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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력 시장, 재생에너지 확대 이후의 시스템을 묻다
- 트렌드
- 독일
- 함부르크무역관 문기철
- 2026-02-26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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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전력 생산 구조 전환 가속
전력망 부담 확대 속 가상발전소·수소전환 가스발전·송전망 확충이 핵심 대응책으로
독일 전력 시장에서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전력 공급을 보완하는 수단에 머물지 않고, 전력 시스템 전반의 구조와 운영 방식을 좌우하는 수준으로 위상이 변화했다.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발전 비중 확대는 전력 믹스를 재편하는 동시에, 계통 안정성과 수급 조정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전면에 부각했다. 이에 따라 독일 전력 시장의 논의는 발전 설비 확대에만 국한되지 않고, 변동성이 큰 전력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계통에 통합할 것인가로 확장되고 있다.
독일 전력 산업 현황: 재생에너지 확대가 만든 전력 생산·수급 구조의 변화
2025년 독일 전력 시장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지속되면서 전력 공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모두 확대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태양광 발전량(68.30TWh)이 갈탄 발전량(67.22TWh)을 처음으로 넘어섰다는 사실로, 이는 독일 전력 믹스에서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구조적 전환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준다.
<2025년 독일 공공 전력망에 투입된 전력 현황>
(단위: TWh, %)
구분
에너지 발전량 (TWh)
비율(%)
수입 잔액 (순 수입량)
21.2
4.8
재생 에너지원
260.2
59.0
화석 에너지원
159.3
36.2
순 전력량
440.7
100
[자료: Fraunhofe ISE(2026년 1월 22일 기준)]
Fraunhofer ISE Energy-Charts에 따르면, 공공 전력망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실제로 공급되는 공공 전력망 기준 순 전력 생산량은 440.7TWh로 나타났다. 같은 해 공공 전력망이 감당한 전력 부하는 최종 소비 전력과 송·배전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포함해 466TWh였으며, 여기에 태양광 자가소비 전력 17.0TWh와 산업체의 가스 기반 자체 발전 전력 26.1TWh를 더하면 전체 전력 부하는 총 495TWh로 집계된다. 발전원 기준으로는 재생에너지가 전체의 약 59%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으며, 화석 에너지원은 36.2%로 그 뒤를 이었다.
주: 공공 전력망 기준 순 전력 생산량은 전력회사가 공공 전력망을 통해 시장에 실제로 공급한 전력을 의미하며, 전력 부하(load)는 최종 소비 전력과 송·배전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포함해 전력망이 감당해야 했던 총 전력 수요를 뜻함
재생에너지원 발전 현황
<2025년 공공 전력망의 재생 에너지원 발전 현황>
(단위: TWh, %)

[자료: Fraunhofe ISE(2026년 1월 22일 기준)]
Fraunhofer ISE에 따르면, 2025년 독일의 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수력·바이오매스·지열 등) 전체 생산량은 약 279TWh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공공 전력망 투입량은 260.2TWh였으며, 재생 가능 폐기물(Erneuerbarer Müll)을 제외하면 256.4TWh였다. 나머지 22TWh는 태양광(17.0TWh) 및 바이오매스(5.1TWh) 자가소비로 공공 전력망에 투입되지 않았다. 공공 전력망 기준으로 재생에너지가 전체 부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9%였고, 자가소비를 포함한 전체 순 전력 생산 기준으로는 57.1%에 달했다.
