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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고속 충전의 보이지 않는 가속장치, 액체냉각 케이블이 판을 바꾼다
- 트렌드
- 미국
- 실리콘밸리무역관 이준희
- 2025-11-25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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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보다 유지력, 고출력 장시간 충전이 표준이 된다
변수는 화면 숫자가 아니라 케이블 속 ‘열’
휴게소에서 급속충전을 시작했는데 150kW로 찍히던 충전 속도가 몇 분 만에 80kW, 60kW로 내려간 경험이 있다면, 그 뒤엔 케이블 과열이 숨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의 실제 충전 속도는 화면에 보이는 숫자보다 케이블이 얼마나 열을 잘 식히는지에 달려 있다. 이제 쟁점은 순간 최대치가 아니라 꾸준히 출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이 바로 액체냉각 케이블이다.
EV 확산의 파급효과, 충전소와 케이블이 늘어난다
최근 도로를 보면 전기차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전기차 판매량이 가파르게 올라갈수록, ‘어디서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충전소, 전력 설비 및 케이블 등 충전 인프라의 중요성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실제 출력 효율을 가르는 핵심은 케이블이다. 같은 충전기라도 케이블이 열을 얼마나 잘 배출하느냐에 따라 충전 속도와 유지력이 갈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운영 현장에서는 케이블을 단순 소모품이 아닌 충전 품질과 회전율을 좌우하는 핵심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였으며, ‘MarketsandMarkets’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약 13억 달러 규모였던 전기차 충전 케이블 글로벌 시장은 연평균 16.7%씩 성장해 2030년에는 약 39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본다.
<전기차 충전 케이블 시장 글로벌 전망>

[자료: MarketsandMarkets]
관건은 “빨리”보다 “꾸준히”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 대비 충전 효율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 ChargerHelp에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화면상 정상 충전으로 표시되는 가동율, 즉 업타임이 99%로 보고되는 곳도 실제로는 충전을 끝까지 성공한 비율이 70% 안팎에 머무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었다. 표면상 작동 중으로 보이지만 케이블 손상, 결제 혹은 통신 오류로 세션이 중간에 끊기거나 여러 번 재시도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방 기준은 충전 품질을 표준화하기 위해 포트당 최소 150kW 및 연간 업타임 97% 이상을 의무 요건으로 규정하고, 해당 조건을 충족해야만 연방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기준을 명시했다. 이제 현장에서 중요한 건 순간 최고치가 아니라, 출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능력이다. 결국 관건은 케이블이 얼마나 열에 버티느냐다.
왜 액체냉각 케이블인가?
액체냉각 케이블은 내부에 냉각 유로를 두어 열을 즉시 빼내고, 직사광 혹은 연속 사용 같은 불리한 조건에서도 출력 저하를 늦춰 지속 속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공랭만으로 열을 잡으려면 케이블을 더 굵고 무겁게 만들어야 하여 취급성이 나빠지고 고장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액체냉각을 적용하면 동일 전류에서도 더 얇고 가벼운 직경을 구현할 수 있으며, 모듈 설계를 통해 부품 교체도 용이하다.
액체냉각 케이블의 구조 또한 단순하다. 케이블 안쪽에 가느다란 냉각관이 지나가고, 충전기 본체에는 작은 냉각 루프가 붙는다. 충전 중 발생한 열은 냉각관으로 넘어가고, 펌프가 이를 열교환기로 보내 바람이나 별도 냉각장치로 식힌 뒤 다시 순환시킨다. 물-글리콜 계열 냉각수는 공기보다 열을 훨씬 많이 흡수해 같은 조건에서 온도 상승을 늦추고 출력 저하를 지연시킨다.
<액체냉각 케이블 구조 및 냉각 경로>

[자료: Phoenix Contact]
업계 기술 전문가들도 이러한 기술적 전환을 핵심 변화로 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에서 EV 충전소 전략을 담당하는 디렉터 A씨는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시험실에서 측정하는 정격 출력만 보면 공랭 방식도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름에 차량이 연속으로 세 대만 들어와도, 케이블 온도가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설계값보다 20~30% 이상 출력이 떨어지는 구간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그는 이어 “저희가 내부적으로 보는 핵심 지표는 최대 출력이 아니라 10분 충전 시 실제로 채워지는 평균 kWh인데, 액체냉각 케이블을 쓴 거점은 같은 전력 용량에서도 이 수치가 10~20% 더 높게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구조적 장점은 초고출력 충전 환경에서 액체냉각 케이블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 충전 수요가 늘고 동일 거점에 차량이 몰리는 상황에서는, 단 한 대가 아니라 수많은 차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충전 케이블의 열관리 성능은 충전 속도뿐 아니라 회전율, 대기시간, 운영 비용까지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특히 초고출력 충전이 확대되면서 공랭만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아, 액체냉각 케이블을 우선적으로 도입하는 추세이다. ‘MarketResearchIntellect’에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약 12억 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액체냉각 케이블 시장은 연평균 12.8%씩 성장해 2033년에는 약 35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액체냉각 케이블 시장 전망>

