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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확산과 미국 산업 생태계의 재편, 온디바이스 AI의 부상
  • 트렌드
  • 미국
  • 실리콘밸리무역관 이지현
  • 2026-02-27
  • 출처 : KOTRA

AI가 클라우드를 떠나 기기 안으로, 피지컬 AI 확산의 기반이 되다

AI 성능 경쟁,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칩과 하드웨어에서 결정된다

피지컬 AI의 부상

 

최근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의 적용 영역이 디지털 화면을 넘어 물리적 현실 세계로 옮겨가고 있다. 텍스트를 요약하거나 이미지를 그리는 수준을 벗어나, 로봇·자율주행차·스마트 제조 설비처럼 현실 세계에서 직접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이는 이른바 ‘피지컬(Physical) AI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최근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투자의 90% 이상이 AI에 집중되는 가운데, 테슬라나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이미 로봇과 자율 시스템을 실제 공장과 물류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력 부족과 생산성 압박에 시달리는 산업계에서, 피지컬 AI는 판도를 바꿀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피지컬 AI는 현실 공간에서 인지-판단-행동을 스스로 수행한다. 기존의 생성형 AI가 가상 공간의 데이터 처리에 집중했다면, 피지컬 AI는 센서를 통해 현실을 인식하고 실제로 기계를 직접 조종한다. 중력, 공간의 한계, 예상치 못한 충돌 위험 등 변수가 많은 현실에서는 단 한 번의 오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높은 신뢰성과 짧은 시간에 결정을 내리는 실시간 판단 능력이 생명이다.

 

온디바이스 AI, 왜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가?

 

피지컬 AI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판단과 제어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율주행차나 정밀한 수술 로봇에게는 밀리초(1000분의 1초) 단위의 속도가 곧 품질이자 안전이다. 기존 AI처럼 데이터를 멀리 있는 거대한 중앙 서버(클라우드)로 보냈다가 결과를 다시 기기로 돌려받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수많은 센서 데이터를 외부로 계속 보낼 경우 통신망에 과부하가 걸리고, 네트워크가 조금이라도 끊기는 순간 시스템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바로 온디바이스(On-device) AI이다. 온디바이스 AI는 데이터를 외부로 보내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즉각 처리해 지연 시간을 없애고 네트워크 의존도를 낮추는 기술이다. 공장의 핵심 설계도나 개인의 민감한 생체 데이터가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으므로 보안 면에서도 유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미국 시장에서는 무거운 모델 학습은 중앙 서버(클라우드)에서, 중간 연산은 엣지(Edge) 서버에서, 현장의 즉각적인 반응과 제어는 기기 내부(온디바이스 AI)에서 처리하는 효율적인 '하이브리드 AI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

 

<피지컬 AI 시대의 하이브리드 AI 구조: 클라우드-엣지-온디바이스 간 역할 분담 개념도>

[자료: Qualcomm]

 

미국의 온디바이스 AI 시장 동향: 하드웨어 비중이 확대되고 자체 칩 중심으로 밸류체인 재편

 

이러한 기술적 진화에 힘입어 미국 온디바이스 AI 시장도 가파른 성장의 초입에 섰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2024년 약 58억 달러 규모였던 이 시장은 매년 29%씩 급성장해 2030년경 265억 달러까지 팽창할 전망이다.

 

<미국의 온디바이스 AI 시장 규모 전망>

(단위: US$ 십억)

[자료: Grand View Research]

 

여기서 눈여겨볼 지점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2024년 기준 56.1%)이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자동차, 로봇 등에 들어가는 AI 전용 칩과 이를 탑재한 기기 자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즉, 온디바이스 AI 시대의 패권은 '누가 더 가볍고 똑똑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느냐'를 넘어 '누가 AI를 가장 효율적으로 돌릴 수 있는 칩과 기기를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실제로 NPU(신경망 처리 장치)와 같은 AI 전용 반도체의 중요도도 높아지고 있다. NPU는 전력은 적게 소비하면서 AI 연산에 특화된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맞춤형 반도체다. 엔비디아(NVIDIA)가 AI 가속기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애플(Apple)과 퀄컴(Qualcomm) 등은 스마트폰과 PC에 AI 연산 기능을 내재화하고 있다. 또한 일부 기업들은 핵심 반도체를 외부에 의존하기보다 자체 설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온디바이스 AI

 

