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아쿠아테크(Aquatech) 암스테르담, 전 세계 수자원 산업 전문가들의 축제

전 세계 수자원 산업의 모든 측면을 아우르는 전시회인 제57회 아쿠아테크 암스테르담이 3월 11일부터 14일까지 RAI 암스테르담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올해 행사에는 140개국 이상에서 2만5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으며, 900개 기업이 참가해 최신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또한, 350명 이상의 연사가 참여해 글로벌 물 산업의 혁신과 트렌드를 공유했다.

아쿠아테크 암스테르담은 RAI 암스테르담이 주관하며, 국제 물 협회(International Water Association), 네덜란드 물 파트너십(Netherlands Water Partnership), 워터 얼라이언스(Water Alliance), 수질 협회(Water Quality Association) 등 주요 파트너들과 함께 운영된다. 이 행사는 아쿠아테크 브랜드의 글로벌 전시회 중 하나로, 중국과 멕시코에서도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글로벌 물 산업 생태계 전반의 전문가들이 모여 최신 혁신 기술을 선보이고, 신규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상호 교류를 통해 영감을 얻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시회 개요>

[자료: 전시회 홈페이지]

한국 정수기·수처리기 기업들, 유럽 시장 진출 활발

이번 행사에 참가한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정수기와 수처리기 분야에 특화된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현재 유럽 시장으로의 진출을 적극 모색하거나, 일부는 이미 소규모 수출을 시작한 단계에 있다.

유럽 시장에 이미 진출한 기업들의 경우, 주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남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독일 시장에도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참가 기업들은 공통으로 가정용 및 사무실용 제품에 집중하며, 이 분야의 유럽 소비자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고 있다.

<전시회 참가 한국 기업>

[자료: 전시회 홈페이지]

한국 정수기·수처리기 업체들, 유럽 시장 적응 위한 제품 전략 수립 중

전시회 참가 기업들에 따르면 유럽 시장 진출의 주요 장벽 중 하나는 유럽의 주방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크고 부피가 큰 정수기의 수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 가정은 아시아 가정에 비해 가계 예산이 더 큰 편이지만, 한국 기업들은 아시아에서 인기 있는 동일 제품이 유럽에서는 구매자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청호와 같은 일부 기업들은 이러한 시장 상황에 대응해 정수기에 커피 머신 기능을 결합하고 빌트인 모델을 제공하는 등 유럽 시장에 맞게 제품을 조정하고 있다. 퓨리얼(Pureal)은 컴팩트한 빈티지 디자인으로 경쟁사들 사이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협소한 네덜란드 주방에 적합하면서도 빈티지 기기를 선호하는 소비자층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전략이다.

반면 코웨이 정수기는 더 세련된 외관과 상대적으로 큰 사이즈가 특징이기 때문에 개인 가정보다는 물 소비량이 많고 공간적 여유가 있는 사무실 환경에 더 적합한 제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다만, 이 외에도 코웨이는 컴팩트한 크기의 카운터탑 및 빌트인 제품 등 다양한 정수기 제품군을 제공하고 있다.

<전시부스 모습>

[자료: 코웨이 홈페이지]

알칼리 이온정수기, 네덜란드 시장 진입에 어려움 직면 중

알카메디(Alkamedi)와 같은 알칼리 이온정수기 제조업체들은 현재 네덜란드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 제품은 크기 면에서 퓨리얼의 소형 정수기와 코웨이의 대형 정수기 사이의 중간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특수 기술로 인해 표준 정수기보다 가격이 높은 편이다. 이들 업체는 유럽 구매자 확보에 어려움을 토로했는데, 네덜란드 시장에서는 정수기에 대한 상대적 관심 부족과 높은 가격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상황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 기업인 필립스(Philips)도 정수기와 샤워 필터, 탄산수 제조기를 출시했으며, 일부 정수기 모델에는 탄산수 제조기가 통합돼 있다. 이들 제품이 독일에서는 성장세를 보인다고 하지만, 필립스 대표는 네덜란드 내 판매는 여전히 부진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기업들은 네덜란드 시장에서 정수기에 대한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네덜란드 국민이 수돗물과 이를 정화하는 수처리 시설을 무척 신뢰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염소가 적거나 없는 카본 블록 필터(Carbon block filters) 처리된 물맛을 선호한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 오염물질은 수처리 센터에서 정화하기 어렵다. 현재 정수기는 덥고 건조한 지중해 국가들에서 인기가 있지만, 네덜란드도 향후 더 긴 가뭄 기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네덜란드 시장에서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전체 가정용 정수기 시장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인 성장이 예측되나, 데이터 한계로 인해 네덜란드 시장은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네덜란드, 혁신 수처리 기술로 국제 수자원 산업 선도

올해 네덜란드 전시관은 네덜란드 수자원 파트너십(Netherlands Water Partnership, NWP), 수자원 파트너(Partners voor Water) 및 워터 얼라이언스(Water Alliance)의 협력으로 구성됐다. 이 전시관에는 정수 필터부터 IoT 시스템, 멤브레인 (membrane) 기술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12개 기업이 참가했다. 주요 전시관 외에도 홀랜드 이노베이션 파크(Holland Innovation Park)에서는 10개의 유망한 기업들이 자사 제품과 기술을 선보였다. 이들 업체의 제품은 산업용 수처리 장비, 멤브레인 증류 및 센서 솔루션 등을 포함한다.

