줄>

[자료: FIXY 홈페이지]

전문가 인터뷰

KOTRA 마드리드무역관은 스페인 반려동물 산업 종사자들을 만나 최근 트렌드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선, 스페인의 동물 의료 제품 수입·유통업체인 Hospitarea社는 AI 기반 반려동물 관리 기술이 스페인 시장에 전례 없는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연구와 개발이 필요한 부분이 많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반려동물 건강 모니터링과 공공 관리 강화를 위해 조명·GPS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 밴드 등의 제품/기술에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Luxopet社(미용용품) 관계자는 "반려동물 산업이 이제 단순한 인간화(Humanization)를 넘어 개인화로 나아가고 있으며, 반려동물의 건강을 고려하면서도 자연을 존중하는 다양한 솔루션들이 개발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페인 시장에서는 맞춤형 프리미엄 반려동물 제품과 지속 가능한 제품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프리미엄 사료, 고급 미용 서비스, 맞춤형 반려동물 디자인 의류 등이 이에 해당한다.

Artero社(미용용품)는 현재 약 75개국에 정밀 미용 가위와 이발용품 등을 수출하고 있는데, 2024년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150% 성장했다고 밝혔다. 또한, 스페인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반려동물의 건강을 고려한 제품에 기꺼이 비용을 지급하려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스페인의 한 반려동물 산업 전문가는 "우리 강아지, 고양이, 새는 아기가 아니며, 인간이 될 필요도 없습니다. 다른 종과 함께 살아가는 경험은 그들이 본연의 모습으로 있을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라고 언급하며, 반려동물의 본성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스페인에서는 기술 발전과 반려동물의 인간화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접근을 추구하며, 동물 복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함께 혁신과 책임이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시사점

스페인의 반려동물 시장은 프리미엄 및 맞춤형 제품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반려동물 보호자의 안전성과 실용성을 고려한 고품질 제품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친환경 포장재 사용, 플라스틱 절감, 재활용할 수 있는 장난감 등 지속 가능성을 내세운 제품들이 환영받고 있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 전반에서 반려동물 산업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현지 전시회 참가를 통해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제품 홍보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보유한 바이어 발굴을 통해 대형마트, 동물병원 체인 등 다양한 유통 채널로의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페인 시장은 브랜드 신뢰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현지 파트너십 구축 및 유통 네트워크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사료·의약품 시장에서 유럽 제품이 강세를 보이는 만큼, 우리 기업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료: Iberzoo+Propet 홈페이지, Animal’s Health, Cultura Animal, Animal People Recruitment Company, 2025 반려동물 산업 보고서(마드리드 반려동물 수의사회 AMVAC 작성), IFEMA 홈페이지, El País, El Confidencial, KOTRA 마드리드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