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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허물어지는 ‘103만 엔의 벽’, 일본노동시장 및 정부재정에 지각변동
- 경제·무역
- 일본
- 도쿄무역관 김현재
- 2025-03-10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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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만 엔의 벽이 초래했던 노동시장 왜곡과 소득세 부담으로 인한 세제 개편 실시
노동력 부족 완화와 가처분소득 증가를 기대할 수 있으나, 세수감소에 따른 대체 재원 마련이 과제로 남아
‘연봉 103만 엔의 벽’ 붕괴의 배경 및 ‘123만 엔의 벽’ 제안
일본에서는 연 소득이 103만 엔*을 초과할 경우 소득세 납부 의무가 생기는데, 이른바 근로소득세 비과세기준 ‘연봉 103만 엔의 벽’이라고 불린다. ‘벽’이라고 불리우는 이유는 103만 엔을 초과하여 세금 납부 의무가 생길 경우 다른 가족원이 부담해야 할 세금에도 영향을 미쳐 가족 전체적으로 납세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 23세 미만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자녀의 연 소득이 103만 엔을 초과할 시 특정 부양공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세 부담이 증가하고 실 수령액 및 가처분소득이 오히려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 최저 기초소득공제 48만 엔+최저 급여소득공제 55만 엔
이러한 세제 구조로 인해 근로자는 근로 의욕과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 소득 103만 엔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근무시간을 조절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연 소득이 104만 엔인 근로자는 102만 엔인 근로자보다 실질 소득이 적을 수 있으며, 세금 부담의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최소 연 125만 엔의 소득을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욱이 일본 내 구인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103만 엔의 벽’은 인력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이 양질의 근로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급을 인상하면 오히려 근로자들이 소득 한도를 초과하지 않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이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슈퍼마켓에서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시급을 인상했지만, 기존 근무자의 약 3분의 1이 근로 시간을 단축하거나 출근을 중단하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시급이 오를수록 103만 엔 한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103만 엔의 벽’ 기준은 1995년 도입된 이후 30년 동안 유지되어왔다. 그러나 2024년 10월 27일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의 재선임에 캐스팅보트를 쥔 야당 국민민주당이 여당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해당 기준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당시 “자민당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정권 운영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으며, 최저임금이 1995년 대비 약 1.73배 상승한 점을 근거로 과세 최저 한도를 178만 엔으로 상향 조정할 것을 주장했다.
<2024년 중의원 선거 결과>
여당
(215)
기타
(15)
야당
(235)
여당
기타
야당
정당
자민
공명
무(여)
무(그외)
무(야)
제파
참정
사민
레이와
국민
공산
유신
입헌
합계
191
24
6
0
6
3
3
1
9
28
8
38
148
[자료: 현지 언론보도 바탕으로 KOTRA 도쿄무역관 작성]
소수여당 체제 하에서 내각을 운영하게 된 이시바 정권은 근로소득세 과세기준 인상이 초래할 세수 감소라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원활한 정권 운영을 위해 103만 엔 기준을 2025년 세제 개정 시 인상하는 것으로 논의하겠다고 약속하고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다만, 국민민주당이 요구한 178만 엔까지 기준을 상향할 경우 7~8조 엔 규모의 세수감소가 예상되었기 때문에 정부 및 여당은 현실적인 조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2025년도 정기국회에서 현행 연 소득 103만 엔 기준을 123만 엔으로 약 20% 인상한다는 내용을 담은 세제 개정안을 2025년도 정기국회에 제출했다.
160만 엔으로의 인상 및 소득구간별 차등 공제기준 부과
이후 정기국회 회기 중, 자민당과 공명당으로 구성된 연합 여당은 근로소득세 과세 기준을 당초 제안했던 123만 엔에서 160만 엔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국민민주당에 제안했다. 동시에 연봉에 따라 기초공제 인상 폭을 다르게 설정하는 ‘소득제한’ 구조를 도입해, 연봉이 증가할수록 기초공제액이 감소하도록 설계했다. 해당 제도는 급여 수준에 따라 5개 구간으로 나누고, 구간별로 공제 금액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국민민주당은 여당이 제시한 소득제한 조건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여당은 2024년 말 보정예산 심의 과정에서 협조했던 일본유신회의 지지를 확보해 2025년 예산안 및 세제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개정안이 무리 없이 가결될 경우, 2025년 소득세 징수분부터 새로운 세법이 적용될 전망이다.
<소득세 부과기준 개정안>
[자료: 현지 언론보도 바탕으로 KOTRA 도쿄무역관 작성]
<급여 구간별 차등 공제>
[자료: 현지 언론보도 바탕으로 KOTRA 도쿄무역관 작성]
시사점
‘103만 엔의 벽’이 초래하는 핵심 문제는 시간제 근로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저소득층에서 노동시간 조정으로 인한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물가 상승으로 생활 여건이 악화되는 데 있다. 2025년 정기국회에 제출된 원안(과세 기준 123만 엔)대로라면, 모든 소득층의 과세 최저 한도가 일괄적으로 상향 조정되지만, 이 경우 감세 규모가 고소득층일수록 커지는 역(逆)누진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국가 재정에도 더 큰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160만 엔의 벽’이 도입될 경우, 소득세 감면 효과는 고소득층을 제외하고 연간 2만 엔 내외로 추산된다. 이 조치는 노동력 부족 현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민간의 가처분소득을 증가시켜 소비 촉진과 내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약 6210억 엔 규모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며, 2025년도 최종 예산안의 세출 규모가 115조1978억 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체 재원 마련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세수 감소에 대한 명확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급격한 물가 상승과 맞물려 소득세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일본 정부의 정책 대응이 주목된다.
자료: 자민당 홈페이지, 일본경제신문, NHK, 노무라종합연구소,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등 KOTRA 도쿄무역관 자료 종합
<저작권자 :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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