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중앙은행(CBM, Central Bank of Myanmar)은 지난 2022년 4월 3일 모든 달러화 예금액을 현지화로 환전하도록 지시하는 ‘제12/2022호 공지’를 발표했다. 이 조치에 따라 중앙은행이 예외적용 대상으로 지정한 일부 기관, 단체 및 개인을 제외한 모든 주체는 더 이상 계좌에 달러화를 보유하지 못하게 됐으며,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달러화도 중앙은행이 고시한 달러당 1850 Kyat의 환율을 적용해 현지화로 환전하도록 지시 받았다. 또한 해외에서 새로 송금 받은 달러화도 수령일로부터 1영업일 이내에 현지화로 환전해야 했다. 환전은 계좌주가 스스로 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중앙은행은 개인이 이를 자발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 주거래은행이 강제로 실시해야 한다는 지침을 덧붙였다. 다만 환전 실시에 관한 세부지침이 발표되지 않았으며 계좌주와 시중은행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도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환전은 한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예외적용 대상으로 지정된 주체는 1)미얀마 투자위원회(MIC, Myanmar Investment Commission)의 승인을 받은 외국인투자기업, 2) 특별경제구역(SEZ, Special Economic Zone)에 입주한 기업, 그리고 3)외교관, 유엔통행증(UNLP, United Nations laissez-passer)을 보유한 국제기구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었으며,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외국인 또는 외국인투자기업이라도 위 조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실제로 미얀마 투자위원회(MIC) 승인이 필요 없는 분야에 진출한 상당수 외국인투자기업들은 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외환조치의 예외적용 대상이 되지 못했다.  참고로 현재 특별경제구역(SEZ)으로 승인된 곳은 띨라와 특별경제구역(Thilawa SEZ), 짜육퓨 특별경제구역(Kyaukphyu SEZ), 다웨이 특별경제구역(Dawei SEZ) 등 3곳이므로, 여기에 입주한 기업만 외환조치의 예외적용 대상이 된다.

예외적용 대상이라도 외환조치의 규제 조항이 전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예외적용 대상은 달러화를 보유할 수 있지만 그 외의 거래에 관해서는 미얀마 금융당국이 정한 지침에 따라야 한다. 우선 달러화 해외송금은 외환조치와 함께 신설된 외환감독위원회(FESC, Foreign Exchange Supervisory Committee)의 건별 심사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달러화 현금 인출도 주거래은행을 통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제한적으로만 할 수 있다. 보유는 가능하지만 자유로운 사용은 불가능한 것이다. 미얀마 내에서의 달러화 이체도 전면 금지되며, 예외적용 대상끼리도 달러화 거래를 할 수 없다.

<미얀마 중앙은행>

[자료: KOTRA 양곤무역관 자체 촬영]

미얀마의 경제계는 이와 같이 강력한 외환조치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외환거래가 빈번한 수출입 관련 업체들과 외국인투자기업들은 주거래은행을 통해 정부 조치의 실제 적용방안에 대해 문의하는 등 분주하게 대응했다. 비공식적으로는 외환조치의 내용이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실제 적용이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미얀마 중앙은행도 이에 대응하여 여러 차례 공지를 발표하며 외환조치의 실제 적용과 관련된 세부 사항들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또한 일부 지침을 강화하거나 완화했으며, 업종별 예외 조항을 추가하기도 했다. 이 중 핵심적인 세부 규정과 변동사항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해외송금에 관한 규정

중앙은행은 외환감독위원회(FESC)의 사전 승인을 전제로 수입대금, 투자기업의 이익잉여금과 투자금, 대출원금 및 이자 등을 해외로 송금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때 필요한 달러화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의 지시를 받아 송금 승인을 받은 자에게 지정환율로 매도해줘야 하며, 수수료로는 1달러당 3 Kyat를 부과하도록 했다. 당시 지정환율이 달러당 1850 Kyat였으므로, 해외송금을 승인 받은 기업은 수수료 포함 1853 Kyat를 내고 1달러를 매입할 수 있었다. 다만 시중은행 상당수는 보유한 달러화가 충분하지 않아 중앙은행과 외환감독위원회의 지시를 받고도 달러화를 적시에 매도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예외적용 대상들은 외환감독위원회의 승인만 받으면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를 바로 송금할 수 있었다.

수출대금에 관한 규정

외환조치에 따라 수출업체들도 해외로부터 수령한 외화를 입금일 기준 1영업일 이내에 현지화로 환전해야 한다. 여기에 중앙은행은 수출신고 이후 45일 이내에 대금을 입금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수출업자가 만약 이 규정에서 정한 45일 이내로 대금을 입금 받지 않으면 미얀마 상무부(Ministry of Commerce))가 발급한 '수출입등록증’을 말소 당해 더 이상 무역을 하지 못하게 된다. 참고로 수출신고 후 입금이 강제되는 이 의무 기한은 원래 3개월이었으나, 금융당국의 통제가 강화되며 45일로 단축된 것이다.

