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그리스 총선 결과

2023년 5월과 6월, 그리스 의회(Voulí ton Ellínon)의 구성을 위해 두 차례의 총선이 실시되었다. 이 두 차례의 총선에서 신민주당(New Democracy)이 40.56%의 득표로 승리하여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의 총리 연임이 확정되었다. 제1야당인 급진좌파연합(SYRIZA)는 17.83%의 득표율을 얻었다.

그리스의 선거 제도는 2016년과 2020년에 두 차례의 변화를 거쳤다. 2016년 제1당 급진좌파연합은 ‘강화된(reinforced)’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45% 이상의 득표시에만 ‘보너스’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전환하였다. 이는 사실상 연립정부의 수립을 일반화한 것으로, 즉시 적용요건인 의회 2/3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고 그 다음 선거인 2023년 1차 총선에 적용되었다. 이후 2019년 집권한 신민주당은 2020년, ‘강화된(reinforced)’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다시 채택하며 대신 득표율이 25%인 경우에는 최소 20석부터 40% 이상인 경우에는 최대 50석까지의 보너스 의석이 배석되도록 하였고, 득표율이 25% 미만인 경우 보너스 의석을 배정하지 않았다. 이는 지지율 25% 미만인 군소정당의 반대에 부딪히며 의회 2/3의 찬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2023년 6월의 2차 총선부터 적용되게 되었다.

2023년 1차 선거에서 신민주당은 40.79%의 지지율을 얻었으며, 연합정부 구성을 거부하며 6월 2차 선거가 치러지게 되었다. 2차 선거는 5월의 투표 결과를 답습했지만, 선거 제도의 변화로 신민주당은 40.56%의 득표율과 함께 보너스 50석의 의석을 모두 확보하였다. 한편 급진좌파연합는 17.83%의 득표율에 그치며 추가 의석 확보에 실패하였다. 이는 2월의 템피 열차사고와, 2차 선거를 불과 10일 남겨둔 시점에서 발생한 이주민 난파 사고 등이 신민주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뒤엎은 결과였다. 한편 급진좌파연합은 로도피 지역의 1개 선거구에서만 선출되었는데, 이 지역은 터키 국경과 가까우며 이슬람교 소수 집단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2023년 6월 선거결과>

주: 파란색-신민주당, 빨간색-급진좌파연합

[출처: 그리스 내무부 홈페이지]

<신타그마 광장(아테네 중앙)에 설치된 신민당 캠페인 부스>

[출처 : 아테네 무역관 촬영]

<그리스 총선 결과>

(단위: %, 석)

주1 : 2019년 총선에서 KINAL에서 PASOK으로 명칭 변경

주2 : 2019년부터 3%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정당만 포함

[출처: 그리스 내무부 홈페이지]

신민주당의 지도자 미초타키스는 승리가 확정되자 “좌파 경쟁자를 물리치고 변화의 길로 더 빨리 나아가라는 ‘강력한 명령(strong mandate)을 받았다”고 자축하였다. 6월 26일 월요일로 총리 자리에 복귀한 미초타키스는 당선 이후 당 본부에서 보낸 첫 메시지에서 "우리의 목표는, 국민소득을 높이고 불평등을 최소화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것으로, 두 번째 임기에서 이 목표를 이전보다 더 높게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초타키스는 심각한 부채위기와 세 차례의 구제금융으로부터 그리스 경제를 안정과 성장으로 회복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번 신민주당의 승리는 여전히 많은 그리스인이 생활비 위기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감축과 공중 보건 개선을 공약으로 한 신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해석된다.

미초타키스는 처음으로 발의하는 두 법안에 공공 행정과 경제에 대한 추가 개혁을 포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사법, 보건, 교육 부문의 개혁과 함께 그리스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족부를 신설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급진좌파연합의 패배

한편 급진좌파연합은 2023년 치러진 총선에서 겨우 의석 48석만을 확보하며 패배를 맛보았다. 1974년 그리스 군사독재정권의 종식 이후 그리스에서는 40년 동안 보수 우익 정당인 신민주당과 범그리스사회당(PASOK)이 제1, 2당의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였으나 범그리스사회당의 계속된 패배로 좌파 지지세력은 급진좌파연합에 주목하게 되었다. 2015년 급진좌파연합은 유럽연합 탈퇴와 긴축정책 철회를 내걸고 출마한 총선에서 35.46%의 지지율을 받으며 제1당이 되었다. 하지만 급진좌파연합의 집권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2019년 급진좌파연합이 신민주당에 패배한데 이어 2023년에는 신민주당과 지지율 격차가 2019년의 8%에서 2023년의 22%로 증가하며 2019년의 86석에서 2023년 48석으로 절반정도의 의석만을 차지하는데 그쳐야 했다.

