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 인구의 54%를 차지하며, 2040년까지 세계 GDP의 50%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일본, 인도, 대한민국, 호주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경제를 보유한 5개 국가로, 이들의 합산 GDP는 약 37조9000만 캐나다 달러에 이른다. 이는 유럽연합(EU) 27개국의 합산 GDP인 21조7000만 캐나다 달러보다 훨씬 큰 규모이다. 이러한 수치는 인도-태평양 지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이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캐나다의 국민 5명 중 1명은 이 지역과 가족 유대를 가지고 있어 캐나다와 인도-태평양 지역은 경제적, 인적으로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는 이러한 동적인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기 위해 2024년 2월 29일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5가지 전략적 목표

캐나다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다음과 같은 5가지 전략적 목표를 가진다.

1) 평화, 회복력 및 안보 증진

캐나다는 인도 태평양의 지역 안정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글로벌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 전략에는 보안 위협을 해결하고 해양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군사 참여 및 정보 역량 강화가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해군 주둔을 강화하고 사이버 보안과 정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파트너들과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와의 국방 협력과 기여를 강화하며 국제 질서를 수호해 나갈 계획이다. 

2) 무역, 투자 및 공급망 회복력 확대

이 전략은 장기적인 성장과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인도 태평양 국가와의 경제 관계를 다양화하고 강화하는 것이 중점이다. 캐나다 인도 태평양 무역 대표부를 임명하고 동남아시아의 각 지역에 캐나다 무역 게이트웨이(Canadian Trade Gateway)를 설립하여 캐나다의 투자와 지역 네트워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의 대규모 무역 사절단(Team Canada Trade Mission, 이하 TCTM)을 파견하여 캐나다 기업들의 진출 기회를 도모하고 'CanExport'라는 명칭의 자금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3) 인적 교류 및 네트워크 확대

캐나다는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깊은 인적 연결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캐나다인의 약 20%가 인태지역 출신이며 유학생 중 이 지역 출신자의 비중은 60%에 달한다. 더욱 활발한 인적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비자 처리 절차를 개선하고 국제 학생 교류 프로그램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문화 교류의 기회를 확대하여 다양한 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와 협력을 촉진시키고 지역 사회의 포용성을 증진할 계획이다.

4)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미래 구축

캐나다는 기후 변화라는 전 세계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내 지속 가능성 발전을 지원하며 인도-태평양과의 협력을 약속했다. 이에는 청정 기술에 대한 투자, 지속 가능한 인프라 프로젝트 지원, 자연 재해 복원력에 대한 전문 지식 공유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많은 해안선을 보유한 캐나다와 인도-태평양 국가들은 ‘청색 경제(Blue Economy)’를 공유하고 있어 해양 안보와 생태계 보호 등 다방면에서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다.

5) 캐나다와 인도-태평양에 대한 파트너십 확대 구축

캐나다는 아세안(ASEAN)과의 관계를 전략적 파트너 수준으로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특사 및 외교적 대표를 배치하며 지역 내 새로운 사명과 협력 강화를 추진한다. 이외에도 외교 사절단 확대, 지역 포럼 참여 등을 통해 이 지역에서 캐나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계획이 보인다. 지역 내 다양한 이니셔티브와 프로그램을 통해 캐나다의 영향력을 높이고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유지하고 지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목할 만한 캐나다-중국의 관계

캐나다와 중국은 경제적으로 중요한 무역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2021년 중국의 캐나다 연방 선거 개입 의혹, 2018년 캐나다의 화웨이(HUAWEI)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 이슈 등 일련의 사건들로 양국 관계는 변화를 경험했다. 이로 인해 중국을 직접 방문하는 대신 한국을 경유하는 여행자 수가 증가하여, 최근 캐나다-한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증편 및 신설되기도 했다. 이처럼 캐나다-중국과의 관계는 한국 경제와 우리 기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과의 복잡한 관계에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캐나다 투자법(Investment Canada Act)을 최신화하고,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외국의 간섭은 방지할 계획이다. 동시에 양자 관계에서의 대화는 적극적으로 추구하며, 지역 및 다자 차원에서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려고 한다. 대만과의 다면적 참여를 지속하면서 한국과 같은 지역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대중 관계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캐나다와 중국의 관계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캐나다는 중국과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분명히 시사한다.

캐나다와 인도-태평양 지역 간 무역투자 기회 확대

인도-태평양 지역은 캐나다에게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는 캐나다의 2023년 수출 상위 10개국 중 5개(중국, 일본, 한국, 인도, 홍콩), 수입 상위 10개국 중 4개(중국, 일본, 한국, 베트남)를 차지하며 캐나다 무역에 끼치는 영향이 크고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캐나다 2023년 교역 상위 10개국 >      

(단위: 백만 캐나다 달러)

[자료: 캐나다 통계청]

이러한 만큼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무역 투자 기회 확대를 위한 목표들이 제시돼 있으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규모 무역 사절단(TCTM)의 파견이다. TCTM은 캐나다 기업들이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경제적 연계를 강화하고 미래 성장을 주도할 기술 개발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캐나다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혁신 산업 분야인 식품, 청정에너지, 정보통신 기술, 생명 과학 등 중점으로 하고 있으며 청년, 여성, 원주민, 유색 인종, LGBT 등이 이끄는 중소기업에 더 많은 참여의 기회를 열어주려고 한다.

지난해 10월, 160개사 규모의 첫 번째 TCTM 대표단이 일본으로 파견된 것을 필두로, 2024년에는 한국을 포함한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으로의 무역 사절단이 캐나다 중소기업수출진흥 국제통상부 장관 메리 응(Mary Ng)의 주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캐나다 기업들은 이 무역 사절단을 통해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현지 비즈니스 리더 및 업계 전문가들과 네트워킹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한국으로의 파견도 예정돼 있는 만큼, 캐나다와의 교역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들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대표적인 다문화 국가인 캐나다는 경제적, 인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그만큼 서로의 관계를 심화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도 크다. 새롭게 정립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캐나다는 경제, 무역 관계, 이민 정책, 환경 및 보안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구상했고 인태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임을 공표했다. 인태지역 간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파트너십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과 캐나다는 2015년 발효된 한-캐 FTA의 수혜로 상호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23년에는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서 관계를 강화했으며, 청년 인적 교류를 대폭 확대하기도 했다. 이처럼 양국이 다방면으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양국이 인태지역의 평화, 안정 및 번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앞으로 양국의 협력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더불어 새로운 무역투자 기회, 공급망 강화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 문화 교류 확대 등의 전략 목표들을 잘 활용한다면 추가적인 협력의 기회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료: 캐나다 외교부, 캐나다 통계청, KOTRA 토론토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