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도시' 리야드.. 걷기 힘든 도시에서 시민을 위한 공간 찾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는 광활한 사막 지형과 고온건조한 기후 특성으로 인해 여름철 낮 기온이 섭씨 40도를 웃돈다. 이러한 환경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구역은 보행자보다는 차량의 이동 편의성에 맞춰 조성됐다. 급격한 도시 확장과 인구 증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주거 지역과 상업·행정 중심지 사이에 연속적인 보행로, 공공 녹지 공간, 야외 운동 시설의 확보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렸고, 시민들은 일상적인 신체 활동을 위한 공간을 도시 내에서 찾기 어려웠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등장한 ‘스포츠 볼리바드(Sports Boulevard)’ 프로젝트는, 도시 공간을 재구성하고 리야드를 걷고 달릴 수 있는 도시로 탈바꿈시키려는 전략적 시도다.

도시 전역을 연결하는 135km의 스포츠 볼리바드

스포츠 볼리바드는 리야드 전역을 동서·남북으로 가로지르며 조성 중인 총 길이 약 135km의 대규모 도시 재생 프로젝트다. 전체 구간은 아래 개요도와 같이 세 개의 핵심 구간으로 구성된다.

<스포츠 볼리바드 개요도>

[자료: 스포츠 볼리바드(SBF) 홈페이지]

1. 와디 하니파 (29.5km)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문화 중심지로서, 국가적 상징성을 지닌 디리야 지역을 흐르는 와디 하니파는 곳곳에 박물관과 문화 체험 공간이 이어져 있어 사우디의 문화유산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 구간은 자연 지형을 살려 조성된 보행자 도로, 자전거 도로, 승마 전용로로 구성돼, 시민들이 풍부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여유롭게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될 예정이다.

<와디 하니파 조감도>

[자료: 스포츠 볼리바드(SBF) 홈페이지]

2. 프린스 무함마드 빈 살만 도로 (52.5km)

리야드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이 구간은 스포츠 볼리바드 세 구간을 연결해 주는 프로젝트의 핵심 축이다. 일정 구간마다 5개의 다른 주제를 적용해 시민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흥미를 제공한다. 첫 번째 프로머네이드는 예술과 여가를 테마로 조성된 공간으로, 자전거·보행 전용도로, 분수, 조형물, 상점 등이 어우러져 있다. 900m 사이클링 브리지를 통해 와디 하니파와도 연결된다. 두 번째 얼반 와디 구간에는 녹지로 둘러싸인 저유량 수로가 조성되며, 수로의 물은 분수와 자연 냉각 시스템에 재활용된다. 보행자 및 자전거 도로, 다리, 1만 ㎡ 규모의 그늘막 상업 공간, 어린이 놀이터, 카약 체험존, 스포츠 코트, 소풍 공간 등이 함께 마련된다. 세 번째 엔터테인먼트 구간은 공연장, 언덕형 놀이터, 전용 자전거길 등 문화·레저 요소가 강조돼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네 번째 애슬레틱스 구간은 글로벌 스포츠 타워와 다양한 체육시설이 집약된 전문 스포츠 중심지로, 전문 선수와 일반인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 마지막 에코 구간은 종자 개발, 농산물 재배, 유기농 식품 생산을 위한 경작지와 온실이 조성된 도시형 농업 공간이다.

<프로머네이드 조감도>

[자료: 스포츠 볼리바드(SBF) 홈페이지]

<얼반 와디 조감도>

[자료: 스포츠 볼리바드(SBF) 홈페이지]

3. 와디 알 술라이(53km)

