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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공급망, 미국 車산업을 흔들다!
- 경제·무역
- 미국
- 디트로이트무역관 송소영
- 2025-08-29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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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1대당 1.5kg 사용… 영구 자석, 전장 부품의 핵심
중국, 희토류 채굴 70%, 정제 85%, 자석 생산 90% 이상 점유
“희토류 자석이 없으면 파워스티어링부터 변속기까지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며, 결국 미국 내 자동차 조립 라인의 가동 중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9일, 완성차와 부품사를 대표하는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과 자동차 및 부품제조업체협회(MEMA)가 백악관에 보낸 공동 서한 내용이다.
2025년 4월, 중국 정부는 희토류 원소 7종*에 대해 ‘수출 허가제(License System)’를 도입했다. 특히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은 전기차 구동용 네오디뮴(NdFeB) 자석의 핵심 합금 원소로, 수출 승인률이 25%에 그치며 미국 공급망에 직접적인 자동차 생산 차질을 초래했다. 실제로 포드(Ford)는 5월, 시카고 조립공장에서 희토류 자석 확보 지연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 사마륨(Sm), 가돌리늄(Gd), 테르븀(Tb), 디스프로슘(Dy), 루테튬(Lu), 스칸듐(Sc), 이트륨(Y) 등
희토류 자석은 전기차 구동 모터 외에도 내연기관차의 파워스티어링, 시트 조절 모터, 오디오 시스템 등 주요 전장부품에도 폭넓게 쓰인다. 지난 반도체 부족 사태의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지금, 자동차 산업은 다시 한번 보이지 않는 핵심 소재 하나로 인해 생산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자동차 산업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합금’
자동차 한 대에는 10개에서 많게는 100개까지의 소형 전동 모듈이 탑재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고성능 영구자석을 기반으로 작동하며, 네오디뮴(NdFeB) 합금 자석은 특히 고출력 구동 장치와 정밀 제어 부품에 널리 쓰인다. 에너지 전문 리서치 기관 Thunder Said Energy에 따르면, 최근 판매된 전기차 중 약 80~90%는 네오디뮴 계열 희토류 영구자석을 사용하고 있으며, 차량 1대당 평균 사용량은 약 1.5kg으로, 구동 모터 기준으로는 1kW당 약 7.5g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는 2040년까지 네오디뮴 자석의 수요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네오디뮴(NdFeB) 자석 수요 전망>

[자료: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문제는 이 핵심 소재의 공급 구조에 있다. 중국은 2024년 기준 전 세계 희토류 채굴량의 약 70%, 정제 능력의 85%, 자석 생산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채굴부터 가공, 자석 생산에 이르는 전 공정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도 일부 채굴을 진행 중이나, 정제와 자석 생산은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전체 희토류 수입의 70%가 중국산이다. 전기차와 방산 기술에서 희토류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는 가운데, 특정 국가에 집중된 공급 구조는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 희토류 채굴량 추이 (1994~2024)>

[자료: U.S. Geological Survey, Statista 재가공]
미국 희토류 공급망, 어디까지 왔을까?
중국 중심의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경고는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미국은 2022년 ‘국방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DPA)’을 근거로 희토류 내재화를 국가안보 전략으로 규정하고, 채굴과 정제, 자석 생산 등 전주기 공급망을 미국 내에서 해결하기 위한 체계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2025년 현재까지 구축된 역량은 채굴과 정제에 집중돼 있으며, 자석 생산을 포함한 후 공정 부문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공급망 확대 지연의 배경에는 자원 확보와 기술력 부족 외에도, 인허가 지연과 환경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P Global은 2000년 이후 상업 생산을 시작한 글로벌 광산 사례를 분석한 결과, 탐사에서 실제 생산까지 평균 16.3년이 소요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0~2023년 새로 가동된 광산의 경우 평균 리드타임은 17.9년에 달했으며, 인허가와 착공 전 준비 단계의 비효율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광산 개발 평균 리드타임 추이>

[자료: S&P Global]
미국은 상당한 양의 희토류 원광을 생산하고 있지만, 이를 정제하고 가공할 수 있는 중간 처리(midstream) 인프라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희토류는 화학적 성질이 유사해 분리 정제가 까다롭고 비용이 높은 데다, 방사성 폐기물 및 중금속에 대한 미국의 환경 규제가 엄격해 정제 시설 운영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정책 플랫폼 이코노팩트(Econofact)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실제 가동 중인 희토류 정제 시설은 텍사스에 위치한 단일 시설뿐이며, 2024년에 약 1294톤의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합금이 생산됐다. 2025년부터 자동차용 네오디뮴 자석을 연간 1000톤 규모로 제조할 계획이나, 2023년 기준 중국의 희토류 자석 생산량은 약 24만 톤에 달해, 양과 품질 모두에서 미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 희토류 공급망 공정 단계>

