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창업 생태계 지표

스타트업은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요인이다. 스타트업은 혁신의 주체이고 성장을 위한 발판이자 미래 경쟁력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유니콘(Unicorn) 기업 수는 국가의 창업 생태계 성장 지표로, 창업·벤처 생태계의 성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으로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말한다. 2023년 1월 'CB Insights'에 등재된 세계 유니콘 중 한국은 14개사로 10위, 일본은 6개사로 18위에 랭크돼 있다.

<국가별 유니콘 기업 현황>

(단위: 개사)

[자료: CB Insights('23년 1월 기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은 미국을 뛰어넘는 제조업 생산기술로 세계 혁신을 선도하고 있었다. 철강, 자동차, 반도체, 전자제품 등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제조업 성공사례는 글로벌 산업정책의 교과서였다. 윌리엄 오우치 UCLA 교수는 미국 기업이 강조하는 개인의 책임과 일본 기업의 집단적 의사결정 경영방식을 융합해 'Z 이론'을 창시했다. GM, Ford, Intel 등과 같은 미국 기업들이 Z 이론을 경영방식으로 채택해 큰 성과를 일궈냈다. 일본 정부는 효율적인 산업정책을 내놓았고 민관이 공동으로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주도하며 제조업 강국을 실현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일본은 거품경제가 무너지고 정보기술 기반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제조업 신화는 점차 붕괴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장기 디플레이션,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일본 대기업 J사 회장을 역임한 I씨는 2023년 닛케이비즈니스 1월호 인터뷰에서 “지금이 잃어버린 30년을 벗어날 마지막 찬스다. 근본 원인은 “의욕과 열정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개선하려면 일본 기업의 오래된 체질, 변하지 않는 분위기, 조직풍토, 쉽게 포기하는 관행을 파괴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장기침체로 인한 위기감과 구조개혁을 향한 목소리, 제조업 강국 신화를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뜨겁다.

일본의 국가 성장동력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 수립

기시다 내각은 2021년 10월 취임 이후 국가 성장동력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방침을 표명하고 '스타트업 창출 원년'을 선포했다. 경영자, 전문가, 관련 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관 협력 스타트업 육성 추진체계를 정비하고 2022년 말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5년 이내에 스타트업을 10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보조금을 확대하고 성과물의 사회 환원을 실현하는 스타트업 사업을 지원한다. 자금 면에서는 스타트업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 해외 VC의 유치, 국내외 VC에 대한 공적 기관의 출자를 확대하고 개인이나 연금·보험(기관 투자가) 및 장기 운용자금의 유입을 강화한다. 또, 경영자 보증에 의존했던 기존 융자 관행을 재검토하고 개인보증이나 부동산 담보가 필요하지 않은 새로운 신용보증 제도를 창설한다. IPO에 편중된 스타트업의 출구전략으로 기존 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한 공모증자에 관한 규칙을 정비하는 한편, 상장 전 기업의 인수를 목적으로 한 '특별매수 목적회사' 도입 제도도 검토한다. 창업 확대 출구전략으로 IPO를 전제로 하지 않는 비즈니스에도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한다. 

인재 면에서는 성장 분야에서 뛰어난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진 인재를 선발해서 지원하는 체계를 정비한다. 또, 초·중·고 등에 기업 체험 활동을 확대하고 전문학교나 대학에 대해서는 AI나 딥러닝 기술의 활용을 포함한 창업 교육을 도입하여 기업가 정신을 고양한다. 그 외, 대학의 국제특허 출원 지원을 강화하고 대학의 지적자산권을 사업화하는 환경을 정비한다. 한편, 10조 엔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민관 혁신에 관련된 인재 육성을 강화한다.

2022년 일본 스타트업 자금조달 2년 연속 1조 엔대 시현

'일본 스타트업 투자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스타트업 자금조달 규모는 1조1000엔 규모로 2021년 1조3000엔 이어 2년 연속 1조 엔대를 시현하고 있다.