마지막으로 리야드 가장 동쪽에 위치한 와디 알 술라이 대로는 복합 야외활동 공간으로 남쪽의 ‘킹 파하드 스타디움’에서 북쪽의 ‘킹 살만 와일드라이프 파크’까지 이어진다. <스포츠 볼리바드 개요도>에서 살구색으로 표시된 ‘샌드 스포츠 파크’가 와디 알 술라이에 포함돼 있으며, 샌드 스포츠 파크는 사막 지형을 활용한 특수 레저 활동의 중심지로 개발됐다. 샌드 스포츠 파크는 BMX, 산악자전거, 하이킹, 승마 트레일 등 다양한 액티비티 코스를 갖추고 있으며, 특히 전문가용 사이클 루트인 ‘나지드 플라워’ (총연장 45km)가 주요 명소로 꼽힌다. 약 35만 ㎡ 규모의 모래 언덕이 자연스럽게 복원돼 생태적 풍경을 더하며, 방문객에게는 색다른 사막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일대는 향후 추가적인 스포츠 시설 및 상업 공간 개발이 예정돼 있어, 사막형 스포츠 관광 거점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된다.

<샌드 스포츠 파크 (나지드 플라워)>

[자료: 스포츠 볼리바드(SBF) 홈페이지]

스포츠 볼리바드, 83km 구간 완공…2월 27일부터 5개 핵심 구간 개방

사우디아라비아는 총연장 135km에 달하는 스포츠 볼리바드 프로젝트 중 83km 구간을 1단계로 선정해, 2025년 2월 27일(목)부터 주요 5개 지점을 시민들에게 우선 개방했다. 현재 기준 약 40%의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나머지 구간은 향후 단계적으로 개장될 예정이다. 전체 완공은 2027년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1단계 개방 주요 5개 구간>

<실제 개통 구간 사진 (프로머네이드)>

[자료: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통신(SPA)]

스포츠 볼리바드, 지속가능성을 설계의 중심에 두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도시 인프라 구축을 넘어, 사우디 정부의 지속가능성과 탄소 저감 전략을 구현하는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 볼리바드 재단은 설계부터 시공,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구간에 걸쳐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으며, 건설 폐기물의 현장 재활용과 함께 탄소 배출량을 35% 줄인 친환경 콘크리트를 적용하고 있다. 얼반 와디 구간에는 햇빛을 반사하는 적외선 반사 나노기술 자재가 사용돼 보행로와 자전거길의 열 축적을 줄이고, 시민들의 체감 온도를 낮추는 데 기여한다. 엔터테인먼트 구간과 일부 문화·상업 구간에는 약 28km 규모의 지역 냉방 시스템이 도입돼, 중앙에서 생산한 찬물을 순환시켜 공간 전체를 효율적으로 냉각함으로써 에너지 절감과 탄소 저감 효과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실제 1차 개통구간 사진>

[자료: 스포츠 볼리바드(SBF) SNS]

시사점

5개 핵심 구간의 개방을 통해 리야드 시민들은 도시와 일상, 자연과 건강이 연결되는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고 있다. 실제로 개통 직후부터 많은 시민들이 현장을 방문해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다양한 생활체육 활동을 즐기고 있으며, 가족 단위 나들이와 SNS를 통한 사진·영상 공유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도시의 공공 공간이 시민의 생활 속으로 스며드는 이 변화는, 스포츠 볼리바드가 단순한 기반 시설이 아니라 도시와 사람을 연결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자전거 대여소, 스포츠용품점, 소매점, 카페 등의 상업 시설이 구간 곳곳에 입점함에 따라, 현지 중소 상공인과 청년 창업자에게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 또한, 야외활동 증가에 따른 헬스케어, 피트니스, 관광·레저 산업의 간접 소비 유발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사우디 투자부 관계자는 KOTRA 리야드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스포츠 볼리바드에는 더욱 많은 투자가 필요하며, 특히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강국인 한국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대규모 상업시설이 추가적으로 들어갈 예정이기에 한국 콘텐츠가 들어온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임을 거듭 당부했다. 

향후 전체 구간이 완공되면, 연간 수백만 명 규모의 시민·관광객 유입이 예상되며, 이는 리야드 도시 브랜드 강화 및 부동산 가치 상승, 일자리 창출, 민간 투자 유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들이 성장하는 리야드에서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얻기를 기대한다.

자료: 스포츠 볼리바드 홈페이지 및 SNS,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통신(SPA), KOTRA 리야드무역관 자료 종합