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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확대부터 병역제도 개편까지, 독일이 드론·방산에 승부를 거는 이유
  • 트렌드
  • 독일
  • 프랑크푸르트무역관 조현구
  • 2025-12-11
  • 출처 : KOTRA

AI 기반 드론 기업 퀀텀 시스템즈, 유니콘으로 도약

독일·유럽 방산업, 국방비 확대 속 고속 성장

뮌헨 기반 드론 스타트업 투자 급증... 퀀텀 시스템즈, 유니콘 등극

 

뮌헨 인근 길힝(Gilching)에 본사를 둔 드론 제조 스타트업 퀀텀 시스템즈(Quantum Systems)가 생산 역량 확대와 연구개발 강화를 목적으1억6000만 유로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이로써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공식적으로 유니콘 기업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최근 첨단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드론의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한 것이 기업가치 상승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투자에는 기존 투자자인 포르쉐(Porsche),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Peter Thiel), 베를린 기반의 펀드 Project A가 참여했다. 여기에 에어버스 디펜스 앤드 스페이스(Airbus Defence and Space)와 독일 방산업체 헨솔트(Hensoldt)가 새롭게 합류했으며, 최대 규모 지분 투자는 런던에 기반을 둔 벤처캐피털 발더튼 캐피털(Balderton Capital)이 주도했다. 회사는 투자 자금을 활용해 최근 우크라이나에 신설한 생산 거점을 포함해 전반적인 제조 인프라를 확장하고, 핵심 경쟁력인 AI 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유럽에서 선도적인 드론 제조사로 자리 잡은 퀀텀 시스템즈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해외 시장 진출도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어서며, 이번 1억6000만 유로 투자의 상징성이 더 커졌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상업용과 군사용을 모두 아우르는 '고성능 무인 공중 정찰 기술력'이 꼽힌다. 퀀텀 시스템즈의 드론은 비행기의 장점과 헬리콥터의 장점을 동시에 결합한 형태로 설계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며, AI 기술을 활용한 자율 비행이 가능하다. 기체 내부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엣지 컴퓨팅 기술 역시 적용돼 있어 네트워크 연결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복잡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우수성 덕분에 최신 세대의 자율 비행 드론을 원하는 각국 정부와 기관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퀀텀 시스템즈는 2015년 길힝에서 설립된 이후 최근 몇 년간 연속으로 연 매출 100% 이상 증가세를 기록하며, 기업 규모를 빠르게 확대해 왔다. 현재는 독일을 비롯해 호주,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 여러 지역에서 55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농업용 관측 드론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으로 출발했지만, 러-우 사태 이후 자사의 기술이 군 정찰 분야에서도 높은 활용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면서 사업 영역이 급격하게 확대됐다. 독일 연방군(Bundeswehr)은 퀀텀 시스템즈의 ‘벡터(Vector)’ 드론을 주요 장비로 채택하고 있다. 이 드론은 고정익 항공기와 회전익 헬리콥터의 장점을 결합해 장시간 비행과 정밀 감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스페인군이 192대의 드론을 대량 발주한 것도 유럽 내에서 퀀텀 시스템즈의 위상이 얼마나 빠르게 강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방위산업 호황… 고용 창출·성장률 상승 전망

 

독일 방위산업 전반은 군비 지출 확대의 영향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인다. EY-파르테논(EY-Parthenon)과 데카방크(Dekabank)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NATO 회원국들이 직접 국방비 지출을 GDP 대비 3.5%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독일에서는 최대 14만4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9년 전후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여기에 방산 주문으로 기존 제조업 분야에서 유지되는 일자리까지 포함하면 전체 고용 효과는 약 36만 개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에는 라인메탈(Rheinmetall), KNDS Germany, 헥클러앤코흐(Heckler & Koch) 등 유럽을 대표하는 방산 대기업들이 다수 자리 잡고 있어, NATO의 방위비 지출 확대에 따른 혜택이 상당 부분 독일 산업에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지출 증가가 2029년 독일의 경제성장률을 약 0.7%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유럽 내 NATO 국가들이 2035년까지 총 2조2000억 유로 규모의 국방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EY-파르테논의 얀 프리드리히 칼모르겐은 이 정도 규모의 투자가 있어야 장비 현대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 독자적 방산 시스템이 사라질 위험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투자 자금이 유럽 기업으로 흘러갈 것이며, 분석에 따르면, 약 3분의 2가 유럽 업체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데카방크의 마티아스 단네 역시 방산업이 경기 변동 속에서도 유럽 경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향후 방위 산업이 유럽 경제의 중요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모든 전문가가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인 페르디난트 두덴회퍼(Center Automotive Research, 보훔)는 독일의 전통 제조업들이 구조적 전환 과정에서 지속적인 인력 감축을 겪고 있다며, 방산업의 성장만으로는 다른 산업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고용 감소를 모두 상쇄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순탄하지만은 않은 길… 병역 제도 변화가 다가오다

