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인구가 견인하는 UAE 소비재 시장
- 트렌드
- 아랍에미리트
- 두바이무역관 박혜수
- 2025-03-20
- 출처 : KOTRA
-
지속 가능성, 온라인 쇼핑 증가, 럭셔리 브랜드 선호, 웰니스 중시 등 4대 소비 트렌드
세일 행사를 놓치지 않는 알뜰족부터 플렉스(Flex) 소비까지 양극화된 소비 패턴이 특징
UAE 소비재 시장에서 젊은 인구가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UAE는 전체 인구 중 약 64%가 25~54세의 청장년층으로 구성돼 있을 만큼 인구 구조가 젊고 소비 활동이 왕성하다. 이들은 높은 가처분소득을 바탕으로 식음료, 패션, 화장품, 전자제품 등 다양한 소비재 분야에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 증가, 온라인 쇼핑 활성화, 럭셔리 브랜드 선호, 건강 및 웰니스 중시 등 4대 소비 트렌드가 두드러지며 수입 제품과 현지 브랜드 간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젊은 소비층이 주도하는 4대 소비 트렌드
1. 지속 가능성 열풍
최근 UAE 젊은 소비자들은 사회·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려고 노력하는 등 의식 있는 소비가 확산하는 추세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사람들이 이제 ‘의미 있는 소비’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려 한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기업들도 플라스틱 사용 감축, 탄소 배출 저감 등 ESG 경영과 친환경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예를 들어, 두바이발(發) 친환경 패션 스타트업 ‘더 기빙 무브먼트(The Giving Movement)’는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스트리트 웨어로 인기를 끌며 중동 밀레니얼 럭셔리 쇼퍼들까지 사로잡았다.
<The Giving Movement의 ESG 경영 활동>
[자료: The Giving Movement]
UAE 태생 브랜드인 더 기빙 무브먼트는 출시 2년 만에 13만 장 이상의 의류를 판매, 약 2000만~3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현지 패션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지속가능성과 기부 문화를 내세운 이 브랜드의 성공은 현지 소비자들이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지닌 제품에 지갑을 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2. 온라인 쇼핑 급성장
“코로나19 이후 전자상거래로의 전환 가속화”라는 표현처럼 UAE 유통업은 온라인 중심으로 지형이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무더운 날씨 탓에 대형 쇼핑몰에서 여가를 즐기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쇼핑하는 문화가 강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온라인 쇼핑이 폭발적 성장을 보였다. 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2025년 UAE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약 12억28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21.2%로 성장해 115억2000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온라인 매출의 약 70%가 모바일을 통해 발생하고, 인터넷 이용 가능 인구가 100%에 달하는 UAE에서 온라인 소비 증가 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특히 가격 비교가 쉽고 24시간 주문이 가능한 온라인 채널을 선호하는 젊은 층 덕분에 유통업계도 온라인몰 강화, 옴니 채널 전략으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한 예로 UAE에서 인스타샵(Instashop), 탈라밧(Talabat), 카림(Careem), 딜리버루(Deliveroo)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쇼핑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주로 음식 배달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식료품 및 다양한 상품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현지 주요 배달 어플리케이션>
[자료: Talabat, Careem, Noon, Deliveroo 어플리케이션]
생활소비재 기업 D사 관계자는 KOTRA 두바이 무역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존 오프라인 강자들도 온라인 채널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라며 “젊은 소비자들의 높은 디지털 이해도가 유통 환경 변화를 이끌고 있다”라고 전했다.
