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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국 오프라인 소매시장,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유
  • 외부전문가 기고
  • 미국
  • 뉴욕무역관 정진수
  • 2025-10-20
  • 출처 : KOTRA

미국 유통시장 대전환, 2030년 온라인 비중 34%로 상승 전망

매장 축소 흐름 속에서도 오프라인 영업을 이어가는 유통업계

직접 쇼핑 즐기는 미국 소비자, 경험형 소비가 오프라인 시장을 버팀목으로

 그랜와이즈(GRANDWIDES INC.), 손대홍 대표

 info@grandwides.com

 

 

미국의 소매판매는 2024년 기준 7조2600억 달러로, 전 세계 소매시장 31조1000억 달러의 23%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다. 미국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약 4.2%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구 대비 소매시장 규모는 5.5배에 달한다. 또한 세계 소매시장 2위인 중국과 비교할 때 전체 시장 규모는 근소한 차이를 보이지만, 인구를 감안하면 1인당 소비액에서는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다. 미국 캐피탈원 쇼핑 리서치(CapitalOne Shopping Research)에 따르면, 이 중 온라인 소매판매는 1조3400억 달러로 전 세계 온라인 소매판매 6조1000억 달러의 약 22%를 차지하며, 미국 소매시장 내 비중은 22.7%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시장 비중은 77.3%에 달한다. 시장 전망에 따르면 2030년에는 온·오프라인 비율이 각각 34%와 66%로 변화하며, 온라인 소매시장은 약 2조5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 5년 만에 거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온라인 소매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는 반면, 미국의 오프라인 소매업계는 최근 수년간 파산, 인수, 폐점이 이어지고 있다. 소매 분야 리서치 기업 코어사이트 리서치(Coresight Research)에 따르면, 2025년에만 약 1만5000개의 대형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4년 폐점한 7325개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인들에게 익숙했던 일부 소매 브랜드들은 2025년을 끝으로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에이오엘(AOL)의 자회사 언론사 패치(Patch)에 따르면, 약 200년의 역사를 지닌 메이시스(Macy’s) 백화점은 2025년 1월 말까지 65개의 매장을 폐쇄했으며, 2026년 말까지 추가로 150개 매장을 더 폐쇄할 예정이다. 1902년 문을 연 제이시 페니(JC Penney)는 2020년 파산 후 사모펀드에 인수된 상태에서 2025년 중 8개 매장을 추가로 폐쇄했고, 1962년 설립된 콜스(Kohl’s) 역시 2025년 한 해에만 27개 매장과 1개의 물류센터를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2025년을 끝으로 완전히 사라질 브랜드로는 이미 매장을 정리한 파티 시티(Party City), 두 번째 파산 신청을 한 패션 브랜드 포에버 21(Forever 21), 인수자를 찾지 못해 800개 매장을 모두 폐쇄한 소매업체 조앤(Joann)이 있다.

 

