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방한한 오픈AI 샘 올트먼 CEO는 “AI가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만큼 의료분야가 AI 활용 면에서 가장 기대되는 영역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의료 분야에서 AI 활용이 주목받는 가운데, 체코에서도 의료분야 AI 도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의료 수요 증가 대응, 의료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AI 주목

체코도 고령화*로 의료서비스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젊은 의료진의 해외 유출로 인해 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체코 의학계에 따르면, 매년 의대 졸업생의 30%가 급여 및 근무 환경이 유리한 해외로 유출되고 있으며, 특히 이 중 소아과, 정신과, 일반의 부족이 두드러진 편이다. 향후 20년 내에 환자 수는 두 배로 늘고 상당수의 의료진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의료 인력 부족 문제에 조속히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주: 체코 보건정보연구소(UZIS)에 따르면, ’23년 기준 체코 내과 방문 환자 중 65세 이상 환자 비중은 72%이며, 현지 언론보도(idnes)에 따르면 체코의 내과의사 평균 연령은 64세, 외래 내과의사의 평균 연령은 58세이다.

이러한 의료진 부족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로 AI가 주목받고 있다. 대량의 데이터 분석, 보고서 및 의료기록 작성, 환자 응대 등 분야에서 의료 업무 효율 향상에 이바지할 것이란 기대다. 영상 분석과 진단 정확도 등 의료의 질 향상, 홈 헬스케어, 원격의료, 신규 치료법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 적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의료분야 AI 활용 예시>

[자료: idnes.cz, ekonom.cz]

체코 종합병원의 64% 가 AI 활용

체코 인공지능협회(CAUI) 조사 결과, 체코 종합병원의 64%가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는 주로 대장내시경, 엑스레이 등 영상 진단 장비에 활용되며, 피부과, 병리학 분야에서도 사용 중이다. 의료진 근무시간의 30% 내외를 차지하는 의료 보고서와 진단서 작성같은 행정업무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종합병원 외 250여 개 이상의 일반병원에서도 검진 예약, 처방전 요청 등 업무에 다양한 유형의 고객 응대용 AI(가상 간호사 등)를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체코 인공지능협회 측은 “AI 기술이 질병 조기 발견과 지역 진료 수준 격차를 해소에 도움을 주고, 의료진 업무 부담 완화에도 역할을 한다”라며 “2026년까지 체코 병원의 80%가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지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A사 관계자도 KOTRA 프라하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다수의 AI 기반 의료기기를 도입 중이며, 의료계에서 AI 도입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체코 종합병원에서는 Carebot, Datlowe, MAIA Labs 등 대표적인 체코 AI 기업이 개발한 의료 솔루션이 시범운영을 거쳐 도입되고 있다. 해외기술 활용 사례로는 흐라데츠 끄랄로베(Hradec Králové) 지역병원이 영국 Rayner사의 AI 기반 렌즈(RayOne Galaxy)를 이용한 수술을 시작했다. 아울러 호무토프(Chomutov) 병원은 GE Healthcare의 AI 탑재 CT 기기(Revolution Ascent)를 도입했다.

AI 의료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효용성이 입증되면서 보건부도 의료분야 AI 실무그룹을 구성하고 부처별 전략과 현황을 분석하고 있으며, 향후 체코 내 AI 의료기기와 기술 사용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체코의 AI 기반 의료기기 기업 사례

① Carebot – AI 엑스레이 및 의료영상 분석·진단

2021년 설립된 Carebot은 체코 프라하에 본사를 둔 헬스테크 스타트업으로, AI 및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흉부 엑스레이(CXR)와 유방촬영술(MMG) 영상 분석 솔루션을 제공한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유방암, 폐암, 골절 등 질환 관련해서 기존 진단 대비 30% 많은 이상 소견을 포착할 수 있다고 한다. Carebot 관계자는 "체코에서는 매년 3백만 건 이상의 흉부 엑스레이가 촬영되며, 의사들은 방대한 양의 영상을 분석해야 한다. Carebot은 의료진이 놓칠 수 있는 종양 위험을 감지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라고 설명했다.

Carebot은 2024년 흉부 엑스레이 진단 제품 'Carebot AI CXR'에 대해 EU MDR Class IIa 인증을 획득한 바 있으며, 현재 이 제품을 체코 내 40여 개 병원 포함, 유럽 5개국 100여 개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체코 타보르(Tabor) 병원에서는 폐 엑스레이 진단에 Carebot을 사용하고 있고, 모라비아 실레지아 지역(Krnov, Opava, Frýdek-Místek, Třinec, Karviná) 내 여러 병원의 방사선 진단과에서 Carebot 시스템을 구축해 활용 중이다. 동 시스템을 도입한 모라비아 실레지아 지역 보건당국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엑스레이 검사 건수는 25% 증가했으나 방사선과 의사 수는 그대로이며, AI 기술은 방사선과뿐만 아니라 매순간 판독이 중요한 응급실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② Datlowe – AI 기반 감염관리 및 약물 위험 분석

2014년 설립된 Datlowe는 AI 및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한 의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원내감염(HAI: Healthcare-Associated Infection) 자동 감지 시스템인 'HAIDI'가 주력 제품이다. 체코에서는 매년 원내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약 1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현지 병원들은 감염 예방에 힘쓰고 있는데, 'HAIDI'를 도입할 경우 감염 관리 업무 시간을 최대 80% 단축할 수 있다. 현재 우스티 나드 라벰 지역의 7개 공공병원에서 HAIDI를 도입했으며, 체코 최대 병원인 프라하 모톨병원 포함, 체코 내 병상의 30% 이상에서 HAIDI를 활용하고 있다. 