3. 럭셔리 브랜드 선호
“슈퍼브랜드에 대한 집착”으로 묘사될 만큼 명품 소비가 활발한 중동 시장에서 UAE의 젊은 부유층은 럭셔리 소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2024년 7월에 발간된 글로벌 컨설팅사 BCG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럭셔리 상품 시장 규모는 약 158억5000만 달러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두 배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성장의 중심에 UAE와 사우디의 젊은 소비자층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MZ세대가 2025년경 명품 구매의 7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UAE 역시 20~30대 부유층을 중심으로 명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두바이 등지의 초대형 쇼핑몰에는 구찌, 루이비통 같은 세계적 명품 부티크가 밀집해 있으며, 신제품 출시 때마다 길게 늘어선 젊은 고객들의 대기 줄은 흔한 풍경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명품 소비 패턴의 변화인데, 지속가능성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중고 명품 거래를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BCG 조사에서 MZ세대의 35%가 지난 1년 내 명품 중고품을 구매했고, 26%는 대여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UAE에도 리럭셔블(Reluxable) 등 명품 리세일 플랫폼이 등장했고, 글로벌 명품 업체들도 재판매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현지 패션 매거진 fastcompany에 따르면, 현지 유통사 찰호브(Chalhoub) 그룹의 전략 책임자는 “젊은 명품 소비자일수록 희소성과 투자 가치를 중시한다”라면서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소비를 고려해 오래 사용하거나 되팔 수 있는 상품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라고 분석했다. 요컨대 UAE의 젊은 소비자들은 명품도 친환경적으로 즐기길 원하며, 이것이 새로운 럭셔리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짓고 있다.
4. 건강·웰니스 중시
팬데믹 이후 건강과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폭넓은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기농 식품, 친환경 제품, 피트니스 및 자기 관리에 대한 지출이 늘고 있다. 실제로 “젊은 인구가 전반적인 웰니스를 추구하면서 피트니스, 영양, 정신건강, 외모 개선 등에 대한 지출이 증가했다”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 저당·저지방 등 건강식품, 비건 및 할랄 인증 식품, 영양제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주요 식음료 업체들은 프로바이오틱 음료, 고단백 스낵 등 기능성 제품을 속속 선보이는 중이다. UAE 최대 식품기업 중 하나인 Agthia는 유아용 특수 생수, 무유당 요거트 등 건강 지향 신제품을 출시했고, 현지 슈퍼마켓에는 유기농 전문 코너가 생겨나는 등 달라진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또 피트니스 센터와 스포츠 참여 인구의 증가도 특징적이다. 특히 두바이는 'Dubai 2033(D33)'이라는 10년 계획을 수립해 스포츠 인프라와 프로그램에 약 63억 달러의 예산을 할당했다. 이 계획에는 테니스 ATP 500 토너먼트, P1 패들 토너먼트, SailGP 요트 대회와 같은 주요 스포츠 이벤트의 개최가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바이의 적극적인 웰니스 정책과 함께 UAE 20~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퇴근 후 헬스장에 가거나 요가 등의 운동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됐다”라며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관련 용품과 서비스 시장도 성장했다”라고 전했다. 미용 분야에서도 자연/유기농 성분 화장품, 할랄 인증 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편, 웰니스는 정신건강 및 자기 관리 트렌드와 결합되어, 스파·명상 애플리케이션 이용이나 홈 뷰티 디바이스 구매처럼 자기 관리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이처럼 UAE의 젊은 소비층은 “아픈 곳 없이 잘 사는 것”을 중요시하며, 이에 따라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수입 제품 강세 속 현지 브랜드 부상, 경쟁 구도 변화
UAE 소비재 시장은 전통적으로 수입 제품의 비중이 절대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석유를 제외하면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탓에 대부분의 소비재를 해외에 의존해 왔고, 이 때문에 각국 글로벌 브랜드들이 경쟁하는 격전지가 돼 왔다. 실제로 UAE는 식료품의 90%를 수입에 의존할 정도로 외국산 제품 비중이 높다. 신선 식품의 경우에도 현지 생산은 과일·채소 소비량의 20% 남짓에 불과하며 나머지를 전 세계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식음료, 패션 의류, 전자제품 등 대부분 분야에서 해외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해 왔다. 특히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외국인 거주자들은 본국에서 즐겨 쓰던 브랜드를 계속 찾는 경향이 커서, 브랜드 인지도와 친숙함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형마트 식품 진열대를 보면 미국·유럽·아시아 각지의 가공식품과 음료가 즐비하고, 전자 매장에는 애플·삼성·소니 등 글로벌 가전이 주류를 이룬다. 패션 시장에서도 Zara, H&M 같은 SPA 브랜드부터 루이비통, 에르메스 같은 명품에 이르기까지 해외 패션 제품들이 소비자의 옷장을 채우는 형국이다.
