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도 가능한 “총알 배송”

코로나 펜더믹을 거치며 가파르게 성장한 러시아 온라인 유통망 시장은 러-우 사태로 인해 자국 내 물류가 더욱 활발해지며 그 시장규모가 정점을 찍었고, 광활한 영토 면적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인 거점 설치와 내륙 운송으로 이른바 “총알 배송”을 현실화시키는데 성공하였다. 현재 러시아 유명 온라인 유통망인 Wildberries, Ozon, Yandex Market 등에서는 “오늘 주문하면 내일 집 앞까지 배달” 해주는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각 지역 내 창고에서 우리 동네 근처의 픽업 지점까지 물건이 송달되면, 구매자가 직접 물건을 수령하거나 배달원을 통해서 집 바로 앞까지 물건을 배달 시킬 수 있다. 비용 또한 무료~199루블(약 3000원)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2023년 러시아 온라인 상거래 매출액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6조 루블(약 90조 원)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핀테크(간편결제, 카드 정보 저장 등)의 발달로 젊은 층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사용률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 모스크바 주택가에 위치한 Wildberries 픽업 포인트 >

[ 자료: 얀덱스(Yandex) ]

러시아 최대 온라인 유통망 Wildberries

2004년 고려인 타티아나 블라디미르로브나 바칼추크(Tatiana Vladimirovna Bakalchuk)에 의해 설립된 Wildberries는 러시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유통망으로 직원 수 2만5000명 이상, 연 매출 2조5000억 루블(약 37조5000억 원), 연 수익 4372억 루블(약 6조5000억 원)에 이른다. 현재 러시아 외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제르바이잔 및 이스라엘에서 비즈니스를 운영 중이며, 지난 12월에는 중국과의 협력 계획을 전격 발표하기도 하였다. 또한 현지언론에 따르면 Wildberries는 러시아 내 2대 온라인 유통망 Ozon과 함께 전 세계 온라인 유통망 중 방문 수 기준으로 10위권 안에 들며 그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2023년 방문수 1위 Amazon(미국, 47억 건/월), 9위 Wildberries(러시아, 3억4000만 건/월), 10위 Ozon(러시아, 3억2000만 건/월)] 또한, 러시아 반독점청에 따르면 Wildberries와 Ozon이 러시아 온라인 마켓의 80%를 점유하고 있으며, Wildberries 타티아나 대표에 따르면 2024년에도 50% 이상 매출 증가가 예상되고 있어 Wildberries의 입지가 충분히 넓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이 밖에 러시아에서는 Ozon, Yandex Market, AliExpress 등 여러 온라인 유통망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Wildberries의 최근 동향과 대한국 협력점 (Wildberries 국제협럭국장 인터뷰)

KOTRA 모스크바 무역관의 Wildberries 본사 국제협럭국장 방문 인터뷰에 따르면, Wildberries는 러-우 사태 이후 불안해진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동아시아, 특히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과의 협력도 희망한다고 한다.

대중국 교류 활성화에 맞춰, 중국 셀러들을 자사 플랫폼에 입점 시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모든 서비스를 중국어로 번역하여 제공하고 있고, 독자적 루블-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여 중국 셀러와 러시아 바이어 간 장벽을 해소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 셀러는 직접 플랫폼에 물품을 업로드 할 수 있고 안내된 절차에 따라 중국 내 특정 Wildberries 물류창고로 물건을 보내게 되면 Wildberries 자체 물류 네트워크에 따라 러시아 최종소비자에게 까지 배송되는 방식이 가능한 상황이다. 배송 기간은 평균 10-25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러한 물류네크워크를 완성시키기 위해 Wildberries는 러시아 페름지역(Perm, 러시아 중서부)에 85억 루블(약 1275억 원)을 투자하여 17만㎡ 부지를 활용한 대규모 물류센터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등 물류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기도 하다.

<Wildberries에서 판매중인 한국 화장품 현황(예시)>

[자료: Wildberries, 적용환율 1달러= 91루블 (’24.5월)]

