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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캐나다 시장 진출 팁, ‘빠름보다 중요한 것’
  • 외부전문가 기고
  • 캐나다
  • 밴쿠버무역관 이성은
  • 2023-11-22
  • 출처 : KOTRA

'빠름'과 '느림'의 문화적 차이 인식

신속한 거래보다 신뢰와 소통 기반의 관계 형성이 중요

현지시장 및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지 맞춤 마케팅 전략을 구축해야

Allen Chung(알렌정), 북미 진출 컨설팅 기업 ALC21 대표




필자는 1997년부터 캐나다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국계 캐네디언으로 2009년부터 한국 브랜드 F사의 북미 총판을 맡아 아마존 등의 온라인 창업을 시작했으며, 현지 유태인계 유통사 부사장으로 시어스와, 코스트코, 월마트 등 대형마트들과 거래했다. 2017년부터 북미법인 ALC21을 통해 북미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의 브랜드 컨설팅 및 진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한국에서 열린 ‘북미시장 진출 전략’ 세미나에서 강연 중인 알렌정 대표>

[자료: ALC21]


캐나다 국적으로 살고 있지만 한국을 자주 방문하면서 매번 느끼는 한국인들만의 특성이 하나 있다. 바로 무엇이든 굉장히 ‘빠르다’라는 것이다. 어디에서나 인터넷이 빠르게 터지는 나라, 첨단 유행이 가장 빠르게 퍼지는 나라, 서비스센터에서도 음식점에서도 모두가 기민하고 빠른 나라로 한국은 유명하다. 오죽하면 국가번호조차도 '+82'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빠름은 한국 사회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미리 준비하고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런 기민함과 빠름을 흡수한 문화가 매번 장점으로 작용하지만은 않는다는 걸 느낄 때도 있다. 이를테면 한국의 여러 매장이나 서비스센터 등에서 접하는 직원들의 태도가 그렇다. 그들은 언제나 고객의 요구를 빠르게 처리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집중하는 듯하다. 조금 느려도 좋으니 나라는 손님에게 온전히 집중해주길, 조금 더 진중하고 적극적인 소통으로 응대해주길 원할 때, 빠르지만 무표정한 응대를 볼 때면 왠지 마음이 씁쓸해지고 마는 것이다. 볼일을 다 봤으면 빨리 자리를 비워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압도돼 손님으로서 의미있고 가치 있다는 기분을 느낄 새가 없을 때가 많다.


캐나다, ‘느림’의 문화 속에서 중시되는 소통과 신뢰


25년 넘게 내가 몸을 담아 온 캐나다의 문화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캐나다에 조금이라도 있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캐나다는 서비스센터에 제품 A/S를 맡기거나 카드발급을 신청하면 한달이 족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이 점을 답답하게 여기지만 놀랍게도 막상 캐나다인들은 큰 불편함을 감지하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느린 만큼 다른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상호 간에 깊게 깔린 신뢰의 감정이다. 캐나다의 서비스 응대 속도는 느리지만 그들은 고객 한 명, 한 명과 깊게 소통하며 고객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그렇기에 느리더라도 고객들은 직원이나 업체를 믿고 기다릴 줄 아는 것이다.


<캐나다 최대 커피 체인 팀홀튼>

[자료: Tim Horton]


그런 문화 덕분인지 북미 사회에서는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들이 사랑받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캐나다 브랜드인 ‘팀 홀튼(Tim Hortons)’이 캐나다에서만큼은 스타벅스 이상으로 오랜 사랑을 받고 있고 한국에서도 방한복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캐나다구스(Canada Goose)’ 역시 캐나다 현지인들과 오랜 역사를 함께 해왔다. 역시나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고객들에게는 잘 아는 브랜드, 오랫동안 충성해 온 브랜드가 여지없이 가장 좋은 브랜드인 셈이다. 단순히 가격이나 가성비에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닌 신뢰하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와 자부심이 넘친다.


빠른’ 한국과 ‘느린’ 캐나다


하지만 한국은 많은 것을 빠르게 일궈온 특성이 있어서인지 과정에서의 깨달음이나 성장보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다소 짙은 편이다. 한국에서는 빠르게 뜨고 사라지는 브랜드가 많이 보이고 브랜드 입지에 비해 제품력이 비교적 약한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점들도 모두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의 좋은 제품을 수입하기 위해 매번 한국을 찾지만, 컨설턴트로서 어떻게 객관적인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해 한국 기업의 안정적인 해외 진출을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캐나다, 이윤보다 신뢰와 소통 기반 관계 중시


캐나다나 미국에서 단시간에 성공하기는 무척 어렵고 드문 일이다. 운이 좋게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수많은 기업과 상담을 하면서 느낀 추천하고 싶은 점은 당장 서두르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신뢰를 먼저 쌓아나가는 것이다.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업체들은 큰 이슈가 없다면 대부분 오랜 기간 거래를 이어온 거래처와 쭉 인연을 함께한다. 다른 업체가 제품을 더 저렴하게 공급해주는 일이 있다고 해도 웬만해선 거래처를 바꾸지 않는데, 북미 사람들에게 이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믿을 수 있고 소통이 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검증을 위해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이렇다 보니 한국 기업들이 북미의 새로운 파트너와 일을 시작하게 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먼저 비즈니스 관계를 먼저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 필자가 의뢰를 받으면 당장의 결과물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소통이 중단이 된 경우가 많았다. 물론 모두 장기적인 관계의 중요함을 알면서도 빠른 성공을 기대하기에 기다림이란 단어는 맘에 차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문화든 무조건적으로 우월하거나 무조건적으로 열등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각 문화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고 서로 다른 측면에서 독특하고 가치있는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내 아이덴티티의 일부를 차지하는 나라이기에 그럴까. 가끔은 객관적으로 체감하게 되는 몇 가지 제약 사항에 대해 남다른 통감을 하게 될 때가 있다. 특히 유행과 이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비즈니스 문화가 개선된다면 북미 지역에서 더 멋진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에서다.