다만 최근에는 현지 브랜드들의 경쟁력 강화로 지형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식량안보 전략 등을 통해 국산 제품 육성을 장려하고 있다. 작년 정부는 “UAE는 식량의 90%를 수입한다”라며 공공기관에 국산 농축산물 우선 구매를 지시하는 등 자국 생산 확대에 힘쓰고 있다. 민간에서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로컬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앞서 언급한 더 기빙 무브먼트처럼 현지에서 탄생한 패션·뷰티 기업들이 SNS를 통한 마케팅으로 성장하거나, 전통 향수 등 중동 지역 고유 제품이 재평가받는 사례도 늘었다. 예를 들어, Huda Beauty는 이라크계 미국인 후다 카탄이 두바이에서 창업한 화장품 브랜드로, 2013년 인조 속눈썹 상품으로 시작해 세계적 뷰티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브랜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중동 최초로 세포라(Sephora)에 입점한 인디 뷰티 브랜드가 됐고, 현재 기업가치는 1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밖에도 Ajmal과 같은 향수 브랜드는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디자인을 접목해 젊은 층에 어필하고 있으며, Emirates Cosmetics 등 현지 기업도 할랄 인증 화장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 중이다.
식품 분야에서는 Al Ain, Al Rawabi 등 로컬 기업들이 생수·유제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수입 브랜드 일색이던 선반 한편에 “메이드 인 UAE” 제품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수입 브랜드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현지 브랜드들이 지속가능성, 현지화 전략으로 차별화에 나서면서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UAE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고 경쟁이 치열해 신규 브랜드의 생존이 쉽지 않은 곳으로 꼽힌다. 실제로 글로벌 공룡 기업까지 몰려드는 바람에 오프라인 매대 경쟁이 매우 치열하며, 소비자 충성도를 확보하지 못하면 밀려나기 일쑤다. 이에 따라 현지 신생 브랜드들은 온라인 직판, 인플루언서 협업 등을 통해 틈새를 공략하고 있으며, 정부도 스타트업 지원으로 산업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편, 수입 제품과 현지 제품 간 경쟁은 가격대별 시장 세분화로도 나타난다. 고가 프리미엄 시장은 주로 글로벌 명품·럭셔리 브랜드가 선호되는 반면, 중저가 대중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제품이 강세다. 전자제품의 경우 애플의 최신 아이폰이 잘 팔리는 동시에, 예산이 한정된 소비자들은 중국산 스마트폰이나 이전 세대 모델을 찾는다. 패션에서도 에르메스 버킨백 대기 명단이 수개월일 만큼 인기인 한편, 합리적 가격의 패스트패션이나 아웃렛 상품을 선호하는 층도 두텁다. 이러한 양극화 소비 트렌드 속에서 현지 중소 브랜드들은 가성비 전략으로 승부하거나, 반대로 틈새 프리미엄을 노리며 럭셔리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유통 채널 지형: 오프라인 강세 속 온라인 급부상
UAE의 유통 채널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이 주도하고 있으나, 앞서 언급한 대로 온라인 비중이 빠르게 늘며 온·오프라인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마지드 알 후타임(MAF) 리테일 연구소에 따르면, 개인위생용품의 52%, 패션의류의 52%, 생활용품의 47%, 가공식품·음료의 50%에서 소비자들이 온·오프라인 구매를 병행하고 있다. 신선식품의 경우 60%가 매장 직접 구매를 선호해 온라인 장보기보다는 전통 시장 방문이 아직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품군에 따라 다른 소비 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유통 업체들도 상품 특성에 맞춰 채널 전략을 차별화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고객이 직접 보고 사길 원하기 때문에 매장 경험을 강화하고, 대신 가공식품은 정기구독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옴니 채널 전략을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프라인 매장은 여전히 강력한 집객력을 가지고 있다. 두바이몰(Dubai Mall), 몰 오브 디 에미레이츠(Mall of The Emirates) 등 초대형 쇼핑몰들은 명품관과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관광객과 젊은이들을 끌어모으고, 오프라인 매출의 버팀목 노릇을 한다.
