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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에어 모빌리티를 통한 산업 구조 재편 실험 중
- 트렌드
- 일본
- 나고야무역관 박준엽
- 2025-12-04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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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실증에서 국가 전략으로… 일본의 eVTOL 산업이 만들어내는 제조·디지털·관광의 새로운 결합
특정 지역의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닌, 제조–에너지–디지털–관광을 엮어내는 장기 산업전략의 일부
일본, 에어 모빌리티(Air Mobility)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다
일본 정부는 2018년 「공중 이동 혁명을 위한 민관 협의회」(空の移動革命に向けた官民協議会) 를 출범시킨 이후 이른바 ‘空飛ぶクルマ(플라잉카)’·eVTOL(전기 수직이착륙기)을 차세대 모빌리티이자 지역 교통·관광·방재 인프라로 육성하는 로드맵을 단계적으로 구상해 왔다. 일본 경산성이 공개한 개정된 로드맵에 따르면 2025년에는 특정 공역에서 제한적으로 운항을 시작하고 2030년대에는 본격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본 산업계도 에어 모빌리티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야노경제연구소의 추정에 따르면, 2050년 세계 eVTOL·에어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약 185조 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서 차세대 항공기 전략과 전고체 배터리 등 전동화 기술을 동시에 언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eVTOL은 단순히 이동 수단 시장의 새로운 요소라기보다는 제조·에너지·디지털 인프라가 모두 얽힌 종합 산업정책의 일부로 여겨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 속에서 시즈오카·고템바, 오사카·간사이, 도쿄, 후쿠시마 등 일본 각 지역에서 서로 다른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eVTOL 실증과 산업 생태계 구축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eVTOL·에어모빌리티가 연결하는 일본의 핵심 산업
일본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이 바라보는 eVTOL·에어 모빌리티의 가치는 새로운 교통수단이라는 특성 외에도 기존 주력산업과의 연계에서 나온다. 에어 모빌리티와 연계 가능성이 보이는 기존 산업은 크게 다섯 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① 모빌리티 제조
일본은 도요타, 혼다, 스즈키 등 완성차 기업과 방대한 부품사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얽힌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국가이다. eVTOL 기체·전동 시스템은 항공기이면서 동시에 날아다니는 전동 모빌리티에 가깝기 때문에 차체 구조·전동 파워트레인·경량화 소재 등에서 자동차 산업과의 접점이 많다. 스카이드라이브(SkyDrive)는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본사를 둔 eVTOL 스타트업으로 일본의 8대 완성차 제조사 중 하나인 스즈키와 제휴해 시즈오카현 이와타시의 스즈키 공장을 활용한다. 연간 최대 100대 수준의 eVTOL 생산 능력을 갖춘 제조 거점을 구축했다. 스카이드라이브는 2025 오사카 엑스포의 AAM(Advanced Air Mobility) 프로젝트에도 참가 기업으로 선정돼 xVTOL 충전 시설 개발은 물론이고 참관객들을 대상으로 기체 운항 체험 경험을 제공했다. 이처럼 일본 자동차 산업과 항공 모빌리티 산업은 자연스럽게 접점을 형성하고 있다.
<SkyDrive 모습>

[자료: SkyDrive 공식 웹사이트]
② 항공·드론·로봇 산업
일본의 항공법상 eVTOL은 항공기 범주에 속하나 운항 방식·고도·도심 저고도 교통관리(UTM) 측면에서는 드론·무인항공기(UAV)에 가깝다. 후쿠시마 로봇 테스트 필드(Fukushima Robot Test Field)는 500m 활주로와 광범위한 공역·도시 모사 시설을 갖춘 세계적 수준의 드론·로봇 시험장으로, 충돌 회피·장거리 비행 등 무인 이동체 시험의 핵심 거점이다. 이러한 드론·로봇 시험 인프라는 향후 eVTOL의 원격조종·자율비행, 복합 재난 대응(물자 투하·수색) 등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어 일본은 드론–로봇–eVTOL까지 이어지는 연속적인 기술·시험 생태계의 구축 가능성을 실험하는 중이다.