로이터(Reuters)와 뉴스위크(Newsweek)에 따르면, 미국 소매시장에서 한때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로 불리며 각 상품군별 전문점으로 오랜 기간 강자의 위치를 지켜온 기업들 역시 연이어 매장 폐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북미 최대 자동차 부품·액세서리 매장이었던 어드밴스 오토 파츠(Advance Auto Parts), 전자제품 전문점 베스트 바이(Best Buy), 디스카운트 소매체인 빅 롯(Big Lots), 스포츠 전문매장 딕스 스포팅 굿즈(Dick’s Sporting Goods), 그리고 침구·키친용품 매장의 강자였으나 경영 악화로 홈 인테리어 브랜드 커클랜드(Kirkland’s)에 인수된 베드 배스 앤 비욘드(Bed Bath & Beyond)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한국의 다이소와 유사한 미국 최대 소형 할인점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마저 매장 폐쇄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수십 년간 연속 흑자를 기록해온 드럭스토어 겸 소매유통 기업 월그린(Walgreens)이 전체 8600여 개 매장 중 2150개를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업종을 불문하고 최고의 소매기업으로 평가받던 월그린이 이처럼 급격히 몰락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미국의 오프라인 소매업은 한국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발표 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한국의 경우 2024년 상반기 기준 소매시장에서 온라인 소매 비중이 53.6%를 기록하며 오프라인 시장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소매업이 2% 성장에 그친 반면, 온라인 시장은 전년 대비 15% 성장세를 보였으며, 다소 정체기에 접어들기 시작했지만 이러한 흐름은 2025년에도 이어져 한국의 오프라인 소매업은 당분간 위축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2028년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매시장의 비중이 각각 21.9 대 78.1로, 여전히 오프라인 소매시장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반면 중국은 여러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시장 규모가 전체 소매시장의 약 47%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과 중국에서 온라인 소매시장이 다른 국가들보다 빠르게 성장한 이유는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사회 전반에 걸쳐 높은 수준의 IT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모바일을 포함한 결제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첨단 물류 인프라와 스마트 공급망이 온라인 소매시장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 소매시장으로 글로벌 유통을 선도해온 미국은 왜 한국이나 중국처럼 온라인 소매시장이 급성장하지 못한 것일까? 국가적·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해서일까? 결론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2023년 기준 미국 성인의 인터넷 이용률은 93.1%이며, 2024년 인터넷 보급률은 97.1%로 중국보다 훨씬 높고 한국의 97.4%와도 큰 차이가 없다. 인구의 도시 거주 비율 역시 80%에 달해 중국보다 높으며 한국과 거의 동일하다. 물류와 결제 시스템 역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온라인 소매시장이 상대적으로 더딘 이유는 몇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미국의 온라인 유통은 이미 장기간에 걸쳐 발전하며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이에 따라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쉽지 않다는 점이 큰 요인이다. 또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한 물류 거리와 배송 비용 부담, 그리고 미국 소비자 특유의 소비 패턴 역시 오프라인 시장 비중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의 오프라인 소매업이 상대적으로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오늘날의 소매업이 산업혁명 이후 영국에서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현대적 의미의 소매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업태와 업종의 수많은 소매업체가 전국적 또는 지역적 차원에서 촘촘한 점포망을 구축하며 성장해왔고, 그 결과 오프라인 소매업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견고한 사회적 기반을 형성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미국의 그로서리(슈퍼마켓) 소매시장에서 온라인 판매 비중은 약 10% 수준으로, 신선식품 비중이 높은 상품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전체 소매시장의 온라인 비중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월마트(Walmart)의 경우를 보면, 주문 고객의 냉장·냉동고까지 신선식품을 직접 배송할 정도로 물류 시스템이 혁신되어 있어, 기술적 제약이 신선식품 온라인 판매 비중을 낮추는 원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온라인 그로서리 구매 이용자는 미국 전체 가구의 약 61%에 달해, 8100만 가구가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미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직접 상품을 확인하는 ‘경험형 소비’를 선호한다. 경제 데이터 및 뉴스 제공 기업 피와이엔엠티에스(PYNMTS.com)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88%가 직접 매장에서 쇼핑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미국 대표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Kroger)의 고객 중 78%가 향후 한 달간 식료품과 가정용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은 과일·야채·육류 등 신선식품을 직접 보고 고르는 것을 선호하며, 포장 상태나 외관, 냄새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상품 선택을 타인에게 맡길 필요가 없고, 구매 후 즉시 상품을 가져갈 수 있다는 편의성,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프로모션·세일·쿠폰·특가 등을 직접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오프라인 매장 선호 이유로 꼽혔다.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이 제품을 직접 보고 만지고 구매할 수 있는 실제 공간으로, 온라인이 제공할 수 없는 실질적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따라서 특히 그로서리 상품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이 다른 품목보다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최근 조사에서 온라인 식료품 구매 비중이 26.2%, 전체 소비자 중 온라인 쇼핑 이용 비율이 약 47.6%로 나타났는데, 이는 오프라인 식품 소매점의 고객 경험과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서 비롯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식품 소매매장을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다양한 상품 구색, 특히 과일과 채소를 비롯한 풍성하고 위생적인 신선식품 코너, 입맛을 돋우는 프리메이드 밀(Premade Meal) 매장, 넓고 세련된 진열 공간, 쾌적한 주차 환경과 친절한 직원들까지—이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다른 환경적 요인들도 있겠지만, 미국 오프라인 소매시장, 특히 그로서리 매장이 여전히 시장에서 견고한 위치를 유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쇼핑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체험적 요소와 고객 경험을 제공하며, 바로 그 점이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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