 

방산업의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독일 내부에서는 군 인력 확보를 위한 제도 개편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연방정부는 ‘더 매력적인 병역 제도’를 만들기 위해 법적 기반을 새로 정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마련된 병역 현대화법(Wehrdienstmodernisierungsgesetz, 의안번호 21/1853)이 2025년 10월 16일 연방하원 본회의에서 첫 논의를 거쳤다. 약 30분간의 토론 후 법안은 여러 상임위원회로 회부됐으며, 그중 국방위원회가 주관 위원회로 지정됐다.


정부는 법안 제안 설명에서 독일군이 앞으로 국가 방위와 NATO의 집단방위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유럽 안보에 있어 러시아는 당분간 가장 큰 우려 요소로 남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정세를 고려했을 때 독일은 국가 차원의 방위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병역 제도의 현대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견해를 보인다.


새로운 병역 제도는 기본적으로 자발적 참여를 중심에 두고 있으나, 남성에게 병역 의향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병역판정 검사를 다시 도입하는 등 의무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실제 병역 소집을 명령할 수 있다. 이는 국가 안보 상황이 이를 요구하거나 자발적 지원 확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때만 가능하도록 제한된다. 정부는 병역 제도가 더 매력적이고 존중받는 서비스가 되도록 전면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병역 참여율을 높이고, 예비군을 포함한 현대화된 병력 관리 체계를 구축해 징집 가능 인력과 현역·예비군 인력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이번 법안에는 징병제를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다만 징집 명령은 기본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중대한 결정이므로 정부가 단독으로 발동할 수 없으며, 반드시 연방하원의 사전 동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절차적 장치를 통해 강제 소집 여부가 의회의 민주적 통제를 받도록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사점

 

독일 드론 유니콘 퀀텀시스템즈(Quantum Systems)의 고속 성장 사례는 독일·유럽의 방산·드론 시장이 AI, 엣지 컴퓨팅, 자율비행 등 고부가가치 기술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시장에서는 단순 기체나 부품이 아니라 센서–데이터 처리–AI 분석–지상 관제까지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 기업이 가치사슬의 최상단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러한 사례로 미뤄보면, 우리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체나 하드웨어 역량을 넘어 AI 기반 비행 제어, 데이터 파이프라인, 운용 소프트웨어를 포괄하는 통합 솔루션을 제시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지리정보·측지·토지관리 전시회인 INTERGEO 2025 현장에서 만난 독일 드론 관제 소프트웨어 기업 A 사의 Product Manager D 씨는 KOTRA 프랑크푸르트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유럽 드론 시장의 경쟁은 기체가 아니라 데이터와 AI에 있다. NATO와 독일 국방부 역시 AI 기반 자율비행, 목표 식별, 영상 분석 역량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으며, 해외 파트너들도 플랫폼 간 통합성을 요구한다. 한국 기업들은 하드웨어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유럽에 진출하려면 소프트웨어·데이터 처리와의 결합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독일 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병역 현대화법은 단기 조치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병력·예비군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방산 수요의 구조적 성격을 더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도 단기 프로젝트 중심의 접근보다 현지 생산 및 유지보수 거점 구축, 훈련·지원 패키지 제공 등 장기적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유럽은 기술 도입 속도는 빠르지만 규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시장이다. 특히 드론·AI·센서 기반 제품은 이중용도 규제(Dual Use), GDPR, 사이버보안 인증, 군용 규격 검증 등 복합적 규제를 한 번에 충족해야 한다. 독일의 드론 규제 전문가 F 씨는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술보다 먼저 컴플라이언스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며, 한국 기업들에 규제·인증을 제품 개발 초기부터 반영하는 ‘유럽 맞춤형 제품 개발(Europe-Ready Design)’ 전략을 펼칠 것을 조언했다.

 


자료: 퀀텀시스템즈 공식사이트, 독일 방위산업연방협회(BDSV), 독일산업연맹(BDI), 독일항공우주산업연맹(BDLI), Die Welt, Handelsblatt, 전문가 인터뷰, KOTRA 프랑크푸르트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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