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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멕시코 노무사사무소의 생생 노동현장 사례
  • 외부전문가 기고
  • 멕시코
  • 멕시코시티무역관 성준화
  • 2014-12-09
  • 출처 : KOTRA

 

멕시코 생생 노동현장 사례 소개

 

상윤엽(Lumi People 대표, E-mail: camilosang@gmail.com)

 

 

 

업무를 알아서 해 주세요?

 

현지 법인의 인사업무를 담당할 때이다. 한국에서 갓 부임한 법인장이 리셉션 데스크를 담당하는 아가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고를 지시했다. 몇 차례 상담으로 그 아가씨를 설득해 부당해고로 고발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서류를 받아내고 퇴사 처리를 했다.

 

후임으로 옆 건물에서 근무하던 미모의 아가씨를 면접과 평판 조회를 한 후, 간단한 교육과 인수 인계를 하고 현업에 투입을 하게 됐다, 드디어 제대로 된 직원을 채용한 것 같아 안심하고 있을 무렵, 리셉션이 회사의 얼굴인데 외부 손님 또는 업무 차 방문한 이들에 대하는 태도가 적합하지 않고 대응을 적절하게 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또 다시 해고를 지시했다.

 

그리고 생각을 바꾼 법인장은 이번에는 나이가 좀 있어도 정숙한 모습의 30대로 채용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수소문해 면접 그리고 최종심사 끝에 파올라를 채용키로 하고 관리부장의 결재를 받았다. 이전 직장에서 리셉션만 10년 차 경력자라 법인장의 기대에 적임자라 생각됐다

 

파올라는 출근 첫날, 직원의 얼굴을 익히기 위해 각부서 위치와 부서장께 인사를 나누며 전임자에게 간단한 인수 인계를 받았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리셉션 업무를 능숙하게 해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자 도저히 못 참겠다는 표정의 법인장은 멕시코에는 회사 리셉션 할만한 수준의 직원도 없냐며 화가 나서 당장 해고를 하라고 윽박지르는 일이 벌어졌다.

 

이유인 즉슨 본사로부터 온 중요한 전화를 바꾸어 주지 않고 끊어버리고 혹은 중요한 고객이 방문했는데 본인에게는 알려주지 않고 입구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 실례을 범했다는 이유였다. 파올라에게 법인장이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설명하고 왜 이전 직장에서는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다가 한국 회사에선 일을 못하냐고 물었다. 파올라의 대답은 '충분한 업무 지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옆에 있던 법인장은 “리셉션 일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것도 못하냐 본인이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을 하면서 알아서 일해야지!“ 라고 말했다.

 

그때 파올라는 그녀의 가방에서 이전 직장 일할 때 사용하던 업무 매뉴얼을 보여준다. 리셉션니스트가 해야 할 업무를 기술한 것인데 성경책만큼 두껍고 크기는 더 크다. 리셉션니스트가 얼마나 많은 업무를 하기에 이렇게나 두껍게 쓴 매뉴얼을 만들었나 궁금해 열어 보니, 내용이 참 상세하고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각 가지 경우에 따라 기술한 것이다. 일례로 직원에게 우편물이 배달될 경우 취해야할 것이 10 페이지정도 기술돼있었다. 그 내용은 법인장에게 온 편지는 법인장 비서에게 전달, 부서장에게 온 우편물은 그들 책상에 갖다 주기, 과장급 이하의 우편물은 리셉션에 그냥 던져두어 찾아가게 하기, 퇴사자에게 온 우편물은 인사과에 알려주어 우편물을 돌려줄지, 회사에서 보관할지를 판단하기 등.. 하나의 업무를 모든 경우에 따라 다르게 처리 해야 할 프로세스를 자세히 구분해 적어 놓았다. 그리고 파올라는 말한다. 새로운 회사는 업무 매뉴얼을 주지 않아 이전 직장 매뉴얼대로 법인장에게 오는 전화는 바로 연결 시키지 않고 비서에게 연결해 통화 할지 말지를 정하도록 하기에 법인장에게 직접 전화 연결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법인장이 다시 통역을 시켜 말하기를 “업무를 책으로 하는게 어디있냐. 눈치로 알아서 해야지” 라고 어찌됐건 파올라는 떠났고 그녀가 남겨놓은 리셉션 업무 매뉴얼을 한국적 정서를 반영해 새로 채용한 후임자부터는 그 매뉴얼을 기반해 업무 지시를 했다. 그후부터는 리셉션니스트가 일 잘한다는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나기 시작했다. 현지인은 문서화 된 것에 대한 의무감을 느끼는 것 같다.

