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튀르키예 정부는 수출 주도형 성장을 위해 첨단 기술 투자와 국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국가 전략의 핵심 과제로 삼았다. 특히 유럽연합(EU)의 ‘그린 뉴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튀르키예 제조업체들은 지속 가능한 생산 방식 도입을 요구받고 있다. 2024년 기준 튀르키예 전체 수출의 42%가 유럽 시장에 집중된 만큼, 이러한 변화는 산업 전반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잇따라 도입했다.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테크 비자(Tech Visa)’ 제도를 신설하며, 첨단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튀르키예 첨단 제조업의 최신 동향과 성장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그리고 이를 견인하는 투자 인센티브를 중심으로 튀르키예 시장의 새로운 기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조업에서의 첨단 기술 확대

그린 뉴딜 관련 탄소중립세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튀르키예 제조업체들은 까다로운 지속 가능성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생산 공정을 현대화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동시에 정부는 만성적인 경상수지와 무역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첨단·고부가가치 산업에 투자를 집중하며 수출 확대를 통한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내 투자뿐 아니라 해외 연구개발(R&D)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새로운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 혁신 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파티흐 카츠르 산업기술부(Ministry of Industry and Technology) 장관은 최근 통신, 항공우주, IT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튀르키예의 제조 역량이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5년도 정책 계획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셀, 풍력 터빈, 반도체,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첨단 산업 육성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방향은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제시한 ‘2030 산업·기술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해당 전략은 방위산업, 인공지능, 반도체, 의약품, 의료기기, 모빌리티, 재생에너지 등 핵심 분야를 집중 육성해 향후 5년 내 첨단 기술 수출을 300억 달러, 중고도 기술 수출을 18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또한 광섬유 통신, 5G, 클라우드 인프라, 로봇 시스템, 저탄소 생산 기술 등에도 투자가 집중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튀르키예는 녹색·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특히 첨단 산업 투자 인센티브 프로그램인 ‘HIT-30’의 태양광 에너지 분야는 이미 신청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관련 산업의 폭발적인 관심을 입증했다.

<기술 수준에 따른 투자 인센티브 인증 건수>

(단위: 건)

[자료: SER Consultancy]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튀르키예 스타트업의 물리적 자산 투자는 8배 증가했고, 이 중 제조업 부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 분야의 누적 투자 규모는 2조8000억 리라에 달했다. 2023년 한 해 동안 전체 제조업 생산은 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첨단 기술 분야 생산은 18% 급증하며 기술 역량의 빠른 성장을 입증했다.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꾸준히 늘어나 2023년 GDP 대비 1.42%를 기록했다. 아울러 첨단 제조업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인센티브 인증서 발급 건수도 2023년 전년 대비 10.6% 증가하며 정부의 혁신 장려 기조를 뒷받침했다. 이처럼 튀르키예는 첨단 산업을 국가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고 본격적인 기술 혁신과 친환경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간 이 분야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테크 비자(Tech Visa) 프로그램

튀르키예 정부는 2024년 9월, 글로벌 기술 전문가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테크 비자(Tech Visa)’ 프로그램을 출범했다. 이 프로그램은 튀르키예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비자 절차를 간소화하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해외 인재와 스타트업이 튀르키예의 기술 산업 및 비즈니스 환경에 보다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주요 혜택으로는 3년간의 독점적 근로 허가와 가족을 위한 간소화된 거주 허가 절차, 그리고 소득세 및 법인세 면제가 포함된다. 또한 무상 종합 의료 서비스와 함께 정부가 지정한 과학기술 기반 산업단지인 ‘테크노파크(Technopark)’ 및 인큐베이션 센터 내 사무공간을 제공받고, 벤처 캐피털 투자와 프로젝트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보된다. 이와 더불어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멘토링과 컨설팅 서비스가 제공되며, 전담 파트너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이 프로그램이 첨단 기술 인재와 혁신 스타트업의 유입을 촉진해 튀르키예를 기술 중심 창업 허브로 도약시키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튀르키예 테크비자 홍보 브로셔>

[자료: turkiyetechvisa.gov.tr]

테크 비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튀르키예 테크 비자 펀드(Türkiye Tech Visa Fund)’는 참가 스타트업에 핵심적인 재정 지원을 제공해 자금 조달을 보다 용이하게 했다. 이에 더불어 튀르키예 정부는 프로젝트 금융, 브랜드 구축, 시장 홍보를 위한 보조금 등 스타트업을 위한 폭넓은 지원책을 마련해 왔다. 일례로, 테크노파크(Technopark)에 사무실을 설립할 경우 부가가치세(VAT), 법인세, 관세 면제뿐만 아니라 직원 인센티브 지원까지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튀르키예에는 2025년 기준 총 104개의 테크노파크가 운영 중이다. 동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 첫 다섯 달 동안 214개의 글로벌 기술 스타트업이 튀르키예 이전을 신청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튀르키예가 기술 혁신과 창업 생태계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스타트업 생태계

