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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건축의 기준을 새로 쓰다: 덴마크의 저탄소 건축 전략
- 트렌드
- 덴마크
- 코펜하겐무역관 Seul Yi
- 2025-03-28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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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건축 산업의 탄소 저감을 위해 제도적 기반 구축
건축자재의 재사용 및 업사이클링 활용 노력 확산
지속가능성을 선도하는 덴마크 건축 디자인
덴마크는 오랜 시간 ‘디자인 강국’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20세기 중반부터 확산한 ‘스칸디나비아(Scandinavia) 디자인’의 중심지이며, 단순하지만 기능적인 덴마크 모던 디자인(Danish Modern)은 오늘날까지 가구, 건축, 제품 디자인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덴마크는 알루미늄 조명 ‘PH 시리즈’로 잘 알려진 포울 헤닝센(Poul Henningsen), 의자의 대가로 불리는 한스 베그너(Hans J. Wegner), 건축과 가구 디자인을 아우르는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등, 세계 디자인사에 굵직한 이름을 남긴 디자이너들을 다수 배출했다.
<대표적 덴마크 건축·가구 디자인>
아르네 야콥센의 SAS 빌딩
포울 헤닝센의 조명
한스 베그너의 의자
[자료: 포울 헤닝센, 한스 베그너, 아르네 야콥센 웹사이트]
이러한 디자인 철학은 건축·도시계획 분야에서도 자연스럽게 확장됐으며, 최근에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덴마크는 세계 에너지 삼중고 지수(Energy Trilemma Index 2024)에서 126개국 중 1위를 기록하며 에너지 안보 및 지속가능성 부문에서 글로벌 모범국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러한 특성은 건축·디자인 산업 전반에서도 두드러진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덴마크의 글로벌 디자인 그룹 BIG(Bjarke Ingels Group)가 설계한 ‘코펜힐(Copenhill)’과 ‘8 하우스(8 House)’가 있다. 코펜힐은 쓰레기 소각장 위에 스키 슬로프와 하이킹 트레일, 암벽등반 코스 등을 조성해 시민을 위한 새로운 문화·여가 공간을 탄생시켰다. ‘8 하우스(8 House)’는 숫자 8 모양의 독특한 평면 구조를 통해 주거, 상업, 사무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순환형 경사로를 따라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1층에서 최상층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이 과정에서 자연 채광이 풍부하게 유입돼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도 크게 높였다.
<코펜힐 및 8 하우스 전경>
[자료: BIG 웹사이트]
이처럼 덴마크는 건축 디자인 분야에서도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며 전 세계적인 모범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재사용할 수 있는 자재 활용, 해체 및 재활용을 고려한 설계(Design for Disassembly), 저탄소 소재 도입 등 순환형 디자인 원칙을 여러 프로젝트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저탄소 건축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세계녹색건축협의회(World Green Building Council)의 보고서에 따르면, 건축과 건설 부문은 오늘날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약 40%를 차지할 만큼 주요한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꼽힌다(Annual Report 2024). 동 보고서는 또한, 건설 산업이 전 세계 원자재 소비의 50%가량을 차지하고 1인당 연간 약 12톤의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등 막대한 환경 부담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덴마크 정부는 2023년부터 신축 건축물에 대한 탄소 배출 상한제를 도입하고, 연면적 1000㎡ 이상의 건물에 대해 연간 최대 12.0kg CO₂e/㎡/년의 탄소 상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모든 신축 건축물은 면적에 관계없이 전 생애주기 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건축 산업 내 재사용 및 저탄소 건축 활성화를 목표로 다양한 규제와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2024년부터 건물 해체 및 재건축 과정에서 기존 건축에서 배출된 자재의 재사용을 의무화하는 '자원 지도(Resource Mapping’)와 ‘선택적 해체(Selective Demolition)' 규정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원 지도 규정은 건축주는 해체 또는 재건축 이전 단계에서 건축물 내 존재하는 목재, 금속, 유리 등 재사용·재활용이 가능한 자재를 체계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해체 계획 수립 과정에 반영해 자재의 순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또한 선택적 해체 규정에 따라 해체 작업 전 자재 선별 및 처리 계획을 총괄할 ‘환경 및 자원 코디네이터’를 지정해야 하며, 해체를 수행하는 업체는 별도의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해체 및 자재 선별·회수 과정에서 전문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덴마크 내 건축 산업 폐기물 감축을 위한 신규 규정 및 기대 효과>
구분
자원 지도(Resource Mapping)
선택적 해체(Selective Demolition)
도입 목적
해체 전 건물 내 자재·자원 현황 체계적 파악
재사용·재활용 가능한 자재의 분리 및 회수
시행 시점
2024년 7월 의무화 (2025년 7월까지 유예기간)
시행 대상
연면적 250㎡ 이상의 건축물
주요 내용
- 해체·재건 전 자재의 종류 및 상태 조사
- 자재의 재사용·재활용 가능성 확인
- 해체 계획에 반영해 제출 의무
- 해체 시 자재를 선별해 분리 및 회수
- 환경·자원 코디네이터 지정
- 해체업체 인증제 도입
기대 효과
해체 단계에서 자원 흐름의 투명성 확보, 자재 재사용률 제고
폐기물 감축, 자재 재활용 촉진, 순환경제 활성화
[자료: 덴마크 사회주택부(Bygningsstyrelsen), KOTRA 코펜하겐 무역관 정리]
