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기여하는 로스차일드 은행

 ○ 작년 베스트셀러였던 '화폐전쟁'에서 저자 쑹훙빙은 세계최고의 부자는 빌게이츠가 아니고, 유대계의 로스차일드 은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로스차일드의 재산규모는 수수께끼지만 50조 달러는 될 것이라면서 지난 200여 년간 전 세계의 정치와 전쟁을 이용하면서 성장한 '은신'의 금융제국이라고 했다.

 ○ 로스차일드 은행은 1744년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가 금융업을 하면서 시작됐고, 그의 아들 5명이 런던, 파리, 빈, 나폴리, 프랑크푸르트 등에 흩어져서 금융사업을 확대하면서 급속히 성장했다. 유럽에 퍼진 아들 5명이 현지의 빠르고 정확한 정보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각국에서 발행하는 국채의 가격변동을 예상할 수 있었고, 전쟁 등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국가에 대한 자금융자를 통해 성장했다. 정치권 밀착을 통한 수익창출, 부의 집중 등에 대한 반발심 때문에 유럽의 유대인에 대한 적개심 발생의 원인도 됐다.

 ○ 그렇다면 이스라엘에서 로스차일드를 보는 시각은 어떨까? 3월 초 이스라엘의 신문에 로스차일드에 관한 흥미있는 기사가 났다. 이스라엘 대통령의 영빈관의 보수를 위해 로스차일드 재단에서 50만 달러를 기부키로 했다는 것이다. 영빈관이 노후돼 역대 대통령 때부터 보수를 정부에 계속 요청했는데 예산반영이 안 되자 현직 시몬 페레스 대통령이 참다 못해 로스차일드에 전화해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기부받은 것이다.

 ○ 사실 로스차일드는 이스라엘 건국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로스차일드를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후원자로 생각한다. 로스차일드는 유대국가 건설을 의미하는 시오니즘을 지지하고, 2차 대전 중에는 나치에 항거하면서 많은 손해를 보기도 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던 유대인들이 현재 이스라엘 땅인 팔레스타인에 들어와서 살 수 있도록 아랍인들로부터 땅을 매입해서 유대인들에게 제공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도운 것도 로스차일드이다. 로스차일드는 유력산업으로 성장한 이스라엘 와인산업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유대인의 이스라엘 정착 초기단계에 프랑스에서 포도재배 및 와인 전문가를 이스라엘에 데려와서 유대인들을 교육시켰기 때문이다.

 ○ 로스차일드는 1962년 조성된 Caesarea Rothschild 펀드를 통해서 텔아비브 북쪽의 유적도시인 케사리아 유적지의 개발, 인프라 및 주거시설을 건설했고, 현재에도 이스라엘 교육발전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케사리아에 있는 이스라엘 유일의 18홀 골프클럽도 로스차일드가 비즈니스맨들의 교류와 골프 꿈나무 육성을 위해 공익적 명분에서 건설한 것이다.

 ○ 또한 로스차일드는 이스라엘의 발전을 위해 1958년부터 로스차일드 가족이 직접 관리하는 Rothschild Yad Hanadiv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대통령 영빈관 보수비용 50만 달러도 이 재단에서 왔다. 이스라엘의 의회와 대법원 건물도 이 재단에서 건설해주었다. 현재에도 이스라엘의 교육, 환경, 사회, 이스라엘-아랍 관계개선 등과 관련된 공익사업을 계속 하고 있다.

 ○ 한편, 로스차일드는 영리 목적을 위한 법인도 이스라엘에 두고 있는데 이들 법인을 통해서 이스라엘 기업의 외국인투자유치를 돕고 있다. 프랑스 투자가의 이스라엘 유일의 HOT사(케이블 TV) 투자와 스위스 Von Roll의 Enerco사(전력장비 생산) 투자에도 로스차일드의 역할이 주효했다.

 ○ 이렇게 이스라엘에서는 좋은 일을 하고 존경받는 기업이 해외에서는 그렇지 않는 것은 로스차일드의 족벌적인 폐쇄성도 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로스차일드는 그동안 근친결혼을 통해서 경영 승계와 부를 축적했고, 비상장 기업으로서 기업정보 공개에 매우 폐쇄적이었기 때문이다. 얼마전 로스차일드는 200년 만에 처음으로 가문 출신이 아닌 사람을 로스차일드 은행의 대표로 선임했다. 로스차일드가 어떻게 변할지 관심을 갖게 된다.

 자료원 : 2010.4.12 헤럴드경제신문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