 

내가 회사업무를 배운 건 업무 매뉴얼이 아닌 내 사수를 통해서였다. 나보다 2년 앞서 입사한 선배의 어깨 넘어 보고 배워 보고서 쓰는 법, 업무처리 방법 등등 모든 것을 눈치껏 배워서 일했다, 아무도 구체적인 업무 설명이 없이 알아서 상대의 마음에 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 생각하건대 한국인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려는 노력과 본인 스스로 알아서 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하지만 현지인은 그렇지 못하다. 업무 매뉴얼을 통해 모든 경우의 업무를 숙지하고 그대로 실행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며 업무 규정(매뉴얼) 이외에 사항에 관해서는 임의로 판단하기보다는 인사담당 혹은 상사에게 문의해 업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다. 융통성을 바라는 대신 문제 대처에 관해 결정할 수 있는 옵션을 문서로 주는 것이 가장 정확히 상사의 의도에 가깝게 업무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다.

 

넌 내 친구니? 내 상사니?

 

몇 년 전 멕시코 중부 어느 지방의 한국계 제조 업체에서 사건이 있었다, 한국인 직원이 현지인 부하 직원을 앞돌려차기를 해 구타를 한 것이 감시 카메라에 녹화돼 현지 뉴스에 방영이 돼 곤욕을 치르게 됐다. 이 일로 인해 회사뿐만 아니라 한국인 커뮤니티가 한동안 현지 당국에 표적이 돼 행정 감사를 언론에게는 질책을 당했다. 뉴스의 주인공이 됐던 한국인은 피해자인 현지인 직원에 대해 평소 열심히 일하고 또 나이도 같은 또래라 부하 직원이상으로 각별히 생각했다. 또한 휴일 날이면 자기 집에 초대해 주어 현지 문화와 친구를 소개해 준 현지인이 자기를 진정 친구처럼 대해 준 것이 고마워서 술을 한잔 먹으면  “아미고(Amigo, 친구), 아미고 (Amigo, 친구)” 하며 우정을 표현했다. 또 연휴가 되면 그들 가족과 함께 아카풀코로 여행도 다니다 보니 서로에게 격이 없는 사이가 됐다

 

사건은 여행을 다녀온 직후였다. 법인장의 지시 사항을 부하직원인 현지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얼굴에 미소를 띠며 현장에 가서 재고조사를 다시하고 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때 현지인이 상사인 한국인을 쳐다보며 “싫어. 오전에 했잖아.”라고 반응을 했다. 당황한 한국인은 이번엔 정색을 하고 다시 재고조사를 시켰다. 하지만 현지인은 한국인의 상사의 말을 명령으로 생각하지 않고 친구의 부탁처럼 대하기 일쑤였다.

 

상사의 권위를 인정 받지 못한 한국인은 몹시 화가 났고 현지인 또한 주변동료 앞에서 고함 지르는 한국인 친구의 모욕에 자존심에 발동해 듣지 못한 척하며 무시했다. 그 후의 일은 지역방송 뉴스시간에 여러 번 방영한 그 결과로 나타났다.

 

멕시코는 한국과 비교해서 오히려 계급사회적인 요소가 많고 또한 현지인도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 한국인 상사의 친근함이 파격에 가깝게 표현되면 계급사회에 길들여진 행동을 해오던 현지 직원에게 오히려 혼돈을 주기 마련이다. 결국 이는 업무에 임하는 자세, 개인행동 처신에 관해 실수 혹은 불화를 유발하는 경우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한번 무너진 직장 내에서의 권위는 다시 세우기가 힘들다. 이 사건은 회사 내에서 상사의 과다한 친절, 인간관계가 가끔은 조직관리에 해가 되는 경우였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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