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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콘텐츠가 불러온 새로운 관광문화, '성지순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트렌드
- 일본
- 오사카무역관 김대수
- 2025-11-19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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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애니메이션 무대가 관광지가 되는 새로운 관광문화로 주목
일본 국내외 성지순례객 유치, 문화정책과 관계인구 확보 수단으로 주목
한국도 K-콘텐츠 중심의 팬 관광 움직임 본격화 조짐... 인프라 강화 등은 과제
떠오르는 일본의 관광문화 - 성지순례
최근 일본의 새로운 관광 문화로 이른바 '성지순례'가 떠오르고 있다. 성지순례란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등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 팬들이 찾아가는 것으로 작품 속 풍경을 직접 보고 주인공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걸으며 그 감동을 다시 체험하려는 움직임이다.
성지순례 관광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특정 열성팬들의 소규모 활동을 넘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지야스다종합연구소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일본에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약 299만 명이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무대를 방문했으며 이들이 지출한 금액은 543억 엔으로 추산된다. ‘다음 방문 시 성지를 찾고 싶다’라고 응답한 잠재 인구는 435만 명에 이르며 전국의 성지순례 장소는 약 6000곳으로 2016년 대비 27% 늘어났다. 성지순례형 관광은 일반 관광보다 소비 규모가 크고 체류 기간이 긴 경향이 있다고 평가된다. 그 때문에 지역 교통·숙박·음식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며, 한정 굿즈나 체험형 이벤트가 주요 소비 항목으로 꼽힌다. 팬층의 상당 부분이 20~30대인 점도 지방 관광의 세대 다양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중 애니메이션 성지순례객 추이>
분류
2016년
2024년
방일 외국인 여행자수 - ①
2,404만 명
3,687만 명
일본 체재 중 한 것(복수응답)
"영화/애니메이션 촬영지 방문" - ②
4.8%
8.1%
성지순례자수 시산치 - ①x②
115만 명
299만 명
기념품 구입(구입률) ※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관련 상품" - ③
13.6%
13.5%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관련 상품"
구매자 수 시산치 - ④=①x③
327만 명
497만 명
기념품 구입(구입단가)*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관련 상품" - ⑤
10,892엔
10,929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관련 상품"
구입액 시산치 - ④x⑤
356억 엔
543억 엔
다음번 일본 방문 시 하고 싶은 일 (복수응답)
"영화/애니메이션 촬영지 방문" - ⑥
11.0%
11.8%
잠재적 성지순레자수 시산치 - ①x⑥
264만 명
435만 명
* 주: 기념품 구매율 및 구매단가는 2015~2017년 3년 평균치 적용
[자료: 메이지야스다종합연구소 조사보고서 「애니메이션만화가 바꾼다! 성지순례와 경제」]
국가 문화산업, 관계 인구 강화에도 공헌하는 팬덤의 힘
이러한 움직임에 일본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2024년 6월 발표한 국가 문화산업 전략 NEW COOL JAPAN을 통해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자국 문화산업의 핵심 축으로 지정했다. 콘텐츠를 수출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창작물의 무대가 된 지역을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이어 2025년 3월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엔터테인먼트·크리에이티브 산업 전략 중간 보고서는 이러한 방향을 구체화했다. 이 보고서는 애니메이션, 드라마, 게임 등 콘텐츠가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로 진화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성지화 현상이 일본 국내외 관광객의 이동을 촉진하고 지역 소비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고 서술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없이도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콘텐츠 기반 지역 창생의 대표 사례라는 평가다.