공공 전력망에 투입된 재생에너지(총 260.2TWh)를 발전원별로 보면, 풍력은 2025년에도 독일 최대 발전원 지위를 유지했다. 풍력 발전량은 총 132TWh로, 이 중 육상풍력이 105.9TWh로 재생에너지의 약 41%를 차지했고, 해상풍력은 26.1TWh로 약 10%를 담당했다. 전년 대비 풍력 발전량은 약 3.2% 감소했는데, 이는 설비 감소보다는 연중 기상 여건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태양광은 2025년 가장 빠르게 확대된 재생에너지원으로 부상했다. 태양광 총발전량은 87TWh로, 이 가운데 70.6TWh가 공공 전력망에 공급됐고 17.0TWh는 자가소비로 활용됐다. 공공망 기준으로 보면 재생에너지지원제도(EEG) 대상* 태양광 발전이 68.3TWh를 기록해 재생에너지 중 두 번째로 큰 비중(약 26%)을 차지했다. 특히 공공 전력망 기준 순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이 갈탄을 처음으로 넘어선 점은 독일 전력 믹스의 구조적 변화를 상징하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주: 재생에너지지원제도(EEG) 대상 태양광 발전은 독일 정부의 재생에너지 지원·정산 제도에 따라 공공 전력망에 공급되고, 공식 통계로 집계되는 태양광 발전을 의미
수력 발전은 기상 조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며 감소세를 보였다. 2025년 수력 발전량은 17.9TWh로 전년(22.3TWh) 대비 줄었으며, 이 가운데 유수식 수력이 16.6TWh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저수지식 수력은 1.3TWh에 그쳤다. 바이오매스 발전량은 41.1TWh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으며, 공공 전력망 투입량은 35.9TWh, 자가소비는 5.1TWh로 집계됐다. 이밖에 재생 가능 폐기물 발전은 3.8TWh, 지열은 0.15TWh로 재생에너지 내에서는 제한적인 비중을 보였다.
전통 에너지원 발전 현황
<2025년 전통 에너지원 발전 현황>
(단위: TWh, %)

[자료: Fraunhofe ISE(2026년 1월 22일 기준)]
화석연료 발전은 전반적인 축소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전력 수급 조정 전원의 역할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Fraunhofer ISE에 따르면, 2025년 갈탄 발전은 공공 전력망 기준 67.2TWh를 생산했으며, 여기에 산업체 자가소비용 발전 1.5TWh가 추가됐다. 갈탄은 단일 발전원 기준으로 여전히 가장 큰 비재생 전원이지만, 전체 비재생 발전 내 비중은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유연탄 발전의 공공 전력망 기준 순전력 생산은 26.7TWh로 집계돼 갈탄 대비 규모가 많이 축소된 상태를 보였다.
가스 발전은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을 보완하는 핵심 조정 전원으로 기능했다. 공공 전력망 기준 천연가스 발전량은 52.4TWh였고, 산업체 자가소비용 가스 기반 발전은 26.1TWh에 달했다. 여기에 석탄가스(Kohlegas) 발전 4.1TWh도 포함하면 가스 계열 발전은 비재생 발전 가운데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석탄 발전 감축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가스가 상대적으로 높은 유연성과 빠른 출력 조절 능력을 바탕으로 전력 시스템 안정화 역할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력 수출입 현황
2025년 독일 전력시장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맞물려 국제 전력 거래에서도 구조적 변화를 보였다. 독일 연방네트워크청(BNetzA)이 운영하는 전력시장 데이터 플랫폼 SMARD에 따르면, 2025년 독일의 전력 수출량은 54.3TWh로 집계돼 전년 대비 약 11.1% 증가했다. 반면 전력 수입량은 76.2TWh로 전년보다 소폭 줄었으며, 이에 따라 순수입 규모는 21.9TWh를 기록했다.
<2025년 독일 발전원별 수출입 비중>
(단위: %)
발전원 (Energy Source)
수출 비중 (%)
수입 비중 (%)
바이오매스
7.82
3.85
수력
2.93
19.76
해상 풍력
6.55
10.04
육상 풍력
28.71
12.96
태양광
17.69
4.54
기타 재생에너지
0.2
0.13
원자력
-
22.01
갈탄
13.52
1.3
무연탄/석탄
5.65
4.82
천연가스
12.21
9.03
양수 발전
1.54
3.13
기타 화력/재래식
3.18
8.45
[자료: SMARD]
전력 수출의 발전원 구성을 보면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025년 독일의 전체 전력 수출 가운데 63.9%는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이었으며, 이는 2024년(64.3%)과 유사한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가운데서는 육상 풍력을 중심으로 한 풍력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비율은 전년 대비 다소 낮아졌다. 반면 태양광 발전 전력의 수출 비중은 확대되면서, 재생에너지 수출 구조가 점차 다변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전력 수입 측면을 살펴보면, 2025년 독일 전력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발전원은 원자력 발전 전력으로 전체 수입의 약 22%를 차지했다. 이어 수력 발전 전력이 약 19.8%를 기록하며 독일 전력 수입 구조에서 중요한 축을 형성했다. 다만 원자력 발전 전력의 수입 비중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유럽 전반의 에너지 믹스 변화와 맞물린 흐름으로 해석된다.