지난 8월 5일에는 수출업체가 획득한 외화의 35%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중앙은행 공지 제36/2022호’가 발표됐다. 이 예외조치에 따라 앞으로 수출업체는 수출대금의 65%만 위의 규정대로 환전하면 된다.

또한 중앙은행은 중국과 태국을 상대로 국경무역을 하는 업체들이 입금 받은 수출대금을 1개월까지 현지화로 환전하지 않고 전액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보유 기한이 경과한 이후에는 이들도 위 규정에 따라 수출대금의 65%를 환전해야 한다. 미얀마 금융당국은 이와 같은 예외조치의 배경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바가 없으나 중국, 태국과의 국경무역의 비중이 크고 교역 품목도 자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기초소비재 중심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얀마 현지 은행 사진>

[자료: KOTRA 양곤무역관 자체 촬영]

일부 업종과 주체에 대한 예외 확대

외환감독위원회는 미얀마 교통통신부(Ministry of Transport and Communication)를 통해 물류, 운송 분야의 업체들이 외화를 일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규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얀마 국제화물운송협회(MIFFA; Myanmar International Freight Forwarders Association)에 등록된 회원사들은 기업별로 최대 30만 달러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미얀마 상업해양개발협회(Myanmar Mercantile Marine Development Association)에 등록된 선사들도 최대 2백만 달러의 외환 소지가 가능해졌다. 그 밖에 국제 항공운송업체나 국제항공사를 대상으로 지상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10만 달러까지 외화를 보유할 수 있다.

중국해양석유공사(CUNOC, China National oil corporation)의 미얀마법인과 인도수출입은행, 펀잡내셔널은행(Panjab National Bank) 양곤 대표사무소 등 일부 개별주체들은 미얀마 투자위원회(MIC) 승인기업이나 특별경제구역(SEZ) 입주기업과 동등한 ‘외환조치 예외적용 대상’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최근의 규제 변화와 동향

미얀마 중앙은행은 6월 7일 개최한 내부 회의에서 투자기업관리국(DICA, Directorate of Investment and Company Administration)에 등록된 업체 중 외국인 투자지분이 10% 이상인 모든 기업을 외환조치의 예외적용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 내용은 행정고시나 공지 형태로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중앙은행에 의해 회의록 공개 방식으로 전해지며 사업여건 개선에 대한 현지진출 기업들의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약 1개월 후인 7월 6일 외환거래 자격이 있는 ‘AD 라이선스(Authorized Dealer License)’ 보유 은행들을 긴급 소집해 개최한 회의에서 예외조치 확대 방안에 대한 검토를 전면 취소한다고 발표했으며, 일주일 뒤인 7월 13일 이를 정식으로 공지했다. 하루 뒤인 7월 14일에는 미얀마 소재기업과 거주자들이 해외에서 현금이나 현물로 대출받아 발생한 채무의 원금과 이자를 유예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또한 7월 15일에는 외국인 투자 지분이 35% 이하인 모든 기업의 외화가 실제로 강제 환전되며 경제계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8월 5일 오후에는 중앙은행 고시환율이 달러당 2100 Kyat로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4월 3일 외환조치와 함께 고시된 환율인 달러당 1850 Kyat가 약 4개월 만에 13.5% 오르게 됐으며, 국가 비상사태 이전의 고시환율 1330 Kyat와 비교해서는 57.9%의 상승폭을 기록하게 됐다. 다만 실제 시중 환전소와 외환 브로커들이 사용하는 비공식 환율은 여전히 고시환율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시사점

미얀마 정부의 외환통제 조치들은 현지기업과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있거나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 그리고 이미 현지에 투자한 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미얀마에 상품을 수출 중인 우리기업들은 현지 바이어들이 적시에 대금을 지불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하며, 미얀마로부터 수입을 하고 있는 기업들도 현지 수출업체들이 언제까지 대금을 받아야 할지 확인해야 한다. 투자를 기획 중인 기업도 외환감독위원회가 승인한 일부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금이 바로 강제 환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규정이 수시로 변경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출입 대금에 대한 세부 규정은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면밀한 관찰이 요구된다. 앞서 정리해본 세부 지침들이 모두 최근 4개월 이내에 발표됐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예고 없이 규정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주기적으로 현지의 외환 규제 동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자료: 미얀마 중앙은행(Central Bank of Myanmar), 미얀마 상무부(Ministry of Commerce), KOTRA 양곤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