일본 정부는 지방 스튜디오 유치, 성지순례형 관광 모델의 전국 확산, 그리고 음악·문화 페스티벌과 로케이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결합해 일자리 창출과 소비 확대를 병행하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의 배경지가 된 지역을 방문하는 인바운드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지방 소멸 대응의 실질적 수단으로 본다. 성지순례는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목하는 ‘관계 인구’ 증가에도 도움을 준다. 거주하지 않더라도 지역과 정서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을 뜻하는 관계 인구는 콘텐츠 관련 성지순례를 계기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① 시즈오카현 × <유루캠△>
일본 수도권 인근 시즈오카현은 인기 애니메이션 <유루캠△>을 활용한 순회형 이벤트를 통해 성지순례의 경제적 효과를 입증했다. 현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4년 10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진행된 스탬프 랠리에는 8330명이 참여했으며, 경제적 파급효과는 4억9810만 엔에 달했다. 참가자 중 현 외부에서 온 방문객은 4439명으로 절반을 넘었고, 1인당 평균 소비액은 6만1765엔으로 현내 참가자(3만5405엔)를 크게 웃돌았다. 숙박업과 운수업, 상업 분야가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시즈오카현은 “전국 각지의 스폿을 확대하고 자유로운 경로 설계를 도입한 결과”라며 향후 지자체 간 연계 정책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즈오카현과 인기 애니메이션 유루캠△ 성지순례 콜라보 이벤트>

[자료: 시즈오카현]
② 하코다테시 × <명탐정 코난>
2024년 개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五稜星)>은 홋카이도 하코다테시를 주요 무대로 삼았다. 영화 공개와 동시에 실시된 하코다테×명탐정 코난 특별 이벤트에는 전국 각지에서 팬이 몰렸고 시가 집계한 소비 효과는 103억1000만 엔에 달했다. 같은 해 4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스탬프 랠리에는 33만6000명이 참가했으며 이 가운데 91%가 시외 방문객이었다. 하코다테시는 시외 참가자 약 30만6000명의 평균 관광 소비액을 곱해 경제 파급효과를 산출했다. 주요 관광시설 이용률은 전년 대비 130~160% 증가했고 관광객 수는 6개월 동안 10% 이상 늘었다. 한정판 기념품과 야외 배경지 주변 상점가의 매출도 동반 상승해 지역 소상공인의 체감경기가 크게 개선됐다.
<하코다테시의 명소 고료카쿠와 애니메이션에서의 배경지 등장 장면>

* 주: 하코다테시 고료카쿠 타워 (좌),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속 타워 등장 장면(중), 작품 포스터 (우)
[자료: 하코다테시 안내 웹페이지,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③ 고베시 × <시티 헌터 넷플릭스>
고베시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을 전략적으로 유치하며 이를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은 넷플릭스 영화 <시티헌터>였다. 고베항의 지하 벨트컨베이어 터널에서 클라이맥스 장면이 촬영됐고 세트 제작과 장비 조달, 시공 등을 지역 기업이 담당하면서 약 1억 엔의 부가 효과를 창출했다. 이 외에도 영화 <돌아온 위험한 형사>, 드라마 <당신을 잊는다 해도> 등 주요 작품이 잇달아 촬영되며 숙박, 식음료, 교통 분야의 소비가 확대됐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 기준 로케이션 경제효과는 4억2684만 엔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의 촬영 지원을 전담하는 고베 필름오피스에 따르면 해당 연도에 지원한 작품은 165편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 실사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로케이션 산업이 지방 경제의 실질적 수입원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고베시는 이러한 성과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촬영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260편 이상의 영화·드라마 촬영지를 작품명이나 배우 이름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공개해 팬들의 ‘성지순례형 관광’을 유도하는 등 유명 콘텐츠에 등장한 현장이 곧 관광 명소로 이어지는 구조를 마련함으로써 콘텐츠 제작과 지역 소비가 선순환하는 모델을 완성해 가고 있다.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시티헌터의 Netflix 드라마와 촬영지 관광화>
[자료: 고베시 공식 관광사이트 FEEL KOBE]
④ 사이타마현 지치부시 ×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콘텐츠의 힘이 일회성 붐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지역 자산으로 자리 잡은 사례도 있다. 사이타마현 지치부시는 애니메이션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あの日見た花の名前を僕達はまだ知らない)>로 대표되는 지치부 3부작의 무대로, 방송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2024년 지치부시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약 540만 명으로 작품 방영 이전인 2005년에 비해 40% 이상 늘었다. 지치부시는 관광 홍보 대신 작품 체험을 중시하는 역발상 전략을 택했다. 지자체와 상공회의소, 철도회사가 함께 구성한 지치부 애니메이션 투어리즘 실행위원회는 관광 정보를 최소화한 탐방 지도를 제작해 팬 스스로 작품의 장면을 따라가도록 했다. 이른바 성지순례의 순수성을 유지한 방식이 오히려 팬들의 충성도를 높였다.