<2025년 국가별 전력 수출입 현황>
(단위: TWh)
국가
수입
수출
벨기에
6.2
3.3
덴마크
19.4
7.1
프랑스
13.7
2.5
룩셈부르크
0
3.5
네덜란드
13.1
4.7
노르웨이
8.2
1.2
오스트리아
1.2
13.5
폴란드
2.5
5.9
스웨덴
2.9
0.5
스위스
6.5
5.6
체코
2.7
6.9
합계
76.2
54.3
[자료: SMARD]
국가별로 보면, 2025년 독일의 최대 전력 수입국은 덴마크(약 19.4TWh)였으며, 프랑스(13.7TWh)가 그 뒤를 이었다. 네덜란드 등 인접국으로부터의 전력 수입도 확대되었는데, 이는 유럽 전력망 간 연계가 독일의 전력 수급 조정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전력 수출은 오스트리아가 13.5TWh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덴마크가 7.1TWh를 기록했다. 스위스로의 전력 수출은 5.6TWh로 집계되어 전년(2.8TWh) 대비 증가 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매 전력 가격 현황
도매 전력 가격 측면에서도 2025년 독일 전력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SMARD에 따르면, 2025년 독일의 평균 하루 전(Day-Ahead) 도매 전력 가격은 89.32유로/MWh로, 2024년(78.51유로/MWh) 대비 약 13.8% 상승했다. 다만 이러한 가격 상승률은 주요 인접국 전력시장의 평균 상승률(약 17.3%)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따른 전력 공급 증가가 도매가격 상승 압력을 일정 부분 완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시간대별 가격 변동성은 크게 확대됐다. 2025년에는 시간당 도매 전력 가격이 최고 583.40유로/MWh까지 급등한 사례가 있었고, 연간 기준으로는 전력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0유로 이하로 떨어지는 마이너스 전력 가격이 총 573시간 발생했다. 이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면서 전력 공급 과잉이 빈번해졌고, 계통 유연성 부족이 가격 신호에 더욱 직접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 구조 정착 이후 부각되는 전력망 과제와 대응 트렌드
재생에너지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이후, 독일 전력 시장은 발전 설비의 양적 확대에 더해 계통 안정성 확보, 전력 시스템 유연성 강화, 송전·배전망 병목 해소에도 정책적·제도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발전의 확대와 분산형 전원·소비 자원의 확산은 기존 전력망 구조에 새로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계통 운영 측면에서는 가상 발전소 기반 유연성 시장, 수소 전환 가능 가스 발전소를 통한 예비력 확보, 송전망 확충과 비용 지원 정책 등이 전력 유연성 확보와 병목 완화를 위한 핵심 대응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1) 가상 발전소(VPP)와 유연성 시장의 부상
재생에너지 비중이 50%를 넘어선 이후, 독일 전력 시스템의 핵심 과제는 발전 설비의 양적 확대에서 벗어나 시간대·지역별 전력 수급 불균형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 비용 측면에서 이미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기상 조건과 시간대에 따라 출력 변동성이 크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이로 인해 개별 설비 단위의 관리 방식만으로는 계통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다수의 분산형 자원을 집합적으로 통합·제어하는 가상 발전소(Virtual Power Plant, VPP)가 전력 시스템 유연성 확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가상 발전소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가스,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충전 설비, 히트펌프 등 다양한 분산형 자원을 정보통신기술 기반으로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개별 설비 단위로는 접근이 어려운 전력 도매시장과 예비력(계통 안정화를 위한 예비 전력) 시장, 나아가 배전망 차원의 유연성 제공 영역에도 집합 자원 단위로 참여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분산형 자원이 급증하는 환경에서 가상 발전소는 계통 운영과 전력 시장을 연결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가상발전소 개념도>

[자료: 한화 큐셀]
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가상 발전소(VPP)의 상용화 경험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축적된 국가로 평가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바이오가스, 풍력, 소수력(小水力) 등 분산형 발전원을 통합해 전력 거래와 예비력 시장에 참여시키는 모델이 확산됐으며, 특히 2015~2020년에는 가상 발전소 운영자들이 실제 예비력 시장에 참여하면서 분산 자원의 실시간 제어와 정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상업적으로 입증했다.