두바이몰, 몰 오브 디 에미레이츠의 명품관은 젊은 VIP들의 산책로가 됐고, 주말마다 가족 단위 쇼핑객들로 붐빈다. 이러한 쇼핑몰 문화 덕분에 팬데믹 이전까지 현금결제 위주의 오프라인 소비가 주류였으나, 코로나 이후 모바일 결제와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면서 지금은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해 가고 있다. 디지털 월렛(전자지갑)을 이용한 온라인 결제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61%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결국 UAE 유통시장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를 중요시하는 “양손잡이 전략”이 필요해졌다. 업계는 “온·오프라인 구분 의미가 없어진 옴니채널 시대”라며,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여 언제 어디서나 쇼핑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격대별 소비 패턴 분석: 세일 행사를 놓치지 않는 알뜰족부터 플렉스(Flex) 소비까지
UAE 젊은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소득 수준별로 양극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고소득 전문직이나 에미라티(Emirati) 국적자는 고품질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반면, 중·저소득 외국인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소비자층은 가격 민감도가 매우 높다. 이는 UAE 사회의 독특한 계층 구성과 맞물려 있다. 20~40대라고 해도 월 수천만 원을 버는 젊은 기업가가 있는가 하면, 월 30만 원대 임금을 받는 이주 노동자도 존재한다. 따라서 소비 양태도 명품을 한꺼번에 여러 개 구매하는 ‘플렉스’족부터 세일 기간을 노려 할부로 가전제품을 장만하는 실속파까지 다양하다. 특히 연말과 라마단(이슬람 성월)·이드(Eid, 라마단 종료 축제) 시기에 열리는 대규모 할인 행사는 전 계층을 아우르는 소비 축제로 자리 잡았다. 현지 쇼핑몰들은 블랙프라이데이에 대응하는 “화이트 프라이데이” 할인전을 벌이고, 두바이 쇼핑 페스티벌(DSF) 기간에는 명품부터 생활용품까지 최대 90% 세일을 내건다. “대형 세일 때 자동차와 TV 등 고가 제품을 구매한다”라는 현지 주민의 말처럼,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층은 계획 소비를 통해 지갑을 관리한다.
한편 SNS와 리뷰 사이트를 꼼꼼히 살펴 최적의 가격과 상품을 찾는 스마트 컨슈머들도 많다. 가격 비교 플랫폼과 쿠폰 앱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지 할인쿠폰 앱을 운영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UAE 밀레니얼 세대는 ‘가성비+가심비’를 모두 추구한다”라며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고 싶어 하고, 이를 위해 정보 검색과 커뮤니티 공유를 마다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높은 소득층이라도 가격 혜택을 활용하는데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다. 부유한 에미라티 청년들도 세일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적립 포인트를 챙기는 등 똑똑한 소비를 추구한다. 이는 명품 매장 VIP 고객들도 예외가 아니다. 패션 매거진 VOGUE ARABIA와 명품 브랜드 매니저와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예전엔 에미라티 VIP들이 값은 개의치 않고 한꺼번에 구매하곤 했는데, 요즘 젊은 고객들은 신상품 입고 시기를 노려 가장 먼저 구매하거나, 한정판 리셀가(재판매가)까지 고려해 전략적으로 소비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젊은 세대일수록 정보력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소비패턴을 보이며, 기업들은 이에 맞춰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젊은 층 공략의 핵심 수단이다. SNS상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제품을 소개하면 소비자가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자, 기업들은 유명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신상품 체험기, 바이럴 영상 등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구독 서비스, 한정판 마케팅 등 FOMO(Fear of Missing Out, 놓칠까 두려워하는 심리)를 자극하는 전략도 즐겨 쓰인다. 현지 패션 매거진에 따르면, “UAE 젊은 소비자는 전 세계 최신 트렌드에 밝고 개성이 뚜렷하다”라며 “남들과 다른 소비 경험을 추구하는 동시에 합리적 가격을 중시하는 양면성을 지닌다”라고 진단했다. 기업들은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제품 라인업을 고가부터 보급형까지 다양화하고, 온라인 리뷰 관리와 소셜 미디어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요 기업 사례 연구: 달라진 시장에 대응하는 플레이어들
