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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경쟁의식에서 비롯된 대만의 한류는 이젠 습관
  • 외부전문가 기고
  • 대만
  • 타이베이무역관 유기자
  • 2017-10-23
  • 출처 : KOTRA


류정엽 연합뉴스 타이베이 통신원 


 


올해로 한국과 대만은 단교한 지 25년이 지났다. 적지 않은 대만인들은 중국과 수교로 자국과 단교한 한국에 대해 배신의 감정을 느껴왔고, 한국인들도 중국과 교류가 확대되면서 대만을 점점 잊어갔다. 한국과 대만은 제국주의 열강의 통치와 민주화 과정을 겪어왔을 뿐 아니라 아시아의 네 마리의 용으로서 빠른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한국이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거듭해왔다면, 대만은 중소기업 중심의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방면에 걸쳐 경쟁관계에 놓이면서 대만에서의 한국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로 여겨졌다. 애플의 아이폰을 조립하는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 아이폰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급하는 TSMC, 최근 구글에 휴대전화사업부 일부를 매각한 HTC 등 대만 IT기업들은 자신의 주력사업 만큼은 삼성을 이겨야 한다는 모종의 경쟁의식이 존재해왔다. 이는 대만 현지 언론뿐 아니라 IT업계 사람들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대만인들은 스포츠에서 한국과의 경기는 종목을 불문하고 반드시 이기길 바라는 마음이 그 어떤 나라보다 강하다. 마치 한일전을 방불케 한다. 단교 후 비슷한 분야에서 그리고 비슷한 위치에서 경쟁을 통해 쌓인 질투심과 경계심이 스포츠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느낌마저 든다. 특히 대만에서 두툼한 팬층 보유하고 있는 야구나 농구만큼은 한국에 지면 난리가 난다.


대만에서는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대만인을 일컬어 '하한(哈韓)', 그렇지 못한 감정을 갖고 있는 대만인을 '반한(反韓)'이라고 부른다. 단교 후 한류가 대만에 형성되기 전까지 한국은 뒤통수 때린 '배신자'로 한국인들은 무엇이든지 다 한국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퍼지기도 했다. 심지어 공자까지도 말이다. 그 뒤로 한국의 대중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한류의 발원지가 대만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리고 수년이 흘렀다. 대만에서의 한류현상은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현상은 '관심'에서 비롯된 애증의 산물은 아닐까. 최근 5년을 돌이켜 보면 대만인들은 한국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드라마, 영화, 대중음악 등 문화콘텐츠를 비롯해 거기서 파생되는 언어, 음식, 화장품까지 말이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대만인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이를 매개로 다소 소원해진 한국과의 감정적 거리를 좁히는 데 한몫했다.


