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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9유로 티켓, 9월 1일부로 종료···파격 정책의 명과 암
  • 경제·무역
  • 독일
  • 함부르크무역관 윤태현
  • 2022-09-19
  • 출처 : KOTRA

독일 내 6~8월 한정 진행한 9유로 티켓 정책 종료

장단점 뚜렷했던 독일 정부의 파격 실험

저렴한 가격에 대중교통 이용 가능하나 이를 수용할 기차, 버스 등 부족 사례 발생

9유로 티켓 개요

 

독일 정부가 지난 6월 1일부터 파격적으로 도입한 9유로 티켓이 8월 31일부로 종료됐다.


9유로 티켓은 한달에 9유로(약 1만 2000원)만 내면 독일 전국에서 버스, 전철, 트램(노면전차) 등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이용권이다. 이론적으로 이 티켓을 이용하면 함부르크에서 스위스와 국경을 맞닿은 독일 최남단 도시인 콘스탄츠까지 갈 수 있다. 약 850㎞에 이르는 거리를 14~15시간에 걸쳐 9 . 부 유럽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독일 전국 투어를 했다는 후기가 인기였었다.

 

<9유로 티켓>

[자료: 무역관 자체 촬영]

 

이러한 인기를 증명하듯 독일 교통기업연합회(이하 VDV)는 지난 3개월간 9유로 티켓이 총 5200만 장 팔렸다고 밝혔다. 전체 독일 거주 인구의 60%가 이 티켓을 구입한 것이다.


독일 정부가 지난 여름(6~8월)에 한해 이런 파격적인 조치를 발표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가파른 기름값 상승에 대한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Stastista에 따르면, 2021년 독일 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평균 1.58유로였으나 올해 5월에는 2.15유로까지 치솟았다. 전년대비 35% 이상 급등한 가격이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 독일 교통부는 “급등한 유류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여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배출도 잡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독일 정부는 이번 티켓의 도입으로 독일 철도청과 지역 운수 업체들이 입게 될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25억 유로(약 3조40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 두었다.


직관적으로 보기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고 또 친환경 트렌드에 걸맞은 정책이지만 한편으로는 실질적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을 것처럼 보이는 9유로 티켓 정책, 다른 어떤 국가에서도 전례없이 보기 힘들게 도입된 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떤지 분석해봤다.  

 

9유로 티켓 효과

먼저, 9
유로 티켓 도입에 따라 실제 대중교통 이용 빈도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9년도와 비교한 독일 내 대중교통 이용 빈도>

[자료: 독일 통계청]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도 대중교통 이용 빈도(30km 이상 기준)와 비교해 9유로 티켓이 도입된 6월부터 약 50% 이상 높은 이용 빈도 (전철, 트램 등 열차 종류 / Schienenverkehr)를 보였다. 2019년도에 10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 2022년 6~8월 사이에는 15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이다.


VDV도 9유로 티켓 정책이 끝난 직후 약 7만 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9유로 티켓 도입 결과 자료‘를 발표했다. 대중교통 이용 빈도, 신규 사용 여부, 대중교통 노선, 자동차 이용 빈도수 등에 대해 조사했다. VDV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유로 티켓 이용자 중 20%는 티켓 도입 이전에 한번도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않았다. 또 이용자의 27%는 이전에 버스나 지하철을 한달에 한 번 정도만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VDV는 이어 전체 이용자 중 17%는 티켓 도입 전에 자동차를 이용하던 사람이고 티켓 구입 후 일상에서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택한 사람은 10%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용자의 43%는 티켓 구입 사유에 대해 ‘당분간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기 위해‘라고 답해 독일 정부가 생각한 방향대로 치솟은 기름값에 대한 사용자 부담도 완화하고 환경 보호에도 일부 기여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9유로 티켓은 기후변화 대응에도 효과적이었다. VDV는 9유로 티켓 도입에 따라 평소보다 약 10% 정도 적은 차량이 평소에 운행됐고 매월 이산화탄소 60만 톤, 3달간 총 180만 톤이 적게 배출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1년 정도 독일 전국 아우토반(Autobahn·무제한 고속도로)에 속도 제한 규제를 도입해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수 있는 효과와 맞먹는다.

