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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럽에서 부는 한류 바람, 현상을 넘어 일상을 준비할 때
  • 외부전문가 기고
  • 독일
  • 함부르크무역관 윤태현
  • 2023-08-16
  • 출처 : KOTRA

이민철 베를린 푸드 스타트업 이지쿡아시아 대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2023 한류박람회가 6월 29일부터 30일까지 열렸다. 이름하여 Korea Brand & Entertainment Expo. 한국에 관심 있는 유럽 현지 바이어들이 K-뷰티, Kpop, K-food, K-fashion, K-tech 등 한국의 유망 중소기업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기회의 장이었다. 이지쿡아시아도 바이어로서 한국의 다앙햔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Kpop 콘서트를 개최해 한국에 관심 있는 일반 소비자들을 불러 모았다는 점이다. 아이돌 그룹 스테이씨, KARD가 홍보대사에 위촉돼 현장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젊은 현지인들이 필자도 모르는 Kpop을 떼창하고 안무까지 따라 하는 모습은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다. 특히 사전 무대로 선보인 현지 Kpop 댄스팀의 열정적인 댄스 무대는 행사가 끝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베를린으로 돌아와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콘서트가 끝난 후 수백 명의 참가자들이 행사장 밖에서 춤을 추고,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도 Kpop 팬들이 몰려 정신없는 저녁을 보냈단다. Kpop 관련 행사가 끝나면 한식당을 가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류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의 특정 지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베를린만 봐도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쯤 알렉산더플라츠에 가면 Kpop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여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누가 공지를 돌려 모이는 것이 아니고, 이 시간만 되면 삼삼오오 모여서 춤을 추며 논다. 이게 그들이 새롭게 노는 문화인 것이다.


독일 전역에 퍼진 Kpop 스튜디오에서는 수천 명의 학생들이 Kpop을 배우고 있다. 지하철을 타다 유튜브로 BTS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는 학생들을 마주치거나, 한국 영화 포스터를 길거리에서 보게 되더라도 놀라지 마시라.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가 Top10 리스트에 들어있는 것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에 따라 한국어 교재도 판매가 많아지는데, 특히 독일 유명서점의 외국어 코너에 기존 일본어책 공간이 줄어들고 그 공간을 한국어가 채워가고 있다고 한다. Kpop, K 드라마, K-food까지, 바야흐로 한류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한식의 포지셔닝이 독특하다.


“아시안 음식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어디인가요?”


필자는 베를린에서 아시아 쿡박스와 트랜디한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스타트업, 이지쿡아시아를 2019년 창업했다. 독일에서도 한류가 인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한국 관련 제품들 판매가 늘고 있다. 


스타트업 초기 아시안 음식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어디냐고 물었을 때, 10명에 5명은 타이라고 대답했다. 그 뒤로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가 뒤따랐다. 재미있었던 게 일본은 아시안 음식이라 보다는 그냥 일본 음식이라고 한다. 초밥은 맛있고,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으로 포지셔닝이 잘 된 케이스다. '그럼, 한국은?'하고 물으면 한국은 잘 모른다는 답변이 많았다. 한국 음식에 대해서는 그냥 인식 자체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무지했던 한식의 위상이 최근 급변하고 있다. 기존에 해외 한식당은 서울관, 호돌이, 아리랑 식의 이름으로 중식에서 분식까지 모든 한식을 다 조리하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베를린에서 생겨나고 있는 한식당은 김밥, 한국식 치킨, 칼국수, 비빔밥, 한국 BBQ 등 단일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그 수도 최근 100개가 넘었다. 가격은 비싸지만, 현지인들이 줄을 선다. 아시안이 아닌 일본 쪽에 가까우면서 Hip스러움이 더해진 독특한 포지셔닝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류를 활용하면 비즈니스 기회가 보인다.


