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페루는 인구 대비 사망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였다. 병원 시설이 부족해 의료 시스템이 마비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후 페루 정부는 공공 보건 부문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최근 페루 정부의 예산안을 살펴보면 보건 분야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2024년에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약 79억 달러로 배정됐다. 앞으로 페루 정부의 보건 분야 투자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의료기기 구매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2023년 페루의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약 6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6년 약 8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도별 의료기기 시장 규모 및 전망>

(단위: US$ 백만)

[자료: Fitch Solutions 2022년 보고서, KOTRA 리마 무역관 가공]

페루에서는 병원에서 사용되는 전문가용 의료기기부터 가정용 의료기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KOTRA 리마 무역관은 최근 페루 유통업체의 수요가 특히 증가한 영상 진단기기와 미용 시술용 의료기기에 대해 알아봤다. 

1) 영상 진단기기 수요 증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고령화 현상은 영상 진단기기 수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령일수록 심장병, 뇌졸중, 암, 골다공증과 같은 만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고, 이러한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영상 기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제연합(UN)은 세계 65세 이상 인구가 향후 30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해 2050년까지 총 16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과 2023년 페루 인구 피라미드 비교>

[자료: UN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4.07, KOTRA 리마 무역관 가공]

<2000년 이후 페루 주요 인구통계>

*주: 2050년 UN 전망치

[자료: UN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4.07, KOTRA 리마 무역관 가공]

세계 고령화 흐름은 페루도 예외가 아니다. 이에 따라 영상 진단기기 수요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페루 인구는 2000년 2640만 명에서 2023년 3360만 명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출산율이 1%대로 하락하면서 인구 증가 속도는 둔화됐고, 의료 기술 발달로 기대수명은 77세로 증가했다. 그 결과 중위연령은 2000년 21세에서 2023년 29세로 높아졌다. 현재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동시에 노인 인구 비율이 높아져 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페루 통계청(INEI)은 2023년 고령 인구가 전체 13.6%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2012년 이후 만성 질환을 앓는 페루 고령 인구 비율>

(단위: %)

[자료: 페루 통계청(KOTRA 리마무역관 가공), 2024.06.]

고령 인구 비율이 증가하는 동시에, 만성 질환을 앓는 페루 고령 인구 비율도 2012년 전체 76.2%에서 2023년 80.2%로 약 10년 사이 4%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의료 낙후 지역인 지방 도시는 6.4% 증가해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했다. 페루 정부는 보건 인프라 개선, 의료 전문 인력 충원, 최신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 구매 등을 통해 지방 도시까지 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피치 솔루션(Fitch Solution)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페루의 의료기기 품목 중 영상 진단기기 비중이 24.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비중이 큰 만큼 수입 수요도 높다. 페루 수출입 통계 플랫폼 베리트레이드(Veritrade)에 따르면, 2023년 영상 진단기기(HS CODE 9022)에 대한 수입액은 6154만 달러다. 매해 성장하던 영상 진단기기 수입 시장은 2023년 2.9% 감소했는데, 엘니뇨 홍수 피해로 모기 서식체 및 뎅기열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중환자실용 의료기기를 긴급 수입해야 했고, 이에 따라 영상 진단기기 수입이 일시적으로 둔화했다. 하지만 2024년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5.2% 증가해 올해 영상 진단기기 전체 수입액은 전년도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년간 페루의 영상 진단기기(HS 9022) 수입액>

(단위: US$ 백만, %)

[자료: Veritrade(KOTRA 리마무역관 가공), 2024.07]

페루에서 의료기기를 유통하는 X사의 매니저 로베르토(Roberto) 씨는 KOTRA 리마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페루에서 의료서비스에 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어 영상 진단기기 수요는 앞으로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며 "페루의 영상 진단기기 시장은 중국 제품의 점유율이 높지만, 한국 제품이 품질 부분에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23년 영상 진단기기 구매 수요가 다소 감소했지만, 2024년 현재 치과용 엑스레이 기기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한국의 치과용 엑스레이 기기(HS CODE 902213)는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해 연말까지 긍정적으로 수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 미용·시술용 의료기기 수요 증가