1. 기존 플랫폼과 신생 플랫폼의 경쟁: 아마존과 눈(Noon) 양강 구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Amazon)은 2017년 중동 최대 온라인 몰이던 수크 닷컴을 인수하며 Amazon.ae로 UAE 시장에 진입했다. 방대한 품목과 프라임 배송 서비스를 앞세운 아마존에 맞서 현지 부동산 재벌 이마르(Emaar) 그룹이 설립한 눈(Noon)은 “지역 소비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토종 플랫폼”을 표방하며 경쟁에 나섰다. 눈은 사우디 국부펀드 등 중동 자본의 막강한 지원을 받아 패션, 전자제품, 식료품까지 범위를 넓혔고, 2018년 이베이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몸집을 키웠다. 젊은 층을 공략한 공격적 마케팅도 눈의 전략이었다. 인플루언서와 연계한 소셜 캠페인, “노란 상자(눈 배송 박스)”를 앞세운 브랜드 친밀도 구축으로 Amazon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UAE 이커머스 시장은 아마존과 눈의 양강 구도 속에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현지 주요 온라인 몰 : Amazon.ae와 눈(Noon)>
[자료: Amazon, Noon 홈페이지]
두 업체는 모두 당일 배송, 멤버십 할인, 자체 브랜드 상품 등을 내세워 젊은 고객층을 붙잡기 위해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광범위한 상품 구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한다면, 눈은 현지화된 상품 구성과 중동 문화에 특화된 서비스로 맞서고 있다”라고 분석한다. 예컨대 눈은 라마단 맞춤 세일, 아랍어 고객지원 등을 강화해 지역 밀착형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이들의 경쟁은 중소 판매업체와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긍정적 효과도 가져왔다. 더 다양하고 저렴한 상품을 원하는 밀레니얼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며, UAE 전자상거래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2. 전통 유통채널의 혁신: 카르푸의 디지털 전환
프랑스계 대형마트 체인 카르푸(Carrefour)는 UAE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 확산에 대응해 과감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며 기존 오프라인 강자의 성공적 변화 사례로 꼽힌다. 카르푸의 중동 운영사인 마지드 알 후타임(MAF)은 팬데믹 직후 온라인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대폭 강화했다. 자체 앱과 웹사이트를 개편해 1시간 내 배달 등의 서비스를 내놓았고, 2021년에는 두바이 최초의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도입해 고객이 비대면으로 온라인 주문 상품을 찾아갈 수 있게 했다. 또한 옴니 채널 전략의 일환으로 매장 내 픽업 존, 온라인 전용 할인 상품 등을 마련해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처럼 활용했다. 그 결과 카르푸는 UAE 내 식료품 이커머스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도 혁신했다. AI 스마트 카트, 전자가격 표시(ESL)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젊은 쇼핑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두바이의 한 매장에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무선 주파수 식별) 기반 스마트 미러를 설치, 고객이 옷을 들고 거울 앞에 서면 사이즈 재고와 코디 정보를 표시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기술에 익숙한 MZ세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매장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카르푸의 이러한 혁신 노력은 전통 유통업체도 디지털 혁신으로 생존과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3. 지역 문화와 트렌드를 접목한 제품: 할랄 뷰티와 퓨전 패션
<디자이너 제작 아바야>
[자료: Vogue Arabia]