[자료: MarketResearchIntellect]
미국 내 표준 및 규제 트렌드
미국의 전기차 급속충전 관련 규정은 크게 안전, 운영 지속성, 현지 조달 기준으로 정리된다. 첫 번째로 안전 기준은 UL 2251/UL 2231 등 전기차용 공급 회로 안전 규격에 따라, 고전류에서도 과열, 감전 및 누설을 막을 수 있는지를 시험과 인증을 통해 확인한다. 반복 사용 과정에서도 손상되지 않고, 이용자가 플러그를 잡았을 때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 단계부터 제조까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두 번째 운영 지속성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충전이 유지되는지가 핵심이다. 미 연방정부의 EV 충전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인 NEVI를 비롯하여 다양한공공 지원을 받는 충전소의 경우 포트당 최소 출력 150kW와 연간 업타임 97% 같은 운영 품질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현지 조달 기준은 이른바 ‘Buy America’ 요건에 해당한다. 연방 재정이 투입되는 충전소라면 케이블과 주요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다. 단순히 해외에서 완제품을 들여와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내에서 만들고 조립하는 비중을 단계적으로 50% 이상 수준까지 끌어올려 EV 충전 관련 공급망을 자국 안에 안착시키려는 취지다.
환경 및 소재 규제 또한 전략적 관리 과제로 부상했다. 케이블 외피에 쓰이는 일부 불소계 소재(PFAS)는 사용 제한 및 보고 강화 흐름에 있고, 제조사는 대체 소재를 미리 시험 및 인증하여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액체냉각 케이블 주요 제조기업
미국의 규제 변화에 따라 주요 제조사들은 고출력과 안정적 운영을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재구성하고 있다. 액체냉각 방식을 채택한 신제품들은 혼잡 시간대에도 출력 저하를 늦추고, 직경을 줄여 사용 편의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노즐·전면부·호스 등 고장이 잦은 부위만 별도로 교체할 수 있는 모듈형 설계가 확산되면서 운영 중단 시간도 크게 줄었다. 일부 제품은 온도나 누설 여부를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어 정비 효율이 개선되고 있으며, 북미 프로젝트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현지 조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생산·조립 체계 강화 움직임도 뚜렷하다.
시장 구도는 소수 강자 경쟁에 가깝지만 독점 체제는 아니다. 같은 500A급이라도 고온에서의 유지 성능, 취급 편의, 교체 시간 단축 등 체감 성능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미국은 공공 투자와 조달 기준이 맞물리며 가장 역동적인 프리미엄 수요지로 부상했고, 열관리, 정비성, 및 현지 서비스망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업체가 조달 시장에서 우선적으로 선택받고 있다.
<액체냉각 EV 케이블 관련 주요 기업>
기업명
국가
주요 강점
ITT Cannon
미국
케이블과 커넥터 전 구간에 냉각 유로를 설계해 고출력 연속 운전 시 과열 및 출력 하락 리스크를 낮추는 데 중점
Amphenol
미국
고출력 액체냉각 케이블 및 어셈블리를 기반으로
프로젝트 번들 공급과 조달 대응에 강함
CPC
미국
EV 냉각 루프용 비유출(Non-Spill) 퀵디스커넥트를 공급
Southwire
미국
액체냉각 DC 충전 케이블을 통한 400~1,000A급
초고출력 전류 공급 가능
[자료: ITT Cannon, Amphenol, CPC, Southwire]
시사점
미국에서 먼저 나타난 변화의 핵심은 최대 속도가 아니라 지속력이다.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성능을 중시하는 관점이 확산되면서, 액체냉각 케이블은 초고출력 충전을 위한 선택 옵션이 아닌 사전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이미 유럽과 아시아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유럽은 장거리 이동 중심의 고속도로 충전망(HPC)을 중심으로 액체냉각 케이블 도입이 확대되고 있으며, 대형 충전 사업자들도 초고출력 구간에서 이를 기본 사양처럼 채택하는 분위기다. 아시아 역시 고출력 충전 인프라를 확장하면서 케이블 경량화 및 발열 억제를 중심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초고속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는 국가일수록 액체냉각을 필수로 삼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글로벌 변화는 국내 기업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우선, 액체냉각 케이블 자체뿐 아니라 냉각 라인, 씰링 소재 및 각종 센서 등 연관 부품 분야에서 공급망 진입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충전 관련 기업들은 발열 안정성과 유지보수 용이성 등 운영 단계의 성능을 중시하기 때문에, 관련 세부 기술을 가진 기업에게는 파트너십 기회가 늘어나는 구조다.
동시에 리스크 관리 포인트도 분명하다. 초고출력 충전의 표준과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일반적인 제품 납품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운영 단계에서 실제 성능을 입증할 수 있는 레퍼런스 확보가 필수이며, 주요 업체와의 공동 검증 프로세스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수이다. 또한 각국의 소재 및 환경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불소계 소재 축소 및 대체 소재 개발은 중장기 리스크이자 동시에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한국 기업은 초고속 충전 생태계의 변화 속에서 제품뿐만 아니라 운영 성능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확장해야 한다. 액체냉각 케이블 및 관련 소재 분야는 지금이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시점이며, 미국에서 시작된 ‘지속력 중심’의 품질 기준은 앞으로 한국 기업의 기술 선택과 시장 전략에도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자료: Global Market Insights, marketsandmarkets, ChargerHelp, Phoenix Contact, MarketResearchIntellect, ITT Cannon, Amphenol, CPC, Southwire, 미 연방관보·전자연방규정(eCFR), SAE, 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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