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게임 시장 현황

스페인의 비디오게임 시장이 고공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스페인 국민은 실내보다 야외에서의 활동을 즐겨, 그간 게임은 마니아층에 국한된 놀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초고속 유무선 인터넷 인프라 보급과 함께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게임 인구가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야외 활동이 제한됐던 코로나19 이후로 각종 온오프라인 게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스페인 비디오게임협회(AEVI)에 따르면, 스페인의 게임 시장 규모는 2021년 17억9500만 유로에서 2022년 20억1200만 유로로 12.1% 늘어났으며, 2023년에는 23억3900만 유로를 기록해 전년 대비 16.3% 대폭 성장했다.

스페인 게임 시장의 변화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성별 및 연령별 게이머 인구 비중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주기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스페인의 게임 인구수는 2023년 기준 2005만 명으로, 이 중 남자와 여자 비중은 각각 51%, 49%로 남녀 간 차이가 매우 근소하다. 게임을 가장 많이 즐기는 연령대는 25~34세로 전체 게임 인구 중 22%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15~24세(20%), 35~44세(20%)가 따랐다. 눈에 띄는 점은 게임이나 인터넷 사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여겨지는 45~64세의 게임 인구 비중이 19%로 젊은 세대와 격차가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스페인 연령별 게임 인구 비중(2023년)>

(단위: %)

주: 스페인 비디오게임협회의 연령별 비디오게임 인구 비중 합계는 99%로 발표됨

[자료: 스페인 비디오게임협회(AEVI)]

스페인 게임 업계 트렌드

스페인의 게임 시장은 콘솔게임 비중이 PC게임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이는 PC게임의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은 한국 시장과 대조된다. 스페인 비디오게임협회에 따르면 2023년 스페인 내에서 판매된 비디오게임 수는 650만 개인데, 이 중 콘솔게임 비중이 98.9%에 달하며 PC게임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연령층으로 봤을 때도, 콘솔게임은 PC에 비해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사랑받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15~24세 게이머들은 콘솔게임보다 PC게임을 더 많이 즐기는 것으로 확인된다.

<스페인 연령별 콘솔 및 PC 게이머 비중(2023년)>

(단위: %)

[자료: 스페인 비디오게임협회(AEVI)]

2023년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비디오게임을 살펴볼 시, 스페인 게이머들은 스포츠, 어드벤처, 액션과 관련된 장르의 게임을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즐겨하는 게임은 콘솔 전용 또는 콘솔/PC 겸용이 대부분이며, PC 전용 게임은 인기가 비교적 낮은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스페인 게이머들이 즐겨하는 게임의 개발사들은 대부분 미국(Electronic Arts, Avalanche Software 등), 일본(Nintendo)계 기업인 것으로 확인된다.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비디오게임 TOP10(2023년)>

[자료: 스페인 비디오게임협회(AEVI)]

또 주목해야 할 부분은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타티스타(Statista)가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앙케트 조사를 시행한 바에 따르면, 스페인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게임용 기기는 스마트폰으로 응답자 중 51%가 주기적으로 스마트폰게임을 즐긴다고 응답한 바 있다. 그에 반해, 콘솔이나 PC를 통해 게임을 즐겼다고 응답한 비중은 각각 33%, 32%를 기록했다. 스페인 비디오게임 잡지사인 호비콘솔라스(HobbyConsolas)가 선정한 2023년 최고의 안드로이드 게임 TOP10을 분석해 봤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해당 게임 개발사의 국적이 미국과 일본에 한정되었던 콘솔 및 PC게임과는 달리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캐나다 등으로 다양하다는 점이다. 또한,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의 고유한 특성상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한 게임도 인기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HobbyConsolas가 선정한 최고의 안드로이드 게임 TOP10(2023년)>

[자료: HobbyConsolas]

전망 및 시사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페인에서 비디오게임 시장은 전 연령층에게 사랑받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스페인 전자상거래 기업인 피씨컴포넌테스(PcComponentes)의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국민 중 여가 시간에 SNS를 하거나 영화를 보기보다, 게임을 하거나 게임 관련 콘텐츠(게임 경기 방송 등)를 보는 것을 선호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과거에는 게이머의 이미지가 다소 폐쇄적인 이미지였다면, 최근에는 게임이라는 취미를 가족,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이 이들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추세다.

각종 비디오게임 및 관련 용품을 판매 중인 G사 매장에서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과거에는 주요 고객이 10~20대 남성이었으나, 최근에는 30대 이상 및 여성 소비자들의 방문이 눈에 띄게 늘어났음을 답했다. 또한, 온라인 게임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으며, 콘솔게임의 경우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즐길 수 있는 어드벤처 또는 스포츠 장르의 게임이 많이 출시돼 있어 주기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고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 중인 스페인 게임 산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스페인은 역사, 문화, 언어, 경제적으로 중남미 지역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어 신규 게임 런칭 시 스페인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위해 스페인을 홍보 거점 국가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스페인에서 각종 소비재 제품을 판매 중인 기업들은 판촉 활동의 하나로 게임 관련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마케팅 활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방안은 스페인에서 개최하는 게임 관련 박람회에 전시기업이나 스폰서 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이다. 스페인의 가장 큰 규모의 게임 박람회는 게이머지(Gamergy, 링크 참고)로 매년 12월 마드리드 국제전시장(IFEMA)에서 개최되며, 2023년에는 7만 명에 가까운 방문객이 박람회를 찾았다. 

자료: 스페인 비디오게임협회(AEVI), HobbyConsolas, PcComponentes, 비디오게임 판매 매장 G사, 현지 언론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