패션 분야에서는 전통 의상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퓨전 패션이 주목받는다. 20~30대 에미라티 여성들 사이에서 디자이너 아바야(abaya; 이슬람 전통의상) 수요가 증가하자, 현지 디자이너들은 스트리트 패션과 전통 의상 요소를 결합한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두바이 패션위크에서도 스니커즈에 어울리는 캐주얼 아바야, 친환경 소재 히잡 등이 런웨이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이러한 현지화·퓨전화 전략은 젊은 층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과 글로벌한 취향을 모두 충족시키며 시장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UAE 젊은이들은 세계 시민적이면서도 자신들의 뿌리를 중시한다”라며 “전통과 혁신을 아우르는 제품이 현지 브랜드들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UAE 소비재 시장에서는 이슬람 문화와 현대 트렌드의 접목도 중요한 전략이다. 한 예로 할랄(Halal) 뷰티 제품 시장의 성장이 눈에 띈다. 무슬림 소비자들은 화장품에 알코올이나 돼지 유래 성분이 없는지를 신경 쓰는데, 최근 할랄 인증을 받은 현지 화장품 브랜드들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현지 브랜드 GLAMGALS는 아랍어로 포장에 할랄 인증 마크를 부착해 신뢰를 얻었고, 사프(SAF) 화장품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할랄 콘셉트로 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시사점
UAE 소비재 시장은 20~40대 젊은 소비층이 주도하며, 다국적 구성원들이 활발히 소비 활동을 전개하는 고소득, 고소비 시장이다. 지속가능성, 디지털화, 럭셔리 소비, 웰니스 트렌드가 두드러지는 UAE는 세계적 소비 트렌드의 실험장으로 불릴 만큼 역동적인 시장 환경을 갖추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주요 트렌드를 반영한 맞춤형 전략을 통해 UAE 소비자들에게 보다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으며, 특히 K-뷰티, K-푸드, 스마트 디바이스, 기능성 웰니스 제품 등은 UAE 젊은 소비층에게 경쟁력 있는 상품군으로 평가받는 만큼 적극적인 마케팅과 차별화된 브랜딩 전략을 통해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UAE 소비자들은 높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품질과 브랜드 스토리를 중시하며, 특히 친환경·지속가능성 가치가 포함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포장과 재생 가능 소재를 활용한 제품 개발, 탄소중립 및 지속가능성 인증 획득,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연계한 마케팅 캠페인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UAE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판매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과 협력해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동시에 소셜 미디어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다각화하는 전략 또한 필수적이다. 대형 유통사 및 프랜차이즈 협력을 강화하고, HORECA(호텔·레스토랑·카페) 채널에 진출하는 한편, 프리미엄 백화점 및 부티크 매장 입점, 팝업스토어 및 체험형 마케팅 운영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자료: Vogue Arabia, UAE Carrefour, Mordor Intelligence, BCG, 마지드 알 푸타임(Majid Al Futtaim) 리테일 연구, 현지 주요 언론, KOTRA 두바이 무역관 자료 종합
<저작권자 :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KOTRA의 저작물인 (젊은 인구가 견인하는 UAE 소비재 시장)의 경우 ‘공공누리 제4 유형: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진, 이미지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
1
젊은 프랑스 소비자 중심으로 부는 '매운 소스' 열풍
프랑스 2025-03-20
-
2
디지털과 프리미엄화의 물결, 인도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
인도 2025-03-19
-
3
미국, 월마트는 어떻게 고소득층 고객을 사로잡았나?
미국 2025-03-18
-
4
수직이착륙기 산업의 미래를 보다, 미국 버티콘 2025 전시회 참관기
미국 2025-03-20
-
5
AI 시대를 맞이한 중국 리테일 시장
중국 2025-03-18
-
6
스페인 내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스페인 2025-03-21
-
1
2024 UAE 우주 산업 정보
아랍에미리트 2024-10-28
-
2
2024년 UAE 방산산업 정보
아랍에미리트 2024-09-25
-
3
2024년 UAE 건설산업 정보
아랍에미리트 2024-05-13
-
4
2024년 UAE 전력산업 정보
아랍에미리트 2024-05-13
-
5
2024년 UAE 청정에너지산업 정보
아랍에미리트 2024-04-29
-
6
2021년 UAE 건설 산업 정보
아랍에미리트 2022-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