한국 제품들 또한 Wildberries을 비롯한 러시아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가장 인기가 많은 품목군은 역시 ‘화장품’이다. Wildberries에서 수입 확대를 희망하는 한국 제품은 1)뷰티(품질이 가장 중요), 2)자동차부품(빠른 성장세), 3)스포츠용품(빠른 성장세), 4)장난감(빠른 성장세), 5)패션(WB 매출의 40%) 등이 있으며 해외직구 면세 한도인 200유로 까지는 별도 인증이 불요하여 B2C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Wildberries는 대러시아 금융제재로 인해 1) 셀러에게 대금결제가 쉽지 않다는 점과 2) 전체적인 교역 감소와 러시아 항구 및 선박의 제재로 인한 물류 애로가 양 국의 협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화장품, 전자제품, 생활용품, 의류, 식품 등 1만개 이상의 한국 제품이 이미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품목을 다변화하는 것 만큼 “검증 된 품질”을 공급해줄 수 있는 셀러를찾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현재 물류 네트워크 역량에 힘쓰고 있는 만큼, 창고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1) IT 창고 솔루션의 도입 (RFID 솔루션 등)과 2) 창고용 운반하역기계 등 로봇 및 기계의 수입에서 한국 업체와 협력하기를 희망하였다.

대러시아 화장품 수출 동향

2023년 한국의 대러시아 화장품(HS 3304류) 수출은 전년대비 43% 증가한 3억 2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HS 4단위 기준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 5위 품목에 올랐다.

세부적으로는 기타 화장품(HS 3304.99)이 40% 증가한 3억 달러, 눈화장용 화장품(HS 3304.20)이 126% 증가한 9억 달러, 입술화장용 화장품(HS 3304.10)이 144% 증가한 7억 달러, 매니·페디큐어류(HS 3304.30)이 72% 증가한 1억 달러를 기록하였으며, 편의상 가장 많이 사용되는 HS 코드 3304.99(기타 화장품)에서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러시아의 전체 화장품 수입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15억 4천만 달러(HS 3304.99(기타 화장품) 기준)였고, 이 중 3억을 수출한 한국은 2, 3위인 폴란드와 프랑스에 앞서 대러시아 1위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배경에는 유럽 최고 수준의 한류지속과 일부 서방 제품 철수에 따른 공백 대체 효과가 유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이 러시아 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러시아 주요 OTT 플랫폼(Kinopoisk, Okko, ivi)는 한국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다시 한류에 불을 붙이는 선순환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K-pop과 댄스 또한 5년 전부터 시작된 열풍이 지속되어 K-pop만 취급하는 Club과 Bar들을 모스크바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길거리에서 K-pop에 맞춘 댄스를 숏폼 콘텐츠로 촬영하는 젊은이들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다만, 400개 이상의 한국기업이 러시아에 화장품을 수출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 소비자 대부분이 인지할 만한 주요 브랜드가 없고, 수출 품목 대부분이 기초 화장품류(스킨케어, 크림 등)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개선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에서는 향수를 사용하는 것이 한국보다 일반적이기 때문에 향수를 사용하는 소비자 연령대와 빈도수가 폭넓고 잦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향수 시장 규모는 20억 달러로 세계 5위수준이며 41%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에, 향수는 신규 진출을 검토해볼 만한 품목이다. 립스틱 또한, 2023년 중국의 대러시아 립스틱 수출이 270% 증가한 1,660만 달러를 기록하며 과거 최대 수출국이었던 프랑스를 추월한 것으로 보았을 때, 아시아산이 서방 제품의 공백을 대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3년 한국의 대러시아 립스틱 수출은 240% 증가한 750만 달러로 대러시아 수출국 중 4위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시사점

코로나 펜더믹을 거치며 가파르게 성장한 러시아 온라인 유통망 시장은 러-우 사태로 인한 공급망 불안정으로 인해 대아시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 내 최고 수준의 한류 지속과 중저가 제품군에서의 절대적인 우위로 한국산 화장품 제품은 러시아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으나 대부분의 소비층이 인지할 만한 대표 브랜드가 없고, 품목 또한 기초화장품류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아울러, 1) 손쉬운 결제 2) 빠른 물류 3)저렴한 가격을 앞세우며 한국산 제품과 유사한 느낌을 강조하는 중국산과 베트남산 제품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점은 우리 화장품 및 소비재 업계에 위험요소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장품 업계는 향수, 립스틱, 색조화장품 등으로 품목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으며, 한류에만 의존한 마케팅 전략 외 '기능성'을 강조한 마케팅 전략 그리고 바이어로 하여금 대금 송금이 용이할 수 있도록 KOTRA 배포 자료 등을 활용한 사전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윤활유, 브레이크 패드와 같은 비교적 취급이 용이한 자동차 소모품 및 부품들과 스포츠 용품, 장난감, 의류 또한 수요가 높은 품목으로 대러시아 수출 통제품목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신규 수출 및 온라인 유통망 입점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료: Wildberries, KOTRA 모스크바 무역관, 한국 무역협회, Global Trade Atals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