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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운하, 미·중 경쟁의 새로운 무대
- 통상·규제
- 파나마
- 파나마무역관 박준범
- 2025-03-06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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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운하는 전 세계 해상 무역량의 3%에 달하는 중요한 해상 운송로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에 트럼프 대통령 압박 수위 높여
양국 간 경쟁 고조되며 운하 운영의 향방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 높아져
파나마 운하 개요
170개의 이용 국가, 180개의 해로, 1920개의 항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는 세계를 보다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연간 약 1만3000~1만4000척의 선박이 통과하며, 전 세계 해상 무역량의 약 3%를 차지하고 있다. 운하는 1904년 미국이 프랑스로부터 공사를 인수하여 1914년에 완공하였다. 1914년 운하 개통 이후 운하를 건설한 미국은 관리와 운영을 맡았으나 1977년 양국이 체결한 ‘토리요스-카터 조약’에 따라 1999년 12월 31일부로 운하는 파나마 정부에 완전히 이양되었다. 운하의 운영권이 파나마로 넘어간 이후, 파나마 운하청(ACP)이 이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안정적인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
※ 참고
- 운하 이용 선박의 70%는 파나맥스급(폭 약 32m), 약 30%는 네오파나맥스급(폭 약 49m)이 차지
- 파나맥스 선박별 비중(%) : 캐미컬 탱커(25.7), 벌크선(15.9), 컨테이너선(14.4), 차량운반선(10.9)
- 네오파나맥스 선박별 비중(%) : 컨테이너선(63.1), LPG운반선(27.5), LGN운반선(4.0)
운하는 파나마 경제에 있어 중요한 수입원이다. 매년 수십억 달러의 통행료를 벌어들이며, 이는 파나마 국내총생산(GDP)의 약 6%를 차지한다. 또한 이곳은 아시아-미국 동부 해안 간 무역에 있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경로로 사용되어 많은 나라가 운하의 운영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4년 기준 파나마 운하 이용량의 9.4%를 차지하며 미국(74.7%), 중국(14.6%), 일본(14.6%) 다음으로 4번째로 파나마 운하를 많이 이용한 국가였다.
<2024년 화물 출발지 및 목적지별 상위 5개국>
[자료: 파나마 운하청]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경쟁과 논란
2024년 12월 22일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당시 당선인)이 미국이 파나마 운하를 되찾아야 한다고 언급하며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둘러싼 국제적 논쟁이 점화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를 되찾기 위해 군사적 혹은 경제적 압박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며 이를 둘러싼 양국의 경쟁은 급속도로 고조되었고 파나마 운하는 비단 파나마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이용하는 만큼 파나마를 넘어 국제사회에서도 큰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급진적인 발언은 파나마 운하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기업들이 파나마 운하의 주요 항구 운영을 맡고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이 운하를 통제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특히, 중국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상 경로를 장악할 경우, 미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이러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대변하듯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국 국무장관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파나마를 선택했다. 그는 2월 2일 대통령궁에서 물리노 대통령과 회담을 가지며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이는 국제관계에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고 운하 운영에 대한 중립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파나마 정부의 입장은 한결같다. 1월 10일 파나마 언론(La Prensa)에 따르면, 하비에르 마르티네스 아차(Javier Martinez Acha) 파나마 외무장관은 “파나마 운하에 대한 주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 파나마 운하는 인류 전체를 위해 운영되고 있으며 어느 한쪽에 편파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라고 언급하며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조정하고 있다는 트럼프 당시 당선인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한 파나마 호세 라울 물리노(José Raúl Mulino) 대통령은 1월 21일부터 3일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제55차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운하 관련) 모든 발언을 전적으로 거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물리노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파나마 운하는 40개국 이상이 지지하는 국제조약(파나마 운하의 영구적 중립성 및 운하에 관한 조약)에 따라 관리된다고 설명하며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지난 2월 5일, “미국 정부 소유 선박에 대한 파나마 운하 통행료 면제”에 합의하였다고 발표하였으나 파나마운하청은 곧바로 “운하의 통행권이나 통행료와 관련하여 변경된 내용이 없다”고 이를 반박하며 양국의 긴장 상태는 날이 갈수록 고조되는 모양새이다.
