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일본 최대의 물류전시회 ‘Logis-Tech 2024’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2년마다 개최되는 본 전시회는 일본에서 ‘2024년 문제’(트럭 운전수의 초과근무 제한으로 물류에 애로가 발생하는 문제)가 주요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인지 이전과 비교해 출전사 수가 400개 사에서 580개 사로 늘어 물류에 대한 일본 기업인들의 큰 관심을 알 수 있었다.

<도쿄 국제물류종합전 (Logis-Tech Tokyo 2024) 전시회 개요>

[자료: 도쿄 국제물류종합전 공식 웹사이트, 도쿄무역관 정리]

일본을 대표하는 물류전시회인 도쿄 국제물류전은 24조 엔 규모 이상의 물류 산업계를 아우르는 핵심 행사로, 물류를 중심으로 거래 촉진, 기술 향상, 정보 제공, 인적 교류를 목적으로 한 크고 작은 세계 각국의 유력한 물류 산업 기업들이 모이는 중요한 행사로 알려져 있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Logis-Tech Tokyo는 일본 물류업계의 7개의 주요 협회인 일본산업기계공업회, 일본산업차량협회, 일본팔레트협회, 일본운반차량기기협회, 일본물류시스템기기협회, 일본로지스틱스시스템협회, 일본능률협회가 공동 개최 중이다.

2022년도 개최 시에는 524사가 출전하였으나, 2024년도는 약 580개 사가 참여하여 기업인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시 현장에는 TOYOTA R&F, 미츠비시중공업, IHI, KEYENCE, FANUC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뿐 아니라 Rapyuta Robotics, Geek Plus, Hangcha 등 세계적인 물류 기업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Logis-Tech Tokyo 2024 현장 스케치

전시회장에 들어서자마자 최신 물류기기를 사용해 창고의 일부분을 구현한 부스와 거대한 벨트 컨베이어 등이 눈에 들어왔으며, 담당자가 시연하고 있어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현재 일본 물류 업계는 트럭 운전사 인력 부족과 잔업 규제로 인해 물류가 정체되는, 이른바 '2024년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창고 내 업무 효율화나 트럭 운전사의 대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자동 지게차, 자동 운반 로봇, 로봇팔 등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시들이 두드러졌다. 현장에서 시연을 보며 느낀 점은 무인 로봇이 사람과 달리 지치지 않고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작업 속도가 느리고 임기응변 능력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다. 또한 로봇 운용에는 넓은 작업 공간이 필요해 소규모 기업이 도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580여 개의 기업은 8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전시 분야는 창고 작업 효율화, 특수 차량·운반 차량, 보관·배송 효율화, 정보 기기·소프트웨어, 물류 거점·시설 개발, 물류 업무 개선, 포장 시스템, 출판으로 구분되었다. 전시된 제품들은 보관 기기, 분류 장치, 포장 기기, 운송 설비, 팔레트, 세정 장치, 스캐너 같은 장비부터 창고 대여, 물류 업무 요원 파견, 지진 등 재해 대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특히 최근 일본 정부가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지진 대책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을 반영한 전시품들도 눈에 띄었다.

Logis-Tech Tokyo 2024는 도쿄 국제전시장 동쪽 홀 전체를 사용하는 큰 규모로 개최되었다. 전시 외에도 4개의 별도 세미나 장소가 마련되어, 경제산업성과 국토교통성을 포함한 총 102개 기업이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미나는 강연자가 많아 한 기업당 30분으로 짧게 진행되었으나, 다양한 테마로 구성되어 참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 물류종합전 풍경>

[자료: 도쿄 국제물류종합전 공식 웹사이트, 도쿄무역관 촬영]

거세지는 중국 기업들의 공세

이번 물류종합전에서는 국가별 단체 전시관은 없었지만, 개별 참가한 중국계 기업들의 거대한 부스가 눈에 띄었다. 특히 물류 로봇 업계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GEEK+는 일본 내에서도 도요타 자동차, 나이키, 다이와 하우스 등 대규모 사업자에게 물류 로봇을 납품하고 있다. 이 외에도 STANDARD ROBOT, ForwardX Robotics 등 중국을 대표하는 물류 로봇 제조사들이 참가하여, 일본 기업 부스와 비교했을 때 규모나 기술 면에서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중국기업 부스>

[자료: KOTRA도쿄 무역관 촬영]

스바루, 아이신 등 일본의 대표적인 제조사를 고객으로 둔 일본 물류 로봇 업체 Mujin사의 담당자 F 씨는 KOTRA 도쿄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은 풍부한 납품 실적을 바탕으로 일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이미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제품 가격도 고가로 형성되어 있다. 우리는 공장 설계부터 완성까지, 즉 0부터 100까지 전 과정을 맡아서 진행할 수 있으며,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안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본 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서비스 로봇 솔루션 사업을 진행 중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사의 담당자 Y 씨는 "현재 일본 내에서 노르웨이, 프랑스, 미국, 중국 등 세계 각국 제조업체의 대리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이전부터 한국 기업들도 주목해 왔고, 특히 건물 내 택배 로봇에 대해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시사점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일본 물류 업계는 지속 성장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별도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2024년에는 물류 수송력이 14%, 2030년에는 34%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류업계의 관습 개선, 물류 효율화, 그리고 하주(화물 소유자)와 소비자의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물류 효율화를 위해 설비 투자(예약 시스템, 자동화 등), 물류 GX(철도, 차량, 선박, 물류 시설, 항만 등의 탈탄소화)와 물류 DX(자동 운전, 드론 물류, 자동 배송 로봇, 항만 AI 터미널, 물리적 인터넷 등) 추진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어, 시장의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거나 제품을 지속적으로 노출하려는 우리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작년 3월부터 자동 배송 로봇 서비스를 사회에 구현하기 위해 민간 기업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실증 실험을 진행 중이다. 미국과 중국의 상황을 주시하며, 도쿄도, 가나가와현, 이바라키현, 후쿠시마현, 오카야마현의 도시 및 농촌 지역에서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방 중소기업들의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또한 2023년 4월 도로교통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저속 소형 자동 배송 로봇이 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게 되어, 배송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자동 배송 로봇은 아직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아 비용 면에서 과제가 남아 있지만,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존 물류 구조와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의 구축이 필요하다. 창고용 로봇 시장은 이미 성숙한 상태인 만큼, 일본의 법규 개정과 시장 동향을 주시하면서 소형 배송 로봇, 야외용 배송 로봇, 드론 등 새로운 분야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 도쿄 국제물류종합전 Logis-Tech Tokyo 공식 웹사이트, 공식 브로슈어, 경제산업성, 그 외 KOTRA 도쿄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