③ 배터리·전동화·소재 산업
eVTOL의 상용화는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고출력 모터, 경량·고강도 소재에 크게 의존한다. 일본 정부의 GX 로드맵은 전고체 배터리·전력반도체 등 차세대 전동화 기술을 항공·모빌리티 분야의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차세대 항공기 전략과 연계한 R&D·공급망 지원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일본 배터리·소재 기업만이 아니라 이미 글로벌 전기차·ESS 공급망에서 존재감을 키운 한국 배터리 기업에도 중장기 협업 기회가 될 수 있는 지점이다.
④ 통신·관제·디지털 인프라
도심·저고도에서 다수의 드론·eVTOL이 동시에 비행하려면 기존 항공관제와는 다른 3차원 교통관리체계(UTM)가 필요하다. 일본 국토교통성과 경제산업성은 2025년 오사카 엑스포 행동계획에서 eVTOL·드론 운항관리 연구개발을 별도 항목으로 설정하고 엑스포 이전·이후 단계별로 연구·실증·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업자, 클라우드·데이터 기업, 지도·위치 데이터 사업자 등 디지털 인프라 기업의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⑤ 관광·레저·서비스 산업
관광청·지자체는 eVTOL을 단순 교통수단이 아닌 체험형 관광 서비스로 바라보고 있다. 후지산·도쿄만·간사이만·리조트 섬 등을 저고도에서 순환하는 유람 비행 상품, 공항–도심–쇼핑몰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프리미엄 이동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유스케이스로 논의된다. 이러한 서비스는 기존 관광·유통·상업시설 운영기업에 새로운 수익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eVTOL을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시즈오카·고템바: 자동차·관광·실증이 결합된 지역형 모델
시즈오카현은 지난 2025년 1월 차세대 에어모빌리티 현내 보급 로드맵을 수립하고 6개 비행장과 3개 항로를 실증 필드로 선정했다. 시즈오카시 미호비행장을 포함해 드론·eVTOL 시험비행에 적합한 해상·해안 공역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2027년도에는 관광 유람비행을 시작하고 2030년도 이후에는 두 지점 간 이동·구급·재난 대응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즈오카시는 미호비행장을 기업·대학에 무료로 개방해 다음 세대 에어 모빌리티 실증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미 10건 이상의 기업 문의가 들어오는 등 관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고템바(御殿場)는 관광·상업시설 연계형 모델 사례를 시험 중이다. 고템바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하는 미쓰비시지소·사이먼은 2025년 5월 시설 내에 eVTOL 이착륙장(버티포트)을 정비하고 10월에는 상업시설로서는 일본 최초로 중국 이항(EHang) 2인승 기체를 활용한 데모 비행을 했다. 사업자는 2028년도 고템바 지역 정기 운항 개시를 목표로 시즈오카 공항·도요타의 실증 도시 우븐시티(Woven City)·후지 스피드웨이 등 주변 거점과의 항로를 상정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도쿄·요코하마·나리타공항과의 도시 간 이동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이처럼 시즈오카·고템바 모델은 제조, 관광, 정책 측면에서 각각 아래와 같은 포인트를 통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먼저 제조 측면에서는 스즈키–스카이드라이브의 이와타 생산 거점 활용, 관광·상업 측면에서는 후지산–고템바 아울렛–실증 도시를 잇는 유람·쇼핑 모빌리티 구축, 정책 측면에서는 현 단위 실증 필드·로드맵을 연계해 eVTOL 산업이 특정 산업 하나가 아니라 지역 산업 포트폴리오와 결합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홋카이도·규슈 등 다른 지역에서도 농업·물류·재난 대응을 중심으로 드론·무인기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eVTOL을 활용한 원격 의료·재난 물자 수송·산간 지역 생활권 유지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구조적 리스크와 과제
일본의 eVTOL·에어모빌리티 전략은 다양한 산업과 지역을 엮어내는 장점이 있지만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도 분명하다.
