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중국 사업 지분 60% 매각

최근 세계 최대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가 중국 투자자 보위캐피탈(Boyu Capital, 博裕资本)과 전략적 협력을 합의하고, 중국 시장 내 소매 사업 운영을 위한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협약에 따라 보위캐피탈이 합작 기업 지분의 60%를 보유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며, 스타벅스는 40%의 지분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스타벅스는 계속해서 브랜드 및 지적재산권의 소유자 및 라이선스 제공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신설 합작 법인에 대한 라이선스 권한을 위임하는 형태로 운영 예정이다.

스타벅스는 1999년 중국에 첫 매장을 연 뒤, 중국 경제의 초고속 성장기를 함께하며 커피 문화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스타벅스의 중국 매장은 7000여 개에 달하며, 전 세계 매출의 약 8%를 중국에서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스타벅스 중국 사업은 플러스 성장세는 유지했지만 성장 속도가 둔화됐고, 전례 없는 도전적 상황에 처해있다. 2025 회계연도 4분기 기준 스타벅스의 중국 사업 매출은 8억316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 증가에 그쳤는데, 이는 로컬 브랜드들의 성장률 30~40%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과거 스타벅스가 내세웠던 ‘제3공간’이라는 서사는 빠른 속도와 가성비를 중시하는 최근 소비 추세에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스타벅스는 이번 지분 매각이 중국 사업 확대를 위한 발판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파트너십은 중국에서의 장기적 성장 계획을 의미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보위캐피탈의 깊이 있는 현지 전문성은 특히 중소 도시와 새로운 지역으로의 사업 확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위캐피탈은 2011년 홍콩에서 설립된 홍콩계 사모펀드로, 신기술ᆞ신소비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다. 주요 투자대상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버블티 프랜차이즈 미쉐 그룹(Mixue Group)과 고가 제품 위주의 백화점 SKP 등이 있다. 스타벅스는 보위캐피탈과 손잡고 중국에 있는 매장 8000여 개의 공동 운영을 시작으로, 향후 현지 매장 수를 최대 2만 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속 성장 중인 中 커피 시장

중국에서 커피는 이제 기호 식품이 아닌 일상 속 습관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2025 중국 도시 커피 발전보고서(2025中国城市咖啡发展报告)>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2016년 9잔에서 지난해 22.2잔으로 늘어났다. 이에 중국 커피 시장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2024년 중국 커피 시장 규모는 134억4630만 위안을 기록했다. 특히 소비자의 커피 취향 다양화ㆍ고급화로 원두커피 시장 성장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원두커피 시장 규모는 14억1430만 위안으로,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19%를 기록했다.

<중국 커피 시장 규모 추이>

(단위: CNY 백만)

*주황색: 원두 커피, 파란색: 커피

[자료: 유로모니터(Euromonitor)]

영국 알레그라그룹(Allegra Group) 산하 시장조사업체 월드커피포털(World Coffee Portal)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중국은 세계에서 커피 매장이 가장 많은 국가로 부상했다. 2025년 9월 기준 중국의 카페 매장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26만 개로 집계됐다.

중국의 커피 소비가 늘어나면서 1∙2선 도시의 매장은 점차 포화 상태가 됐지만, 3∙4선 시장의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 홍찬빅데이터(红餐大数据)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카페 매장은 주로 신1선 도시(新一线城市, 청두·충칭·항저우·우한 등 15개 도시)와 2선 도시(二线城市, 선양·지난·샤먼·다롄 등 30개 도시)에 집중돼 있으나, 3선 및 3선 이하 중소 도시의 신규 매장 오픈이 더욱 활발한 상황이다.

<중국의 도시 규모별 카페 매장 분포 현황(2025년 10월)>

(단위: %)

[자료: 홍찬빅데이터(红餐大数据)]

급속도로 부상한 중국 로컬 커피 브랜드

최근 루이싱(瑞幸), 쿠디(库迪) 등 로컬 브랜드가 중국 커피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들은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메뉴, 디지털 기반 운영 등을 무기로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7년 창립된 루이싱과 후발 주자인 쿠디는 프로모션 적용 기준 한 잔에 9.9위안짜리 라떼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이는 평균 30위안 안팎인 스타벅스 커피 단품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경기 둔화로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중국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찾으면서 로컬 브랜드보다 3배가량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덜 선호하기 시작했다.

 <중국 주요 커피 브랜드 가격대>

[자료: Geohey(极海品牌监测), 궈진증권연구소(国金证券研究所)]

또한, 로컬 브랜드는 다양한 신제품을 공격적으로 출시하는 등 지속적인 제품 혁신을 통해 시장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마오타이 라떼, 코코넛 밀크 라떼, 치즈크림 버블티 등 새로운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운영 모델도 혁신적이다. 디지털 앱 기반 주문과 배달 및 픽업에 최적화된 소형 매장 전략을 구사하며, 자체 앱 주문 후 매장에서 바로 픽업하는 방식과 메이투안(美团), 어러머(饿了么) 등 배달 플랫폼을 통한 외부 배송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결국 중국 소비자들이 더 낮은 가격에 더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로컬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으며, 고급화 전략을 내세운 스타벅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루이싱은 지난 2023년 2분기 기준 62억140만 위안(약 1조2851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스타벅스를 제치고 중국 내 최대 매출액을 올린 커피 체인으로 부상했다. 중국 내 점포 수도 올해 1분기 기준 루이싱은 2만 곳을 넘어섰다. 반면, 스타벅스 매장 수는 7000여 곳으로 3위까지 떨어졌다.

<중국 주요 커피 브랜드 점포수 현황(2025년 1분기)>

(단위: 개)

[자료: 기업 재무고보서, 자이먼차옌(窄门餐眼), iiMedia Research(艾媒咨询)]

시사점

중국에서 커피는 단순 기호 식품을 넘이 일상 속 습관처럼 소비되면서 커피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 전통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국가와 비교했을 때 중국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여전히 낮은 수준인 만큼 향후 중국 커피 시장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업계 전문가는 KOTRA 선양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화와 인터넷의 영향으로 9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세대의 커피 수용력이 과거 어느 세대보다 높아지면서 커피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에 앞으로 중국 커피 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중국의 커피 시장 규모는 169억781만 위안(약 3조5032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루이싱, 쿠디 등 중국 로컬 커피 브랜드들이 급속도로 부상하며 중국 커피 시장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이에 커피 업계의 전통 강자인 스타벅스의 중국 내 입지가 점점 좁아지며,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보위캐피탈과의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모양새다. 중국 소비자들이 커피 구매 비용에 민감해지는 동시에 독특한 입맛과 다양한 메뉴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면서 외국 커피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재고해 봐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자료: 유로모니터(Euromonitor), 홍찬빅데이터(红餐大数据), Geohey(极海品牌监测), 궈진증권연구소(国金证券研究所), 자이먼차옌(窄门餐眼), iiMedia Research(艾媒咨询), 월스트리트차이나(华尔街见闻), New Fortune(新财富), YICAI(第一财经), Campaign China, 증권시보(证券时报), 36kr(36氪), 매일경제망(每经网), KOTRA 선양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