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스페인 경제 분석

2023년 스페인 경제 성장률은 전년대비 2.5%를 기록해 EU 평균 성장률(0.5% 잠정)을 훌쩍 뛰어넘는 결과를 거두었다. 이는, 2023년 하반기 들어 물가가 대체적으로 안정을 되찾았으며, 임금 인상 효과로 인해 민간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대폭 증가한 점이 스페인 경제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2023년 스페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8,517만 명으로 전년대비 18.9% 증가했으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2019년 8,351만 명을 뛰어넘어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스페인 연간 외국인 관광객 유입 규모>

[자료원: 스페인 통계청(INE)]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페인의 경제 성장률은 둔화되는 추세이다. 2020년 스페인의 경제는 코로나19 여파로 전년대비 11.2% 대폭 하락한 뒤, 2021년에는 기저효과로 6.4% 상승했다. 그 이후, 경제 성장률이 2022년에는 5.8%, 2023년에는 2.5%로 매년 낮아졌다. 이러한 경제 성장 둔화 요인으로는 국제 유가 급등, 반도체 수급 대란, 글로벌 공급망 경색, 물류 비용 상승, 고물가 장기화 등 여러 악재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며 스페인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스페인 분기별 GDP 성장률 추이>

(단위: %)

[자료원: 스페인 통계청(INE)]

스페인 경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산업생산활동 저하이다. 2023년 스페인의 산업생산지수는 전년대비 1.4% 감소했다. 이러한 마이너스 성장은 2023년 4월을 기점(전년동월대비 4.2% 감소)으로 본격화되어 연말까지 지속되었다. 이렇게 스페인의 산업생산 활동이 위축된 것은 독일 등 인근 EU국가들의 경기침체로 인해 수출활동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페인 월별 산업생산활동 증감률(’23)>

(단위: %)

[자료원: 스페인 통계청(INE)]

다만, 스페인 경제에서 가장 부담이 되었던 요인인 고물가는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 스페인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2020년 한때 0.3%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이 후 2021년 3.1%, 2022년 8.4%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3년에는 국제유가 및 글로벌 공급망이 다소 안정되며 물가 상승률이 3.5%로 예년보다는 높은 수준이나 대체로 안정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 연도별 물가상승률 추이>

(단위: %)

[자료원: 스페인 통계청(INE)]

스페인 국가 성장률 둔화는 무역 부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23년 스페인 전체 교역 규모는 8,735억 달러로 전년대비 1.9% 감소했다. 수출의 경우, 2020년 3,015억 달러에서 2022년 4,078억 달러로 동 기간 중 금액이 35.3%로 대폭 증가했으나, 2023년에는 수출액이 1.7% 성장하는 데에 그쳤다. 수입액은 2020년 3,166억 달러에서 2022년 4,830억 달러로 52.6% 증가했으나, 2023년에는 금액이 전년대비 5.0% 감소했다.

<스페인 연도별 수출입 추이>

(단위: 백만달러)

[자료원: Datacomex(스페인 산업통상관광부 무역통계)]

2024년 스페인 경제 전망

2024년 스페인 경제 성장률은 전년에 비해 둔화되나 유로존 평균을 상회하는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IMF가 전망하는 2024년 스페인 경제 성장률은 1.5%로 전년대비 1.0%p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유로존 평균(0.9%)은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 둔화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기준금리 조정 효과가 통상 1~2년 뒤에 나타남을 감안하면, 2022년 7월부터 인상되기 시작한 기준금리에 대한 여파가 2024년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 등 여러 지정학적 위기가 지속되고 있어 글로벌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불안정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박이 2024년에 지속되거나 심화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그밖에, 스페인의 주요 수출대상국인 인근 EU국가들의 저성장이 2024년에도 지속되며 스페인의 수출 및 생산활동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스페인의 주요 경제 분석 기관인 BBVA 리서치는 2024년 3월 금년 스페인 경제 성장률을 기존 1.5%에서 2.1%로 상향해, 향후 여러 대내외 요인에 따라 스페인 경제 성장률 둔화 속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BBVA 리서치의 경우, 경제 성장률 상향 요인을 1) 스페인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 증가와 이민자 증가에 따른 소비시장 활성화, 2) 기업 경쟁력 회복으로 인한 서비스 수출 확대, 3)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 4)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소비 및 투자 확대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스페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가운데, 새로운 산업 성장 원동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정부 정책의 향방이 스페인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 정부는 EU집행위로부터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총 1630억 유로의 경제회복기금을 약속 받았으며, 이를 활용해 친환경, 디지털화, 에너지, 농식품 등 국가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프로젝트에 투자 중에 있다. 해당 경제회복기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REPowerEU(대외 에너지 의존 중단 및 친환경 전환 가속화를 위한 EU 계획) 예산의 경우, 스페인은 2024년 말까지 256억 유로의 기금(보조금 및 저금리 융자)을 확보하였다.

한편, 2023년 이후 심화되고 있는 스페인의 불안한 정치환경이 국가 경제 및 산업 정책 수립에 방해 요소가 될 수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2023년 11월 총선에서 사회노동당(PSOE, 중도좌파)과 수마르(SUMAR, 극좌파), 분리독립주의 지방정당으로 구성된 좌파 연합이 하원 의석 수 과반을 확보해서 정부를 출범했다. 그러나 연정의 조건인 사면법 제정을 놓고 논란이 야기되고 있고,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한 여건이 쉽지 않다. 스페인 정부는 지지 의석 수 부족으로 2024년 국가예산안을 승인 받지 못했으며, 결국 2024년 3월 13일 산체스 총리는 2024년 국가예산안 승인을 포기하고 2025년 국가예산안 편성 준비에 나설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이러한 경우, 법령에 따라 2024년 스페인 국가예산은 전년과 동일한 방식으로 유지된다).

전망 및 시사점

대스페인 수출 활동에 있어 2024년은 우리기업들에게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페인의 산업생산활동이 위축되어 각종 산업용 중간재나 원자재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는 우리기업들의 대스페인 주요 수출품목인 철강, 합성수지, 석유화학, 플라스틱 제품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저성장이 우려되는 시기에는 현지 바이어들이 먼 지역에서 제품을 대량 구입하는 것보다, 납기가 빠르며 물류 비용이 낮은 EU 내 다제품 소량구매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해, 우리기업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대책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수출 중이거나 수출을 희망하는 지역에 물류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바이어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KOTRA에서는 해외 현지에 독자적으로 물류센터를 구축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현지 KOTRA 협력물류회사의 창고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사업인 ‘해외공동물류센터’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다.

또한, 스페인 정부가 막대한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투입해 어떠한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지 파악함으로써, 단독 또는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정부 지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스페인 정부는 2021년부터 PERTE(페르테, 경제 회복 및 전환을 위한 전략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전략산업을 지원 중에 있다. 스페인 정부가 현재 지원 중인 산업은 대표적으로 전기차, 의료인프라 현대화, 재생에너지/그린수소/에너지 저장, 농식품, 순환경제, 조선, 우주항공, 반도체 등이 있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PERTE 홈페이지(https://planderecuperacion.gob.e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료원: 스페인 통계청(INE), Datacomex(스페인 산업통상관광부 무역통계), IMF, BBVA 리서치 및 현지 언론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