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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국의 '순교자'부터 한강의 '채식주의자'까지, 칠레에서 한국 문학의 확산
  • 트렌드
  • 칠레
  • 산티아고무역관 신희진
  • 2025-03-17
  • 출처 : KOTRA

칠레 내 한국 문학 시장, 아직 작지만 무궁한 잠재성을 지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등으로 어느 때보다 현지 업계 및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어

원활한 도서 유통 및 판매를 위해서는 양국 출판사 간 긴밀한 협력 필요

칠레는 독서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돼 있다. 가브리엘라 미스트랄(1945년)과 파블로 네루다(1971년) 두 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이기도 하며,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권의 문학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문학 역시 한강과 같은 유명 작가들의 국제적 인지도와 한류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칠레에서 점차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칠레의 출판 생태계를 잘 이해한다면 향후 칠레 도서출판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넓혀나갈 가능성이 있다.


칠레 도서출판 시장의 구조


레에는 약 370개의 출판사가 있지만, 소수의 국제 대형 출판사의 영향력이 두드러진다. 특히 미국의 Penguin Random House와 스페인의 Grupo Planeta 두 국제 대형 출판사는 칠레를 포함한 스페인어권 지역에서 각각 40개 이상의 소규모 산하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두 기업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작가와 장르를 소개함으로써 칠레 도서출판 시장의 흐름과 대중의 선호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Penguin Random House 산하 스페인어 출판사로는 Alfaguara(국제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 위주 출판), Grijalbo(논픽션 및 현대소설), Plaza & Janés(대중문학), Debate(사회과학도서) Reservoir Books(사회과학도서), Salamandra(아동 및 청소년 문학), Lumen(아동 및 청소년 문학)이 있다. 특히 Alfaguara는 이사벨 아옌데(2010년 칠레문학상 수상), 에르난 리베라 레텔리에(2022년 칠레문학상 수상), 파블로 시모네티, 카를라 겔펜바인 등 베스트셀러 작가를 배출했다. Grupo Planeta 산하 스페인어 출판사로는 Editorial Planeta(베스트셀러 및 소설), Seix Barral(현대 문학), Tusquets(문학), Planeta Cómic(만화, 그래픽 노블), Espasa(논픽션, 대중문학), Destino(논픽션, 대중문학)가 대표적이다.


<주요 국제 대형 출판사>

Penguin Random House

[자료: Penguin Random House 및 Planeta, 2025]


대형 출판사에 비해 소규모로 운영되는 독립 출판사들은 특정 문학 장르에 집중하거나 지역적 주제를 다루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통해 출판 시장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신진 작가들의 활동을 활성화한다.


칠레 도서출판 시장의 유통 채널


칠레의 대표적 대형 서점 체인인 Antártica, Feria Chilena del Libro, Contrapunto 등은 온·오프라인으로 국내외 서적을 두루 취급하며 도서출판 시장의 핵심 유통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요 대형 서점 체인>

Librería Antártica | Logopedia | Fandom

Código descuento Feria Chilena del Libro | Febrero 2025 | Picodi Chile

Libreria Contrapunto

[자료: Antártica, Feria Chilena del Libro 및 Contrapunto, 2025]


칠레에서 열리는 도서 박람회와 문학 행사 또한 출판물의 홍보와 판매를 촉진한다.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는 칠레도서협회(Cámara Chilena del Libro)에서 주관하는 산티아고국제도서전(FILSA, Feria Internacional del Libro de Santiago)이다.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칠레 및 세계 문학을 조명하고, 독서 문화를 장려한다. 또한, 업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신진 작가를 소개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시장의 역동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2024 산티아고국제도서전 포스터>

[자료: FILSA, 2025]


한국 또한 칠레와 문학 행사를 통해 한국 문학을 알려 왔다. 2016년에는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학번역원이 칠레에서 주한대사관과 공동으로 '한국문학의 밤' 행사를 개최했고, 2021년에는 산티아고 수도권 10만 명이 청취하는 칠레대학교 라디오방송(Radio UChile)에서 '칠레 한국 작가 10인 라디오 인터뷰 시리즈'를 진행했다. 한편, Buscalibre와 Mercado Libre와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은 칠레 도서 유통의 주축이며, 특히 Buscalibre는 방대한 도서 목록과 국제 배송 옵션, 고객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디지털 유통의 확산으로 칠레 독자들은 전보다 다양한 국내외 서적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Buscalibre 홈페이지>

[자료: Buscalibre, 2025]