예를 들어 가상 발전소 전문 운영사인 Next Kraftwerke는 수천 개의 분산형 발전 설비와 저장 자원을 통합해 전력시장과 예비력 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는 독일 가상 발전소 시장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또한 Shell의 자회사인 가정용 배터리·에너지 서비스 기업 sonnen은 가정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가상 발전소 운영을 통해 분산 자원의 집합적 계통 기여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실증해 왔다.
이러한 사례들은 독일에서 가상 발전소가 기술 실증 단계를 넘어 실제 전력시장과 계통 운영에 결합한 운영 모델로 정착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상용화는 주로 발전 자원과 대규모 저장장치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도 분명했다. 2020년대 초반까지의 가상 발전소는 배전망 차원의 수요 관리와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구조가 제한적이었으며, 전기차와 히트펌프 확산으로 급증하는 신규 전력 수요를 체계적으로 흡수·조정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즉 공급 측 분산 자원의 통합에서는 성과를 거뒀지만, 수요 측 유연성 자원을 본격적으로 포괄하는 구조는 아직 미흡했던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전환점으로 작용한 것이 2024년 이후 본격 시행된 에너지산업법(EnWG) 제14a조다. 해당 조항은 전력망 혼잡이 발생할 경우 배전망 운영자가 특정 제어 가능 소비 설비의 전력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근거를 제공한다. 적용 대상에는 전기차 충전기, 히트펌프, 가정용·상업용 에너지저장장치 등 신규 전력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설비들이 포함된다.
이 제도 도입과 함께 배전망 차원의 수요 관리가 본격화되면서 가상 발전소의 역할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 연방네트워크청은 제14a조를 통해 배전망 운영자가 대용량 전력 소비 설비를 더욱 안정적으로 계통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전력망 과부하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전력 공급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출력 제어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주요 배전망 운영사들은 이를 배전망 혼잡 완화와 계통 안정성 확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상 발전소 운영자와 중개사업자(Aggregator)는 분산 소비 자원을 집합적으로 관리하며, 배전망 운영자의 제어 요청에 대응하는 동시에 전력시장 가격 신호에 따라 유연성 제공을 수익화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2) 예비 전력 확보 수단으로서 수소 전환 가스 발전소
재생에너지 확대는 평균적인 전력 생산의 탈탄소화를 빠르게 진전시키는 한편, 장시간 저풍속·저일사 구간에서 발생하는 전력 공급 공백 문제를 동시에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전력 정책에서는 '예비 전력(Backup Capacity)'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발전 구조에서는 단기적인 출력 변동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수일에서 수주에 이르는 저재생에너지 구간(Dunkelflaute)에 대비할 수 있는 조정 전원의 필요성이 정책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 속에서 독일은 단기적으로는 천연가스를 활용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수소 연료로 전환이 가능한 가스 발전소를 예비 전력 수단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른바 '수소 전환 가능 가스 발전소(H2-ready gas plants)'는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 시스템으로의 이행 과정에서 과도기적이면서도 필수적인 구성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독일 발전소의 단계적 탈탄소화 로드맵>

[자료: EnBW]
정책적 방향성은 2026년 1월 독일 연방정부와 EU 집행위원회가 발전소 전략(Kraftwerksstrategie)에 대해 원칙적 합의에 도달하면서 보다 구체화됐다. 이번 합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적인 제어 가능 전력 용량(dispatchable capacity)을 제도적으로 확보할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독일 풍력산업협회(BWE)와 국제재생에너지경제포럼(IWR)는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 시스템에서도 예비 전력이 구조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EU 차원에서 확인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합의된 발전소 전략의 핵심은 신규 가스 발전소를 단순한 화석연료 기반 발전 설비로 고착시키지 않고, 장기적으로 수소 혼소 또는 전소 운전이 가능하도록 설계·건설하는 데 있다. 초기 단계에서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활용하되, 수소 인프라 확충과 시장 여건이 성숙하는 시점에 맞춰 점진적으로 수소 연료 비중을 확대하는 전환 경로가 전제된다. 이는 전력 공급 안정성과 기후 중립 목표를 동시에 고려한 절충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Tagesschau 보도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신규 가스 발전소 건설을 위한 경쟁 입찰을 준비 중이며, 이를 통해 12GW 규모의 제어 가능 발전 용량(이 중 10GW는 장시간 운전 가능 용량, 2GW는 배터리 등 유연성 자원)을 단계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발전소들은 상시 가동을 전제로 하기보다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극히 부족한 기상 조건(Dunkelflaute) 기간이나 전력 수급 위기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가동되는 구조로 설계될 예정이다.