나아가 탄소배출 상한제 준수를 독려하기 위해 재활용 건축 자재를 활용할 경우 해당 자재의 탄소 발생량을 0으로 간주하는 0kg CO₂ 인센티브도 도입했다. 동 기준은 2023년 1월 이후 착공되는 1000㎡ 이상의 신축 건물에 우선 적용되고 있으며, 2025년부터는 적용 대상을 소규모 건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직 탄소배출 상한치 초과에 따른 건축 허가 제한 및 벌칙 조항은 없으나,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높은 덴마크의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제도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덴마크 건축 현장의 재사용·저탄소 설계 적용 사례
이러한 정책적 기반을 토대로, 덴마크 전역에서는 재사용 자재를 적극 활용한 순환형·저탄소 설계가 주거단지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코펜하겐에 위치한 친환경 주거단지 리소스 로우(Resource Rows)는 순환형 설계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폐쇄된 칼스버그(Carlsberg) 양조장과 코펜하겐 지하철 재건축 현장에서 수거한 벽돌, 목재 등 총 463톤의 폐자재를 건축 자재로 재활용해 건물 외벽과 내부를 구성했다. 전체 자재의 약 10%만을 재활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건축 방식 대비 약 29%의 탄소 배출 절감이라는 고무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특히 해당 단지는 팬데믹 이전부터 코펜하겐 내 임대 시장이 둔화하던 시기에도 가장 빠르게 입주가 완료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이는 지속 가능한 삶과 순환형 건축물에 대한 입주민들의 높은 관심과 수요를 방증하는 사례로 해석된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시공을 맡은 렌다거 그룹(Lendager Group)은 앞으로도 폐목재, 벽돌, 섬유, 플라스틱 등 다양한 폐자재를 활용한 순환형 건축 프로젝트를 다수 기획하고 있다.
<폐건축 자재를 활용한 건물 벽면>
[자료: 리소스 로우(Resource Rows) 프로젝트 웹사이트]
덴마크 제2도시 오르후스(Aarhus)에 조성 중인 크누드리스래커네(Knudrisrækkerne) 주거단지도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건축 자재의 재사용성과 업사이클링 전략을 적극 반영한 친환경 건축물로 주목받고 있다. 5층 규모로 설계된 이 단지는 지역 내 기존 건물에서 철거한 알루미늄 천장 패널과 유리를 외장재 및 창호 등에 업사이클링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덴마크 최초로 설계부터 DGNB 골드 인증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DGNB 인증은 독일지속가능건축위원회(DGNB, Deutsche Gesellschaft für Nachhaltiges Bauen)가 개발한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로, 환경, 경제, 사회적 가치, 기술성, 프로세스 투명성 등 총 6개 항목에 대해 전 생애주기 평가를 실시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인증 등급을 부여한다. 이 중 골드(Gold) 등급은 상위 등급으로, 해당 건축물이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높은 수준을 달성했음을 의미한다.
<단지 건설 예상도>
[자료: 크누드리스래커네(Knudrisrækkerne) 프로젝트 웹사이트]
이처럼 덴마크는 자원 순환형 건축 설계 분야에서 다양한 선도 사례를 축적하고 있다. 설계 초기 단계부터 자재의 순환성과 건축물의 환경 영향을 체계적으로 고려하는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지속 가능 건축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KOTRA 코펜하겐 무역관이 만난 Creative Denmark(덴마크디자인협회)의 관계자 S 씨는 "덴마크의 건설 관련 기업들도 중소 중견 규모가 대다수이다 보니, 이들을 새로운 규범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꾸준한 설득과 보완적 방안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덴마크 산업계나 소비자층 전반에 퍼져있는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적 활동에 대한 높은 관심과 지지가 이러한 정책 수행에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사점
건축과 건설 부문은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한 탄소 배출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물의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재사용 자재 활용, 해체 및 재활용을 고려한 구조 설계 등 저탄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덴마크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저탄소 건축 설계를 적극 장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 건축 실천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 건축·건설 업계 역시 탄소중립 목표 및 ESG 경영 강화 흐름 속에서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저탄소·재사용 전략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특히 건축물 해체 이후 발생하는 건축폐기물의 재활용 방안 마련, 저탄소·재활용 자재 사용 확대 등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내에서도 탄소 상한제 도입 등 관련 논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덴마크 사례는 국내 정책 및 산업계에 유의미한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다. 나아가 북유럽 및 유럽 건축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들은 덴마크형 순환형 설계 및 저탄소 건축 전략에 대한 이해와 대응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자료: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McKinsey), 크리에이티브 덴마크(Creative Denmark), 세계녹색건축협의회(WGBC, World Green Building Council), 스테이트 오브 그린(State of Green), 덴마크 건설 기업 Lendager Group, Sweco, BIG, 독일지속가능건축위원회(DGNB, Deutsche Gesellschaft für Nachhaltiges Bauen), 덴마크 사회주택부(Bygningsstyrelsen), 덴마크 환경부(Miljøministeriet), 엘렌 맥아서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 덴마크 에너지청(Energistyrelsen), 건축 전문지 RIBA Journal, KOTRA 코펜하겐 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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