독일에 Kaufland라는 슈퍼마켓 있다. 한국으로 따지면 이마트 정도 될 것 같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이곳에서 최근 자사 소셜미디어에 Kpop으로 광고를 만들어서 한국제품들을 소개했다. 한국 가수들이 한국 노래를 부르며 한국 제품들을 피쳐하는 형식인데, 사람들은 카우르란트에서 이런 광고를 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보통 Kpop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K-뷰티 제품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고, 한식을 좋아하며, 한국에 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 이지쿡아시아의 경우, 이 타깃층을 겨냥해 K-뷰티사들과 콜라보를 진행했으며, 신당동에 가서 떡볶이를 먹는 등 음식을 먹으며 서울을 여행하는 컨셉의 서울여행박스를 론칭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또한 Kpop을 좋아하는 소비자는 일본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로 독일에서 운영하는 Kpop 숍들은 상당수가 초기 일본 망가샵이나 피규어를 판매하는 곳이었다. 고객들이 Kpop 관련 제품을 물어봐서 제품을 취급하기 시작해 지금은 한국과 일본 제품을 같이 판매하는 곳이 많아졌다. 우리도 초기 채널을 확장해 나갈 때 이런 점들을 활용해서 한국 식품류들을 이곳에 판매할 수 있었다.


독일 시장 진출, 긴 호흡이 필요하다.


사실 독일 시장은 진출해서 성공하기가 결코 쉬운 시장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회 자체가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B2C 소비자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기존에 자신들이 쓰던 제품을 계속 쓰고, 같은 것을 먹고, 먹어봤던 것을 소비하는 경향이 크다. B2B 시장도 기존의 거래처와 계속 거래하는 것을 선호해 신규 거래처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크지 않다. 정부 기관의 행정 처리는 또 얼마나 느린지 은행 계좌를 만드는 데 한 달이 걸리고, 월요일만 되면 아픈 직원들 때문에 고생하는 사장님들도 많다.


한국회사들이 독일에 진출해 독일의 관료주의 때문에 고생하다,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두 손 들고 떠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독일 시장은 개척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데 한국에서는 빨리빨리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 자체를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리도 타깃 소비층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만 1년 가까이 걸렸던 것 같다. 


지난해부터 한국의 트랜디한 제품들을 수입해 판매하는 신제품 온보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런 제품은 독일에 아직 없으니 분명히 잘 팔릴 거라고 기대했는데, 제품 판매가 수월하지 않아 고생이 많았다. 제품은 분명 괜찮은데, 소비자들이 새로운 것을 잘 소비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제품을 인식시키고, 영상을 통해 사용법을 알리고, 테스팅하면서 그들이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즉 신규 제품의 경우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후에 어느 정도 잘 팔리게 되는 제품은 따로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아도 꾸준히 판매됐다.


독일 시장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로 오징어 게임을 들곤 한다. 오징어 게임은 주요국 중 독일에서 가장 늦게 1등이 됐고, 가장 오랫동안 1등을 유지했다. 한국 식품류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가 떡볶이다. 사실 떡볶이는 떡의 식감이 독일인들에게 맞지 않아 선호하는 제품이 아니었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에서 떡볶이가 자주 나오고, 한두 번 먹다 보니 그 식감이 익숙해지자 젊은 사람들이 떡볶이를 좋아하게 됐다. 독일은 느리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오래간다. 긴 호흡을 갖고 진출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이 기회, 길게 보고 바로 시작해야 한다.


유럽에서의 한류는 현상을 넘어 시장과 접목되는 큰 변화의 시작에 있는 것 같다. 특히 독일 시장은 한류가 퍼지는 속도가 다른 유럽 지역에 비해 다소 느린 것 같기도 있지만 한번 시작하면 오래가는 특징을 감안하면  지금이 진출의 최적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류를 좋아하는 10대,  20대들이 성장해 30대, 40대가 돼 직업을 구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한류 관련 소비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며 자란 세대들이 한국 화장품을 쓰고, 한국 옷을 입고,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국과 익숙해지면, 앞으로 한국과 관련된 수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번 2023 한류박람회처럼 한국의 공기관에서 한류의 저변을 넓혀 주는 활동이 계속되길 바란다. 정부에서도 수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지만, 일회성이 아닌 현지 시장에서 브랜드가 정착될 수 있는 판매와 유통,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기를 제안한다. 정부 기관도 긴 호흡으로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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