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디지털노마드를 위한 특별 비자 준비

전 세계적으로 초고속 유무선 인터넷 인프라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원격근무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최근 세계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노트북 하나만으로 근무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들은 주로 쾌적한 날씨와 저렴한 물가, 안정한 사회 인프라망을 누릴 수 있는 지역을 찾아 다니는데 대체로 해당 지역의 일반 근로자에 비해 고소득자인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국가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노마드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특별 비자를 제공 중이거나 준비 중이다.

스페인 정부도 고급 해외 인력을 유치함으로써 현지 창업 생태계 촉진은 물론 내수 시장을 증진하기 위해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특별 비자 발급을 포함한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법안(일명 스타트업법)’을 2021년 12월 발표했다. 해당 법안은 현재 스페인 의회에 계류 중으로 법안 통과는 2022년 말 또는 2023년 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에서 스페인 정부는 디지털 노마드를 “원격으로 근무가 가능하며, 주거지를 자주 변경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바에 따르면, 해외 근로자가 스페인에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신청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1) 해당 근로자가 스페인 역외에 소재한 기업을 위해 근무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며, 2) 최소 학사 이상의 교육 과정을 수료한 전문가이어야 한다. 또한, 3) 최소 3년 이상의 경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4) 비자 신청 시점에 최소 1년 이상의 지속적이고 실재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야 하고, 5) 고용주 측에서 해당 근로자에게 원격 근무를 허용해야 한다.

위 조건을 충족할 시 해당 근로자는 유효한 여권, 건강증명서, 범죄이력증명서, 경제력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를 제출해야 하며 스페인 당국은 최종 심사를 거쳐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발급하게 된다. 스페인 정부는 디지털 노마드를 대상으로 1년 만기 거주권을 제공하며, 이는 최대 3년까지 연장이 가능할 예정이다. 

또한, 이러한 디지털 노마드를 유치하기 위한 조세 인센티브도 준비 중이다. 스페인 정부는 자국 내 디지털 노마드에게는 ‘비거주자용 개인소득세(IRNR)’를 적용하는 방침이다. IRNR은 스페인 영토 내에서 연간 183일 이상 거주하지 않는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세금으로, 디지털 노마드 비자가 마련될 시 이들은 위한 세율(연 소득 60만 유로 이하)을 현 24%에서 15%까지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라스팔마스 등 디지털 노마드가 거주하기 좋은 지역 다수 보유

최근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의 도시들은 이미 전 세계 도시와 비교했을 때 디지털 노마드가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부동산 온라인 중개 플랫폼인 네스트픽(Nestpick)의 ‘디지털 노마드로 살기 좋은 도시 지수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가 전 세계 21위를 기록했으며 EU 도시 중에서는 탈린(에스토니아), 베를린(독일), 프라하(체코), 리스본(포르투갈), 빈(오스트리아)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또한,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남부 까나리아 제도의 라스팔마스도 각각 전 세계 29위, 63위를 기록했다. 마드리드의 경우 특히 성소수차 평등(99.19점), 남녀 성평등(98.82점), 의료시스템(96.00점)과 같은 부분에서 타 도시보다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디지털 노마드(원격근무자)로 살기 좋은 도시 지수(2022년 8월 발표 기준)

[자료: Nestpick]

전망 및 시사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미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으며 소득 수준이 높은 디지털 노마드를 유치하기 위해서 이들은 위한 특별 비자를 마련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스페인도 이러한 해외 우수 인력을 활용해 국내 창업 생태계를 촉진시키고 더 나아가 이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업 촉진으로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노동법 관련 전문 로펌인 A사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우수 외국인 인력을 유치하는 취지에서 최근 스페인 대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외국인들이 현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노동 조건을 완화하는 등 관련 이민법을 개정 중이라고 한다. 디지털 노마드 특별 비자 지원 정책도 이와 같은 선상에 볼 수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스페인 내에서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에게 비거주자용 개인소득세 적용 가능 여부 등은 법안 통과 전 추가적인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진단했다.

또한, 우리 기업들도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활용해 스페인 시장 사전 진출을 적은 비용으로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스페인 시장에 진출을 희망하지만 여유자금이 풍족하지 않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은 현지에 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하기 전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통해 스페인 내에서 장기간 체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에 체류하며 및 유럽 시장 상황을 꼼꼼히 확인한다면 해외 투자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자료: 스페인 정부, Nestpick, 노동법 로펌 인터뷰, 현지 언론 등 KOTRA 마드리드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