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에너지 트렌드: 재생에너지 선도국으로의 도약과 도전

그리스는 최근 몇 년간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컨설팅 업체 EY가 세계 상위 40개 시장을 대상으로 반기별로 발표하는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 기회 매력도 지수(RECAI, Renewable Energy Country Attractiveness Index)에서 그리스는 2024년 6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위에서 16위로 2단계 상승했으며, 조정된 지수*에서도 3위에서 2위로 1단계 상승하며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는 그리스가 글로벌 재생에너지 전환의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RECAI는 개발 파이프라인과 재생에너지 시장의 절대적 규모를 포함하고 있어 경제규모가 큰 국가가 상위권을 차지하게 되며, 이에 GDP 경제규모를 제외해 조정된 RECAI 지수를 함께 발표하고 있다.

<RECAI 지수(2024.6.)>

[자료 : Ernst and Young]

그리스 재생에너지의 성장 배경

그리스의 재생에너지 성장 배경에는 몇 가지 중요한 요인들이 있다. 우선,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그리스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1조8000억 유로를 투자했으며, 이 중 재생에너지에만 6억 유로를 투자했다. 특히 정부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인센티브와 지원금을 제공하며 에너지 전환을 국가 경제 발전의 핵심 과제로 삼았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은 태양광, 풍력, 수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사업을 촉진했다.

또한 그리스의 지리적 특성 역시 재생에너지의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다. 그리스는 풍부한 일조량과 강력한 해상풍을 보유하고 있어, 태양광 및 해상 풍력 발전에 매우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자연적 조건을 바탕으로 그리스는 최근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를 대규모로 설치해 재생에너지 생산을 크게 늘렸다.

주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성과

그리스는 2024년 전년 발표했던 국가기후발전계획(NECP, The National Energy and Climate Plan)을 대폭 수정하며 2025~2030년 예산을 2700억 유로에서 크게 하락한 940억 유로로, 2031년부터 2050년까지 예산을 총 3320억 유로로 대폭 축소했다. 또한 NECP의 높은 목표로 2050년까지 평균경제성장률이 0.6%에 머무를 것이라는 우려에 대응해, 환경부와 에너지부는 2050년까지 평균경제성장률이 1.2%에 달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발전계획을 수정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주거, 산업용 건물 에너지 절약, 수소 및 기타 신기술 전환에 대한 계획이 대대적으로 수정될 것이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여전히 재생에너지를 적극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발표에서 그리스는 기존의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년까지 58.6%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를 유지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 목표는 44%에서 45.4%로, 난방 및 냉방에 사용되는 재생에너지의 비율 목표는 52%에서 62.1%로 오히려 상향 조정됐다.

현재 그리스의 주요 재생에너지원인 태양광과 해상풍력 부문에서는 대규모 신규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2023년까지 운영된 넷 미터링(Net-Metering) 제도 하에서 그리스는 총 472.9MW의 용량을 설치했으며, 이 중 257.1MW는 2023년에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로는 중앙 마케도니아 지역의 303.7MW 규모의 태양광 단지와 라리사 및 프티오티다 지역에서 진행 중인 560MWp 규모의 프로젝트 등이 있다. 그리스는 7억 유로 상당의 태양광 설비 증축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프로젝트 추진과 함께 최소 25만 대의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의 도입이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풍력부문에 있어 그리스는 2023년 545MW의 풍력발전소를 설치했으며, 2024년부터 2033년까지 약 3GW의 풍력 발전 용량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시점 그리스 내에는 850MW 규모의 풍력 발전소가 건설 중이며, 2024년에는 약 300MW의 신규 풍력 발전소가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으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로는 북부 마케도니아 지역에서 약 5억 달러를 투자해 400MW 규모의 풍력 발전소 건설 계획이며, 2025년부터 착공 예정돼 앞으로 그리스의 풍력 발전 용량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스 재생에너지 유형별 발전량>

(단위: TWh)

[자료: BMI Solutions]

양자 전력 구매 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의 성장

그리스의 양자 전력 구매 계약(PPA) 시장은 재생에너지의 중요한 성장 요소다. PPA는 전력 사용자와 발전 사업자가 장기 계약을 체결해 일정 가격으로 전력을 구매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생산자가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스에서 PPA산업은 대기업 및 IT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다양한 생산자와 구매자가 장기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투자 비용 회수를 보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PPA는 일반적으로 10년에서 20년에 이르는 장기 계약으로, 법적으로 규제되지 않아 당사자들 간 자유로운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생산자는 장기적인 현금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데, 이는 생산자로 하여금 투자 비용을 충당하고 합리적인 수익성을 예상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편, 에너지 사용자는 장기계약을 통해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을 줄이고, 관련 절차를 간소화해 불필요한 서류 작업과 비용을 줄이게 된다.

과거 재생에너지 시장은 2006년 제정된 법률 3468호에 따라 고정발전차액계약(feed-in tariff)모델에 의해 유지됐다. 그러나 이는 높은 재정비용을 수반했으며, 그리스 부채 위기가 심화함에 따라 2014년 주요 개혁이 단행됐다. 2016년에는 프리미엄 요금제(feed-in premium model)가 도입돼, 재생에너지 생산자들이 전력 도매 시장에 참가해 시장 가격에 따라 전기를 판매했다. 이 모델은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보다 낮을 경우 프리미엄을 지급해, 시장 리스크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했다. 이와 더불어 유럽 전역의 전력 시장의 효율성과 독립성을 위해 도입된 시장 메커니즘인 Target Model의 도입과 기술 발전은 PPA의 발전을 위한 길을 열었다.

