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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화물철도 위기로 공급망 혼란 심화될까
  • 트렌드
  • 미국
  • 실리콘밸리무역관 김욱진
  • 2022-09-19
  • 출처 : KOTRA

운송 네트워크,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개편할 시점

"CHIPS 법안으로 철도운송 수요 증가할 것"

올해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 센트럴밸리(Central Valley)의 농부들은 수백만 마리의 닭이 서로를 쪼아 죽일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중서부 옥수수 생산자로부터 유니언 퍼시픽 철도(Union Pacific Railroad)를 통해 전달되는 사료가 심각할 정도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포스터 농장(Foster Farms)은 캘리포니아 시설에 있는 수천만 마리의 닭, 칠면조와 수만 마리의 젖소를 먹여 살리기 위해 매달 9대의 옥수수 열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차는 오지 않았다. 닭은 먹이를 먹지 못하면 서로를 쪼아 죽일 정도로 공격적으로 변한다. 무엇보다 사료가 빨리 도착하지 않으면 거대한 무리를 안락사해야 한다.


포스터 농장의 경영진은 “사료가 오지 않으면 수백만 마리의 닭이 죽게 될 것"이라며 유니언 퍼시픽 철도 임원에게 항의서한을 보냈다. 다른 철도회사에도 구호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트럭 등 대용 운송수단에 150만 달러를 지불하고 나서 포스터 농장은 연방정부로 눈을 돌렸다. 포스터 농장은 철도를 규제하는 지상교통국(Surface Transportation Board, STB)을 접촉해 공식 항의했다. 이틀 후 지상교통국은 유니언 퍼시픽 철도에 포스터 농장으로 옥수수 선적을 강제하는 긴급 서비스 명령을 내렸다. 마침내 닭은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운행되는 철도 ACE(Altamont Corridor Express)>

[자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촬영]


미국 화물철도의 현재


전반적으로 미국의 철도 서비스는 열악한 상황이다. 올해 초부터 철도로 상품을 운송해온 수많은 회사들은 미국 화물 시스템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4월 지상교통국은 농업, 에너지, 화학 분야 대표를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지상교통국 데이터에 따르면 철도회사는 지난 6년 동안 약 29%인 4만5000명 인력을 감축했다. 미국 4대 화물 철도가 지상교통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말까지 전체 열차의 67%가 예정시각 24시간 내에 도착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의 85%에서 18%나 감소한 수치다.


게다가 미국 화물철도 시스템은 현재 11만5000명의 철도 노동자와 고용주 간 계약 분쟁으로 마비 위기에 처해 있다. 마지막 계약이 만료된 2019년 이후 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 기간 동안 철도 노동자의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8월 16일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3인의 대통령 비상위원회는 새로운 계약의 기초가 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철도 노동자는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지상교통국 청문회에서 투자사 루프캐피탈(Loop Capital)의 철도 전문가 릭 패터슨(Rick Paterson)은 파업을 두고 ‘경제적 대량살상무기(economic WMD)’라 불렀다.


패터슨은 장기 파업은 공급망의 기본 구성요소에 대한 노동력 공급이 신속하게 증발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해상 운송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항만이 막힐 것이고 트럭 운송요금이 치솟을 것이며, 가축 사료가 부족해질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의회는 1991년 마지막 철도파업 때와 같이 파업을 연기하거나 신속히 끝내기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극단적 이익추구의 대가


미국 화물철도는 PSR(Precision Scheduled Railroading)로 알려진 가볍고 수익성 높은 운영모델로 전환을 감행함에 따라 최근 몇 년 동안 직원을 감축해왔다. 더 적은 수의 열차를 더 오래 운행하고 단일상품 열차를 혼합 화물로 교체해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바탕에는 복잡한 철도 네트워크를 단순화할 의도가 있었다. 미국 화물 열차는 2008년에서 2017년 사이 길이가 25% 증가했다. 5km에 달하는 열차도 볼 수 있을 정도다. 이익은 구체화되었지만 반드시 서비스 개선이 뒷받침된 것은 아니다.


철도회사는 커다란 이익을 얻었다.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5대 미국 화물철도(BNSF, CSX, Kansas City Southern, Norfolk Southern, Union Pacific)는 영업 이익이 지난 10년 동안 3분의 1이나 증가했다. 2021년에는 4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철도고객, 노동조합, 지상교통국은 운영모델 전환이 미국 화물철도 시스템의 탄력성을 없앴다고 판단한다. 작업자들은 PSR 모델로 보다 많은 작업을 수행하며 심각한 피로와 부상을 유발한다고 말한다. 


미국 곡물사료협회(National Grain and Feed Association)의 수석 경제학자 맥스 피셔(Max Fisher)는 “많은 회원들이 PSR 모델 철도 서비스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며 “에탄올 공장과 제분소 등 많은 시설이 제품을 실을 수 있는 철도차량이 소진된 후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비용과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미국 화학협회(American Chemistry Council)는 “회원의 4분의 3이 일부 화물량을 기차에서 트럭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트럭은 비용이 더 비싸고 탄소배출량이 더 많으며 대량 선적에는 실용적이지 않다.


<오리건(Oregon)주에서 트럭으로 운송되는 자동차>

[자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촬영]


철도, 친환경 운송수단


곡물, 화학산업을 포함해 업계에서는 미국 철도위기의 근본원인 중 하나로 경쟁 부족을 꼽는다. 주요 화물철도의 수는 수년 동안 줄어들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고객이 단일 노선에 묶여 있다. 하원 교통기반 시설위원회는 더 나은 철도 서비스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과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상교통국은 또한 경쟁을 유도하는 규칙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 운송연합회 담당자 그레그 리건(Greg Regan)은 “철도는 트럭과 같은 대안 운송수단보다 환경친화적이고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이다”며 “단순한 비즈니스 이상으로 가치가 크다”고 말한다. 그는 “철도는 성장하는 부문이 되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그동안 기업의 목적은 분기별 주주 수익이지 장기적 성장이 아니었다”며 “궁극적으로 미국에 더 나은 것이 무엇인지 숙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사점: 미국 철도운송 수요와 공급망 재편


미국 화학협회의 제프 슬론(Jeff Sloan)은 “철도 화물 문제가 미국이 반도체 생산을 늘리려는 국가적 시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근래에 통과된 자금 지원 패키지인 CHIPS 법안은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미국회사에 새로운 비즈니스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슬론은 “미국에서 더 많이 반도체를 만들고 싶다면 동시에 그것을 옮길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최근에 서명이 완료된 미국 기후법안은 전기자동차 회사가 세금공제를 받으려면 국내에서 배터리 재료를 처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부분을 열차에 의존하는 형태로 공급망이 재편될 수 있다는 뜻이다.


팬데믹 이후 공급망 문제가 2년 동안 지속됐다. 이제 미국 기업과 소비자는 그동안 당연히 여긴 철도 네트워크가 중단되면 어떤 위기가 발생하는지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는지도 모른다. 운송 컨설턴트인 래리 그로스(Larry Gross)는 “팬데믹으로 계속된 철도 화물 위기는 오히려 견고한 운송 네트워크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운송과 관련한 대규모 혼란은 예전보다 자주 발생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미국이 철도운송 시스템을 보다 탄력적이고 유연해지도록 변경해야 할 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자료: 미국 지상교통국(STB), Loop Capital Markets, 블룸버그(Bloomberg), 미국 곡물사료협회, 미국 화학협회, 미국 운송연합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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