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한류

한류(Korean Wave)는 더 이상 아시아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는 요르단에서도 K-pop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그 열기는 2024년 7월 알-후세인 문화센터(Al-Hussein Cultural Center)에서 열린 K-pop 페스티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행사에는 500명 이상의 팬이 몰려와 한국 음악과 문화를 함께 즐겼다. 글로벌 한류 현황 보고서(Global Hallyu Status Report 2023)에 따르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은 아직 한류 팬덤의 비중이 크지 않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요르단은 중동에서 가장 많은 한류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 64만 명에서 2023년 193만 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넷플릭스(Netflix), 유튜브(YouTube), 소셜 미디어 등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된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주 요르단 대한민국 대사관과 K-pop 애호가 커뮤니티(Jordan K-pop Lovers, JKL)의 적극적인 활동도 한류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류 중심지로 떠오르는 요르단의 K-문화 행사

주 요르단 대한민국 대사관은 다양한 행사와 활동을 통해 요르단에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매년 한국 영화의 날이 개최되고 있다. 이 행사는 요르단 왕립영화위원회와 협력해 진행되며, 다양한 한국 영화를 현지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요르단 내에서 한국 문화와 영화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K-pop과 함께 한류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요르단에서는 K-pop 월드 페스티벌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한국에서 개최되는 K-pop 월드 페스티벌의 지역 예선전 역할을 한다. 요르단 K-pop 팬들은 이 페스티벌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선보이고,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를 갖는다. 이를 통해 요르단 내 K-pop의 문화적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한류 콘텐츠의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2022년 8월에는 한국 그룹 B.I.G가 요르단에서 최초로 콘서트를 개최하며 K-pop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공연은 암만 문화궁전에서 열렸으며, 약 2000명의 관객이 참석했다. 이후 제라쉬 페스티벌에서도 메인 공연을 진행해 3000명의 팬들 앞에서 무대를 선보였다. 이 공연에서 B.I.G는 '3 Daqat(심장박동)'과 같은 아랍어 곡을 공연하며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해당 콘서트는 대한민국 대사관과 협력해 한-요르단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으며, 현지 언론에서도 광범위하게 보도됐다. 

또한, 이 행사는 요르단 내 K-pop 시장이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줬으며, 특히 젊은 세대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요르단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한국 문화 행사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K-pop을 포함한 한류 콘텐츠 전반이 현지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다양한 한류 행사가 요르단 내에서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요르단 K-pop 애호가 커뮤니티의 힘

요르단에서 K-pop을 사랑하는 팬들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대표적인 모임이 있다. 바로 요르단 K-pop 애호가 커뮤니티(JKL, Jordan K-pop Lovers)다. 2011년 설립된 이 커뮤니티는 요르단 내 한류 팬들을 연결하고, 한국 대중음악과 문화를 더욱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JKL이 설립된 이후, 요르단에서 K-pop 팬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 커뮤니티의 행사에는 10~20대의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며, 최근에는 남성 팬들의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K-pop이 특정 계층을 넘어 점점 폭넓은 관심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다. JKL은 대한민국 대사관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다양한 문화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이를 통해 K-pop을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닌, 요르단 내에서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행사를 통해 팬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한국 문화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JKL의 중요한 역할이다. 

또한, JKL은 온라인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K-pop In Jordan Official'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채널에서는 행사 하이라이트, 브이로그, 그리고 K-pop 아티스트들의 특별 메시지를 공유하며, 현재 1만 2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JKL은 요르단 내 K-pop 팬들에게 최신 소식과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요르단에서 K-pop을 향한 관심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JKL을 중심으로 한 팬 커뮤니티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한국 대중문화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JKL은 단순한 팬클럽을 넘어, K-pop과 한류를 요르단에 뿌리내리게 하는 중요한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밴드 'B.I.G'의 요르단 콘서트 현장>

[자료: 주요르단 대한민국 대사관 웹사이트]

