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메타버스 산업에 이목 집중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 기술이 스페인의 사회와 산업에도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XR(확장현실, AR/AR/MR 통칭), 인공지능, 빅데이터 관련 기술력이 향상되며 이들 간의 융합이 다방면에 걸쳐 이뤄지고 있어 각 국의 기업들은 이를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관련 솔루션 개발 또는 응용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스페인 기업들도 메타버스 기술을 적극 도입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은 물론 미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입지를 다지고 있다.

스페인에서 메타버스 관련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관광업이다. 스페인의 대표 호텔 및 리조트 그룹인 리우(RIU) 사는 국내 최초로 마드리드 스페인 광장 호텔 지점을 메타버스 상에 구현했다. 동 가상 호텔 내에는 실제 직원이 매일 24시간 근무 중에 있어 이를 통해 숙박 예약이 가능하다. 또한, 메타버스 상에서 호텔 로비와 객실, 루프탑 등을 살펴볼 수 있으며 호텔 내부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까지도 감상할 수 있다.

<리우 마드리드 스페인 광장 메타버스 호텔 전경(루프탑, 로비)>

[자료: 리우 호텔&리조트 유튜브 채널]

스페인의 대표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이베르드롤라(Iberdrola)의 경우, 2022년 6월 스페인 기업 중 처음으로 메타버스 상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동 기업의 주주들은 주주총회 기간 중 해당 가상공간에 접속해 이베르드롤라 측에서 제공하는 각종 기업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각종 안건에 대한 투표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베르드롤라 메타버스 주주총회>

[자료: 이베르드롤라 홈페이지]

한편, 전 세계 메타버스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메타사(구 페이스북)는 지난 2022년 3월 스페인 최대 통신사인 텔레포니카사와 함께 마드리드 지역에 메타 랩(연구소)을 설립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이는 메타 사가 처음으로 건설하는 메타버스 전문 시설로 원격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의 업무를 지원하는 데에 사용되며 메타버스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창업자나 스타트업에도 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아울러 메타사는 마드리드 인근 탈라베라 데 라 레이나(Talavera de la Reina) 지역에 유럽 네 번째 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총 예산 규모는 10억 유로로, 2023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건설에 착수해 완공에 약 6~7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페인 기업, 메타버스 관련 지원금 마련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스페인 국내외 기업들의 관심이 날로 더해감에 따라 스페인 정부는 2022년 7월 9일 메타버스와 웹3.0 기술 개발을 희망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해당 지원책은 2026년 디지털 스페인 계획(España Digital 2026)의 일환으로, 메타버스나 웹3.0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디오게임 또는 영상물 관련 혁신 프로젝트 개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위해 우선적으로 380만 유로의 지원금을 편성했다. 스페인 정부에 따르면, XR(확장현실) 관련 기술을 개발하거나 시범운영을 추진하는 기업을 중점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며 이를 통해 자국 기업들의 디지털 영상물 콘텐츠 제작 경쟁력을 제고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고자 한다. 그 밖에, 스페인 정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자국을 세계적인 영상물 콘텐츠 허브로 육성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16억 유로의 예산을 편성한 바 있어, 향후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에 대한 공공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망 및 시사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페인 정부와 기업들은 앞으로 도래할 메타버스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페인 기업들의 메타버스 관련 기술력은 아직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자국 기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스페인 정부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으며, 메타사와 같은 전 세계 선도기업이 스페인 시장을 주목하고 있어 향후 스페인의 메타버스 산업이 꾸준히 성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이 향후 일반 수출은 물론 기술 협력 방식 등을 통해 스페인 메타버스 기업과의 협력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메타버스 관련 하드웨어(AR안경, XR기기용 디스플레이) 제조 부문은 물론, 3D 영상제작이나 VFX(시각효과기술)와 같은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우수한 기술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어 스페인에서 메타버스용 디지털 콘텐츠나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과의 합작 프로젝트를 구상해 볼 수 있겠다.

또한, 앞으로 콘텐츠 분야에서도 한국과 스페인 기업 간의 교류가 점차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벤처투자 기업인 Jota2 그룹의 메타버스 분야 담당자인 지오바니 체토(Giovanni Cetto) 씨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 기술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준비되어 있어 1) 5G를 기반으로 한 초고속 연결, 2) XR용 하드웨어의 고도화, 3) 풍부하고 다양한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 등과 같은 요건이 갖춰진다면, 수년 내 메타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오바니씨는 메타버스 콘텐츠 부문을 주목하고 있어 향후 집 안에서도 전 세계 각국을 여행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나 비행기 조종 등 각종 지식을 가상 공간에서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나 파트너십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자료: 리우 호텔&리조트 유튜브 채널, 이베르드롤라 홈페이지, Jota2 그룹 인터뷰, 현지 언론 등 KOTRA 마드리드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