가장 앞서가는 분야는 단연 자율주행 모빌리티이다. 테슬라는 자체 설계한 칩으로 수많은 카메라 데이터를 차량 내부에서 실시간으로 분석해 주행여부를 스스로 결정한다. 웨이모(Waymo)의 로보택시나 오로라(Aurora)의 자율주행 트럭 역시 차량 내부 연산을 기반으로 운행되고 있다. GM과 메르세데스-벤츠는 엔비디아의 차량용 칩(DRIVE AGX Thor)을 도입해 차량 내부에서 운전자를 보조하고 안전 기능을 처리하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제 자율주행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수준을 넘어, 차량 하드웨어 설계 첫 단추부터 온디바이스 AI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GM의 차세대 차량에 도입되어 온디바이스 AI 구조를 강화할 엔비디아의 차량용 SoC ‘DRIVE AGX Thor’>

[자료: NVIDIA]

 

스마트 제조와 물류 현장에서도 적용 사례가 늘고 있다. 아마존은 전세계 물류센터에 100만 대 이상의 물류 로봇을 배치했다. 이들 중 최신 ‘DeepFleet’ AI 모델을 탑재한 물류 로봇들은 창고 내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하고,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해 충돌을 피하며 동선을 스스로 조정한다. 한편, 미국 내 BMW 공장에서는 갓 생산된 차량이 테스트장까지 스스로 이동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 로봇 역시 주변 작업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안전하게 부품을 고정하거나 공구를 전달하는 등의 보조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DeepFleet’ AI 모델을 탑재한 Amazon 물류 로봇의 모습>

[자료: Amazon]

 

공공 인프라와 의료 분야에서도 온디바이스 AI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신시내티시는 AI 드론을 활용해 교량과 도로 표면을 점검하고 있다.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교량 하부에서도 드론 내부의 AI가 균열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GE 헬스케어는 영상 장비에 AI 기능을 넣어 촬영 직후에 이상 징후를 바로 분석할 수 있으며,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 수술 로봇은 기기 내부에서 의사의 손떨림을 실시간으로 보정한다.

 

이러한 사례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인공지능이 외부 서버가 아니라 기기 내부에서 바로 판단을 내린다는 점이다. 온디바이스 AI는 피지컬 AI를 실제로 작동하게 하는 기반 기술로 자리 잡고 있으며, 안전성과 실시간 대응이 요구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온디바이스 AI 확산과 미국의 청사진, ‘남의 칩과 남의 클라우드는 쓰지 않겠다’

 

온디바이스 AI이 확산되면서 미국의 기업 전략과 산업 정책도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온디바이스 AI 구조가 확대될 수록, 그 기반이 되는 반도체와 인프라를 누가 통제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막대한 돈을 들여 자체 칩을 설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의 칩과 클라우드에 의존해서는 차세대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쥘 수 없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영역인 반도체 설계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생산 기반 자체를 미국 본토로 회귀시키려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뚜렷하다. 미국 반도체법(CHIPS Act) 시행을 기점으로 주요 첨단 공장들이 자국 내에 잇따라 건설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온디바이스 AI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고성능이면서도 전력 소모가 적은 반도체가 필수적인데, 미국은 향후 폭발적으로 증가할 이 수요를 자국 내 공급망을 통해 우선적으로 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 정부는 AI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전략 기술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의료 기기, 주요 산업 설비 등 물리적 안전과 직결된 분야에서는 통신 지연의 최소화와 데이터 유출 방지가 최우선 과제다. 따라서 외부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내에서 민감한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의 보안적 가치는 갈수록 높게 평가받을 전망이다.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과 기회 요인은?

 

미국의 온디바이스 AI 생태계가 확산되면서 한국 기업에게도 새로운 진입 기회가 생기고 있다. 온디바이스 AI 기기의 성능을 좌우하고 배터리 효율을 높여주는 저전력 센서, 미세한 제어를 돕는 초정밀 액추에이터, 고성능 NPU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혀줄 수 있는 방열 부품 등은 현실적인 공급망 진입처로 꼽힌다. 또한 모든 현장이 챗GPT같은 거대한 AI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 현지 AI 솔루션 기업의 B2B 영업 이사 A씨는 "모든 기업이 거대 AI 모델을 직접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공략해야 한다"며 "특정 공 설비나 특정 의료 기기 환경에 딱 맞게 훈련된 소규모 경량화 모델(SLM)을 개발하고 이를 커스터마이징해 주는 서비스는 현재 미국 중견·중소 제조 기업들 사이에서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 Deloitte, Grand View Research, Qualcomm, NVIDIA, DataCentersX, Capgemini, NIST, Waymo, Aurora, Amazon, Amazon Robotics, BMW Group, GE Healthcare, City of Cincinnati,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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