캐나다 시장 진출 준비 팁

 

현지조사

캐나다 시장 진출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지 시장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시장조사에 대한 모든 답은 책상이 아닌 고객과 현장에 존재한다. 이와 함께 현지화 작업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현지어 번역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제품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제품의 우수성,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현지 캐나다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케팅 전략

마케팅 전략 수립 시에는 북미와 한국의 마케팅 인식 차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공장을 통해 제조하며 성장해왔고 북미 지역은 제품들을 수입해서 유통하는 나라다. 잘 팔리는 제품을 현지에 들여와 마케팅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 세일즈와 마케팅을 상호보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지 인프라를 활용하고 현지화된 콘텐츠로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예로 북미에서 마케팅할 때는 장황하게 제품 설명에 치중하지 않고 소비자 입장에서 단순하면서 알기 쉽게 진행해야 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유는 쉬운 언어를 쓰고 트위터 같은 SNS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7살 아이에게 물어봤을 때 이해하지 못하면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벽해진다. 또한 제품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품질도 중요하지만 현지 소비자에게 예쁘고 매력적으로 어필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바이어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제품의 품질이 안 좋을 거라 기대하는 바이어는 없다. 그리고 현지 고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스토리가 뒷바탕이 돼야만 한다.

 

가격 책정과 브랜드 가치

가격설정에 있어서도 제품의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싸게 파는 전략은 브랜드 수명의 장기적인 측면에서 좋지 않다. 또한, 반대로 가격을 너무 낮게 설정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 기업들의 본선인도조건(FOB) 수출 가격을 보면 더블로 올리고 싶을 때가 굉장히 많다. 대부분 안 팔리면 어떡하냐고 겁을 내는데 실제로 제대로 준비하고 가치만 증명하면 된다. 싸게 많이 팔 생각보다 현지 시장에 맞게 제대로 준비한 브랜드의 가치와 스토리를 강조하고 제품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판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 브랜드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현지화와 차별화를 통해 인정받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K-’로 승부를 걸기보다는 ‘써보니 좋은데 한국 거네?’로 가야 한다. 일례로, 처음 현지에서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 노래를 들었을 때가 그랬다. 아주 예전 팝에서 들었을 법한 이국적인 리듬감 때문에 K-팝인 줄 몰랐다가 나중에 확인하니 K-팝이란 걸 알게 됐다.


전시회 참가

마지막으로, 전시회를 활용해 현지 시장을 탐색하고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다. 단, 현지 북미 바이어들은 전시회에서 단기간에 구매 결정을 내리지 않고 매우 신중하게 제품을 찾아본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북미지역에 진출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대형 바이어와의 거래 성사를 희망하며 해외 전시회에 참가한다. 하지만 단순 일회성 만남에 그치지 않게, 그 동안 준비한 과정을 제대로 쏟아부을 수 있도록 충분한 분석과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북미에서 전시회를 갈 때면 한국관과 현지 로컬 부스의 차이점이 보인다. 한국관은 대화와 설명으로 단시간에 제품을 홍보하는데 현지 부스들은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으로 설명보다는 샘플을 나눠주고 그동안의 경험과 레퍼런스를 전달하며 인연을 맺는 방식을 사용한다.


<현지 섬유·의류 전시회에서 캐나다 의류협회 회장 Bob Kirke에게 한국 기업을 소개하는 모습>

[자료: ALC21]


사실 전 세계에서 한국만큼 전시회 참가를 지원해 주는 나라가 없기에 첫 인연을 맺기 위해 이러한 기회를 잘 활용하면 좋을 거란 생각이 든다. 실거래 성사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전시회를 참가한다면 좋은 인연을 맺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이렇게 맺어진 인연을 잘 유지해서 다음 단계로 나가야 할 것이다.

 

나무가 클수록 그 뿌리가 깊듯이 모든 위대한 성과는 오랜 준비가 필요하다.


'Just as a bigger tree has deeper roots, great achievement requires a long period of preparation.' 여전히 ‘빠름’은 한국이 가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많은 것을 이뤄낸 한국의 놀라운 경제성장 역사가 비즈니스 문화에도 뿌리 깊게 반영돼 있으리란 것도 짐작한다. 하지만 경제적 선진국뿐 아니라 문화적 선진국으로 가고 있는 한국으로서, 이제는 속도나 양보다 질적인 비즈니스 문화를 구축할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시간이 걸려도 어떠한 비즈니스 건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며, 그 과정은 길지만 결과는 언제나 달콤하다. 첨예한 가격경쟁보다 서로를 아우르는 탄탄한 비즈니스 관계, 빠르지만 사려가 부족한 서비스가 아닌 소통을 기반으로 먼저 신뢰를 쌓아가며 인상적인 서비스를 추구해 보면 어떨까? 모름지기 지금보다 곱절은 더 멋진 한국이 될 것이 분명하다.



※ 해당 원고는 외부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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