최근 페루에서는 노화 방지, 피부 개선 등 외모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피부 관리 클리닉(Aesthetic Clinic)이 증가하고 있다. 페루성형학회(Sociedad Peruana de Cirugia Plastica, SPCPRE)에 따르면, 팬데믹 당시 수술 후 환자가 집에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해지면서 수요가 늘기 시작했고, 이후 페루에서 미용 시술 및 수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또한, SNS를 통해 청년층을 중심으로 외모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이 퍼졌고, 최근에는 시술 및 수술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미용과 시술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페루 미용 시술 시장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지면서 약 7~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미용성형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Aesthetic Plastic Surgery, ISAPS)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페루에서 주름 완화용 필러, 보톡스, 피부 레이저 시술 등이 포함된 비성형·성형 미용 시술은 총 41만6588건 이뤄졌다. 현재 이러한 시술은 25~35세 여성 사이에서 가장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지만, 점차 남성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페루의 피부과 전문의 월터 마루(Walter Marrou) 씨가 현지 매체 헤스티온(Gestion)과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 미용 시술을 받는 남성은 전체 5%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20%를 넘어섰다.

최근 페루에서 수입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제품으로는 제모, 색소 병변 치료 등의 필요한 IPL 레이저 장비와 여드름 치료 등 피부 개선을 위해 사용되는 LED 장비가 있다. 이 외에 피부 탄력을 위한 고주파·초음파 장비, 냉동 지방분해술에 사용되는 기기, 전기 천공 기술을 이용해 피부에 활성 성분을 전달하는 메조테라피 장비 등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페루 내 주요 수입 제품>

(단위: US$)

[자료: Veritrade, 제조사 등 KOTRA 리마무역관 가공]

베리트레이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가장 눈에 띄게 수입이 증가한 제품은 이탈리아 레이저 미용 의료기기 제조업체 DEKA 사의 ‘스마트피코(SmartPICO)’다. 이 제품은 짧은 시간 내에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주근깨, 기미, 잡티 등 색소 병변 치료를 할 수 있다. 문신 제거에도 사용할 수 있다. 2023년 DEKA 사의 대 페루 수출액은 151만 달러로 전년 대비 17.3% 증가했다. 현재 인터메디카 솔루션즈 S.A.C.(INTERMEDICA SOLUTIONS S.A.C.)사가 독점 수입하고 있다.

시장 전망 및 진출전략

페루는 자체적으로 의료기기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과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수입 규모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루 국민의 의료서비스 수요는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페루 정부 역시 보건 부문에 대한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2023년 지방정부의 보건 부문 예산 집행률이 60% 이하로 보고됐으며, 잦은 정부 관계자 교체 등으로 정책 및 입찰 구매 등이 지연되기 때문에 꾸준한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페루에서 의료기기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페루 보건부(Ministerio de Salud, MINSA) 소속 의약품·의료기기 관리국(Direccion General de Medicamentos, Insumos y Drogas, DIGEMID)의 위생등록(Registro Sanatario) 승인이 필수적이다. 이 기관들은 페루에 유통되는 모든 의료기기의 품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위생등록은 수입업체가 진행하게 되며, 수출업체는 등록에 필요한 서류 제출 등에 협조해야 한다. 최종 승인까지는 평균 3~6개월이 소요되며, 유효기간은 5년이다. 또한, 위생등록을 보유한 사업자는 공공부문 의료기기 입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페루 주요 유통업체 A사 관계자는 KOTRA 리마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유통사나 수입사 선정 시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인지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파트너의 금융 상태, 경영 능력 등 충분한 조사를 통해 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 선택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A사 관계자는 "제품의 유지보수 서비스 제공 여부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민간 부문 점유율이 높은 중국 브랜드는 예비 부품을 판매하지 않아 고장 시 장비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주요 바이어들은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를 찾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파트너 선정 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24년 10월 16일부터 3일간 페루 의료기기 관련 주요 전시회 테크노살루드(TecnoSalud)가 개최된다. 매해 개최되는 이 전시회에서 보건 부문 정부 관계자, 의료 전문가, 의료기기 제조 및 유통업체와의 네트워킹은 물론, 참가기업 및 바이어 간의 비즈니스 상담도 가능하므로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에는 좋은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TecnoSalud 전시회 개요>

[자료: TecnoSalud 공식 웹페이지, KOTRA 리마무역관 가공]

자료: Fitch Solution, Grand View Research, UN, INEI, Veritrade, SPCPRE, ISAPS, TecnoSalud 등 KOTRA 리마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