한편, Datlowe는 최근에 환자의 약물 합병증 위험 및 약물 상호 부작용 등을 분석해 관련 업무를 최대 90% 줄여줄 수 있는 MERIE 시스템도 출시했다.

③ MAIA Labs – AI 내시경 영상 분석

2022년 설립된 MAIA Labs은 체코 브르노에 본사를 둔 의료 기술 스타트업으로, AI 기반 내시경 영상 분석장치를 개발했다. 주제품인 ColoMaia는 내시경 타워에 마이크로컴퓨터 내장 장치를 부착해 발견된 사항을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표시하며, 중요 통계자료를 저장하고 검사결과 보고서도 작성한다.

대장암은 유럽에서도 발병률이 높은 암 중 하나지만, 통계에 따르면 약 20%의 대장암 소견이 발견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ColoMaia는 대장 용종(Polyp) 검출률을 40% 이상 향상할 수 있어, 최근 체코의 흐라데츠 끄랄로베와 클라드노(Kladno)를 비롯한 다수의 종합병원과 슬로바키아 의료시설에서 사용되고 있다.

④ Aireen – AI 망막 이미지 분석

2018년에 설립된 Aireen는 AI 기반으로 디지털 망막 이미지를 분석해 당뇨로 인한 망막 손상을 진단하는 의료기기를 개발했다. Aireen의 제품은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의 발병 초기 단계를 감지할 수 있어, 현재 체코 내 40개 당뇨 클리닉에서 매월 1천 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안과 검진을 통해 신경계 질환(파킨슨, 알츠하이머), 심혈관계 질환(고혈압, 세동), 만성 신장 관련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도 연구 중이라고 한다.

* 당뇨망막병증: 당뇨 합병증으로 지속적인 고혈당으로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는 질환

** 황반변성: 눈 안쪽 망막 중심부에 있는 황반부에 변화가 생겨 시력장애가 생기는 질환

⑤ Kardi AI – AI 기반 심전도 모니터링

체코 올로모우츠에 본사를 둔 Kardi AI는 AI 및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심전도(ECG) 모니터링 솔루션을 제공한다. 웨어러블 트래커(워치, 가슴 스트랩)로 수집된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부정맥 등 이상 징후를 감지하며, 특히 7가지 유형의 부정맥을 감지해 기존 심전도 측정보다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다. 현재 EU 의료기기 인증 획득을 위해 MDR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며, 오스트라바 대학병원 등 여러 의료기관에서 해당 제품을 활용하고 있다. 기업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자사 기술을 사용하는 의사 수가 3배로 늘어나는 등,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⑥ AI 기반 정신건강 관련 기업

정신건강은 치료 수요 증가로 체코 보건부가 관심을 갖고 예산 비중을 확대하는 분야 중 하나다. 특히, 젊은 층의 정신과 치료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 10년간 정신과 치료 수요는 75% 이상 늘었다. 반면, 정신과 의사는 부족한 상황으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AI 기반 정신건강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활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프라하에 본사를 둔 Upheal사는 정신건강 전문가를 위한 AI 기반 플랫폼을 개발했다. Upheal은 상담 내역을 자동 기록하고, 대화 비율과 감정 추이 분석 통계를 제공하며, 플랫폼을 통한 치료 계획과 상담 일정 관리도 가능하다. 또한, 이 외에도 VOS.health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AI 기반 디지털 정신건강 관리 애플리케이션(VOS.health)과 AI 심리 상담 애플리케이션 ChatMind를 출시해 현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⑦ 의료 행정업무 관련 AI 기업

그 외 다양한 산업에서 적용되는 AI 기반 고객 응대, 데이터 분석 등 기술이 의료분야에도 적용돼 행정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자료: Lupa.cz]

시사점

체코 의료계는 의료 인력 부족에 대응하고 업무 효율성을 향상하기 위해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의료 분야 전반에서 AI 활용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인 만큼, 영상 진단과 생체신호 분석 등 우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활용한 현지 시장 진출도 기대된다.

한편, AI 기술 적용 의료기기도 체코 포함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인증 획득이 필수인바, EU MDR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아직 AI 치료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이 제한적이며, 체코 보건부에서 관련 규정을 구체화하지 않은 점은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아울러 현지 의료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의료진 및 환자의 AI 활용에 대한 신뢰 구축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입지를 이미 확보해 둔 현지 기업과 제휴를 맺어 진출을 꾀하는 방안도 고려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 novinky.cz, idnes.cz, hn.cz, ekonom.cz, denik.cz, lupa.cz, KOTRA 프라하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