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식품 유통시장 구조

스페인 식품 유통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1142억 유로로 최근 5년 사이 약 11% 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2021년에는 현지 소비자들의 식품 부문 지출이 잠시 정체된 바 있으나 2022년에는 팬데믹이 안정되며 경제가 회복됨과 동시에 러-우 사태 발발로 각종 식품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결과적으로 식품 유통시장 규모가 더욱 커지게 됐다.

<스페인 식품 유통시장 규모 추이>

(단위: 백만 유로)

[자료: 유로모니터]

스페인 소비자들이 식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경로는 슈퍼마켓으로 2022년 기준 전체 식품 유통에서 약 57.5%의 비중을 차지하며, 그 뒤를 식품·음료·담배 전문점이 15.4%로 따르고 있다. 이는 스페인이 미국과 같은 국가와는 달리 골목상권이 발달해 있어 소비자들은 도보로 갈 수 있는 소매점에서 식품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반면, 대형마트나 할인점과 같이 도시 외곽에 주로 자리 잡은 유통매장이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각각 11.7%, 8.5%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 밖에, 편의점과 소형 식료품점을 통한 식품 유통 비중은 각각 3.7%, 3.0%에 불과하다.

<스페인 유통채널별 식품 판매 비중(2022년 기준)>

[자료: 유로모니터]

2022년 기준, 스페인 식품 유통 부문에서 가장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은 메르카도나(Mercadona)로 27.4%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동 기업은 스페인 전역에 16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2년 310억 유로의 매출을 거두었다.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은 프랑스계 카르푸(Carrefour)로 7.6%를 기록해 메르카도나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카르푸는 현재 스페인 내 204개의 대형마트, 160개의 슈퍼마켓, 1047개의 편의점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계 기업인 리들(Lidl)은 6.1%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스페인 내 650개의 매장을 운영 중에 있다.

<스페인 주요 식품 유통기업 시장 점유율(2022년 기준)>

[자료: Statista]

스페인 소비자들의 전체 식품 지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육류로 2021년 기준 19.9%를 차지했다. 또한, 과일·채소(18.5%), 해산물(13.1%), 유제품(13.1%) 등과 같은 품목에 대한 지출 비중도 큰 것으로 집계됐다. 그 외, 빵(4.4%), 과자·케이크·시리얼(4.1%), 반조리식품(4.6%), 음료(2.3%) 등에 대한 지출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스페인 품목별 식품 지출 비중(2021년 기준)>

(단위: %)

[자료: Mercasa(스페인중앙시장연합)]

주요 소매유통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식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페인 식품 유통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주로 체인점 형태의 슈퍼마켓, 식품 전문점, 대형마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KOTRA 마드리드 무역관이 이러한 소매유통점에 직접 방문해 본 바에 따르면, 스페인의 대형 식품 유통기업들은 현재 한국식품을 취급하고 있지 않거나 특정 품목만 매우 제한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식품의 위상이 한류 효과에 힘입어 과거에 비해 위상이 높아졌으나 아직 스페인 소비자들에게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스페인 최대 식품 소매유통기업인 메르카도나의 경우 과거 한국산 김스낵이나 알로에 음료를 판매한 바 있으나 최근 매장을 다시 방문했을 시 이러한 제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 2위 기업인 카르푸에는 한국산 컵라면과 김밥용 김이 판매되고 있었으나 해당 제품은 카르푸 매장 내에서 별도로 코너를 마련해 스시나 아시아 요리를 판매하는 피쉬 스시(Fish Sushi)라는 기업에 의해 유통되고 있었다. 3위 기업인 리들 매장에서는 한국산 식품을 발견할 수 없었다.

<스페인 주요 식품 소매유통기업 매장 사진>

[자료: KOTRA 마드리드 무역관 자체 촬영]

한국식품 유통의 첫 관문: 아시아 식품 전문점

현재 스페인에서 한국식품이 가장 많이 유통되는 판매처는 아시아 식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품 수입유통기업이다. 이들은 메르카도나와 같은 슈퍼마켓 체인 기업에 비해 규모는 매우 작으나 아시아 지역에서 식품을 직접 수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수입한 제품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매장에서 판매하며 현지 일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외식 업소 등에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인 아시아 식품 수입기업 중 하나로 원저우 수페르메르카도스(Wenzhou Supermercados)가 있다. 동 기업은 2009년에 설립돼 연간 600만 유로의 매출을 거두는 기업으로 마드리드 지역 내 5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산 라면은 물론 장류, 음료, 막걸리, 냉동식품, 과자류, 김, 곡류, 면류, 소주 등 매우 다양한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 외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수의 한국식품점이 있으나 대부분 영세한 규모로 직접 수입보다는 독일이나 네덜란드 소재 도매상에서 한국식품을 수입해 판매 중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원저우 수페르메르카도스 매장 내 한국식품>

[자료: KOTRA 마드리드 무역관 자체 촬영]

전망 및 시사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페인의 식품 유통시장은 메르카도나·카르푸·리들과 같이 다수의 슈퍼마켓 또는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은 현재 한국식품을 거의 취급하고 있지 않아 단기적으로 이들을 통한 현지 시장 진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식품점은 규모가 작아서 한국에서 대량 수입해 오기보다는 인근 유럽 국가에서 다품종 소량으로 간접적으로 구매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스페인 식품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직접 수입 역량을 갖추고 있는 아시아 식품 전문 수입상과 거래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아시아 식품 수입상의 자체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할 시, 추후 이들을 발판 삼아 현지 주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체인기업을 대상으로도 판매망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OTRA 마드리드 무역관이 한국식품을 수입 중인 G사와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현재 금액 기준 수입 물량이 가장 큰 품목은 스시용 김인 것으로 파악된다. 동 바이어에 따르면, 중국산 김은 품질이 낮은 편이며 고율 관세를 지불해야 하고 일본산 김은 품질은 우수하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품질이 우수하며 가격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김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 밖에, 한국 라면도 한류 영향으로 현지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어 판매량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아직 판매가 활발하지는 않으나 한국산 건강 음료나 스낵과 같이 제품이 중장기적으로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 유로모니터, Mercasa, Statista, 스페인 바이어 G사 인터뷰 등 KOTRA 마드리드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