① 제도·인증 리스크
일본 항공법상 형식증명(Type Certification)·운항증명(Operator Certification) 획득 절차가 복잡하고 저고도 공역 관리 규정도 아직 정비 중이다. 로드맵은 2025년 제한 운항, 2030년대 상용화를 제시하지만 일정 지연 가능성도 존재한다.
② 비용·수익성 문제
초기 기체 가격, 버티포트 건설비, 유지·보험 비용 등 CAPEX·OPEX 부담이 크다. 관광·프리미엄 이동처럼 높은 운임이 용인되는 분야부터 시작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일반 대중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KOTRA 나고야무역관과의 인터뷰에 응한 한 현지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배터리를 포함, 기체 가격의 경쟁력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어떻게 실현할지가 관건”이라며 “일본 정부와 산업계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③ 소음·안전·수용성
eVTOL은 헬리콥터보다 조용하지만 도심·관광지 상공을 반복적으로 비행할 경우 주민·관광객의 체감 소음, 시각적 부담, 안전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만박·관광유람 등 공개 실증은 이러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성격도 크다.
④ 산업 간 이해 조정
앞서 언급했듯이 에어 모빌리티 산업은 기존 산업과 접점이 많고 이는 동시에 기존 산업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요소가 많음을 시사한다. 즉 항공·자동차·통신·관광·지자체 등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인프라 투자와 수익 배분, 데이터·관제 권한 등에서 조정이 필요하다.
시사점
① 일본 주력산업과의 연계 구조를 이해한 진입 전략 필요
일본의 eVTOL·에어모빌리티는 자동차 제조–항공·드론–배터리–관제·통신–관광·서비스까지 이어지는 복합 산업 패키지로 설계되고 있다. 단순히 기체·부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산업의 밸류체인에 붙을 것인지부터 설정해야 한다.
② 부품·배터리·전동화 분야 협업 기회
스카이드라이브–스즈키의 이와타 생산거점, 도요타·아이치권 모빌리티 클러스터와 연계해, 한국 배터리·모터·경량화 소재 기업이 eVTOL 공급망에 참여할 여지가 크다.③ 관제·센서·디지털 인프라 분야 공략
저고도 3차원 교통관리(UTM)·자율비행 안전시스템 구축에는 통신·센서·지도·클라우드 기술이 필요하다. ICT·항공 전자장비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은 일본의 실증 프로젝트(오사카·도쿄·시즈오카 등)와 연계한 PoC·JV를 검토할 만하다.④ 관광·서비스 사업자와의 파트너십
고템바 아울렛, 만박, 수도권 관광지를 연결하는 유람 비행·공항 접속형 서비스 모델은 일본 상업시설·관광사업자와의 공동 기획 여지가 있는 영역이다. 초기에는 마케팅·예약·운영 시스템 등 지상 서비스부터 향후 운항사업까지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할 수 있다.⑤ 장기적인 관점으로 시장 정책·표준에 대응
일본은 로드맵·실증을 통해 사실상 아시아 지역 eVTOL·UAM의 규제·기술 기준 형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우리 기업은 기술 협력만이 아니라 시험·인증·표준화 협력에도 관여함으로써 향후 다른 지역(아세안·중동 등) 진출 시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다.종합하면, 일본의 eVTOL·에어모빌리티는 특정 지역의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제조–에너지–디지털–관광을 엮어내는 장기 산업전략의 일부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 기업은 어느 지역에서 어떤 산업과 손잡고 어떤 밸류체인에 진입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이 향후 5~10년을 대비하는 필수 전략이 될 전망이다.
자료: 일본 경제산업성, 국토교통성, 닛케이, 공중 이동 혁명을 위한 민관 협의회, 야노경제연구소, SkyDrive, 시즈오카현, 항공법 기반 인증제도, KOTRA 나고야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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