커져가는 미국과 파나마의 경쟁과 관련하여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중국은 파나마 운하의 운영에 절대 개입한 적이 없으며 파나마 운하에 대한 파나마 주권을 항상 존중”해왔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또한 “미국은 파나마의 정치적 독립성이나 영토 주권을 훼손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경쟁을 둘러싼 진실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이유는 파나마의 주요 항구 5개 중 2개를 중국(홍콩) 기업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나마 포츠 컴퍼니(Panama Ports Company)라는 회사가 발보아 항구와 크리스토발 항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파나마 포츠 컴페니의 모회사가 중국(홍콩)기업인 CK 허치슨 홀딩스이다. 동사는 1997년부터 항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계약 당시에는 미국에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상황은 2020년, 홍콩에 국가보안법이 적용되면서 급변했다. 홍콩 기업이 중국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되면서 미국 정부의 우려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파나마 운하 5개 주요 항구 운영 현황>
연번
이름
위치
운영회사
국적
‘24년 처리물량
영업 현황
1
Puerto de Manzanillo (MIT)
(만사니야 항)
대서양
SSA Marine
미국
3,500,000 TEU
5개 대륙 약 250개 지점
2
Puerto de Balboa
(발보아 항)
태평양
Panama Ports Company
(CK Hutchison Holdings)
중국
(홍콩)
2,300,000 TEU
24개국 53개 항만
3
Puerto de Colón
(콜론 항)
대서양
Evergreen
대만
1,500,000 TEU
80개국 240개 항만
4
Puerto de Rodman
(로드만 항)
태평양
PSA 인터내셔널
싱가포르
1,300,000 TEU
16개국 40개 터미널
5
Puerto de Cristóbal
(크리스토발 항)
대서양
Panama Ports Company
(CK Hutchison Holdings)
중국
(홍콩)
1,380,400 TEU
24개국 53개 항만
[자료: 현지언론 La Prensa]
이 외 미국이 파나마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져 가고 있다고 우려하는 요소가 더 있다. 19세기 파나마 철도 공사를 위해 유입된 중국인은 현재 파나마 인구의 5%에 달하며 이는 중남미 내 최대 비율에 해당한다. 또한, 파나마는 라틴아메리카 최초로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이기도 하다.
파나마 운하의 군사적·경제적 중요성이 다시금 커진 것도 미국의 우려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지미 카터 대통령이 1977년 운하를 파나마에 반환할 당시에는 항공모함이나 대형선박이 통과하기 어려워 지정학적 중요성이 높게 평가받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운하 확장 공사를 통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운하를 통과할 수 있게 되었으며 미국 군함의 통과 또한 가능해졌다.
향후 전망과 국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회담 후, 파나마 물리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일각의 시선을 일축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회담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우호적인 분위기 아래 진행됐다"고 밝히며, 지난 2017년 파나마와 중국 정부 사이에 체결된 “경제협력 실크로드 및 21세기 해양 실크로드(일명 일대일로)” 협력 MOU를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월 20일 부로 파나마 감사원(Contraloria)은 발보아 항구와 크리스토발 항구를 관리하는 허친슨의 자회사 PPC(Panama Port Company)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감사원은 물동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PPC가 창출한 경제적 이익은 미미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확한 재무 보고서 제출과 계약사항 이행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파나마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의 강한 압박에 한발 물러서는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국과 파나마 정부의 협상이 원만히 해결될 수도 있으나 반미 시위나 항만 종사자의 파업으로 번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제 정세를 면밀히 파악하여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 대체 항로 탐색 등 기민한 대처가 필요할 것이다.
자료: 현지언론(La Prensa), 파나마운하청(ACP)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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