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스포츠, 비어 바이크, 음식 배달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벨기에에서 자전거는 다양한 경제 부문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으로, 단순한 탈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자전거 보급률이 높은 축에 속하는 벨기에에는 자전거 한 대와 충분한 체력만 있으면 어디든 제약 없이 갈 수 있을 정도로 자전거 도로가 잘 구축돼 있다. 이와 같은 탄탄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최근 벨기에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여러 양조장을 도는 이른바, ‘자전거 양조장 투어’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어 이에 대해 살펴봤다. 

여행 트렌드 변화로 자전거 투어 인기 급상승 추세

에너지 위기 및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지속 가능한 대안을 선택하는 벨기에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소비자 트렌드는 관광 산업으로도 확산해 최근 몇 년 동안 벨기에 내에서는 친환경적인 여행 수단인 자전거를 이용한 투어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지 언론 브뤼셀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벨기에 자전거 협회 프로벨로의 자전거 관광 프로젝트 매니저 샬롯 마사게는 "야외 활동이 제한됐던 코로나 팬데믹 위기 이후 아웃도어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이와 같은 인기에 한몫한다"고 언급했다. 벨기에 여행 업계에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전거를 이용한 새로운 관광 상품과 자전거 투어 전용 가이드북 등을 선보이며 팬데믹 동안 크게 위축됐던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편, 벨기에 지자체 및 자전거 협회에서도 탄탄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지역 및 전국 규모의 자전거 여행 코스를 개발하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벨기에, 자전거로 떠나는 양조장 투어가 뜨고 있다

자전거 여행은 온실가스 배출이 없어 환경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여기에 맥주를 더한다면, 여행의 즐거움은 배로 늘어날 것이다.

벨기에에서 와플, 감자튀김만큼의 위상을 자랑하는 음식 중에 맥주를 빼놓을 수 없다. 맥주 문화가 발달한 벨기에에는 1500가지가 넘는 다양한 맥주가 있다. 벨기에 맥주는 품질이 뛰어나고 종류 및 브랜드마다 각각 고유한 맛과 향이 살아있어 벨기에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지역이나 마을 단위로 생산하는 특산 맥주와 중세부터 맥주를 빚으며 전통의 맥을 잇고 있는 수도원의 존재는 벨기에 맥주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빛내준다. 아직까지 맥주를 생산하는 트라피스트회 수도원은 전 세계적으로 11곳밖에 되지 않는데, 이 중 무려 5곳을 벨기에가 보유하고 있다. 이런 맥주 강국의 위상과 높은 자전거 이용률을 바탕으로 벨기에에서는 자전거로 떠나는 양조장 투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동플란더스(Oost Vlaanderen)주의 와스란트(Waasland)에 거주하고 있는 G 씨는 2006년부터 약 20년 가까이 지역 자전거 동호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여가 시간 대부분을 자전거 위에서 보낸다는 G 씨는 브뤼셀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벨기에 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벨기에 전역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소규모 양조장 및 수도원을 도는 지역 관광 상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G 씨는 “맥주는 일반적인 크기의 맥주잔이 아닌 작은 시식용 잔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마시고 취할 걱정은 전혀 없다”라며 "자전거를 이용한 양조장 투어에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투어 패키지는 보통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B&B 숙박, 양조장 견학 및 맥주 시식, 잘 설계된 자전거 루트를 따라 주변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것으로 구성된다. 당일 여행도 가능하지만, 많은 벨기에인은 양조장이 위치한 마을에 하루 이상 머무르는 일정을 선택해 해당 지역의 문화와 주변의 자연경관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것을 선호한다. 한편 벨기에에서 자전거 여행을 위한 루트는 여행 업체 외에도 벨기에 지역별 관광청, 벨지안 바이크 투어즈(Belgian Bike Tours) 등 자전거 업계 및 지역 숙박업체, 모바일앱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VisitFlanders의 자전거 여행 루트 목록> 

[자료: VisitFlanders 홈페이지]

또한, 테마를 선택해 기존의 루트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루트 유(Route You)와 같은 전용 앱을 이용해 자신만의 루트를 개척할 수도 있다. 해당 앱에서는 여행 일정 외에 노선별 추천 숙소 및 관광지, 종류별 자전거 대여 비용 등의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Route You의 자전거 여행 루트 설정 페이지>

[자료: Route You 홈페이지]

자전거를 이용한 양조장 투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한다. 투여 참여자가 단지 양조장만 방문하는 것이 아닌 해당 지역 내에서 숙박, 식사, 문화 및 여가 활동 등 다양한 소비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벨기에에서 여행이란 점과 점 사이의 이동이 아니라, 점과 점 사이를 잇는 연결선 위에 놓인다. 촘촘한 거미줄처럼 벨기에 전역을 연결하는 전용 도로를 따라 자전거로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목이 마르거나 출출해진 여행자는 지역 특산 음식이나 맥주를 사기 위해 흔쾌히 지갑을 열 것이다. 한편, G 씨에 의하면, 보스 트레블(VOS Travel)이라는 현지 업체에서는 고객이 자전거로 여행을 즐기는 동안 다음 숙박업체로 짐을 대신 옮겨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프라 개선과 자전거 부문 투자로 국외 관광객 유입 증가 전망 

유로벨로 자전거 노선 중, 총합 1000km가 넘는 3, 4, 5, 12, 19번 노선이 벨기에를 통과한다. 왈롱 지역 노선 대부분을 라벨(RAVeL) 네트워크를 따르는 3, 5, 19번 노선이 지난다. 플랜더스에서는 4, 12번 노선이 해안을, 19번 노선이 뫼즈(Meuse) 강을 따라 이어지며, 브뤼셀에서는 유로벨로 5번 노선이 주요 관광명소를 연결하고 있다. 각 국가에는 유로벨로 노선이 원활히 운영되도록 보장하고 여행객의 문의에 대응하기 위한 코디네이터가 있는데, 벨기에에서는 ‘프로벨로(ProVelo)’가 이를 담당하고 있다.

<유럽의 유로벨로(EuroVelo) 자전거 노선>

[자료: EU 집행위]

<벨기에 내 EuroVelo 자전거 노선>

[자료: EuroVelo 홈페이지]

최근 몇 년 동안 벨기에를 지나는 유로벨로 자전거 노선에 연결된 신규 장거리 노선을 증축한 바 있다. 플랜더스 지역은 14~18번 노선, 예술의 도시(Cities of Art), 그린벨트(Green Belt) 등 테마별 노선을 늘리고 있는 추세며, 왈로니아는 1500km에 달하는 자갈길과 9개의 지역 노선, 3개의 유로벨로 노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브뤼셀도 2022년 브뤼셀 내 주요 네트워크와 유로벨로 5번 노선의 표지판 세우는 등 자전거 여행을 장려하기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

한편,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벨기에와 국경을 접하는 주변 국가에서도 자전거 관광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며, 이에 세 국가의 교차 지점에 높인 벨기에 내 국외 자전거 관광객 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왈로니아 지역의 관광 홍보 기관 비짓 왈로니아(Visit Wallonia)의 폴린 벨폰타인은 "벨기에 및 다른 유럽 국가들의 자전거 부문 투자 확대를 고려할 때, 향후 몇 년 동안 자전거 관광객 수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료: EU 집행위, EuroVelo, ProVelo, Route You, The Brussels Times, KOTRA 브뤼셀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