< 독일 연방정부와 EU 집행위원회 간 발전소 전략 주요 합의 내용>
구분
내용
정책 목표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을 위한 전력 공급 안정성 확보 및 석탄 발전 단계적 퇴출 지원
총 설비 규모
12GW의 조정 가능(steuerbar) 발전 용량 신규 구축
설비 구성
- 10GW: 가스발전소
- 2GW: 기술 중립(저장장치 등 대안 기술 포함)
수소(H₂) 전환 의무
가스 → 수소 전환에 대한 고정 시점 의무 없음 (이전 신호등 연정과의 핵심 차이)
H₂ 관련 원칙
모든 신규 발전소는 H₂-ready 설계 의무
수소 전환 유인책
- 2027년: 2GW 수소 전환 유도 입찰
- 2029년: 추가 2GW 입찰
* 기존 발전소도 참여 가능
장기 목표
2045년(독일 기후 중립 목표 시점)까지 전면 수소 운전
입찰 일정
2026년 2차례 입찰 예정- 1차: 늦여름 목표- 2차: 연말 시작
계통 연결 시점
2030~2031년
입찰 참여 최소 용량
연방정부안: 10MW (중소·지방 공기업 참여 고려)
* EU와 최종 합의는 아직 미완
보조금 필요성
낮은 가동률로 인해 국가 보조금 없이는 신규 가스발전소 건설 불가
이전 계획과의 차이
- 2024년 11월 안: 수소 조기 의무 발전소 2GW 포함
- 현행안: 의무 폐지, 인센티브 방식으로 전환
[자료: Handelsblatt, KOTRA 함부르크무역관 정리]
수소 전환 가스 발전소 전략에서 또 다른 핵심 요소는 용량 보상과 비용 보전 메커니즘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환경에서는 도매 전력시장 가격 신호만으로 예비 전력 투자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점이 정책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마이너스 전력 가격 발생 시간이 늘어나는 시장 환경에서 가동 시간이 제한적인 예비 전력 설비는 전력 판매 수익만으로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EU와의 합의를 통해 2027년부터 수소로의 조기 전환을 유도하는 입찰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여기에는 수소 연료 사용으로 인한 비용 격차를 보전하는 차액 계약(CfD, Contracts for Difference)이 포함된다. 독일 에너지협회(BDEW)는 이러한 메커니즘이 수소 시장 초기 단계에서 발전 사업자의 전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보상 방식은 수소 전환 가스 발전소를 상시 발전 설비가 아닌, 전력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예비적 설비로 전제한다는 점에서 기존 발전 지원 방식과 구별된다.
