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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백서를 통해 살펴본 EU 방위 시장 전망
- 경제·무역
- 벨기에
- 브뤼셀무역관 윤웅희
- 2025-04-14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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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방위 정책의 전환, SAFE 규정으로 유럽 방위 장비 공동조달 시장 확대 전망
EU의 방위 정책 및 산업 재편 속, 전략적 협력 기회 모색 필요
EU는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변화하는 미국의 국방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인 방위 역량 강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취임 100일 이내 방위백서를 발표하겠다고 공약했으며, 이에 따라 취임 108일째인 2025년 3월 19일 방위백서가 공개됐다.
방위백서 개요
‘Readiness 2030’이라는 타이틀의 이번 방위백서는 2030년까지의 EU 방위전략을 담고 있으며, 독자적인 유럽군 창설보다는 회원국의 군사 역량 강화와 NATO 및 회원국 상호 간의 운용성 확대 등 기존 체계를 보완·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백서 발표와 함께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에 EU 재정 준칙 예외를 적용하고, 방위 장비 공동조달을 위한 새로운 정책인 유럽 방위산업 기반 강화를 위한 공동조달 지원 규정(이후 SAFE 규정으로 약칭)* 초안을 함께 발표했다. 이 정책은 앞서 3월 4일 집행위원장이 발표한 800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 ‘ReArm Europe’의 실행 방안으로 추진 될 전망이다.
* Regulation establishing the Security Action for Europe (SAFE) through the reinforcement of European defence industry Instrument
<참고 : 유럽 재무장 계획 ReArm Europe>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신규 EU 집행위원회 출범 100일을 앞두고 3월 4일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간 광물협정을 위한 회담(2월28일) 이후, 영국을 포함한 유럽 정상 간의 비상 안보 회의(3월2일,6일)가 연달아 열리는 가운데 발표된 것으로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자체적인 안보의 중요성과 방위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당 발표의 주요 내용은 8,000억 유로 규모의 국방 자금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첫째는 각 회원국이 국방비 지출을 GDP의 1.5% 확대하여 4년 동안 6,500억 유로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과 둘째로는 각 회원국이 필수 방위 장비 구매 시 이를 공동으로 조달하고, 이에 대해 EU 자금 1,500억 유로 대출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방위 관련 투자에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EU는 결속 정책(Cohesion Policy)을 활용하고, 역내 유럽투자은행이나 저축투자연합 등 민간 자본 동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방위백서 주요 내용
방위백서는 역내 방위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으로 이뤄져 있다. 먼저 역내 회원국 간 방위 역량 격차 해소와 방위력 강화를 위해 미사일 방어, 포병 시스템, 탄약 및 미사일 비축·생산 역량 강화, 드론, 군사 운송 네트워크, AI·양자 컴퓨팅 등 사이버 전자전 기술 등의 우선 분야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략적 우선순위 분야를 중심으로 EU는 회원국 간 방위 협력 강화를 위해 규제 간의 조화를 추진하고, 방위산업 기업과의 전략적 대화를 통해 역내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원국 별로 분산되어 있는 방위 수요도 체계적 통합하고, 대규모 장기 발주 등 공동조달도 체계화할 예정이다.
한편, 백서는 유럽을 넘어선 국제적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기구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 강화 역시 주요 전략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NATO를 비롯해 미국, 영국, 노르웨이, 캐나다 등 전통적 안보 파트너는 물론, 알바니아, 아이슬란드, 몬테네그로, 몰도바, 북마케도니아, 스위스, 튀르키예 등의 EU 주변국을 비롯하여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파트너 국가들과 인도 등이 협력 대상으로 언급돼 있다.
특히, 소수 공급업체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고 방위 장비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EU는 유사 입장국(like-minded partners)이 방위 협력 프로젝트와 다양한 이니셔티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 도구를 보다 개방적으로 설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EU는 글로벌 방위산업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도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방위산업 전반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EU 집행위원회는 기존 재정 준칙으로 기능했던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SGP, Stability and Growth Pact)’의 예외 조항을 방위 지출에 적용할 방침이다. 기존 SGP는 회원국의 재정 적자가 GDP 대비 3%를 초과하거나, 국가 부채가 GDP의 60%를 넘을 경우 제재를 받았으나, 방위비에는 이 규정에서 면제하는 국가별 예외 조항(national escape clause)이 적용될 예정이다.