요르단에서의 K-드라마 인기

요르단을 비롯한 중동지역에서 K-드라마의 인기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강조하는 가족 중심의 가치관과 전통적인 미덕은 요르단 사회의 문화적 정서와 잘 맞아떨어진다. 어른들에 대한 존경, 강한 가족 유대, 도덕적 책임과 같은 요소는 요르단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갔으며, 서구 콘텐츠와는 다른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중동 시청자들은 할리우드 콘텐츠가 종종 노골적인 주제를 다루거나 무슬림 캐릭터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다. 실제로 중동 지역 소비자의 약 43%가 할리우드 콘텐츠를 유해하다고 평가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한국 드라마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K-드라마는 가족, 사회적 조화, 도덕적 선택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어 보수적인 사회에서도 큰 공감을 얻고 있다.

한류가 중동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애니메이션 '귀여운 쪼꼬미'가 요르단에 판매되면서 한국 콘텐츠가 중동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002년, 드라마 '청춘'이 요르단에서 방영되면서 처음으로 한국 드라마가 중동 시장에 소개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한류가 즉각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한국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주몽', '커피프린스 1호점', '겨울연가'와 같은 작품들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이러한 드라마들은 감성적인 스토리라인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중동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특히 2008년 '대장금'이 방영되면서, 한국 드라마는 이슬람 국가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대장금'의 성공을 계기로 한국 드라마는 중동 전역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후 K-드라마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한류가 이 지역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지금도 많은 요르단 시청자들이 K-드라마를 즐기며, 한국 문화와 언어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K-온라인 상점과 굿즈

요르단에서는 높은 배송비와 관세로 인해 한류 관련 상품을 직접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현재 요르단에는 한류 제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현지 한류 관련 스토어들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팬들이 보다 쉽게 한류 상품을 접할 수 있도록 유통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K-pop 온라인 스토어 @shop.kpop.jordan을 운영하는 키탐 알-칼라일레(Khitam Al-Kalaileh)는 “요르단에서 K-pop 상품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직접 가게를 열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팬들이 보다 다양한 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유통 방식이 증가하면서 요르단의 한류 팬들은 물리적인 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쉽게 한류 제품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주요 상품은 BTS, BLACKPINK, Stray Kids, EXO, SEVENTEEN, NCT 등 인기 있는 K-pop 그룹의 공식 굿즈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판매되는 제품군에는 앨범, 포토카드, 포스터, 액세서리, 아이돌 스타일 의류 등이 포함된다. 최근에는 키링, 핸드폰 케이스, 가방 등 다양한 팬아트 제품으로 라인업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K-pop 그룹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한국 식품과 스낵류 등 한국의 식문화를 반영한 상품들도 함께 판매되며, 현지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굿즈 제품관련 수입 규제

요르단에서 음악 앨범은 특별히 수입 규제가 필요한 품목으로 명확하게 분류되지는 않지만, 문화적 및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입업자는 앨범 내 콘텐츠가 공중도덕에 반하거나 불쾌감을 줄 요소가 없는지 확인해야 하며, 특정 콘텐츠는 제한되거나 금지될 수 있다. 음악 앨범을 포함한 광학 디스크는 요르단에서 일반적으로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16%의 일반 판매세(General Sales Tax)가 적용되며, 추가적인 특별 판매세(Special Sales Tax)는 부과되지 않는다. 인쇄물 역시 요르단에서 수입되는 주요 K-pop 관련 제품 중 하나다. 캘린더(모든 종류)는 5%의 관세와 16%의 일반 판매세가 적용되며, 특별 판매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책, 브로셔, 전단지 및 기타 유사 인쇄물은 관세가 없으며, 일반 판매세와 특별 판매세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수입업자들은 각 품목별 세금 정책을 고려해 제품을 유통해야 하며, 요르단의 문화적 기준을 준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요르단 K-뷰티와 화장품