최근에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산이 새로운 순례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넷플릭스 등 플랫폼에서 옛날 작품을 처음 접한 젊은 세대가 실제 무대를 방문하는 세대 교체형 순례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역의 방문 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치부시는 영어판 탐방 지도를 발행해 외국인 관광객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즉, 작품의 수명이 플랫폼을 통해 연장되고, 지역이 그 파급 효과를 장기간 누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지치부시의 애니메이션 성지>

[자료: 사단법인 애니메이션투어리즘 협회]
⑤ 지방신문사 × <Fate/Grand Order>
온라인 게임 <Fate/Grand Order(FGO)>는 고정된 무대를 갖지 않은 디지털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2024년 10주년 기념 프로젝트 'OVER THE SAME SKY'를 통해 전국 47개 지역의 명소와 서번트(Servant)를 연결하며 가상 성지순례 현상을 만들어냈다. 이때 서번트는 영웅이나 위인 등의 영혼을 소환해 함께 싸우는 게임 내 캐릭터를 뜻한다. 각 도도부현의 상징적 장소를 배경으로 해당 지역과 인연이 있는 서번트를 등장시킨 이 신문광고 캠페인은 팬들에게 “내가 사는 지역은 어떤 서번트인가”라는 참여형 경험을 제공하며 전국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전에도 2020년 5주년 기념 광고가 대형 일간지에 게재된 바 있다. 당시 이벤트를 취재한 J-CAST 뉴스는 “광고 게재 직후 SNS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일부 편의점과 판매점에서 신문이 일시적으로 품절됐다”라고 전했다. 일본 서일본신문 광고사 관계자 O 씨는 KOTRA 오사카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 당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긴급사태 선언 중에도 '수수께끼의 히로인 X'라는 서번트 광고를 발매했는데 편의점과 판매점에서 신문 판매량이 증가했다. 코로나 확산에 대한 공포가 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당시 상황에서도 팬분들의 진심을 실감했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최근에는 2025년 10월 동 게임의 10주년을 기념한 전국 신문 광고 2차 캠페인이 다시 진행됐다. 야마가타신문 등 지방지는 팬들을 위해 별도의 판매 안내를 공지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광고 속 명소를 직접 방문하거나 신문을 수집/거래하는 신문 순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팬들이 지역 신문을 수집하고 실제 현장을 방문하는 이 사례는 IP 콘텐츠의 확장성과 팬 커뮤니티의 자발적 참여가 지역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Fate / Grand Order 발매 10주년 기념 전국 종단 광고 기획 포스터>

[자료: Fate Grand Order 홈페이지]
시사점
콘텐츠 성지순례는 가상 공간에서 탄생한 세계가 현실의 장소에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며,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역과 사람, 문화를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관계망으로 진화하고 있다. 콘텐츠의 힘이 현실의 풍경을 바꾸고 사람과 지역의 관계를 다시 엮어내는 시대다. 일본은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와 문화정책의 핵심축으로 발전시켰고, 한국에서도 K-콘텐츠를 매개로 지역과 세계의 팬을 잇는 등 비슷한 흐름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K-드라마와 K-팝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팬들이 실제 촬영지와 무대를 찾아가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강릉의 도깨비 해변, 인천의 킹더랜드 호텔 세트, 부산의 BTS 포토존 등은 이미 해외 팬들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부터 K-Culture Valley 조성 사업을 추진하며 콘텐츠와 관광을 연계한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운 관심을 받고 있다. 작품의 무대가 된 이곳을 찾는 외국인 팬이 늘고 있으나 일본어나 중국어 해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에서도 향후 성지순례형 관광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려면 문화기관과 지방정부의 협력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 촬영지 소개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과 굿즈 개발, 다국어 안내 서비스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 팬이 지역의 일시적 소비자가 아니라 지속적 관계 인구로 남을 수 있도록 해주는 콘텐츠 기반 지역 관계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료: 일본 경제산업성, 문부과학성, 관련 지자체 홈페이지, 메이지야스다 종합연구소, 요미우리신문, 닛케이신문, J-Cast News, 명탐정 코난, Fate/Grand Oder, KOTRA 오사카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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