칠레 도서 관세 및 저작권 정책


칠레는 도서를 문화상품으로 취급하는 대부분 국가와 달리 일반 상업 상품으로 취급한다. 자유무역협정(FTA) 또는 유네스코 피렌체 협약*에 따라 관세는 면제되지만, 일반 상품처럼 19%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해당 정책은 칠레 내 교육·문화 분야에서 계속 논쟁을 일으키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최종 가격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편, 공공도서관용 구매의 경우에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나, 도서에 대한 전체적인 접근성을 향상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 유네스코 회원국 간 교육, 과학, 문화 목적으로 사용되는 자료나 물품의 자유로운 수입 및 유통을 촉진하기 위한 국제 협약으로, 칠레는 1960년 가입함


그 결과 많은 독자들이 온라인 해외 구매나 비공식 경로(불법 복제본 등)를 통한 저렴한 대안을 찾게 됐다. 이는 칠레 내 시장 성장과 독서율 증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2024년 7월 칠레 상원에서 도서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촉구를 위한 결의안이 올라왔고,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12월 하원에서도 부가가치세 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승인됐다. 또한 아직 입법은 논의 중이나, 상·하원 모두 도서의 부가가치세 면제가 문해력 향상과 교육 증진, 지식의 평등한 보급을 위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칠레는 지적재산법 제17336호에 따라 저자의 사망 후 70년을 저작권 보호 기간으로 규정하는 등, 저작권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 복제나 e북, 오디오북, 온라인 스트리밍 콘텐츠와 같은 새로운 도서 형태에 대한 법의 적용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한국 작품의 번역 및 출판을 위해서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원저작권자의 동의를 얻는 것부터 로열티 및 수익 배분, 판매처 및 지역 독점권 협상까지 어려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스페인어 번역본의 출판 시간과 비용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출판 환경에서 저작권 보호와 원활한 문화 교류를 동시에 강화할 제도적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칠레의 도서 수입 동향


2024년 칠레의 도서 수입액(HS코드 490199* 기준)은 6448만 달러에 달하며, 전년 대비 12.54% 증가했다. 도서 및 소책자, 전단지와 같은 기타 인쇄 자료 포함한다.


<칠레 국별 도서 수입 동향>
(단위: 달러, %)

[자료: GTA, 2025]


스페인의 경우 2024년에 약 40%의 점유율과 13%의 성장률을 보여 칠레의 주요 도서 공급국으로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중국은 저렴한 인쇄 비용을 바탕으로 對칠레 수출이 약 14% 증가했고, 2024 산티아고국제도서전의 초청 국가이기도 했다. 반면, 영어 교재 및 기타 외국어 문학을 공급하는 주요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은 10%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영국은 약 114%로 크게 증가했으며, 이는 수입 원산지의 다변화를 반영하는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의 경우 굴곡을 보인다. 2022년 약 9만 달러를 기록했다가 2023년에는 소비 성장 약세에 따른 소비재 수입 감소가 작용하여 41% 하락했지만, 2024년에는 다시 전년 대비 10% 회복했다. 앞으로 계속 성장할지는 칠레에서 한국 문학의 확산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칠레에서 한국 문학의 확산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칠레 출판 업계도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는 사례가 칠레 독립출판사 Neón Ediciones에서 2022년에 출판한 황정은 작가의 '백의 그림자(Tantas sombras)'다. 해당 소설은 칠레 주요 언론인 La Tercera에서도 소개돼, 현대 한국 사회의 소외 문제와 윤리적 사랑에 관한 주제와 섬세하고 상징적인 문체로 주목받았다.


<『백의 그림자(Tantas sombras)』>

Tantas sombras - Libros Patagonia - eBooks

[자료: Neón Ediciones, 2022]


이후 2024년에 한강 작가가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노벨 위원회의 평가에 힘입어 칠레를 비롯한 스페인어권 국가에서 큰 관심을 얻었으며, 칠레 주요 서점에서는 한강의 다양한 작품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대표적으로 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La vegetariana)', '희랍어 시간(La clase de griego)', '소년이 온다(Actos humanos)' 등이 판매 중이다. 작품과 판형에 따라 책 가격은 1만3000~1만7000 칠레 페소(약 2만300~2만6500원)의 가격대를 형성한다.