현재 수소 전환 가스 발전소 전략은 원칙적 합의 이후 세부 제도 설계가 진행 중인 단계다. 입찰 조건, 수소 전환 시점과 요건, 용량 보상 방식, EU 국가 보조 규정과의 정합성 등은 향후 확정돼야 할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다만 2025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59%를 기록한 독일 전력 시스템에서 예비 전력 확보가 구조적 과제로 부상한 만큼, 수소 전환 가스 발전소는 중장기적으로 전력 시스템 안정화를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3) 송전망 인프라 확충
재생에너지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이후 독일 전력 시스템에서 송전망은 단순한 물리적 인프라를 넘어 전력 수급 안정과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독일의 전력 생산은 북부 지역에 풍력과 대규모 태양광 발전이 집중되고, 전력 수요는 남부와 서부의 제조업 중심 지역에 밀집된 구조를 보인다. 이러한 지리적 불균형은 재생에너지 확대 이전부터 존재해 왔으나,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송전 병목 현상이 더 구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송전 병목은 단순한 설비 문제를 넘어 전력 시스템 전반의 운영 효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북부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이 남부 산업 지역으로 원활히 전달되지 못할 경우, 북부에서는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이 발생하고 남부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조정 전원이 가동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이는 전력 시스템 전체의 효율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도매 전력 가격 변동성과 계통 운영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진 이후 이러한 송전 병목은 예외적인 문제가 아니라 상시적인 계통 운영 변수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독일 정부와 송전망 운영자들은 대규모 송전망 확충을 핵심 과제로 추진해 왔다. 연방네트워크청(Bundesnetzagentur)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송전망 확장법(EnLAG)과 연방전력망 필요성계획법(BBPlG)에 근거한 송전망 사업은 총 128개, 약 16,783km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8,927km는 계획 승인, 건설 또는 운영 단계에 진입해 있으며, A-Nord, Ultranet, SuedLink, SuedOstLink 등 주요 초고압 송전 프로젝트도 계획 승인 및 건설이 진행 중이다.
주: EnLAG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시급히 필요한 송전선 구축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도입된 법률이며, BBPlG는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송전망을 연방 차원에서 확정하는 법적 틀로, 북부와 남부를 연결하는 초고압 직류송전(HVDC) 프로젝트를 다수 포함하고 있음
<2025년 3분기 기준 독일 송전망 사업 진행 현황>
(단위: km)

단계
길이(km)
승인 전 계획
953
주정부 및 연방정부 검토
608
계획 승인
6,295
승인 및 건설
5,137
완공
1,057
운영 중
2,733
[자료: 연방네트워크청]
아울러 송전망 확충은 단순히 국내 전력 수급 안정에 그치지 않고, 독일 전력 시장이 유럽 전력망과 어떻게 연계·운영되는지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독일은 유럽 전력망의 중심 국가로서 주변국과의 국경 간 전력 거래를 통해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조정해 왔으며, 이러한 역할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송전 인프라가 강화될수록 주변국과의 국경 간 전력 거래 효율이 높아지고, 이는 재생에너지 과잉 시 전력 수출을, 공급 부족 시 전력 수입을 활용하는 구조적 유연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송전 병목이 완화될 경우 독일 내부의 가격 분절과 재조정 비용도 줄어들어, 국내 전력 시장 안정성과 유럽 전력 시장 통합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송전망 확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정책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송전망 투자 비용은 기본적으로 망 이용료에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확충이 지연될수록 그 부담이 소비자와 산업계로 전가될 가능성이 커진다. 독일 연방의회는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25년 말 송전망 이용료 급등을 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2026년부터 송전망 이용료의 일부를 기후 전환 기금을 통해 연방정부가 보조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 요인
독일 전력 시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발전 설비 중심 구조에서 계통 운영과 유연성 확보 중심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 발전 설비 공급보다는 분산 자원 통합, 예비 전력 확보, 송전 인프라 안정화 등 전력 시스템의 구조적 과제를 해결하는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우선 가상 발전소(VPP)와 유연성 시장의 확대는 분산 자원 통합 기술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다. 독일에서는 에너지산업법 제14a조 시행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 히트펌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망 제어가 가능한 소비 설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집합적으로 관리·제어하기 위한 기술 수요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분산자원관리시스템(DERMS), 실시간 계측·통신 모듈, 제어 알고리즘 등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 솔루션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논의될 수 있다. 또한 예비력 시장 참여를 위한 사전 인증, 데이터 처리, 사이버 보안, 정산 시스템 등 가상 발전소 운영을 지원하는 부가 서비스 영역에서도 사업 참여 여지가 존재한다.
