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르키예 한식 시장, K-Food의 현지화와 확장에 주목
- 현장·인터뷰
- 튀르키예
- 이스탄불무역관 이지연
- 2026-02-26
- 출처 : KOTRA
-
체험을 넘어 일상의 선택으로 잡아가는 한식
맛과 정체성을 유지하며 시장에 맞춘 운영 전략 필요
K-드라마와 K-POP을 넘어, 이제는 K-Food가 튀르키예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KOTRA 이스탄불무역관은 이스탄불에서 한식당 ‘소풍’을 시작으로 중동과 유럽 시장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김아람솔 대표를 2월 12일 KOTRA 이스탄불무역관 회의실에 모시고, 현지에서 체감한 한식의 변화와 현지 사업 전략을 들어보았다.
<한식당 '소풍' 김아람솔 대표>

[자료: 한식당 소풍 제공]
Q1. 튀르키예에서 한식당 ‘소풍’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초기 시장 반응은 어땠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처음 이스탄불에 발을 디뎠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이미 이 도시는 한국을 알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드라마 속 한국어 대사를 자연스럽게 따라 했고, 아이들은 K-POP 안무를 흉내 내며 놀고 있었죠. 유튜브나 드라마를 통해 떡볶이를 처음 알게 됐다는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상적인 가격으로 편하게 한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모두가 한국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정작 한국 음식을 만날 수는 없는 상황이었죠. 그 빈자리가, 소풍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문을 열었을 때의 반응은 아주 조심스러웠습니다. 손님들은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으며, 꼭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매운가요?” 그 시절의 한식은 식사라기보다 하나의 도전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떡볶이는 음식이기보다 체험이었고, 김밥은 SNS에 남기기 위한 콘텐츠처럼 받아들여졌죠.
변화는 뜻밖의 순간에 찾아왔습니다. 학생들이 단체로 와서 매워서 웃고, 울고, 그러다 며칠 뒤 다시 친구를 데리고 찾아왔을 때였습니다. 그때 한식이 ‘경험’에서 ‘취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이게 정말 한국 음식이냐”라고 묻던 분들이, 이제는 “어떤 스타일의 한식이냐”라고 묻습니다. 한식이 더 이상 낯선 나라의 음식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음식 카테고리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족 외식은 물론이고,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김밥을 테이크아웃해 가는 모습도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습니다.
Q2. 최근 K-콘텐츠와 함께 한식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K-콘텐츠가 한식을 접하게 되는 거의 첫 관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나 팬덤을 통해 관심이 생기고, 그 흐름을 따라 한 번쯤 경험해 보는, 다소 이벤트성 소비가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분명히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낍니다. 물론 여전히 K-콘텐츠를 통해 한식을 처음 알게 되는 경우는 많지만, 이제 그 선택이 더 이상 콘텐츠에만 묶여 있지 않고, 각자의 취향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변화는 일상 속에서 가장 잘 느낄 수 있습니다. 한식이 이제는 특별한 날에만 찾는 음식이 아니라, 점심 한 끼, 가벼운 간식, 데이트 메뉴, 가족 외식처럼 하루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선택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예전처럼 메뉴 하나하나를 길게 설명할 필요도 많이 줄었습니다. 이미 손님들 사이에서 “이 정도면 알겠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변화는 비교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손님들이 어느 집이 더 맛있는지, 어떤 스타일의 한식이 자신에게 더 맞는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겁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한식 시장이 한 단계 성숙했다고 느낍니다.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K-콘텐츠는 여전히 한식을 널리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제 한식은 콘텐츠와 함께 나란히 서 있는 독자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유행을 따라 한 번 소비되는 음식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계속 선택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Q3. 현지화하면서도 타협하지 않았던 한식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정체성을 지키면서 현지화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전략을 분명히 세우고, 현지화와 한식의 정체성, 두 가지를 모두 살릴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구성입니다. 튀르키예에서는 반찬 위주의 상차림이나 코스 개념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단품 중심으로 메뉴를 재구성하고, 양과 가성비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도록 조정했습니다. 매운맛 역시 단순히 줄이는 대신, 현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타협하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왜 이 음식이 선택될 수 있는가에 대한 기본 논리입니다. 떡볶이는 단순히 맵고 달기 때문이 아니라, 탄수화물과 고추의 매운맛, 단맛, 끈적한 식감, 포만감이 함께 어우러져야 제맛이 납니다. 김밥도 밥과 김을 중심으로 감칠맛, 채소, 단백질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이런 논리를 해치면서까지 현지화하지는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음식의 구성은 조정할 수 있지만, 음식이 맛을 내는 기본 구조와 논리는 가능한 한 지키려고 했습니다. 이 균형이 한식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4. 해외에서 한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해외에서 한식 외식 사업을 하며 마주하는 어려움은 하나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재료 수급부터 인력과 공정 관리, 운영 시스템, 현지 문화, 가격 구조, 그리고 소비자들이 음식을 이해하는 방식까지, 모든 요소가 동시에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과제는 재료 수급이었고, 그다음이 인력과 공정 문제였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문화적 차이와 가격에 대한 인식이 남았습니다. 이 순서는 실제 현장에서 부딪히며 체감한 우선순위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한 가지 분명해진 점이 있습니다. 해외에서 한식을 한다는 건 단순히 맛을 수출하는 일이 아니라, 그 맛을 안정적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맛은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결과라고 봅니다. 그래서 문제 해결의 핵심도 한식의 정체성 그 자체보다는, 어떻게 운영하고, 어떻게 재현하며,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방식의 문제에 있다고 봅니다. 해외 한식 외식 프랜차이즈의 성패는 결국 그 지점에서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Q5. 한국 라면 수입과 관련한 이슈도 있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튀르키예는 GMO 규제가 상당히 엄격한 국가입니다. 이로 인해 한국 라면의 정식 수입이 쉽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비공식 유통, 이른바 회색 유통이 형성돼 왔습니다. 유통 단계가 길어지면서 가격이 크게 오르는 문제도 함께 나타났습니다. 소풍은 이러한 환경에서 라면을 완제품 형태로 들여오는 방식 대신, 면은 비GMO 기준에 맞춰 수입하고 수프는 할랄 기준에 맞게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수입 규제에 대응하면서도 가격 경쟁력과 장기적인 공급 안정성을 함께 고려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방식이었습니다.