튀르키예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글로벌 투자 위축 흐름에도 불구하고 거래 건수와 거래 규모 모두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기록했다. 거래 건수는 2023년 297건에서 2024년 331건으로 증가했고, 총 거래 규모는 26억 달러에 달했다. 전체 투자 중 인수합병(M&A)이 58%를 차지했으며, 후기 단계 투자는 전체 투자 규모의 29%를 기록했다. 반면, 시드 단계 투자는 전체 거래 건수의 85%를 차지하며 가장 활발한 영역으로 나타났고, 핀테크, 바이오테크, 인공지능(AI), SaaS, 게임, 헬스테크 분야가 거래 건수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특히 전자상거래 플랫폼 ‘헵시부라다(Hepsiburada)’가 카자흐스탄의 인터넷은행 카스피(Kaspi.kz)에 11억 달러에 인수되면서 2024년 전체 스타트업 투자인수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거래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기업공개(IPO)도 활발히 진행됐는데, 무인차량 및 방위산업 분야의 핵심 기업인 알트나이 사분마(Altınay Savunma)가 지분 25%를 공개해 5850만 달러를 조달했으며, 친환경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빈빈(BinBin)은 4570만 달러를 확보했다.

이와 더불어 주요 스타트업 행사와 제도적 지원도 생태계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넥스트 웨이브(Next Wave)’와 ‘테이크 오프 이스탄불(Take Off Istanbul)’ 같은 대형 스타트업 행사는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고 투자자와의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사반치대학교, 이스탄불 공과대학교(ITU), 일드즈 공과대학교는 스타트업 육성의 최전선에서 차세대 창업가 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테크노파크(Technopark) 정책은 첨단 스타트업과 기업들에게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원과 지원을 제공하며 생태계를 더욱 강화했다.

또한 튀르키예에는 파클랩스(Farklabs)와 같은 민간 및 국제 자금 기반의 스타트업 허브가 유럽의 EIT Urban Mobility와 협력해 지속 가능성,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즈미르 광역자치단체가 EIT와 협력해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 및 교통 인프라 프로젝트를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해상 교통 이용을 개선하고 해안 지역을 지속 가능한 인프라로 재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튀르키예 대표 유니콘>

[자료: ATSO] 

정부 역시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기술부는 4억7500만 리라 규모의 ‘기술·혁신 펀드’를 통해 차세대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벤처 캐피털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원 대상 기업은 글로벌 시장 확장 가능성을 보유하고 매출을 창출하며, 튀르키예 내에 본사를 두거나 최소 50% 이상의 사업을 국내에서 운영해야 한다. 현재까지 총 12개 기업이 이 펀드의 지원을 받으며, 의료, 자동차, 전자상거래, 디지털 마케팅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사점

빠르게 진화하는 튀르키예의 첨단 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 지역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들에 중요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전기차(EV), 재생에너지, 바이오테크놀로지,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며, 이를 통해 첨단 제조업 중심의 성장을 도모해 왔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과 잘 맞물린다. 더불어 첨단 산업 육성에 대한 튀르키예 정부의 확고한 의지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협력에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기회는 성장세가 두드러진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다. 2024년 튀르키예 스타트업 시장은 인공지능(AI), 바이오테크, SaaS 등 분야에서 투자 활동이 활발했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과 유럽 기관과의 협력은 기술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튀르키예의 견고한 인프라와 유럽 및 중동 시장으로의 접근성을 활용해 해당 분야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특히 테크 비자(Tech Visa) 프로그램은 한국의 기술 전문가와 스타트업이 정부 지원을 받으며 테크노파크 내 혁신 자원과 펀딩을 활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이러한 기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도전 과제도 존재한다. 튀르키예 정부가 수입을 줄이고 국내 생산을 확대하려는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기술 이전 요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지적재산권 보호에 민감한 한국 기업들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복잡한 규제 환경을 이해하고 정부 인센티브를 받아 빠르게 성장하는 현지 스타트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점 역시 한국 기업들에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첨단 산업에 대한 전략적 집중, 스타트업 지원 확대, 글로벌 인재 유치에 대한 노력은 한국 기업들에 상당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생산라인을 튀르키예로 이전하면 관세 비용을 절감하고 변화하는 유럽의 무역 환경 속에서 유럽 시장 진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현지 민간 투자 플랫폼 F 사의 글로벌 부문 매니저 X에 따르면, "최근 중국 기업들의 투자 확대는 증가하는 글로벌 관세 압력과 향후 무역 질서 변화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은 튀르키예가 외국인 투자처로서 매력을 높여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에게는 튀르키예의 전략적 입지와 경쟁력을 활용해 사업을 확대하고 다각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자료: AA, SER Consultancy, Ministry of Industry and Technology, bigpara, KPMG, ekonomim, TRT, ATS(Antalya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 Ekonomist, KOTRA 이스탄불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