수소 전환 가능 가스 발전소 전략은 발전 기자재 및 엔지니어링 분야와 연관성을 갖는다. 독일의 발전소 전략은 신규 가스 발전소를 장기적으로 수소 혼소 또는 전소 운전이 가능하도록 설계·건설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스터빈 및 보조 설비의 수소 대응 개조 기술, 연소 제어 시스템, 안전 설비, 운영·정비(O&M) 솔루션 등이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향후 입찰을 통해 발전 용량이 확보될 경우, 설비 공급뿐 아니라 운영 지원, 디지털 모니터링, 효율 개선 솔루션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식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송전망 확충과 비용 지원 정책은 전력 인프라 및 계통 운영 분야에서 중장기적인 수요와 연관된다. 독일은 초고압 송전선과 직류 송전(HVDC)을 중심으로 송전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케이블, 변압기, 차단기 등 기존 송전 기자재뿐 아니라 송전망 상태 감시, 예지 정비, 디지털 계통 관리 솔루션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송전망 이용료 보조 정책이 병행되는 환경에서는 전력 인프라 투자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어, 장기 프로젝트 참여 여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독일 전력 시장은 전통적으로 기술 신뢰성과 운영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구조를 갖고 있어, 신규 사업자가 단기간에 기자재 공급이나 핵심 인프라 사업에 직접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송전망, 발전 설비, 계통 운영과 같이 계통 안정성과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이미 검증된 사업자와 장기 공급 관계가 형성돼 있는 경우가 많아, 단순 기자재 판매 중심의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 함부르크무역관이 인터뷰한 초고압 케이블 제조사 관계자는 "독일의 송전망 사업 수주를 위해서는 유럽 내 기존 사업자와의 컨소시엄 구성이나 공동 참여가 사실상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장 특성을 감안할 때, 우리 기업의 진출 전략은 단기적인 설비 공급보다는 단계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초기 단계에서는 기존 유럽 또는 독일 사업자와의 협력, 하청·공동 프로젝트 참여, 또는 특정 기술 영역에 특화된 솔루션 제공을 통해 시장 진입 경험과 레퍼런스를 축적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독일 전력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 표준과 규제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지 파트너와의 공동 개발이나 현지화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전력 기자재와 설비의 경우 단일 장비 공급보다는 운영·정비(O&M), 디지털 모니터링, 효율 개선 솔루션을 결합한 패키지형 제안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보수적인 시장에서 신뢰를 축적하는 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계통 운영 복잡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전력 시스템 안정화와 유연성 확보를 지원하는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은 단순한 기자재 공급자를 넘어, 전력 시스템의 운영 효율과 안정성 향상에 기여하는 솔루션 제공자로 포지셔닝을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시사점
독일 전력 시장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이후, 발전 설비 확대 중심의 논의에서 계통 운영과 시스템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전원 구조는 전력 공급의 탈탄소화를 진전시키는 동시에, 전력 수급 변동성과 전력망 부담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부각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책과 제도 역시 유연성 확보와 계통 보완 수단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독일 전력 시장은 단순한 설비 공급보다 전력 시스템 전반의 통합과 운영 효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 역시 기자재 공급에 한정된 접근보다는, 전력 시스템 통합과 운영 효율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솔루션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염두에 두고, 독일 전력 전환의 정책 방향과 제도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단계적인 진출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료: Fraunhofer ISE, Tagesschau, Netze BW, Next Kraftwerke, Sonnen, Amprion, EnBW, Handelsblatt, SMARD, 독일 연방 에너지·수자원산업협회(BDEW), 태양·수소 에너지 연구센터(ZSW), 국제재생에너지경제포럼(IWR), 독일 풍력산업협회(BWE), 독일 연방네트워크청, 독일 연방정부, 독일 연방경제부, 독일 연방의회, 한화 큐셀, KOTRA 함부르크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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