최근에는 영원히 한류가 파고들 수 없는 영역일 것만 같았던 대만 IT업계의 광고에 한국 모델이 등장해 주목받았다. 지난 8월 컴퓨터 제조업체로 잘 알려진 대만 아수스(ASUS)가 공유를 앞세워 자사 휴대전화 마케팅을 시작했다. 공유는 아수스의 신제품 젠폰4 시리즈의 공개 현장에 참석하는 한편 광고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스충탕(施崇棠) 아수스 회장은 공유의 팬이라고 깜짝 고백하기도 했다. 아수스는 공유의 인기에 힘입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그를 자사의 아시아지역 모델로 발탁하게 됐다고 밝혔다. 타이베이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공유가 출연한 아수스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이를 본 대만인들은 휴대전화를 들고 그를 촬영하고 본인의 SNS에 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만 IT회사가 한류 스타를 전면에 내세워 자사의 전략제품을 홍보했다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만 전자업계에서 경쟁관계에 놓인 한국 출신 연예인을 앞세운다는 것은 그만큼 대만인의 한국에 대한 정서가 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 또한 이를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됐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류스타 중 최근들어 대만 토종 회사의 모델로 발탁된 건 공유가 세 번째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박보검과 송중기도 각각 지난해 12월과 1월 대만 최대 은행 중 하나인 중국 신탁은행의 라인페이 신용카드의 모델이 되면서 카드 발행 50만 장을 넘어섰고, 누적 소비액만 300억 달러(12000억 원)를 기록했다. 23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대만 시장을 볼 때 이 또한 유의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대만 브랜드의 모델에 한국 스타들의 진출 기회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서 한국 영화는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와는 달리 좀처럼 흥행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드라마의 경우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 거의 해마다 한 편씩 인기몰이를 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치맥을 유행시켰고,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내년 모병제를 앞둔 대만 국방부에까지 영향을 미쳐 대만판 태양의 후예로 불리는 군사드라마 '최고의 선택(最好的選擇)'을 제작하며 군대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영화에서는 공유가 주연을 맡은 영화 '부산행'이 지난해 대히트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군함도' '택시운전사'가 대만 사회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제국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제작된 군함도의 경우 친일성향이 강한 대만에서 주목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대만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는 일본통치시기를 침략보단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은 대만에서 물러나면서 중국에서 대만으로 퇴패한 국민당에 국영사업을 넘겨줬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택시운전사는 많은 대만인의 심금을 울렸다. 한류가 아닌 영화로서 접근한 대만인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대만 민주화 역사와 비교하는 등 1980년대 한국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대만 내에서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하면서 대만 언론들도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다룬 글을 쏟아냈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젊은 세대들은 대만도 민주화 역사를 다룬 영화들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탈중국화를 추진하며 '하나의 중국'을 인정치 않는 독립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정부는 지난해 5월 취임 직후 역사 바로세우기를 앞세워 중국에서 퇴패한 국민당 색깔 지우기에 나섰고,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차이 정부는 대() 중국 정책에서 '하나의 중국'을 인정치 않고 '현상유지'정책을,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신남향(新南向) 정책을 추진해 중국 의존도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대만 원주민은 전체인구의 2% 557000여 명이고 아메이(阿美), 파이완(排灣), 타이야(泰雅), 푸농(布農)족 등 16족으로 분류돼 있다. 또한 결혼, 직업 등의 이유로 대만으로 이주해 정착한 이민자도 65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체인구수의 3%를 차지한다. 생활면에서는 어떨까. 편의점에만 가봐도 한국 제품들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대만산 제품에 한글이 표시돼 판매하는 제품들이 늘기 시작했다. 전까진 상품에 표기된 외국어는 영어와 일본어가 대부분이었다. 대만인들은 전반적으로 일본어에 대해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이제 한국어는 일본어만큼 배울 가치가 있는 언어로 자리 잡았다. 최근 영어와 일본어만 가르쳐온 대만의 일부 외국어 학원들도 한국어 수업을 개설하기 시작했다. 대만 타이베이 기차역 인근에 밀집된 학원가에서도 어렵지 않게 한국어 학원을 볼 수 있다. 한국어를 배워본 적 없는 대만인조차도 한국어로 간단한 인사 정도는 할 줄 안다. 대만의 한국어 학습자들 대부분은 연예인이나 드라마 등으로 인해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다.


불과 5~6년 전 대만에서는 슈퍼주니어, 원더걸스 등이 부른 댄스곡이 케이팝을 대표했고 런닝맨이 한국 예능을 대표했다. 하지만 현재는 다양한 한국 음악과 예능프로그램들이 사랑받고 있다. 또한 주말마다 한국스타들이 대만을 방문해 팬미팅, 콘서트 등을 개최한다. 과거에 한국을 좋아하는 대만인 열 명 중 한 명이 한국의 스타를 한두 명만 좋아했다면, 이제는 그 이상으로 늘었고, 이유도 제각기 다르. 이렇게 대만의 한류는 한순간의 '대박' 개념이 아닌 생활의 일부이자 습관이 됐다. 이렇기에 대만 내의 한류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고,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대만인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한국인들도 대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상호 간의 공통적인 키워드를 찾으려고 노력을 기울이면서, 민간차원의 교류를 확대해 나가는 것도 대만의 한류를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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