<2022년 일본 스타트업 투자 동향>

(단위: 억 엔, 건)

[자료: Start Up DB]

이 기간 자금조달 규모 및 실현건수는 다소 조정세를 보였지만 2021년 금융시장 이상과열로 자금 유입이 폭증했다가 2022년에는 조정세를 보이면서 하향 안정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2022년 들어 주식시장 침체 여파로 상장 준비단계 기업으로의 자금 유입이 축소되면서 상장을 미루고 조달 금액이 조정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금융시장 이상과열 현상을 제외하면, 최근 수년 신규 펀드의 조성이 늘어나고 투자처를 찾는 대기 자금이 축적되면서 자금 조달액, 건수를 견조하게 지지하고 있다.

투자기업의 업종 분포

일본 투자기업의 업종분포 조사자료에 따르면, 투자액 규모별로는 IT 분야가 1290억5200만 엔(49.8%)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2위 바이오·의료·헬스케어 분야는 554억5800만 엔(21.4%), 3위 제품·서비스 부분 388억1700만 엔(15%), 4위 공업·에너지·기타 산업 부분은 358억2600만 엔(13.8%) 순으로 나타났다. IT 관련 분야 및 바이오·의료·헬스케어 분야 투자 금액을 합산하면 1845억1000만 엔(71.2%)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래 기술 및 산업의 성장 기대를 반영한 투자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 국내 투자기업의 업종분포>

(단위: 건, 백만 엔, %)

[자료: 2022 벤처 백서(2021.4 ∼ 2022.3)]

나고야 소재 첨단 제품 제조기업 S사 대표 J씨 대한 투자 의향 인터뷰

Q1. 한국 기업에 투자할 계획은 있는가?

A1. 한국의 광통신,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분야 등에 관심이 많다. 현재 거래 중인 한국 벤처기업도 있고, 투자를 검토하는 기업도 있다.

Q2. 한국 기업 투자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A2. 기술력, 혁신성, 성장성, 파트너십 등 기업가치 창출을 위한 역량과 경영자의 협력 의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의 혁신 스타트업 기업과 협력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한국과 일본 시장은 물론 미국 시장에도 전개할 계획이다.

Q3. 일본과 한국의 벤처산업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A3. 일본은 세계에서 장수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안정된 경영방식과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뿌리 깊은 기업문화가 있다. 아쉬운 점은 시대 변화에 맞는 혁신 사업모델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반면, 한국 기업은 역동적이고 첨단 분야에 혁신적인 기업이 아주 많다고 알고 있다. 혁신적인 한국기업이 일본식 경영과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업모델이 나올 거라 기대한다. 

Q4. KOTRA가 무엇을 지원하면 도움이 되는가?

A4. 한국의 혁신기업을 발굴하는데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한국에서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을 KOTRA가 소개해주면 유망한 기업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한국 기업에는 일본식 비즈니스 특성을 설명해주어 일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 좋다.

시사점

일본의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과 더불어 일본의 내각부, 경제산업성, 총무성, 지방정부 및 벤처 관련 기관을 중심으로 세부 육성정책을 수립하고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추진하고 있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과 발맞추어 민간의 VC들도 2021∼2022년 일본 스타트업 자금조달 2년 연속 1조 엔대를 실현하며 일본의 창업 생태계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일본은 민관이 힘을 모아 스타트업 종합 육성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협력사업도 강화하고 있어 스타트업의 일본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브레인, SBI인베스트먼트,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일본 VC로부터의 대한 투자도 기대된다. 일본 시장에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스타트업 기업은 현지 시장 준비도를 높이고 자사에 적합한 현지 투자가, 파트너를 발굴하여 협력 성공모델을 발굴하길 기대한다. 

자료: CB Insights, Start Up DB, 2022 벤처 백서, KOTRA 나고야 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