 

<독일의 무제한 고속도로 아우토반>


[자료: 무역관 자체 촬영]

 

결과적으로 VDV는 9유로 티켓 전체 이용자의 88%가 만족했다고 밝혔다.

 

9유로 티켓 도입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

 

9유로 티켓 도입으로 더 많은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언뜻 장점이 많아 보이지만 전철이나 버스 등 수용 가능한 노선은 있는지, 출퇴근 시간에 몰리는 인파를 해결할 방법은 있는지, 이에 따른 연착이나 노선 결항은 없는지 등은 또 다른 변수다. 실제 티켓 도입 전부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정책 도입 한달이 지난 7월 초 마틴 부커트 철도교통노동조합(EVG)장은 “로스톡에서 함부르크로 가는 기차를 보면 사람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수용 불가능한 만큼의 이용자들로 인해 기차 내 화장실이 고장나고 기차역 내 엘리베이터도 수리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료들의 업무 지원 범위가 한계에 도달했고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며 “9유로 티켓은 철도 관계자들을 병들게 한다(krank)“고 비판했다.

 

<독일 대표 주간지 슈피겔 커버 페이지>

[자료: 무역관 자체 촬영]

 

또 실질적인 자동차 통행량을 줄이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크리스티안 뵈트거 베를린 기술경제대학교(HTW) 교수는 “9유로 티켓 도입으로 자동차로 출퇴근하던 사람이 대중교통을 대신 이용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의 휴가 이용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며 “실제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중은 100명 중 2~3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책 도입의 목표처럼 자동차 사용 빈도를 줄이면서 친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게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출퇴근은 기존처럼 자동차로 그대로 하고 휴가 때만 9유로 티켓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9유로 티켓 도입으로 울상을 짓는 기업들도 있다. 플릭스(FLIX) 버스가 대표적이다. 플릭스 버스는 일종의 시외버스업체로 가격이 저렴하여 학생부터 일반 여행객까지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플릭스 버스는 9유로 티켓 범위에 포함되지 못해 사용자 수가 급감했다. 플릭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손실액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6월 한달간 사용자 수는 5월에 비해 60%나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아네 레오나르드 버스사업조합연합회(BDO) 대표는 “정부에서 독일 철도청과 운수업체 손실 보전 정책으로 내놓은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운수업체들이 많다“며 “이들 대부분은 이번 여름에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정부 정책은 대중교통 이용자를 한쪽에 쏠리게 하면 안된다“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개인 승용차 이용 빈도를 줄이고 친환경 조성에 기여하는 쪽으로 진행되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점

 

9월 1일 00시를 기점으로 전례없는 9유로 티켓 사용이 종료되었다. 독일에 거주하는 사람 10명 중 6~7명은 최소 한 번씩 이 티켓을 이용해 본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위에 분석한 것처럼 이번에 도입된 파격적인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고유가 인플레이션 시대에 독일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책으로 내놓은 정책이고 또,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친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수용 범위를 초과하는 이용자 수, 9유로 티켓의 적용 가능 범위 등 다방면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또 예상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 자동차는 자동차대로 그리고 휴가 등 추가적인 이동이 필요할 때만 대중교통을 사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장단점이 뚜렷한 독일의 9유로 정책이지만 국내 일각에서는 치솟는 물가와 환율, 그리고 금리까지 3중고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해 도입을 검토하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다만, 대중교통은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며 대가를 지불하지 않더라도 소비 혜택에서 제외될 수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공공재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정책 입안자부터 운수업체, 이용자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엮여있는 재화라는 의미다.


국내에서 추후 이와 유사한 정책을 도입할 경우,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서비스 품질 유지에 대한 고려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자료: 독일교통기업연합회(VDV), 독일철도 주식회사(Deutsche Bahn), Frankfurt allgemeine Zeitung, Tagesschau, Handelsblatt, Bloomberg, Business Insider, KOTRA 함부르크 무역관 보유 자료 등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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