[자료: New Security Beat]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공공 부문의 전략적 개입과 민간 기업의 선제적 투자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5년 7월, 미 국방부는 MP Materials에 약 4억 달러를 투자해 최대 주주(약 15%)가 됐고, 가격 하한선(kg당 110달러)을 정부가 보장하는 장기 구매 계약도 체결했다. 같은 시기 Apple도 MP Materials와 5억 달러 규모의 자석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내 생산 및 재활용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희토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재활용 기반 확대도 병행되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Section 45X는 재활용을 통해 회수하거나 정제한 희귀 금속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생산 비용의 10%를 세액공제로 지원하고 있으며, 에너지부(DOE)도 회수율 향상과 공정 최적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다만, 수거 편차와 정제 수율 문제 등 상업화의 제약이 여전히 존재해, 재활용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공급망 자립을 보완할 수단으로 평가된다. 정부와 민간의 공동 대응으로 미국은 희토류 밸류체인 자립의 전환점에 진입했지만, 기술 혁신과 환경 규제 대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지속되고 있다.
‘희토류 프리’ 모터, 기술 경쟁은 시작됐다.
희토류 자석 수급 불안과 가격 변동성에 대응해,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구동 모터의 대체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GM은 2020년 9월 Ultium Drive 플랫폼 발표 당시 62kW급 보조 모터에 희토류가 필요 없는 유도 모터(induction motor)를 공개했으며, 이후 2022년 출시된 GMC Hummer EV 등 일부 모델에 시범 적용했다. 그러나 2025년 7월 기준, 시범적 실차 적용은 이뤄졌으나 주력 파워트레인 모터로서의 상용화는 아직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GM Ultium Drive 플랫폼의 62kW급 유도 모터 구성>

[자료: GM]
BMW와 Ford 등 다른 주요 완성차 기업들도 희토류 자석의 수급 불안이 생산 차질로 이어지자, 대체 자재와 모터 구조 변경 가능성을 중심으로 기술 로드맵을 재검토하고 있다. 기술적 대안으로는 페라이트 자석 기반의 SPM(Surface Permanent Magnet) 모터, 여자식 동기모터(Electrically Excited Synchronous Motor, EESM), 스위치드 릴럭턴스 모터(Switched Reluctance Motor, SRM)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일부는 실제 차량에 시범 적용되고 있다. 특히 페라이트 자석(ferrite magnet)은 희토류 의존도가 낮고 원재료 비용이 네오디뮴 자석 대비 20~30% 저렴하다는 점에서 주목받지만, 출력 밀도와 고온 내구성이 낮아, 고성능 전기차 구동계에는 여전히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
기술 확장은 소재 전문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다. 2023년 11월, GM과 Stellantis는 미국 소재기업 Niron Magnetics에 총 3300만 달러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철질(Iron Nitride) 기반의 희토류 프리 자석의 개발 및 상용화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EU 공동연구센터(JRC)도 대체 자석의 자원순환성과 산업 적용 가능성에 대한 정책적 분석을 병행하고 있다. 탈(脫) 희토류 모터 기술은 중장기적으로 공급망 안정성과 원자재 자립을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고성능 전기차 구동계에서의 완전 대체에는 여전히 기술적 과제가 상존하고 있다.
시사점
2025년, 자석 하나가 미국 자동차 조립라인을 멈춰 세웠다. 희토류 수급 차질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공급망 불안은 생산 중단으로 이어졌다. 포드는 시카고 공장의 일시 가동 중단을 발표했고, 전장 부품업체들도 수입 승인 지연으로 타격을 입었다. 한 전기차 기업의 엔지니어 A씨는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5월, 좌석 시트 고정용 자석 부품의 수출 허가가 늦어지면서 생산 차질이 우려됐다”며 “산업용 접착제와 양면 테이프를 활용한 임시 결합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과도한 대외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채굴부터 정제, 자석 제조에 이르는 전 주기 밸류체인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방생산법(DPA)과 민관 공동 투자를 통해 기반은 확대되고 있으나, 정제 및 재활용 공정의 기술력 확보, 환경 규제 대응, 투자 지속성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일부 완성차 및 부품사는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모터 구조 개발을 시도하고 있지만, 고성능 구동계에서는 완전한 대체가 쉽지 않다. 또한, 자석 고정 방식의 유연화와 비기계적 결합 기술을 포함한 부품 단위 대응도 병행되고 있으며, 자석 응용 부품 전반에서 대체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희토류 자립을 통해 자석 기술까지 내재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어떤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을지는 향후 공급망 주도권을 가를 주요 분기점이 될 것이다. 한국 기업 또한 미국 내 공급망 재편 흐름에 맞춰, 희토류 저감 기술과 자석 응용 분야 전반에서 전략적 협력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자료: 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AAI), Motor & Equipment Manufacturers Association(MEMA), Thunder Said Energy, International Energy Agency(IEA), U.S. Geological Survey, Statista, S&P Global, Econofact, New Security Beat, MP Materials, GM, Niron Magnetics, Atlantic Council of the United States, Rare Earth Exchanges,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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