튀르키예의 GMO 규제는 글로벌 식품 업계에서도 진입 장벽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튀르키예를 접근이 쉽지 않은 시장으로 평가합니다. 다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전략적 가치도 분명합니다. 튀르키예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발칸, 유럽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이기 때문입니다. 비GMO 기준에 맞춘 제품 재설계는 단기적인 대응이 아니라, 중장기 수출 전략의 일환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식품 기업들 역시 유사한 구조를 이미 선택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시장은 규제를 단순히 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전제로 얼마나 안정적인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6. 마지막으로, K-Food의 전망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K-Food의 가능성을 단기적인 유행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형성되는 흐름으로 보고 싶습니다. ‘소풍’은 튀르키예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이집트 카이로에 1호점을 운영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중동 시장 확장을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럽 시장 역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입니다. 앞으로 K-Food가 보다 넓은 시장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각 도시의 소비 환경 속에 무리 없이 스며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는 일과 함께, 한식이 해외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을 차분히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맥락에서 지역 확장은 단순히 지점을 늘리는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어느 나라에 진출하느냐 자체보다, 각 시장의 특성과 소비 단계에 맞춰 접근 방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해외 확장은 어느 도시에 매장을 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시장을 어떤 단계로 정의하고 접근하느냐의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도시는 한식을 처음 접하는 시장이고, 또 어떤 도시는 이미 한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수요가 형성된 시장일 수 있습니다. 이 두 시장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한식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시장이라면 메뉴 구성과 가격, 운영 방식 모두를 입문 단계에 맞춰 설계해야 하고, 반대로 경험이 축적된 시장이라면 선택의 폭이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같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어떤 층위의 시장이냐에 따라 매장의 역할과 운영 전략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시장의 층위를 설정한다는 것은, 그 도시가 한식을 어떤 수준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를 판단하고, 그에 맞는 형태와 속도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외 확장의 핵심은 결국 이 층위를 정확히 읽고, 그 단계에 맞는 운영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K-콘텐츠를 통해 알려졌던 한식은 이제 튀르키예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한식은 더 이상 낯선 경험이나 잠깐의 유행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음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맛을 단순히 현지화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환경에서도 한식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규제와 문화, 소비 단계가 다른 시장일수록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 결국 해외 확장이란 매장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 시장을 이해하고 그 단계에 맞춰 한식을 설계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이번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자료: 한식당 소풍 제공
<저작권자 :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KOTRA의 저작물인 (튀르키예 한식 시장, K-Food의 현지화와 확장에 주목)의 경우 ‘공공누리 제4 유형: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진, 이미지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
1
튀르키예 진출 우리 기업과 동포를 위한 체류·이민제도 길라잡이
튀르키예 2026-02-26
-
2
러시아 최대 식품 전시회 PRODEXPO 2026에서 보는 K-푸드 수출 기회
러시아연방 2026-02-26
-
3
베트남, 내국수출입 통관·검사 절차 정비 및 우선기업 특례 명문화
베트남 2026-02-26
-
4
카타르 투자·통상 법원(ITC) 운영 현황과 외국인 투자자 대상 분쟁 해결 체계
카타르 2026-02-26
-
5
원광 채굴을 넘어, 호주 리튬이 다시 꿈틀거린다
호주 2026-02-26
-
6
핵심 원자재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EU의 적극적 통상 행보
벨기에 2026-02-26
-
1
2025 튀르키예 제약 산업 정보
튀르키예 2025-11-11
-
2
2025년 튀르키예 섬유 및 의류산업 정보
튀르키예 2025-10-21
-
3
2024 튀르키예 백색 가전 산업 정보
튀르키예 2024-07-26
-
4
2024년 튀르키예 자동차 산업 정보
튀르키예 2024-06-03
-
5
2021 터키 플라스틱 산업 정보
튀르키예 2022-01-26
-
6
2021년 터키 철강 산업 정보
튀르키예 2022-01-24
- 이전글
-
다음글
다음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