앞서 언급한 EY가 세계 상위 40개 시장을 대상으로 반기별로 조사 및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 기회 매력도 지수(RECAI)에서 그리스의 PPA 지수는 26위에서 21위로 상승하며 그리스의 PPA 시장이 성숙해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그리스 정부는 PPA의 장려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도입했는데, 가령 기업 PPA를 통해 최소 8년 동안 생산된 전력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생산자에게는 그리드 연결 우선권이 부여된다. 최근 개정된 법률에 의하면, 농민이나 산업지대에 전기를 공급하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도 우선권이 부여된다.

그리스의 PPA 시장은 다양한 조치와 금융 기관들의 RES 프로젝트 자금 지원 의지 덕분에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정부는 가격 리스크를 보장하는 국가 보증과 그리스 에너지 거래소에서의 기업 PPA 전용 플랫폼 도입과 같은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약 3만~4만 개의 기업이 기업 PPA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복잡한 계약들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분배하고 리스크를 적절히 할당해야 한다.

도전과제와 향후 전망

지역사회와의 소통 및 경제적 이점 강조의 필요성

그리스는 야심 찬 에너지 전환 계획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도전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초기 투자비용과 인프라 구축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해상 풍력발전소 개발과 관련된 지역사회의 반대와 환경 파괴의 가능성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오니아 해의 디아폰티아(Diapontia)제도와 크레타 북동부 지역은 지역사회의 반발로 인해 해상풍력발전계획에서 영구 배제됐다. 이러한 반대는 정부가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함을 시사한다.

법률 5106/2024와 5037/2023의 도입과 그에 따른 변화

그리스의 재생에너지는 법률 5106/2024의 도입으로 재생에너지 시장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의 주된 골자는 기존의 순 계량제(Net Metering)를 폐지하는 것으로, 그리스 정부의 전력망 안정 보장을 위한 저장 장치의 설계 및 초과 전력 구매로 인한 재정부담으로 인해 중단됐다. 한편, 이와 함께 순 청구제(Net Billing)의 도입을 위해 법률 5037/2023을 도입했으나 아직 시행되지는 않았다. 순 청구제는 전력 흡수분을 초과하는 전력을 시장가격으로 정산하는 방식으로, 순 계량제에 비해 전력망에 주는 가격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법안의 도입이 지연됨에 따라, 순 청구제가 적용되는 신규 프로젝트의 추진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며, 또한 새롭게 도입되는 순 청구제가 순 계량제에 비해 전력 생산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넷 미터링 제도와 넷 빌링 제도 구분>

 [자료: KOTRA 아테네무역관 정리]

그리스의 지리적 특성에 따른 재생에너지의 한계

그리스는 도서지역이 많아 전력망의 연결성이 여전히 큰 도전과제로 남아있으며, 이에 따라 도서 지역은 여전히 석유 화력발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또한, 도서 지역을 전력망에 모두 연결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는 그리스 정부의 국가기후발전계획(NECP) 예산 축소로 인해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졌다. 더불어 그리스의 은행이 여전히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어 단기적인 재정 위기가 상존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을 위한 기회

그리스의 재생에너지 시장은 한국 기업에도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그리스의 적극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진출할 여지가 확대됨을 의미한다. 한국은 ESS 완제품 및 핵심부품(배터리, 운영 소프트웨어)을 생산하는 국내기업은 다수의 해외 공급실적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리스에서 구 국제공항 부지 재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L 사의 관계자는 한국의 ESS에 큰 관심을 표현하며, 특히 한국의 ESS기술력에 큰 신뢰를 표했다. 그리스에서 한국기업이 성공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유럽 시장에서의 레퍼런스를 확보해 다른 유럽 국가로의 진출에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는 2030년까지 5.6GW의 ESS 용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여겨진다. 그리스는 이미 1GW 규모의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EU로부터 대규모 기금을 승인받았다. 그리스는 지난 4일, EU경제회복기금(RRF) 4차 교부금 10억 유로를 신청하며, 그리스의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ESS 설치를 이번 지원금 요청 개요의 한 꼭지로 포함했다. 세부적으로는 키클라데스 제도와 그리스 본토의 전력 상호 연결을 통한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며,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도서지역을 위해 총 1380MW 이상의 용량을 저장할 수 있는 ESS 설치의 첫 번째 조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그리스에서는 중장기 개발사업이 2026년까지 다수 계획돼 있어 국내 ESS기업은 참여를 고려할 수 있다. 아래 리스트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이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단위: MW)

[자료: KOTRA 아테네무역관 정리]

그리스의 ESS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비교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글로벌 최상위권인 국내 기업의 리튬 배터리 제조기술에 기반해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또한 이미 납품된 ESS의 유지보수 관리를 위한 현지에서의 네트워크 구축 및 기술 전수도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

그리스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의 ESS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ESS 완제품 납품뿐만 아니라 큰 수익성이 기대되는 설치 및 운영에도 주목할 수 있다. CluBE의 공동창업자인 Nikolaos Ntavos는 재생에너지 관련, 한국 기업은 ESS뿐 아니라 산업 및 주택의 에너지 계량용 스마트 미터, 산업 및 건물의 에너지 최적화를 위한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이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재생에너지 부문은 그리스 내 정치적 배경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으므로, 그리스 진입을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다각도에서 시장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자료: EY, BMI Solutions, 그리스 국가기후발전계획 등 KOTRA 아테네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