<네덜란드 전시관 모습>

[자료: KOTRA 암스테르담무역관 자체 촬영]

한국 기업들이 주로 주거 및 상업 홀에 자리를 잡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네덜란드 전시관들은 폐수 처리 홀에 포진해 있어 양국의 물 관련 주제에 대한 초점 차이를 보여줬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수처리, 홍수 예방, 물 부족과 같은 주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산업체 수의 증가에 따라 폐수 처리는 산업계에서 점점 더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이번 전시회에서 폐수처리에 3.5개 홀이 할당됐다.

네덜란드는 수자원 관리에 대한 광범위한 지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식수 공급, 여가 활동, 농업 용도로도 활용된다. 약품 잔류물과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산업 폐수가 이러한 수역에 유입될 위험이 있어, 네덜란드는 혁신적인 폐수 처리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폐수 부문의 주요 업체 중 하나는 1881년에 설립된 국제 엔지니어링 컨설팅 회사인 네덜란드 기업 Royal HaskoningDHV이다. 올해 이 기업은 지속 가능한 미세 오염물질 제거 기술인 Aurea로 아쿠아테크 혁신상과 대상을 받았다. 성공적인 시범 사업 이후, 현재 네덜란드 두 곳에서 대규모의 설비 개발을 진행 중이다.

<아쿠아테크 대상 수상>

[자료: Royal HaskoningDHV 홈페이지]

아쿠아스테이지, 물 산업 최신 트렌드와 혁신 공유의 장

이번 행사에서는 전시 부스 외에도 행사장 곳곳에 다양한 무대와 워크숍이 마련됐다. 이곳에서 전문가들은 자신의 프로젝트, 제품, 혁신에 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표 세션에서는 수자원 관련 주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으며, 참석자들은 지속 가능하고 다양한 물 산업 분야의 최신 지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세션들은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발표를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종 업계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킹 기회도 제공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아쿠아스테이지 발표 장면>

[자료: KOTRA 암스테르담무역관 자체 촬영]

아쿠아테크(Aquatech) 혁신상 수상자

<수상 내역>

[자료: 전시회 홈페이지, KOTRA 암스테르담무역관 정리]

이번 아쿠아테크 혁신상은 물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혁신과 첨단 기술 발전을 인정하는 상이다. 심사는 독창성, 실용성, 지속가능성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 총 13개 혁신 기업을 최종 선정했다. 부문별 수상자와 종합 대상 수상자는 아쿠아테크 암스테르담 개막 첫날 공식 발표됐다. 이번 수상 결과는 글로벌 물 산업의 기술 발전 방향과 미래 트렌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시사점

네덜란드 시장의 주요 특징은 중앙집중식 정수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기업들은 대규모 중앙 수처리 및 정수에 특화됐지만, 한국 기업 대다수는 가정용 상업 정수기에 집중하고 있다. 네덜란드 국민 대다수는 중앙 정수 시스템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수돗물을 마신다. 유럽에서 가정용 정수기 수요가 증가하는 지역은 주로 중앙 수질 관리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국가들이다.

정수기를 보유한 네덜란드 가정은 수질에 대한 우려보다는 맛에 대한 선호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용도로 네덜란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브랜드는 브리타(Brita) 정수기이며, 주로 물 주전자 형태로 판매된다. 이 주전자형 정수기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접근성이 좋지만, 아쿠아테크에서 선보인 대부분의 정수기는 고가 제품에 속했다. 기후 변화와 수질 오염으로 인해 깨끗한 물의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수질이 저하되고 있어 네덜란드 중앙 처리 센터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중앙 정수 시설이 오염 물질 제거에 한계를 보이고 수돗물에 대한 신뢰가 감소하면 네덜란드 시장에서도 가정용 정수기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네덜란드에서 인기 있는 기능을 갖춘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더 시장성이 있다. 여기에는 얼음 공급장치, 탄산수 제조기, 커피 머신이 통합된 제품, 또는 독특한 미적 매력을 갖추면서 공간 및 가격 측면에서 더 접근하기 쉬운 소형, 저가 라인의 제품이 포함된다.

자료: wnl.tv, makeover.nl, rivm.nl, businessmarketingsights.com, iplo.nl, royalhaskoningdhv.com, 전시회 홈페이지, 코웨이 (Coway),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