이러한 원인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우선 첫 번째로 급진좌파연합는 집권 당시 공약과 다르게 혹독한 긴축정책을 추진했다. 2015년 급진좌파연합은 유럽연합(EU)이 그리스에 부과한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구제금융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등 국민 여론의 지지를 얻었지만, 종국에는 유럽연합이 부과한 강력한 자본통제 및 은행폐쇄 등 엄격한 긴축정책을 수용하며 사실상 그리스의 재정주권을 박탈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둘째로, 정치분석가 Pistolas에 따르면, 급진좌파연합은 2023년 선거유세에서 전 총리이자 신민주당을 이끄는 미초타키스를 향한 비난에만 집중하여 자신들의 정책을 효과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셋째로, 급진좌파연합은 포퓰리즘 정책을 제시하였는데, 유권자들의 대다수는 이전 임기동안의 경험에 기반해 이러한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넷째로, 급진좌파연합은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법인세와 사회보험료 인상을 정책으로 내걸며 기업가 및 자영업자들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급진좌파연합의 부진한 성적으로 많은 이들은 제1야당으로서의 지위가 범그리스사회당에 의해 도전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편 보수-진보 진영간의 의석 격차로 인해 대부분의 전문가는 보수당이 특별한 정치적 도전 없이 안정적으로 정책을 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했다. 2023년 총선에서 대패하며 알렉시스 치프라스 급진좌파연합 당 대표는 "급진좌파연합이 제1야당으로 남았지만, 심각한 선거 패배를 겪었다"며 당 대표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2023년 신정부의 정치·경제 전망

6월 선거로 그리스 정계에는 새로운 동향이 등장했다. 우선 세 군소 보수정당이 3%의 최소기준치를 넘어 의석을 확보하였다. 수감 중인 신나치 황금새벽당의 일리아스 카시디아리스 의원을 지지자 명단에 추가한 스파르탄스당은 며칠 만에 지지율이 4.7%로 상승하며 의회에서 13석을 확보했다. 극우 민족주의 정당인 그리스 솔루션은 4.5%, 12석을 획득했으며, 낙태 반대 종교 정당인 민주애국당은 3.7%, 10명의 의석을 확보했다. 이렇게 군소 보수당의 참정은 미초타키스가 정책추진에 있어 진보 뿐 아니라 보수 군소정당에 의한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미초타키스의 신정부는 초반에는 순항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스는 아직도 2022년 팬데믹 재개 특수를 경험하고 있으며, 2022년 1~5월동안 최종 관광객 수는 2019년 같은 기간의 관광객 수를 웃돌며 이미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 정책적인 도전은 존재한다. 통화 및 재정 정책 정상화와 동시에 경제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이다. 재정에 있어 2024년 재정 규칙이 복원되면 경제위기 동안 면제되었던 제약이 다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투자 공백을 메우지 못한 상황에서 플러스 금리로의 전환은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미초타키스의 최우선 과제는 그리스를 투자적격등급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재정 규율 회복 및 금리 상승으로 특징 지워지는 뉴노멀과, 펜데믹·에너지 위기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던 개혁을 어떻게 재개할 것인지가 신용평가에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신용평가사들은 선거 결과로 그리스 투자 등급을 회복하고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Fitch의 수석애널리스트인 페데리코 바리가는 “신민주당의 과반수 확보는 민간 및 공공투자를 늘리려는 정부정책의 연속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에, 장기적으로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이 유로존 평균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DBRS의 니콜라 제임스는 “새 정부는 여전히 높은 공공 부문 부채, 부실 대출 및 높은 실업률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재정 규율의 틀 안에서 지속적인 구조 개혁과 성장 촉진 투자가 이루어지면 그리스의 신용등급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새로운 정부가 직면한 과제를 설명하였다. S&P의 애널리스트 사무엘 틸러레이는 이번 총선을 통해 그리스 정부의 정치적 교착의 위험이 사라졌다고 언급하면서, “신정부는 국영 기업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현대화하는 등 신(新)성장 개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혁은 그리스의 신용평가를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며, 개혁과 재정수입 등이 10월 20일 그리스 신용 등급 결정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하였다. 또 다른 신용평가기관 Moody's도 그리스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예측하며 이러한 평가와 궤를 같이했다.

한편, 신민주당의 주요 공약은 아래 표와 같다. 

<그리스 신민주당의 선거 주요 공약>

[출처: 로이터 통신]

신민주당은 상기 정책의 이행을 위해 2024년에서 2027년까지 총 91억 유로의 예산을 책정하였다고 언급하였다.

시사점

신민주당의 재집권으로 인해 민간에서도 그리스의 경제가 개선될 것으로 일반적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스 내에 조선소 2개를 소유한 ONEX는 현 정부의 정책과 국가 신용등급의 투자적격 등급 조정으로 인해 많은 펀드가 유치되고, 해외 수입 신용조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해외 시장에 접근성이 강화되고 기업의 호조를 기대하고 있다. KYZIRIDIS S.A.의 설립자이자 CEO인 Spyridon Kyzirides는 선거 결과가 그리스 경제를 부흥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고용안정화와 법인세 인하 등 민간부문의 지원을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투자 견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신 정부가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되어 프로젝트 입찰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같이 향후 몇 년 간 신민주당은 적극적으로 해외투자 유치 및 해외기술 도입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총선 결과가 한국 기업에게도 새로운 투자진출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리스 정부는 한국 제품의 품질과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몇 년 간 진행될 인프라 설비 투자에 한국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리스 투자시에는 대부분 입찰 조건 등이 그리스어로만 제공되는 경우가 많으며, 계약 체결시에도 그리스어가 영어 등 다른 언어에 우선되므로 반드시 현지의 자문변호사 등과 함께 조건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9년 미초타키스 총리 취임 이후 완화되고는 있으나 행정기관의 관료주의적 관행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시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출처: 그리스 내무부, 신민주당 홈페이지, ekathimerini, CNN, Reuters, 무역관 자체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