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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부가 보여준 깜짝 소비의 재미, 미국 미스터리 박스 시장이 커지는 이유
- 트렌드
- 미국
- 로스앤젤레스무역관 Chris Kim
- 2025-07-21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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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박싱 콘텐츠’와 팬덤이 만든 새로운 소비 놀이문화
밤샘 대기 줄 잇는 라부부 드랍, 한정판 수집 열풍이 만든 캐릭터
최근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에는 상품의 정보와 스펙을 최대한 꼼꼼히 비교해 신중하게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 박스’를 일부러 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박스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안에 어떤 제품이 들어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구조가 오히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미스터리 박스는 단순한 ‘랜덤박스’ 개념에서 출발해, 이제는 한정판 굿즈와 프리미엄 컬렉션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해외에서는 게임 아이템 뽑기 문화인 ‘가챠(gacha)’와 유사한 형태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물건을 받는 놀라움과 SNS 공유 문화가 맞물리며, 미스터리 박스는 하나의 놀이이자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언박싱이 만든 바이럴 효과
미스터리 박스 시장이 성장한 배경에는 유튜브와 틱톡의 ‘언박싱(Unboxing)’ 콘텐츠가 큰 역할을 했다. 틱톡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미스터리 박스 언박싱’을 검색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영상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박스를 뜯는 순간의 긴장감과 기대감을 영상으로 담아 공유하고, 댓글과 좋아요, 조회수를 통해 또 다른 소비자들에게 재미와 궁금증을 전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별도의 광고비 없이도 강력한 바이럴 효과를 얻는다. 어떤 상품이 들어있을지 모른다는 점은 ‘스포일러 방지’라는 특수한 재미까지 만들어낸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해 미스터리 박스는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니라 하나의 ‘경험’을 파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프리미엄화로 진화하는 시장
최근에는 단순한 저가 기획상품을 넘어서 프리미엄 미스터리 박스가 등장하고 있다. 유명 브랜드들이 시즌 한정 굿즈나 협업 제품을 랜덤박스로 구성해 팬들의 수집욕을 자극한다. 미국의 색조 화장품 브랜드인 샬롯 틸버리(Charlotte Tilbury)은 뷰티 업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미스터리 박스 전략 중 하나를 선보이는 브랜드다. 여름과 겨울 시즌에 걸쳐 한정판 미스터리 박스를 출시하며, 각 박스는 4~7개의 풀사이즈 및 트래블 사이즈 제품이 포함되어 정가 대비 약 2배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여름 2024 에디션은 약 $120에 출시되어 $250 상당의 제품이 들어 있어 50% 할인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뷰티 브랜드 샬롯 틸버리의 미스터리 박스>
[자료: Charlotte Tilbury]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소비자들의 재구매가 이어졌다. 한정 수량, 희소성, 랜덤성이라는 요소가 결합되면서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실제로 한정판 피규어, 아트 토이, 중고 명품 액세서리까지 미스터리 박스로 판매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중국의 인기 아트토이 브랜드 ‘라부부(Labubu)’를 빼놓을 수 없다. 라부부 캐릭터 피규어를 블라인드 박스 형태로 판매하며 수집가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디자인을 뽑기 위해 같은 시리즈의 박스를 여러 개 사기도 하고, 희귀 피규어를 찾기 위해 중고 거래나 교환 커뮤니티를 활발히 이용한다. 이처럼 라부부는 미스터리 박스의 랜덤성과 한정판 전략을 결합해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라부부 미스터리 박스>
[자료: PopMart]
라부부를 제조와 유통하는 팝마트(Pop Mart)는 중국을 대표하는 아트토이 전문 기업으로, 미스터리 박스 시장의 상징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조사기관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라부부 시리즈는 Pop Mart 전체 매출의 약 23%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IP로 성장했으며, 2024년 기준 라부부 관련 매출만 약 30억 위안(약 4억2000만 달러)을 기록해 전년 대비 700% 이상 급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팝마트 매장>
[자료: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촬영]
특히 북미 지역은 신드롬이라고 불릴 만큼 최근 1년 사이 매출이 500% 이상 증가했으며, 해외 시장 매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센츄리시티 팝마트 매장에서 진행된 라부부 신상품 드랍에는 새벽부터 긴 줄이 늘어서고, 일부 팬들은 밤샘 대기까지 하며 한정판을 손에 넣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라부부는 한정판 수집 문화와 열성 팬덤을 만들어내며 현장에서의 대기 줄과 리셀 시장 열기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
<센츄리시티 팝마트 라부부 드랍 행사장의 인파>
[자료: Yelp]
미스터리박스 열풍의 논란과 리스크
미스터리 박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부작용과 논란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일부 판매자들이 미스터리 박스를 단순한 재고 처리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가성비 좋은 깜짝 선물’을 기대하지만, 막상 박스를 열어보면 팔리지 않는 저가 재고품이나 시즌이 지난 물품만 담겨 있어 실망감을 느끼는 사례가 많다. 이런 불만은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돼 브랜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리셀러 문제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인기 아트토이나 한정판 굿즈의 경우, 일부 구매자들이 대량으로 박스를 사들인 뒤 희귀 아이템만 골라내고 나머지를 되팔거나, 희귀 아이템을 시중 가격보다 몇 배 이상 높은 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여 재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작 정가로 상품을 구하려는 팬들은 박스를 구하지 못하거나 원치 않는 웃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는 시장 질서를 왜곡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업체들은 1인당 구매 수량 제한, 회원 전용 판매, 추첨 판매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가 불필요한 리셀러 시장에 의존하지 않도록, 공식 중고 교환 플랫폼이나 커뮤니티를 운영해 정가 교환 문화를 장려하는 브랜드도 늘고 있다.
결국 미스터리 박스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랜덤성과 희소성의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소비자 신뢰를 지킬 수 있는 투명한 판매 구조와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브랜드는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정직한 놀이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시사점 및 전망
미스터리 박스의 인기는 단순한 일회성 유행을 넘어, 현대 소비자들이 상품 그 자체보다 ‘경험’을 중시한다는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상품의 정보가 완전히 공개되지 않는 불확실성을 오히려 즐기며, 이를 통해 SNS에서 언박싱 콘텐츠를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이 인터뷰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업체 대표 K 역시 “언박싱 콘텐츠의 확산이 SNS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팝업 스토어 같은 오프라인 터치포인트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 온라인 숏폼이 상호 잘 연계되는게 관건”이라고 미스터리 박스 마케팅의 중요 포인트를 밝혔다.
미국에서 미스터리 박스는 이제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닌 팬덤 형성과 브랜딩 수단으로서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아트토이뿐 아니라 패션, 뷰티, 전자기기 등 다양한 산업에서 미스터리 박스가 ‘이색 경험형 유통 채널’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정판 IP와 컬렉터 문화가 결합된 미스터리 박스 마케팅의 특성은 한류 콘텐츠를 통해 한국 기업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불확실성을 즐기는 소비자 심리를 어떻게 긍정적 경험으로 연결할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브랜드 가치로 이어갈지가 향후 미스터리 박스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자료: Charlotte Tilbury, PopMart, Business Insider, Yelp, InStyle,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자료 종합
<저작권자 :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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