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일부터 6개월 간 폴란드는 유럽 연합(EU) 이사회 의장국을 맡는다. “안보, 유럽!(Security, Europe!)” 슬로건과 함께 폴란드는 EU의 안보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지정학적 긴장과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하여 폴란드 정부에서 발표한 폴란드 의장국의 우선순위 및 프로그램을 자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EU 이사회 및 의장국 역할

각료 이사회라고도 불리는 EU 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는 EU 회원국의 각 분야별 각료(장관)급이 참석하여 연합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이다. 이 기구는 EU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 중 하나로,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와 함께 집행위원회의 제안을 심의·의결한다. EU 이사회는 회원국 간 경제 정책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한 조정 권한을 가진다. 또한, EU와 제3국 간 협정을 최종 승인할 수 있는 권한도 행사한다.

<EU 기구 및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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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대한민국 외교부]

이사회는 의장국 제도를 운영하여 회원국이 순서대로 6개월씩 의장국 역할을 수임한다. 2009년 리스본 조약에서 도입된 ‘트리오 체제’에 따라, 세 국가가 18개월 동안 공동 의제를 수립하고 협력하여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한다. 2025년 상반기 의장국을 맡은 폴란드는, 하반기 의장국인 덴마크와 2026년 상반기 의장국인 키프로스와 함께 공동의 목표를 추진할 예정이다. EU 이사회의 의장국은 27개국의 장관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주재하며, 각 분야의 법률을 합의하도록 한다. 또한 의장국은 EU의 일관성 있는 의제 추진, 균형 잡힌 법률 제정, 회원국 간의 협력을 촉진하고 다른 EU 기관들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의장국은 공정한 중재자로서 연합의 모든 회원국과 기관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조화를 이끈다.

<EU 이사회 의장국 순서>

[자료: 유럽 이사회, 유럽연합 이사회]

의장국 폴란드의 정책 우선순위

EU의 향후 5년간의 우선순위는 EU 회원국의 각 국가 원수 혹은 정부 수반으로 이루어진 EU 이사회(European Council)에서 정의된다. 이렇게 정의된 공식적인 정치적 우선순위는 EU 전략 의제를 구성하며, EU 기관과 회원국의 정부는 이를 이행하기 위해 협력한다. EU 이사회 의장국의 우선순위는 EU의 우선순위 및 전략 의제를 보완하며, 더불어 자국의 전문성과 관심사를 반영한 세부적인 포커스를 설정한다. 따라서, 의장국의 우선순위는 EU의 장기적인 전략을 실현하는 데에 기여하면서도, 6개월 동안 빠르게 진전될 수 있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게 된다. 폴란드는 안보를 비롯하여 7가지 정책 우선 순위를 설정했다.

<EU 이사회 의장국 폴란드의 7가지 정책 우선순위>

[자료: 유럽연합 이사회 폴란드 의장국 준비 및 유지부, 폴란드 총리실]

2024년부터 2029년까지의 EU 우선순위 및 전략적 의제는 자유, 민주주의, 강한 연합, 번영에 집중되어있다. 이에 2025년 1월 EU 이사회의 의장국이 된 폴란드는 방위 능력 강화를 최우선 우선순위로 설정하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3년째 지속되면서 유럽은 지정학적 긴장, 국제 질서 규칙의 침식, 유럽의 민주주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이에 폴란드는 유럽 경제의 경쟁력 저하, 불안정한 에너지 공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 안보, 경제 안보, 사이버 위협 대응, 에너지 전환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EU에서 설정한 우선순위와 조화를 이루며 유럽의 원칙과 가치를 존중하고 촉진하고자 한다.  

의장국 폴란드의 이사회 중점 프로그램

이번 폴란드 의장국의 임기는 EU 주요 기관들의 임기 시작과 맞물리게 되어, 향후 5년간 EU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새로운 정책과 과정을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폴란드 의장국은 이번 임기 동안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외무, 경제, 내무, 고용, 경쟁력 등 9개 이사회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행할 계획이다. 각 이사회에서는 법치주의와 민주적 가치를 보호하는 한편, 경제 회복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단일 시장을 간소화하고 자본시장연합을 강화하고자 한다. 또한, 보안과 이주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테러리즘과 초국가적 범죄에 대응함으로써 지역적 불안정을 해소하고 사회적 안정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아울러, 유럽 청소년들의 정체성 강화를 위한 활동을 지원하며, 환경 보호와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도 전개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사회적 응집력과 경제적 안정성을 추구한다.

<이사회 주요 프로그램>

[자료: 유럽연합 이사회 폴란드 의장국 준비 및 유지부, 폴란드 총리실]

한국 기업이 갖는 기회

폴란드의 EU 이사회 의장국 취임은 폴란드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방위산업 기업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2024년 3월,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방위산업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유럽 방위산업 프로그램(European Defence Industry Programme, EDIP)을 제안하였으며, 현재 합의안을 논의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방위산업 제품 조달 체계의 안정성과 우크라이나 방위산업 지원 등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으며, 2025년부터 2년간 EU 예산에서 총 15억 유로가 지원될 예정이다. 폴란드는 이스트 쉴드(East Shield) 프로젝트와 한국산 방위 장비의 공동 생산 계획 등 한국과의 방위산업 협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 단순히 현지 물류 창고를 활용해 제품을 보관하는 것을 넘어, 부품의 최종 조립, 테스트 등 생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함으로써 유럽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이와 같은 협력은 올해 상반기 EU 이사회 의장국으로서 폴란드가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EU 국경 보호와 안보 강화 전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폴란드의 방위 산업 정책은 EDIP에 관한 규정 합의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 방산 기업들은 EU 차원의 방위산업 정책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여겨진다.

시사점

폴란드의 2025년 EU 이사회 의장국 임기는 유럽의 안보 강화, 경제 회복력 증대, 에너지 전환 등 주요 과제를 중심으로 EU의 전략적 방향성을 설정하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지정학적 긴장과 유럽 민주주의의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폴란드는 의장국으로서 회원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방위산업, 에너지, 첨단 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유럽의 안보와 연대를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EU의 안정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자료: 대한민국 외교부, 폴란드 정부, 유럽 이사회, 유럽연합 이사회 폴란드 준비 및 유지부, Rzeczpospolita, POLITICO, KOTRA 폴란드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