한류의 확산으로 요르단에서도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요르단의 젊은 세대는 SNS나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K-뷰티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한편, 요르단의 오프라인 매장으로는 '더페이스샵'과 '토니모리'가 운영 중이다. '더페이스샵'은 2006년 요르단에 첫 매장을 오픈한 이후 현재 암만에서 세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토니모리'는 2018년 암만 시티몰에 첫 매장을 개점한 뒤 현재 두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요르단의 화장품(HS 코드 3304) 수입액은 2024년(1~10월) 기준 6666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0% 감소했다. 2024년(1~10월) 기준 주요 수입국은 프랑스(21.9%), 독일(11.8%), 이탈리아(10.4%), 미국(10.0%), 중국(7.8%) 순이며, 한국은 아직 2.4%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화장품의 수출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47만 6000달러에서 2023년 97만 7000달러, 2024년(1~10월) 159만 4000달러로 증가하며, 2024년(1~10월) 기준 지난해 동기 대비 63.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2024년 기준 기타 미분류 화장품이 50.0% 증가했고, 기초화장용 제품은 23.7% 증가했다. 미분류 화장품을 제외하면, 요르단 시장에서 기초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르단 K-뷰티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자연 친화적인 성분과 차별화된 기술을 갖춘 한국 화장품 시장은 향후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3개년 요르단 화장품(HS코드 3304) 수입 동향>

(단위: US$ 천, %)

[자료: Global Trade Atlas(2025.02.18. 기준)]

<최근 2개년 한국 화장품 요르단 수출 동향>

(단위: US$ 천, %)

 [자료: 한국무역협회 K-stat(2025.02.18. 기준)]

화장품관련 수입 규제

요르단에서 화장품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GMP 인증서*와 ISO 22716 인증서**를 포함해 제품 구성요소 증명서, 물리적·화학적·미생물학적 사양서 및 분석 증명서, 제품 포장 사진 등이 필요하다. 화장품 및 의약품의 등록과 거래 승인은 요르단식약청(JFDA)이 담당하며, 요르단식약청 내 화장품 연구 위원회가 특정 화장품의 등록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요르단으로 수출되는 한국 화장품에는 5%의 관세, 25%의 특별세, 16%의 일반세가 부과된다.

* GMP 인증서: Good Manufacturing Practice의 약자로,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조 절차를 규정하는 인증서

** ISO 22716 인증: 화장품 제조 산업을 위한 지침으로, 화장품의 생산, 관리, 보관 및 출하에 대한 국제 표준을 제공

<화장품 등록 시 필요 서류>

[자료: 요르단식약청(JFDA)]

결론

한류가 요르단을 포함한 아랍권에서 빠르게 확산된 배경에는 문화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의 모하메드 엘아스카리(Mohamed Elaskary) 교수는 한류가 아랍 사회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 "강한 가족 유대, 은근한 사랑 이야기, 우정, 이타심과 같은 사회적 가치와 관습이 아랍인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또한, "서구 대중음악이 종종 과한 노출이나 노골적인 가사를 포함하는 반면, K-POP은 주류 아랍 사회의 가치관과 더 잘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한국 문화는 요르단 사회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수용되었다. 특히 요르단에서는 한류 콘텐츠가 텔레비전과 영화에서 시작해 넷플릭스(Netflix), 유튜브(YouTube) 등 디지털 플랫폼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다. 요르단의 한류는 지속적인 문화 교류와 헌신적인 팬층의 증가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류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요르단 내 한국 상품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 상품을 유통하는 J사 담당자는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요르단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상품은 처음에는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식품 위주였지만, 이제는 화장품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되며 품목과 수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콘텐츠 소비, 커뮤니티 활동 확대 등으로 요르단 내 한류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류 관련 상품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요르단 현지 뉴스, 주요르단 대한민국 대사관 웹사이트, 요르단 넷플릭스, 온라인 판매 페이지, 요르단 세관, Global Trade Atlas, 한국무역협회 K-stat, 요르단식약청(JFDA), KOTRA 암만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