SAFE 규정
이번 방위백서 발표에서 역내 방위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 조치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정책은 방위 장비 공동조달을 지원하는 신규 재정 도구인 SAFE(Supporting Action for Europe) 규정이다. SAFE는 유럽 방위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회원국 간 군사 협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재정능력이 상이한 회원국들이 협력 구매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불필요한 중복 조달을 피하면서 신속히 전력을 보강하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다. EU 집행위원회는 방위백서와 유럽 재무장 계획의 일부로 같은 날 SAFE 규정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에 의하면 SAFE는 최대 1500억 유로 규모의 대출 기반 재정 메커니즘으로 설계되었는데, 공동조달에 필요한 재원을 EU가 채권을 발행하여 조달하는 방식이다. SAFE의 재정 지원은 EU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정되며, 최소 2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방위 장비 공동조달 프로젝트에 대해 대출 지원과 부가가치세(VAT) 면제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단, 규정 발효 후 최초 12개월 동안은 SAFE에 명시된 방위 장비에 한해 단일 회원국이 조달하더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회원국은 대출 지원금의 최대 15%를 선지급할 수 있으며, 해당 대출 요청은 2030년 12월 31일까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회원국 간 균형 적용을 위해 대출 규모가 가장 큰 상위 3개 회원국의 대출 총합은 전체 대출 한도의 6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이 설정돼 있다.
SAFE를 통한 공동조달에는 EU 회원국뿐만 아니라, EEA(유럽경제지역) 및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국가, 우크라이나, 그리고 EU 후보국 및 잠재 후보국, EU와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한 제3국도 참여할 수 있다. 다만, 공동조달에 참여하는 국가 중 최소 하나는 반드시 SAFE 재정 지원 대상인 EU 회원국이어야 한다.
SAFE 규정은 공동조달 제품의 생산 기준도 명시하고 있다. 최종 조달 제품의 예상 비용 중 최소 65%에 해당하는 부품은 EU, EEA, EFTA 또는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돼야 한다. 이는 공동조달을 통해 방위 장비 조달뿐 아니라 역내 방위산업 기반의 활성화, 공급망의 안정성, EU의 방위 관련 기술 주권을 도모해야 한다는 일부 회원국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SAFE 규정 초안에서 공동조달 대상 방위 제품은 다음 두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카테고리 1에는 탄약 및 미사일, 포병 시스템, 소형 드론(NATO class 1), 드론 대응 시스템, 핵심 인프라 보호, 사이버 보안, 군사 기동성 관련 제품이 포함된다. 카테고리 2는 항공 및 미사일 방어체계, 중·대형 드론(NATO class 2, 3), 전략적 규제 조화기구(Enablers), 우주 자산 보호, 인공지능 및 전자전 관련 제품을 포함한다.
현재 SAFE 규정은 EU 집행위원회가 초안을 발표한 단계로, 앞서 언급한 세부 내용들은 향후 EU 이사회 및 유럽의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 입법 절차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규정은 논의 과정에서 일부 수정 또는 조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관련 입법 동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시사점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위 정책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구조 개편과 전략 수정에 착수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방위산업 정책 강화를 위해 2019년 방위산업·우주 전담 총국(DG DEFIS)을 신설하여 관련 정책을 총괄하게 했으며, 2024년에는 리투아니아 출신의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를 초대 국방·우주 담당 집행위원으로 임명했다. 유럽의회 역시 2024년 말, 기존 외교위원회 산하의 안보·방위 소위원회(SEDE)를 독립 상임위원회로 격상시키는 개편안을 승인하였다. 이러한 EU 집행위와 유럽의회의 조직 개편은 방위 역량 제고와 방위산업 육성에 대한 EU의 정책적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유럽의 방위전략 전환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25년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19년과 비교해 2020–2024년 동안 유럽 국가들의 주요 무기 수입은 155%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유럽이 전 세계 무기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에서 28%로 크게 확대됐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대규모 군사 지원을 바탕으로 2020–2024년 기간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EU의 방위백서와 SAFE 규정은 이러한 변화된 안보 환경 속에서 보다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방위산업 기반을 구축하려는 정책적 대응이라 할 수 있다.
한편, SAFE 규정 초안은 최종 조달 제품의 예상 비용 중 최소 65%에 해당하는 부품이 EU, EEA, EFTA 또는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조건 외에도, 공동조달에 참여하는 기업은 해당 지역에 설립돼야 하거나, 제3국 법인이 지배하는 경우에는 유럽 회원국 정부가 보증하는 구조를 갖춰야 하는 등 여러 제한 조건이 포함돼 있다. 이는 EU가 방위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외부 의존도를 관리하고, 조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략적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들의 대미 무기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유럽의 재무장 기조는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 방산업계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SAFE 체제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고 유럽의 방산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은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서 EU와 방위산업 협력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EU 내 공동생산, 기술 이전 등 다양한 산업 협력 모델을 모색하고, EU의 규범과 조달 기준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자료: EU 집행위원회,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SIPRI), 현지 언론 등 브뤼셀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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