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요타자동직기의 전격 비상장화 결정

2025년 6월 3일, 도요타 그룹의 핵심 부품 계열사인 도요타자동직기(豊田自動織機, Toyota Industries Corporation)는 이사회를 열고 비상장 전환을 최종 의결했다. 이는 2023년 3월 발생한 배출가스·연비 시험 데이터 조작 사건 이후 2년 3개월 만으로, 그룹 차원의 경영 신뢰 회복과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근본적 조치로 평가된다. 모빌리티 산업의 대전환 시기에 글로벌 판매 1위 완성차 메이커인 도요타의 핵심 계열사의 비상장 전환 결정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 도요타자동직기는?

도요타자동직기는 현재 도요타 그룹의 부품 계열사이지만, 1926년 설립된 도요타 그룹의 모기업이다. 초기에는 직물용 자동 직기생산을 통해 산업 기반을 구축한 이후, 경영진의 결단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아이치 제강, 도요타 자동차 등을 분사시켰다. 이후 도쿄, 오사카, 나고야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도요타자동직기는 도요타 자동차의 엔진, 지게차, 콤프레서,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기계·물류 장비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지게차, 방직기계는 물론 컴프레셔, 배터리, 엔진 등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여 도요타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도요타 자동차의 주요 모델의 엔진 대부분을 제조하는 등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하여 2023년 기준 매출액 3조 엔을 달성했다.

<도요타자동직기 최근 5년 매출>

 (단위: 조 엔)

[자료: 도요타자동직기 IR 자료 및 QUICK FactSet, 2024년 기준 정리]

3. 비상장전환의 계기, 배출가스 데이터 조작 스캔들

2023년 3월, 도요타자동직기는 자사 및 그룹 계열사에서 배출가스 및 연비 시험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을 인정하며, 대규모 리콜과 함께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2024년 1월, 도요타자동차가 1123만 대라는 역대 최대치의 실적이 발표됐을 때 오히려 도요타 아키오 회장은 도요타자동직기의 품질인증 부정 사건 관련 머리숙여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도요타 그룹은 경영 신뢰 회복을 위한 근본적 대응책으로 비상장 전환을 검토했다. 이후 약 1년간의 전략 수립과 논의 끝에, 도요타자동차는 2024년 5월 7일 자회사인 도요타자동직기의 주식 전량을 매입해 완전자회사화할 계획을 발표했다. 아래 표에 배출가스 시험 데이터 조작 사건부터 비상장 최종 승인에 이르기까지 도요타자동직기의 주요 경과를 정리했다.

<주요 경과 일자별 정리>

 [자료: 닛케이 및 도요타 그룹 IR자료 종합]

공개매수(TOB, Takeover Bid)는 상장기업의 비상장 전환시 활용되는 방식이다. 도요타자동차는 2024년 11월 TOB 구체안을 발표하고, 2025년 2월 15일부터 실제 매수 절차에 돌입했다. TOB의 목적은 외부 주주로부터 자사 주식을 모두 매입함으로써, 도요타자동차가 도요타자동직기의 지분을 100% 보유하게 돼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도쿄 증권거래소 자진 상장폐지 요건>

 [자료: 도쿄증권거래소 상장폐지 가이드라인]

4. TOB 과정과 향후 시나리오

앞서 언급했듯, 공개매수는 비상장 전환을 추진하는 대기업이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외부 주주로부터 직접 매입하는 제도이다. 도요타자동차는 매수 희망 주가를 제시하고, 해당 조건에 동의한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일본 금융상품거래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매수는 TOB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일정기간 이상 공개해야 한다.

도요타자동차는 도요타자동직기의 100% 지분 확보를 위해 프리미엄 가격을 제시했으며, 2025년 5월까지 대부분의 주주로부터 동의를 얻었다. 이후 지난 6월 3일 도요타 자동직기의 이사회에서 도요타 그룹의 인수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의했다. 도요타 그룹은 인수 총액을 4조 7000억 엔 규모로 잡고 있어, 도요타자동직기의 부채 상환 규모를 감안하면 6조엔 규모가 될 것이라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도요타 아키오 회장과 도요타부동산이 출자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후 산하의 특수목적회사(SPC)가 도요타자동직기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 12월 SPC가 TOB를 개시하고 내년 2월 이후 잔여 주식을 강제 매입하여 비상장 전환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요타 부동산, 도요타통상, 덴소, 아이신 등 4사는 이번 TOB에 응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도요타자동직기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할 예정이다.

5. 도요타자동직기의 비상장 전환 배경과 기대효과

도요타 그룹은 이번 비상장 전환을 통해 다음과 같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자료: 도요타 그룹]

나카니시 자동차 산업 리서치의 나카니시 타카키 대표 애널리스트는 니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도요타의 최근 수년간 실적 호조로 주가가 성장하면서, 행동주의 주주들의 요구가 거세진 가운데 경영전략 구상의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도요타 관계자는 나고야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도요타 자동차의 핵심 부품을 담당하고 있는 자동직기를 완전자회사로 전환함에 따라, 그룹 내 품질관리 기준을 재정비하고, EV 전환 및 통상이슈 대응에 있어 경영층의 대응이 더욱 유연해 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도요타는 거액의 부채 상환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 예상되므로, 도요타 주주를 포함한 일본 현지의 관계자들은 도요타의 향후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6. 시사점

일본 제조 대기업, 특히 자동차 제조사의 상장 계열사 비상장화는 흔치 않은 사례로, 대형 품질 사고와 같은 구조적 위기를 계기로 실행되는 경향이 있다. 닛산 계열 부품제조사였던 칼소닉 칸세이(Calsonic Kansei)가 지난 2016년 미국 사모펀드 KKR의 공개매수 수용에 따른 상장폐지한 후 FCA 계열 마그네티 마렐리(Masdfasdfasdf)와 합병하여 Marelli로 재탄생한 사례가 있으나, 역시 매우 이례적인 사례이다. 공개매수에 따른 막대한 비용도 문제지만, 1) 지방 금융기관 및 지자체와의 파트너십 유지 2) 고객사와의 신뢰 유지를 위해 대다수의 일본 자동차 부품사는 상장 유지를 선택한다.  

상기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본 제1의 완성차 메이커인 도요타 그룹의 이번 결정은 특히 ESG 경영,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라는 최근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새로운 통상 환경에 맞춰 신규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가운데, 6조 엔에 육박하는 자금을 융통하여 상장 계열사를 인수하는 도요타 그룹의 결정이 과연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자료: 도요타 공식 IR, 닛케이신문, 아사히신문, 도쿄경제, 도쿄거래소, 금융청, KOTRA 나고야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