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AI(조류독감) 발생 종료 및 안정적 공급망 확보 목적

2025년 10월 9일, 필리핀 농업부(Department of Agriculture, 이하 DA)는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슬로베니아, 스웨덴,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클란탄(Kelantan)·사바(Sabah) 주에 대한 가금류 및 관련 제품의 수입금지를 공식 해제했다. 이번 결정은 해당 국가와 지역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HPAI) 발생이 완전히 종료되고, 이후 추가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각국 수의당국(Veterinary Authorities)의 공식 보고 및 세계동물보건기구(World Organisation for Animal Health, 이하 WOAH)의 검증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Memorandum Order No. 58, 59, 60(왼쪽부터)>

[자료: Department of Agriculture (DA), 2025.10.06]

프란시스코 티우 라우렐 주니어(Francisco Tiu Laurel Jr.) DA 장관은 메모랜덤 오더(Memorandum Orders, 이하 MO) 58-60호를 통해 수입 제한 조치를 철회했으며, 동물산업국(Bureau of Animal Industry, 이하 BAI)은 “해당 지역으로부터의 수입 위험은 무시할 수준(negligible risk)”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로 살아있는 가금류(HS 0105), 야생 조류, 병아리(day-old chicks), 계란, 정액(semen) 등 다양한 가금류 관련 품목의 수입이 재개된다. DA는 “이번 조치는 공급망 안정화와 국내 시장 수급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라며, 모든 수입 물량은 기존 위생·식물위생(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 이하 SPS)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해제는 최근 이스라엘 및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대한 금지 조치 해제와 연속된 흐름으로, HPAI 안정국가를 중심으로 한 단계적 무역 정상화 정책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3-2024년 필리핀의 HS CODE 0105: 살아있는 가금류 (Live Poultry) 對세계 수입 통계(단위: 천만 달러)>

[자료: 한국무역협회(KITA), 2025.11.18]

필리핀 닭고기 소비, 2026년 238만 톤 돌파 전망…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단백질원

필리핀에서 닭고기는 가장 저렴하면서도 쉽게 접근 가능한 단백질원으로 자리 잡으며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농무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 이하 USDA)의 최신 ‘Poultry and Products Annual’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필리핀의 닭고기 소비량은 238만 톤에 달해 전년 대비 6%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돼지고기 대비 약 40% 저렴한 가격, 건강식 선호 확산, 그리고 패스트푸드 중심 외식업 성장이라는 3대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또한 필리핀의 주용 양계기업인 Bounty사의 Kenneth Cheng CEO는 시장조사기관 Girafood 자료를 인용해 “필리핀 닭고기 수요는 5년마다 50만 톤씩 증가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소비량이 연 450만 톤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수입금지 해제 조치로 안정적 공급 확보…브라질·미국 중심 수입 증가세

DA는 2024~2025년 동안 조류독감(HPAI) 발생국에 대한 임시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하며 공급 다변화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조치 이전 해제 대상에는 브라질,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 미국 6개 주 등이 포함되며, 이 조치는 시장 안정에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USDA는 2026년 닭고기 수입량이 56만 톤(+2%)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브라질은 필리핀 주요 공급국으로, AI 관련 일시적 금지 해제 이후 2025년 8월 수출이 전월 대비 2,3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발골육(MDM)에 대한 5% 저율관세(EO 62, 2024~2028) 또한 수입 확대와 가공식품 산업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필리핀 양계농장 구조: 수직계열화 가속…대형 Integrator 중심으로 산업 재편

필리핀 양계 산업은 크게 Backyard, Non-integrated Commercial, Fully-integrated Commercial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 Backyard Farm(전통적 영세 농가) (1,000수 미만): 전통적·소규모 모델, 생산성 낮고 질병 취약

• Non-integrated Farm(비통합형 상업농장) (약 20,000수): DOC·사료 구매 → 사육 중심

• Fully-integrated Farm(통합형 대규모 농장) (40,000수 이상): 부화·사료·사육·도축·유통까지 일관 시스템

2025년 기준 전체 닭 재고의 54%가 상업농장에서 관리되며, 통합기업 중심 구조가 산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 Bounty, San Miguel, CPF와 같은 통합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며 메가팜 건설, 병아리(Day Old Chick, 이하 DOC) 생산 확대, 계약사육(contract growing) 확장 등이 빠르게 진행되는 중이다.

HPAI 백신 상용화와 생산 증가세

필리핀 닭고기 산업은 HPAI 백신 상용화와 강화된 바이오시큐리티,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이하 ASF)로 인한 돼지고기 부족이 동시에 작용하며 생산성과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6년 생산량은 181만 톤(전년 대비 +7%)으로 예상되며, AI 백신 도입으로 폐사율이 감소하고, 농장 내 방역 강화와 폐쇄형 하우스·터널 환기 등 현대식 시설 도입이 생산 안정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여기에 돼지고기 가격 상승으로 닭고기로의 대체 소비가 증가하며 수요 기반이 더욱 강화됐다.

시사점

이번 가금류 수입금지 해제는 필리핀이 국제 기준에 따른 위험 평가를 기반으로 HPAI 안정국가에 대한 무역 정상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병아리·종계 등 살아있는 가금류(HS 0105)의 공급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국내 생산 기반 안정 및 수급 구조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필리핀 내 닭고기 소비가 연평균 증가 추세를 보이고 백신 상용화·방역 강화로 생산 확대가 진행되는 가운데, 수입 재개는 산업 전반의 구조적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모든 수입은 강화된 SPS 규정 준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수입업체 및 해외 공급국은 검역 요건·위생증명·위험 보고 체계 등 규제 준수에 대한 대응력이 중요해졌다. 대상국 대부분은 필리핀의 주요 공급국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이번 조치는 필리핀이 국제 방역 기준에 따라 수입정책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의미 있는 사례다.

자료: Department of Agriculture(DA), Bureau of Animal Indutstry(BAI), 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USDA), BusinessWorld, INQUIRER.NET, Philippine News Agency(PNA), Philstar, Trading Economics, Philippine Statistics Authority(PSA), 한국무역협회(KITA) 및 KOTRA 마닐라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