<칠레 서점에 진열된 한강 작가의 서적>

[자료: 산티아고무역관, 2025]


칠레의 대표적인 서점 중 하나인 Contrapunto 소속 A씨는 KOTRA 산티아고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한강의 책이 칠레에서 좋은 판매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대표작 채식주의자 몇 권만 남아 있을 뿐, 다른 작품들은 이미 품절됐다"고 말했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 덕분에 독자들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며, K-POP과 한국 드라마의 인기 또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문학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인물로 윤선미 교수를 언급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한국계 번역가이자 학자인 윤선미 교수는 2012년 채식주의자를 스페인어로 번역했다. 이외 전운영 작가의 생강(El hombre del desván) 등 다수의 작품을 번역하며 한국 사회의 복잡한 주제들을 국제적으로 조명해 왔다. A씨는 "(윤 교수의) 이러한 노력이 칠레 및 스페인어권 독자들에게 한국 사회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며, 한류로 인해 형성된 국가 이미지가 단순히 대중문화에 국한되지 않도록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Kim Ji-young, nacida en 1982)'과 '우리가 쓴 것(Lo que sabe la señorita Kim)' 두 작품도 한국의 젠더 이슈 등 사회 문제를 분석한 작품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나아가 더 많은 작품들이 칠레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화센터(GAM) 내 소개되고 있다. 1945년 칠레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의 이름을 딴 해당 문화센터는 구내 서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점 내 한국 문학 전문 코너에서 유명 작가부터 신진 작가의 작품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특히 스페인어권 주요 출판사의 번역서가 다음과 같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어 한국 문학을 탐구하고자 하는 칠레 독자들에게 가장 주목할 만한 공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 한국 현대 문학 대표 작품  

- 김혜진, 『딸에 대하여(Sobre mi hija)』, Fiordo 출판

- 손원평, 『서른의 반격(El impulso)』, 『아몬드(Almendra)』, GranTravesía 출판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Imposible decir adiós)』, Literatura Random House 출판


  • 그래픽노블 & 논픽션

- 서유미, 『당분간 인간(Temporalmente humanos)』, Quaterni 출판

- 김금숙, 『풀(Hierba)』, Reservoir Books 출판

- 김은국, 『순교자(Los mártires de Pyongyang)』, Sajalín Editores 출판


  • 한국 문학 신작

- 황보름,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Bienvenidos a la librería Hyunam-Dong)』, Planeta 출판

- 정보라, 『저주토끼(Conejo maldito)』, Alpha Decay 출판


<가브리엘 미스트랄 문화센터 홈페이지 내 한국 문학 섹션 >

[자료: 가브리엘 미스트랄 문화센터, 2025]


마지막으로 칠레 학계에서도 한국 문학을 대중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칠레센트럴대학교(Universidad Central de Chile)의 경우 2023년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도서관의 지원을 받아 칠레 내 한국 문학과 문화의 확산 및 학술적 교류를 위한 한국자료실(Window on Korea)을 설립했다. 해당 자료실에는 다양한 분야의 한국 및 아시아 관련 스페인어, 영어, 한국어 서적 1600여 권이 소장 있다. 또한 70개 이상 기관이 참여하는 도서 대출 네트워크에 소속돼 있어 다양한 독자층의 자료 이용을 활성화하고 있다. 칠레센트럴대학교 한국자료실은 향후 5년 내 3000권 이상의 도서를 확보하여 지속적인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칠레센트럴대학교 한국자료실>

[자료: 칠레센트럴대학교, 2023]


결론 및 전망


칠레에서 한국 문학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틈새시장으로 볼 수 있다. 도서의 출판도 Penguin Random House와 같은 대형 출판사에서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위에 서술한 업계와 학계의 사례들에서 나타나듯이 지속해서 관심을 받고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칠레 시장에서 번역된 도서의 종류는 비록 제한적이나, 이는 오히려 한국 문학의 번역 및 출판 확대를 위한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칠레 출판사들이 한국 문학을 더욱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도서 목록을 확대한다면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 우리나라 출판 기업들은 칠레 출판사들과 협력하여 현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작품과 작가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 문학의 진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칠레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도록 번역 업계의 섬세한 조율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앞으로 칠레의 더 많은 곳곳에서 한국 문학이 확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국립도서관, 한국문학번역원, 칠레 상원(Senado de la República de Chile), 문화예술유산부(Ministerio de las Culturas, las Artes y el Patrimonio), 관세청(Servicio Nacional de Aduanas), 국회도서관(Biblioteca del Congreso Nacional), 칠레광고주협회(Asociación Nacional de Avisadores), 칠레도서협회(Cámara Chilena del Libro), 칠레출판협회(Editoriales de Chile), 칠레대학교, 칠레센트럴대학교, 칠레가톨릭대학교, GAM, Estación Mapocho, El Mostrador, EMOL, La Tercera, CNN Chile, Forbes Chile, Ojo en Tinta, Vuelan las Plumas, Fintualist 현지언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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